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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입법계품(入法界品) 13
서문
그 마음 적정하여 삼매에 머물고
끝까지 청량하여 번뇌 없으며
일체 지혜의 원인 이미 닦았으면
이것이 깨달은 이의 해탈입니다.
모든 진실한 모양 잘 알고
그지없는 법계의 문에 들어가
중생을 제도하여 남김이 없으면
이것이 지혜등불 얻은 이의 해탈입니다.
중생의 진실한 성품 통달해
일체 모든 있다는 데 집착하지 않고
그림자처럼 마음의 물에 널리 비치면
이것이 바른 길 걷는 이의 해탈입니다.
세 세상 모든 부처님의
방편과 서원의 종자로부터 나서
모든 겁 모든 세계에 부지런히 수행하면
이것이 보현의 해탈입니다.
모든 법계의 문에 두루 들어가
시방의 세계바다 모두 다 보고
이뤄지고 무너지는 겁을 보아도
끝까지 분별하는 마음 없으며
법계의 모든 티끌 속마다
여래가 보리수 아래 앉아서
보리를 이루고 중생 교화함을 본다면
이것이 걸림 없는 눈 가진 이의 해탈입니다.
38, 개부일체수화주야신(開敷一切樹華主夜神)
- 제7 원행지(遠行地) 선지식 -
(1) 개부일체수화주야신을 뵙고 법을 묻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살의 매우 깊고 자유자재한 묘한 음성의 해탈문에 들어가서 수행이 증진하여 개부일체수화주야신에게 나아가서 보니, 그 주야신의 몸이 보배향나무로 지은 누각 안에서 묘한 보배로 만든 사자좌에 앉았는데 백만의 주야신이 함께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이 때에 선재동자가 그의 발에 예배하고 앞에 서서 합장하고 말하였습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일체 지혜를 얻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바라옵건대 자비하신 마음으로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십시오.”
강설 ; 개부일체수화주야신 선지식에게는 보살행을 배우는 것과 아울러 일체 지혜를 얻는 것에 대해서 질문하였다.
실은 보살행과 일체 지혜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모든 이치를 다 아는 일체 지혜가 있어야 진정한 보살행이 실행되고,
보살행을 한다는 것은 곧 일체 지혜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보살행은 다시 말하면 자비행으로서 자비와 지혜는 분리할 수 없다. 그래서 불교를 지혜와 자비의 종교라고 한다.
(2) 개부일체수화주야신이 법을 설하다
<1> 중생들을 안락하게 하는 행
주야신이 말하였습니다.
“선남자여, 저는 이 사바세계에서 해가 지고 연꽃이 오므리어 사람들이 놀며 구경하던 일을 마칠 적에, 여러 산이나 물이나 성이나 벌판 등지에 있던 여러 가지 중생들이 모두 마음을 내어 그들이 있던 데로 돌아가려는 이들을 보면 저가 가만히 보호하여 바른 길을 찾게 하며 그 처소에 가서 밤을 편안히 지내게 합니다.”
강설 ; 개부일체수화주야신이 스스로 하는 일을 밝혔는데
첫째 모든 중생들이 어두운 밤에 오고 가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잘 보살피고
각자의 처소에 돌아가서 편안하고 안락한 밤을 보내도록 하는 일이다.
<2> 중생들을 이익케 하는 행
“선남자여, 만약 어떤 중생이 한창 나이에 혈기가 충만하여 이성을 좋아하고 교만하고 방탕하여
다섯 가지 욕락을 마음껏 하거든, 저는 그에게 늙고 병들어 죽는 일을 보이어 두려운 생각을 내고 나쁜 짓을 버리게 합니다.”
강설 ; 먼저 중생들을 안락하게 하고, 다음은 중생들을 이익하게 하는 것이 개부일체수화주야신 선지식의 법이다.
사람으로서 한창 나이에 혈기가 충만하여 이성을 좋아하고 교만하고 방탕하여 오근(五根)으로 욕락을 마음껏 누리는 것이 결코 인생을 현명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이 찾아온다. 이 일에는 예고도 없다.
설사 예고가 있어도 미련한 중생들은 전혀 모른다. 생각하면 두렵기 그지없는 일이다. 결코 나쁜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다시 가지가지 착한 뿌리를 칭찬하여 닦아 익히게 하는데 인색한 이에게는 보시를 찬탄하고,
파계한 이에게는 청정한 계율을 칭찬하고, 화를 잘 내는 이에게는 큰 자비를 가르쳐 머물게 합니다.”
