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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의 수필가 신인 등단 글입니다.
어 머 니 의 눈 물
靑 山 정 근 서
1
사람들은 누구나 다 욕심이 있습니다.
그 크기나 색깔, 대상이 조금 다를 뿐이지요. 욕심에는 끝이 없고, 그 결말은 추하다고들 말하지요. 그런데 그중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욕심은 무엇일까? 그 리고 그 욕심 자체가 추하지 않은 것은 또 무엇이 있을까? 스스로 반문을 해봅니다.
아마도 그것은 부모의 자식에 대한 욕심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중에서도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의 욕심에는 그 끝이 없는 것이 동서고금을 망라한 역사 속에서 있었던, 아니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진행형 “욕심열전(慾心 列傳)”이 아닌가 생각되어 지네요. 거기에는 숭고하면서도 지극한, 소박하면서도 때로는 처절한 아름다움, 또는 한(恨)을 내포하고 있는 그런 것도 가끔 보게 됩니다. 우리네 일반 백성들 중에 그런 욕심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를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2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웃에 내가 잘 아는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지요. 나이로 치면 내 막내 조카쯤 될 겁니다. 어느 날 내가 다니는 교회에 나오면서 알게 된 건실한 젊은 부부지요. 아들과 딸을 낳아 여느 엄마 아빠처럼 자식을 잘 키우려고 노력하는 예쁜 모습을 보면서 아름다운 가정이라고 생각하며 그 아이들을 유난히 더 귀여워해 주었지요. 남들보다 더 풍족하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아이들에겐 잘해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그 엄마가 낙심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그 집 아이들을 더 반겨 주었습니다. 아이들의 해맑은 눈, 그리고 티없이 맑고 밝게 웃는 모습을 보노라면 나 역시 그 눈 속에 빨려 들어가서 속세의 거칠고 혼탁한 모습 속의 나 자신을 잠시 잊어버릴 수 있기에 그랬지요.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아이들이 잘 자라야 가정과 대한민국의 미래가 강하고 건강해 질 수 있다는, 그래서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은 건강하게, 현명하게, 지혜롭게, 풍족하게 자라야 한다는 것, 그것은 곧 국가지 대사(國家之 大事)라는 뚜렷한 나만의 주관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 새댁 집은 먹고살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나봅니다. 자동차 수리 기술은 좋은 직업이지만, 카쎈타라는 가게는 그 목이 좋아야 돈을 벌수 있는데,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을 했는데도 살림은 펴지질 않았지요. 그러다가 목사님의 권유로 미국행을 결심했지요. 한국의 서울 생활이 적은 돈으로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그렇게 쉽지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3
미국으로 이민을 가자면,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특히 돈을 적게 가지고 이민을 하려면 더 어려운 생활이 계속될 수밖에 없지요. 하여튼 이 젊은 부부는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가서 취직을 하게 됩니다. 원래 차 수리 기술이 뛰어난데다 성실하고 친절한 요압이 아버지는 회사 사장에게 취직하자마자 눈에 들게 되면서 순탄하게 이민생활을 시작했지요. 퇴근 시간이 다 되어 고장 차가 들어와도 두말 않고 받아주니까 그런 손님들은 나중에 다 단골이 되니, 주인 입장에서는 고맙지요. 그러다가 아예 가게 열쇠를 맡겨 버리고, 본인은 조금 늦게 출근해도 되니 대단한 복덩이(?)가 굴러들어온 거지요.
그렇게 시작된 이민 생활 속에서 아버지의 성실함과 어머니의 알뜰함으로 집안은 점차 펴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유별난 가운데에서도 미국식으로 교육받으며, 성실하게 무럭무럭 자라갔습니다. 첫째 아들과 둘째는 딸인데 학교에 다니면서 잘 적응해 갔지요. 막내아들 요압이는 너무나 건강해지고 빠르게 성장하면서도 유별난 행동으로 운동화를 사주면 금방 떨어뜨리는 아주 건강하고도 기발한 아이였지요. 가끔 그 어머니는 한탄과 자조 섞인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얘는 신발을 사주면 금방 떨어뜨려요. 어휴! 돈도 째는데...”하는 혼자 말을 하곤 했지요. 아마도 처음 미국으로 이민 와서 빠듯한 생활에 세 아이의 먹는 것도 엄청나고, 운동화 값도 만만치 않게 나가는 게 안타까웠던 게지요.