강설 ; 사람이 늙고 병들고 죽게 되면 누구나 다음 생으로 환생(還生)을 하게 되는데 이 생에서 쌓아 놓은 것은 그 어떤 것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못한다. 다만 이 생에서 지어 놓은 업력(業力)만 따라갈 뿐이다. 그것을 옛 조사는 “만반장불거(萬般將不去)요 유유업수신(唯有業隨身)이라”하였다. 그러므로 개부일체수화주야신 선지식은 가지가지 선근을 칭찬하여 닦아 익히도록 가르친 것이다.
“괴롭히고 해치려는 이에게는 인욕을 행하게 하며,
게으른 이에게는 정진하게 하고,
산란한 이에게는 선정을 닦게 하고,
나쁜 꾀를 가진 이에게는 반야를 배우게 하고,
소승(小乘)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대승(大乘)에 머물게 합니다.”
강설 ; 세상에서 정직하고 선량한 사람, 또는 선비나 군자를 불교에서는 보살이라 한다. 이 보살로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실천해야할 덕목을 불교에서는 육바라밀이라 한다. 이 육바라밀은 사람 사람들이 본래로 마음속에 모두 지니고 있는 것인데 그것을 드러내어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다.
“세 세계의 여러 길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보살의 서원바라밀다에 머물게 하며,
만일 중생이 복과 지혜가 미약하여 여러 가지 번뇌와 업의 핍박으로 장애가 많은 이에게는 보살의 힘 바라밀다에 머물게 합니다.”
“만일 중생의 마음이 어두워 지혜가 없으면 보살의 지혜바라밀다에 머물게 합니다.
선남자여, 저는 이미 보살의 큰 기쁨을 내는 광명의 해탈문을 성취하였습니다.”
강설 ; 보살행의 근본 덕목으로 육바라밀이다.
그러나 화엄경에서는 10바라밀을 강조한다. 다시 더 사무량심(四無量心)과 사섭법(四攝法)까지 행하기를 가르친다.
(3) 해탈문의 작용을 밝히다
<1> 해탈문의 작용의 까닭을 밝히다
선재동자가 말하였습니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문의 경계가 어떠합니까?”
주야신이 말하였습니다.
“선남자여, 이 해탈에 들어가면 능히 여래께서 중생들을 두루 거두어 주는 교묘한 방편 지혜를 압니다.”
강설 ; 선지식들이 얻은 법을 해탈문이라 하는데 선재동자는 법을 물을 때 반드시 그 해탈문의 경계가 어떤 것인가를 질문하고,
다시 이어서 그 해탈문을 언제부터 얻었는가를 질문한다. 먼저 그 경계는 ‘능히 여래께서 중생들을 두루 거두어 주는 교묘한
방편 지혜를 아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에는 여래께서 어떻게 중생들을 두루 거두어 주는 가를 낱낱이 밝혔다.
“어떤 것이 두루 거두어 주는 것인가 하면,
선남자여, 모든 중생이 받는 여러 가지 낙(樂)은 모두 여래의 위덕(威德)의 힘인 연고며,
여래의 가르침을 순종하는 연고며, 여래의 말씀을 실행하는 연고며,
여래의 행을 배우는 연고며, 여래의 보호하는 힘을 얻은 연고입니다.”
“여래의 인가하는 도(道)를 닦는 연고며,
여래의 행하던 착한 일을 심는 연고며,
여래의 말씀한 법을 의지하는 연고며,
여래의 지혜의 햇빛으로 비추는 연고며,
여래의 성품이 청정한 업의 힘으로 거두어 주시는 연고입니다.”
“어떻게 그런 줄을 아는가 하면,
선남자여, 저가 이 큰 기쁨을 내는 광명의 해탈에 들어가서 비로자나 여래 응공 정등각께서
과거에 닦으시던 보살의 수행바다를 기억하여 모두 다 분명하게 보았습니다.”