남이 들을까봐 나직한 목소리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듣고 나는 요압 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해 주었습니다. “요압이 엄마는 행복한 사람이요. 그러니 그런 말을 하지 마시요. 건강하게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것, 그리고 운동화를 수시로 떨어뜨릴 수 있는 아이를 가진 엄마는 얼마나 행복한지 당신은 모르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왜 행복한 엄마인지를 얘기해 주었지요. 요압이 엄마는 모르는 데이빗 엄마와 찰스 엄마의 사례를 들려 주었기 때문입니다.
4
내가 만난 또 다른 이민자인 데이빗(한국 명 순철) 엄마는 참으로 우울하고 암담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평범한 결혼을 하고, 얼마후 아들을 하나 낳았는데. 오줌을 스스로 눌 수가 없는 신체적 결함을 안고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치료했던 의사 선생님은 더 크면 보자는 말만 했습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시간 시간 병원에 가야하고, 그리고 수시로 오줌 눌 수 있도록 가는 호스를 갈아줘야하고, 그러다보면 아프다고 아이는 울어대고. 그런 것은 차지하고라도, 항간에 “어쩌다가 그런 아이를 낳았냐!”는 소리를 들을라치면 가슴이 무너지다 못해 가슴 속에서 수류탄 10 발은 터져 뭉게진듯 울컥하며 선혈도 토해 내며, 가슴이 미어져 아무 소리도 못하는 죄인이 수없이 되었고, 스스로 이런 아이를 낳은 것이 자신의 죄라고 여기며, 소리없는 울음도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 지나가는 말일지라도 그 속에는 “네가 뭔가 잘못해서 병신 아들을 낳았지 않냐?”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이민을 가자!”. 언젠가 친구에게서 들은 말이 있어서 결심을 굳힙니다. 그래서 “내 아들을 수술을 해서라도 고치자! 무슨 짓을 해서라도 꼭 정상으로 되돌리리라! 무슨 짓을 해서라도! ”. 그런 恨을 안고 미국으로 왔던 겁니다. 그렇게 살다가 드디어 아이가 여섯 살이 되었을 때, 수술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지게 되었고, 수술을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날의 회복 과정을 거쳐 병원을 퇴원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기적이 일어납니다. 퇴원 당일 차 속에서 데이빗이 말합니다. “엄마! 나 오줌마려!”. 엄마는 깜짝 놀라서 “뭐라고?”. 데이빗은 “나 오줌마렵다고!”. 평생 듣고 싶었던 말이었습니다. 그 엄마는 벼락 맞은 듯 급부레이크를 잡습니다. 뒤따르던 차가 없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연쇄 충돌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그 만큼 데이빗 엄마에게 그 오줌 마렵다는 말은 충격이었지요. 아이를 차에서 내리게 했는데, 아! 그 곳이 바로 큰 길 네거리 한 가운데 였습니다. 그런 것은 그 엄마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았지요. 아들을 차에서 내리게 하고는 네거리 한 가운데에서 그만 “쉬”를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아윽고 신호등이 바뀌고, 지나가려는 차들이 빵빵 거립니다. “오!마이갓!”, “썬어브 비치!” 등 등... 차 안에 있는 사람들 눈에는 그야말로 미친 x이 미친 짓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면서 데이빗 엄마는 소리칩니다. “내 아들이! 내 아들이 오줌을 눟고 싶다고 합니다아! 엉엉! 내 아들이! 이제는 오줌을 눈다고요! 다 보세요! 다 보란말입니다아!” 그리고는 아들을 오줌뉘면서 엉엉 웁니다. 그 울음 속에는 그동안의 한이 응어리채 터져 나옵니다.
이윽고 누군가의 신고에 의한 것이지 알 수는 없으나, 경찰이 나타납니다. 네거리가 난장판 이었으니, 경찰이 지나다가 보았을 수도 있었겠지요. 이 해괴한(?) 모습을 본 경찰은 즉각 데이빗 엄마를 단속합니다. 그리고는 딱지를 뗍니다. 죄명은 “네거리 무단 주차 및 노상 방료죄” 였습니다. 벌금은 얼마요? 600달러. 그거 아주 즐겁게 싸인합니다. “우리 아들이 오줌을 눌 수 있는데, 이까짓 거 쯤이야!”
그 순간 지나간 5년간의 날들에 대한 모욕과 회한이 서려 옵니다. 이민 온 5년간의 설움과 복받침이 터져 나옵니다. 옆에 차를 대고는 데이빗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울다가 남편한테 전화를 합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응어리가 풀리고 정신이 들고 나니, 같이 고생한 남편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데이빗 아버지는 내가 가끔 미국에 가면 같이 골프를 치는 나보다 나이가 많이 젊은 골프 친구입니다.
5.
찰스 엄마는 미국 사람입니다.