강설 ; 개부일체수화주야신 선지식이 얻은 해탈문의 경계는 ‘능히 여래께서 중생들을 두루 거두어 주는 교묘한 방편 지혜를 아는 것’이라하고 설명하기를, 모든 중생이 받는 여러 가지 낙(樂)은 모두 여래의 위덕(威德)의 힘인 연고며, 여래의 가르침을 순종하는 연고며, 여래의 말씀을 실행하는 연고 등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여래란 무엇인가. 진리 그 자체며, 중생이며, 중생의 마음이며, 진리를 구체적으로 체현한 인격적 부처님까지를 다 포함하고 있다. 화엄경을 푸는 제일 열쇠는 언제나
‘마음과 부처님과 중생은 차별이 없는 동일한 하나[心佛及中生 是三無差別]’이기 때문이다.
<2> 해탈문의 작용을 널리 나타내다
1) 발심(發心)을 설하다
“선남자여, 세존께서 옛적에 보살로 계실 때에 일체 중생들이 ‘나’와 ‘나의 것’에 집착하여 무명(無明)의 어두운 밤에 머물며,
여러 가지 소견의 숲속에 들어가서 탐애에 얽매이고, 성내는 데 깨어지고, 어리석은 데 어지럽혀지고, 미워하는 데 얽히어서, 나고 죽는 데 윤회하고, 빈궁한 데서 피곤하고 괴로워서 모든 부처님이나 보살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을 보시었습니다.”
강설 ; 이제 개부일체수화주야신 선지식이 얻은 해탈문의 작용을 널리 나타내어 설한다. 먼저 세존의 옛 이야기를 들어서 이야기 한다. 세존께서 옛적에 보살로 계실 때에 일체 중생들이 ‘나’와 ‘나의 것’에 집착하여 무명의 어두운 밤에 머물며, 여러 가지 소견의 숲속에 들어가서 탐애에 얽매인 것 등을 보고는 가지가지 수승한 마음을 일으켰던 것을 밝혔다.
“이와 같은 것을 보시고는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어 중생을 이익케 하였으니,
이른바 모든 보배로 된 생활도구를 얻어 중생들을 거두어 주기를 원하는 마음과
모든 중생들이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족하여 모자람이 없게 하려는 마음을 내었습니다.”
강설 ; 세존께서 옛적에 보살로 계실 때에 일체 중생들이 ‘나’와 ‘나의 것’에 집착하여 무명의 어두운 밤에 머물며,
여러 가지 소견의 숲속에 들어가서 탐애하고, 성내고, 어리석고, 남을 미워하여 생사에 윤회하고, 빈궁한 데서 피곤하고
괴로워서 부처님이나 보살들을 만나지 못하게 된 것을 보고는 크게 불쌍한 마음을 내어 중생들을 여러 가지로 이익하게
하였음을 밝혔다. 대체로 중생들은 무지몽매하다. 그러므로 성인들이 세상에 출현하여 그 무지몽매한 중생들을 가르쳐서
이만치라도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성인들의 가르침을 만나지 못한 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늘 한결 같다.
일체 여러 가지 일에 집착을 여의게 하려는 마음과 모든 경계에 물들고 탐내지 않으려는 마음과 모든 것을 아끼지 않으려는 마음과 모든 과보에 희망하지 않는 마음과 모든 영화에 부러워하지 않는 마음과 모든 인연에 미혹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내었습니다.”
“또한 진실한 법의 성품을 관찰하려는 마음을 내고, 모든 중생을 구호하려는 마음을 내고,
모든 법의 소용돌이에 깊이 들어가려는 마음을 내고, 모든 중생에 대하여 평등한 데 머물려는 크게 인자한 마음을 내었습니다.”
“모든 중생에게 방편을 행하려는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고, 큰 법의 일산(日傘)이 되어 중생을 두루 덮으려는 마음을 내고, 큰 지혜의 금강저(金剛杵)로 모든 중생의 번뇌의 산을 깨뜨리려는 마음을 내고, 모든 중생의 기쁨을 증장케 하려는 마음을 내었습니다.”
“모든 중생을 끝까지 안락케 하려는 마음을 내고, 중생의 욕망을 따라 모든 보배를 비 내리려는 마음을 내고,
평등한 방편으로 모든 중생을 성숙케 하려는 마음을 내고,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성스러운 재물을 만족케 하려는 마음을 내고, 모든 중생들이 구경에 모두 열 가지 힘의 지혜열매를 얻게 하려는 마음을 내었습니다.”
강설 ; 성인들이 무지몽매한 중생들을 위하여 일으킬 수 있는 수승한 마음들을 빠짐없이 밝혔다.
이와 같은 마음이 곧 부처님의 마음이요 보살의 마음이다. 우리가 이 화엄경을 공부하는 것도
곧 이와 같이 중생들을 위하는 마음을 일으키기 위함이다. 그래서 모든 중생들이 구경에는
모두 열 가지 힘의 지혜열매를 얻게 하려는 마음을 내게 되었다고 하였다.
열 가지 힘의 지혜열매란 곧 부처님의 능력을 표현할 때 자주 등장하는 십력(十力)이다.
다시 복습하면, 열 가지 힘,즉 십력(十力)이란 범어로는 daśa-bala이다. 부처님께만 있는 열 가지 심력(心力)으로서
① 중생의 옳은 곳과 그른 곳을 아는 지혜의 힘[처비처지력(處非處智力)]이며,
② 과거 미래 현재에 업으로 받는 과보를 아는 지혜의 힘[업이숙지력(業異熟智力)]이며,
③ 모든 선정과 해탈과 삼매와 때 묻고 깨끗함이 일어나는 때와 때 아님을 아는
지혜의 힘[정려해탈등지등지지력(靜慮解脫等持等至智力)이며,
④ 모든 근성이 영리하고 둔함을 아는 지혜의 힘[근상하지력(根上下智力)이며,
⑤ 가지가지 이해를 아는 지혜의 힘[종종승해지력(種種勝解智力)]이며,
⑥ 갖가지 경계를 아는 지혜의 힘[종종계지력(種種界智力)]이며,
⑦ 온갖 곳에 이르러 갈 길을 아는 지혜의 힘[변취행지력(遍趣行智力)]이며,
⑧ 일체 세계에서 지난 세상에 머물던 일을 기억함에 따라 아는 지혜의 힘[숙주수념지력(宿住隨念智力)]이며,
⑨ 죽은 뒤에 어디에 태어나는가를 아는 지혜의 힘[사생지력(死生智力)이며,
⑩ 누진통의 지혜의 힘[누진지력(漏盡智力)]이다.
2) 중생을 이익하게 하는 행을 일으킴을 설하다
“이와 같은 마음을 내고는 보살의 힘을 얻고 큰 신통변화를 나타내며, 법계와 허공계에 두루하여 모든 중생들의 앞에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비처럼 내리어 그들의 욕망대로 뜻에 만족하여 모두 다 환희케 하며, 후회하지도 않고
인색하지도 아니하여 사이도 없고 끊어짐도 없었습니다.”
강설 ; 중생들을 위하는 수승한 마음을 일으키고는 다시 구체적으로 중생들을 이익하게 하는 행을 밝혔다.
중생들에게는 무엇보다 먼저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넉넉하게 베푸는 일이 중요함을 설하였다.
“이러한 방편으로 중생을 두루 거두어 교화하고 성숙케 하여 모두 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면서도 그 갚음을 바라지 아니하며, 여러 중생의 마음 보배를 청정하게 다스려서 그들로 하여금 일체 모든 부처님과 같은 착한 뿌리를 일으키게 하며 일체 지혜와 복덕의 큰 바다를 증장하게 하였습니다.”
강설 ; 중생들에게 먼저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넉넉하게 베풀고 나서는 그것을 방편으로 삼아 널리 가르치고
성숙시킨다. 나아가서는 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나게도 한다. 또한 마음의 이치를 잘 다스리게 하여 모든 부처님과
같은 선근을 일으키게 하고, 일체 지혜와 복덕의 큰 바다를 증장하게 한다. 이것이 모든 보살들이 하는 일이고,
모든 불자들이 하는 일이고, 좀 더 사람다운 사람이 하는 일이다. 어찌 세존께서 옛적에 보살로 계실 적에만 한 일이겠는가.
“보살이 이와 같이 잠깐 잠깐에 모든 중생을 성숙케 하며,
잠깐 잠깐에 모든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장엄하며,
잠깐 잠깐에 모든 법계에 두루 들어가며,
잠깐 잠깐에 허공계에 두루 가득하였습니다.”
강설 ; 불교가 하는 일은 한마디로 성숙중생(成熟衆生)과 엄정국토(嚴淨國土)라고 할 수 있다. 즉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격을 완성시키고, 나아가서 온 사회와 국가와 전 세계 사람들을 정직하고 선량하게 하여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드는 일이다.