아들을 낳았는데 두 다리가 약하게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잘 성장을 하지 않았지요. 찰스 엄마도 미국 백인이지만, 그 엄마의 마음 속에는 얼마나 많은 아픔이 자리하고 있었겠습니까! 그 엄마의 한도 하늘에 사무쳤을 것입니다.
벌써 6년 전 일이지만, 막내아들이 미국에 유학 가 있는 동안에 그곳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중학교에 다니면서 운동화가 다 떨어졌다고 하면서 새로 사달라고 해서 운동화 가게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어떤 파란 눈의 백인 엄마가 얼굴이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아이를 휠체어에 태운 채 그 운동화 가게에 와 있었습니다. 이것저것을 골라서 그 아이에게 물어보고, 신어보게도 합니다. 휠체어에 앉은 자세로.
그러다가 제 아들이 건장한 발로 뚜벅뚜벅 걸어 다니며 이것저것 고르는 모습을 보더니 나지막한 미국 말로 읇조리는 것을 들었지요. 처음에는 우리 말도 아니라 잘 못 알아들었는데. 눈물이 글썽글썽 한 채로 내 아들의 발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 전 들었던 그 말이 생각났습니다.
“찰스도! 내 아들 찰스도! 다 닳도록 신어서 새 운동화를 사주었으면! 그럴수 있다면! 그게 바로 내 소원인데!”. “...........That,s my wish!"라는 그 마지막 말을 듣고서야 그 엄마와 아들, 그리고 휠체를 보면서 그 전에 한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지요. 그래서 짧은 영어로 기원해 주었습니다. "Some day, Jesus christ will grant you your earnest wish"(머지 않은 장래에, 예수 그리스도는 당신의 간절한 소원을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라고 떠듬거리며 나직한 소리로 얘기를 하자, 깜짝 놀란 듯 주변을 휘둘러 보더니, “땡큐! 땡큐!‘하고 자기 아들이 들릴까봐 조용히 연발합니다.
대화는 거기에서 끝이 났지만, 그 잠시 동안 일련의 짧은 파노라마 같은 과정 속에서 나는 그 찰스 엄마의 “한(恨,regret)"과 눈물을 보았습니다.
6.
엄마란 다 같은 것입니다.
그 두 가지 사례를 얘기해 주자, 요압이 엄마는 금방 행복한 표정으로 바뀝니다. 자신의 아이들이 건강하다는 것에, 자신의 아이들은 수시로 운동화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 이제는 자랑스러운가 봅니다. 내가 낳은 아이는 건강하다! 하나님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이런 표정으로.
그런 모습에 나 역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번에 저의 막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갑니다. 졸업식에 와보고 축하도 해 주었지요. 그리고 부자지간에 졸업기념이라고 해서 미국 횡단 여행을 같이 했습니다. 거의 4,000마일(약6,400km)을 자동차로 돌아 왔지요.
요압이도 이제는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갑니다. 옛날에 그 말썽 많던 요압이 형은 의젓해져서 이번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그 집도 미국 독립 기념일을 기해서 온 가족이 휴가를 받아 멀리 공원으로 가족 나들이 캠핑을 다녀 왔습니다.
오늘 따라 미국의 하늘이 더 맑게 푸르게 높게 보입니다. 고국의 하늘도 그럴 것입니다. 오늘따라 내 마음도 한결 가볍고, 푸른 하늘이 더 푸르게 보이는 날입니다.
2011. 7.4. 미국 독립 기념일을 맞이하면서.
LA에서 靑山(정근서)이 이 세상의 한이 많이 서린
위대한 엄마들을 위해 이글을 씁니다.
첫댓글 감명깊게 잘 읽었고, 다시금 수필가 등단을 축하합니다...
지금 이곳 하늘과 땅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다는데,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지요.
감사! 임공도 건강장구하시길!
지난번 수필 문학지에 실린 글이 신인으로 문단에 등단한 것이 아니었나?? 그러한 과정을 거쳐 등단한 것이구먼~~
하여간 나는 청산이 중국 광개토 왕릉 보고 글 쓸때부터 언젠가 등단할 줄 알았네~~~~축하하네!!!!청산!!!!
신인 등단은 2회 추천/당선이 있어야 하는데, 드디어 등단을 한거지요
청산 수필가 신인등단을 축하합니다. 왕성한 필력으로 좋은 글 많이 부탁합니다. 왕축하!!!
문무를 겸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인데 청산은 수필가로서 등단까지 했으니 武(칼- 골프???)는
이미 완성을 해서 下山한 상태고 이제 점차 文(붓-수필가)을 완성해 가는 단계이구만......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