“잠깐 잠깐에 모든 세 세상에 두루 들어가며,
잠깐 잠깐에 일체 모든 중생의 지혜를 성취하고 조복시키며,
잠깐 잠깐에 온갖 법륜을 항상 굴리며,
잠깐 잠깐에 항상 일체 지혜의 도(道)로써 중생을 이익하게 하였습니다.”
“잠깐 잠깐에 널리 모든 세계의 갖가지로
차별한 중생의 앞에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모든 부처님의 등정각을 이루심을 나타내며,
잠깐 잠깐에 널리 모든 세계의 일체 모든 겁에서
보살의 행을 닦아 두 생각을 내지 아니합니다.”
강설 ; 보살이 상구보리(上求菩提)하고 하화중생(下化衆生)하는 일은 어느 한 순간만 행해지는 일이 아니다.
한 순간에서부터 세계가 끝나고 중생계가 끝날 때까지 영원히 계속되어야 하는 일이다.
“이른바 모든 광대한 세계해의 모든 세계종 가운데 있는 갖가지 경계가 된 모든 세계와 갖가지로 장엄한 세계와
갖가지의 자체성품으로 된 세계와 갖가지의 형상으로 된 세계와 갖가지 널려 있는 모든 세계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혹 어떤 세계는 더러우면서 깨끗함을 겸하였고,
혹 어떤 세계는 깨끗하면서 더러움을 겸하였고,
혹 어떤 세계는 한결 같이 더럽기만 하고,
혹 어떤 세계는 한결 같이 깨끗하기만 하며,
혹은 작기도 하고, 크기도 하고, 굵기도 하고, 가늘기도 하며,
혹은 바르고,
혹은 기울고,
혹은 엎어지고,
혹은 잦혀졌습니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세계 중에서 잠깐 잠깐에 모든 보살들의 행을 행하고,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고, 보살의 힘을 나타내며,
또한 세 세상 모든 부처님의 몸을 나타내고,
중생의 마음을 따라 모두 알고 보게 합니다.”
강설 ; 세존께서 과거 보살로 계실 때의 일을 계속하여 밝히고 있다. 세계는 넓고 세월은 길다.
세계가 어떻게 생겼든 그 넓고 긴 세월에 중생을 교화하고 성숙케 하려는 보살의 보살행은 끝이 없이 펼쳐진다.
이 모두가 중생들을 이익하게 하려는 행을 일으키게 된 것을 밝힌 내용이다.
“선남자여, 비로자나여래께서 지나간 옛날 이와 같이 보살의 행을 닦을 적에
모든 중생들이 공덕을 닦지 않고서 지혜가 없으며,
‘나’와 ‘나의 것’에 집착하며, 무명에 가려서 바르게 생각하지 않고 온갖 삿된 소견에 들어가며,
원인과 결과를 알지 못하고, 번뇌의 업을 따르다가 생사의 험악한 구렁에 빠져서
갖가지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는 것을 보고는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어 온갖 바라밀다행을 갖추어 닦았습니다.”
강설 ; 보살이 대자대비를 갖춘 진정한 보살이 된 것은 모두가 중생들이 어리석어서 공덕을 닦지 않고 ‘나’와 ‘나의 것’에
집착하며, 무명에 가려서 바르게 생각하지 않고 온갖 삿된 소견에 들어가며, 원인과 결과의 법칙을 알지 못하고 온갖
악을 짓는 것을 보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인한 것이다. 모든 중생들이 처음부터 정직하고 선량하게 잘 산다면
보살은 보살행을 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견고하고 착한 뿌리를 일컬어 찬탄하며,
그들로 하여금 편안히 머물게 하여 생사와 빈궁한 고통을
멀리 여의고 복덕과 지혜와 도를 돕는 법을 부지런히 닦게 하였습니다.”
“갖가지 모든 인과(因果)의 문을 말하며 업과 과보가 서로 위반하지 않음을 말하며,
법을 증득하여 들어갈 곳을 말하며, 모든 중생의 욕망과 이해함을 말하며,
여러 가지로 태어날 국토를 말하며, 그들로 하여금 모든 부처님의 종자를 끊지 않게 하며,
그들로 하여금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호하게 하며, 그들로 하여금 모든 나쁜 짓을 버리게 하였습니다.”
강설 ; 많은 설법 가운데 “갖가지 모든 인과(因果)의 문을 말하며, 업과 과보가 서로 위반하지 않음을 말한다.”는 것을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수많은 불교의 교법 중에도 이 인과의 법칙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르침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온갖 악을 지어 세상이 이처럼 험악하게 된 것은 모두가 인과의 법칙을 모르고, 혹 들어서 알고 있더라도 믿지를 않고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일체 지혜에 나아가는 도를 돕는 법을 칭찬하여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환희한 마음을 내게 하며,
법보시를 행하여 모든 이들을 두루 거두어주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일체 지혜의 행을 일으키게 하며,
그들로 하여금 모든 큰 보살의 바라밀다의 도를 닦아 배우게 하였습니다.”
“그들로 하여금 일체 지혜를 이루는 모든 착한 뿌리바다를 증장케 하며,
모든 거룩한 재물을 만족케 하며, 부처님의 자유자재한 문에 들어가게 하며,
한량없는 방편을 거두어 가지게 하며, 여래의 위엄과 공덕을 살펴보게 하며,
보살의 지혜에 편안히 머물게 하였습니다.”
강설 ; “법보시(法布施)를 행하여 모든 이들을 두루 거두어주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일체 지혜의 행을 일으키게 한다.”라고 하였다. 불교가 자랑하는 진리를 깨달은 깨달음의 지혜를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전하여 진리 속으로 모든 이들을 거두어 드릴 수 있게 하는 일은 법보시 뿐이다. 법보시는 법공양이라고도 한다. 널리 법을 공양하여 세상을 가르치고 깨우치는 일이 불교가 하는 일이다. 위와 같은 내용들이 곧 개부일체수화주야신이 얻은 해탈의 경계이다.
(4) 법의 근본이 깊고 깊음을 설하다
<1> 깊어서 알기 어려움을 찬탄하다
선재동자가 말하였습니다.
“거룩하신 이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신 지는 얼마나 오래되었습니까?”
주야신이 대답하였습니다.
“선남자여, 이것은 믿기 어렵고, 알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렵고,
들어가기 어렵고,
말하기 어려워서 모든 세간에서나 이승(二乘)들도 다 알 수 없습니다.”
강설 ; 보리심을 발한다는 것은 모든 시간을 초월하고 모든 공간을 초월한 경지이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의 관념에 메여있는 세상 사람들이나 이승들로서는 믿기 어렵고 알기 어렵다. 다만 시간과 공관의 관념을 초월한 사람이라야 능히 알 수 있는 경지이다.
“오직 모든 부처님들의 신통한 힘으로 보호하시고 선지식이 거두어 주어 수승한 공덕을 모아서
욕망과 좋아함이 청정하여져서 용렬한 마음이 없고 물든 마음이 없고 왜곡한 마음이 없으며,
널리 비추는 지혜광명의 마음을 얻고,
모든 중생들을 두루 요익하게 하려는 마음과
모든 번뇌와 여러 마(魔)가 깨뜨릴 수 없는 마음을 내고,
일체 지혜를 반드시 성취하려는 마음과
모든 생사의 낙(樂)을 좋아하지 않는 마음을 일으키며,
일체 모든 부처님의 묘한 낙을 능히 구하고,
일체 중생의 괴로움을 능히 멸하고,
모든 부처님의 공덕바다를 능히 닦고,
일체 모든 법의 참된 성품을 능히 관찰하고,
모든 청정한 믿음과 이해를 능히 갖추고,
모든 생사의 흐름을 능히 초월하며,
모든 여래의 지혜바다에 능히 들어가며,
능히 위없는 법의 성(城)에 결정코 이르며,
여래의 경계에 능히 용맹하게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의 지위에 빨리 나아가며,
일체 지혜의 힘을 능히 성취하며,
능히 열 가지 힘에 이미 구경(究竟)을 얻는 이와 같은 사람이라야
이것을 능히 지니며 능히 들어가고 능히 통달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여래의 지혜 경계이므로
모든 보살들도 오히려 알지 못하거든 하물며 다른 중생이겠습니까.”
강설 ; 선재동자는 개부일체수화주야신 선지식에게 보리심을 발한지가 얼마나 오래 되었는가를 물었다. 그러자 선지식은 “이것은 믿기 어렵고, 알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렵고, 들어가기 어렵고, 말하기 어려워서 모든 세간에서나 이승들도 다 알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그것을 알 수 있는 이들의 경계를 하나하나 나열하였다. 궁극에는 일체 지혜의 힘을 능히 성취하며, 능히 열 가지 힘에 이미 구경(究竟)을 얻는 이와 같은 사람이라야 이것을 능히 지니며 능히 들어가고 능히 통달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저가 이제 부처님의 위신력으로써 조화롭고 순수하여 교화할만한 중생으로 하여금 뜻을 빨리 청정케 하며,
착한 뿌리를 닦은 중생으로 하여금 마음이 자유자재하게 하기 위하여 그대의 물음을 따라 그대를 위해 설할 것입니다.”
강설 ; 개부일체수화주야신 선지식이 보리심을 발한 시간은 지극히 오래고 오래여서 알기 어렵지만 교화할만한 중생들과 선근을 닦은 중생들을 위해서 선재동자의 질문을 따라서 설명하리라고 하였다. 아무리 법이 높고 뜻이 깊어도 그 법문을 들을만한 사람에게는 설해주어야 한다. 자칫 근기와 수준이 안 되는 사람에게 법을 설하면 법을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들을만한 사람에게 법을 설하지 아니하면 사람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2> 게송을 설하여 거듭 밝히다
그 때에 개부일체수화주야신이 이 뜻을 거듭 밝히려고 세 세상
여래의 경계를 관찰하고 게송으로 설하였습니다.
불자여, 그대가 물은깊고 깊은 부처님 경계는
헤아릴 수 없는 오랜 겁 동안말하여도 다할 수 없습니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교만과 의혹에 가리어진
이와 같은 중생들이 알 수 있는부처님의 묘한 법이 아니랍니다.
간탐과 질투와아첨과 속이는 흐린 마음이나
번뇌와 업에 가리어진 이의
알 수 있는 부처님의 경계도 아니랍니다.
오온과 십이처와 십팔계에 집착하거나
몸이 있다고 헤아리는소견이 뒤바뀐 이의
알 수 있는 부처님의 깨달음도 아니랍니다.
부처님의 경계는 적정하고성품은 청정하여 분별을 여의었으니
있다고 집착하는 이로는이 법의 성품을 알 수가 없습니다.
강설 ; 개부일체수화주야신 선지식이 게송으로 먼저
부처님의 깊고 깊은 경계를 알 수 없는 이들에 대해서 설하였다.
위에서 열거한 이들은 모두 알 수 없음을 들었고,
아래에 열거하는 이들은 모두 알 수 있는 경계임을 밝혔다.
부처님의 가문에 태어나서부처님의 수호를 받으며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가지는 이만이지혜의 눈으로 보는 경계입니다.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고희고 깨끗한 법을 좋아하며
부처님의 힘을 부지런히 구하는 이는이 법문 듣고 기뻐할 것입니다.
마음이 청정하고 분별이 없는 것이마치 허공과 같아
지혜의 등불로 어둠을 깨뜨리면이것이 그들의 경계입니다.
크게 자비한 마음으로모든 세간을 두루 덮어
온갖 것에 평등하면이것이 그들의 경계입니다.
기쁜 마음 집착이 없어온갖 것을 모두 버리고
중생에게 평등하게 보시하면이것이 그들의 경계입니다.
청정한 마음으로 나쁜 일 여의고끝까지 후회함이 없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행하는이것이 그들의 경계입니다.
모든 법의 성품과모든 업의 씨를 알고
그 마음 흔들리지 않으면이것이 그들의 경계입니다.
용맹하게 꾸준히 노력하고편안한 마음 물러가지 않아
일체 지혜 부지런히 닦으면이것이 그들의 경계입니다.
강설 ; 개부일체수화주야신 선지식이 얻은 해탈의 경계를
알 수 없는 이들과 알 수 있는 이들을 들어 그 경계의
깊고 깊음을 거듭 밝혔다. 지금까지는 오언(五言) 게송으로 설하였고,
아래에는 또 칠언(七言) 게송으로 해탈의 경계를 따로 밝혔다.
그 마음 적정하여 삼매에 머물고끝까지 청량하여 번뇌 없으며
일체 지혜의 원인 이미 닦았으면이것이 깨달은 이의 해탈입니다.
모든 진실한 모양 잘 알고그지없는 법계의 문에 들어가
중생을 제도하여 남김이 없으면이것이 지혜등불 얻은 이의 해탈입니다.
중생의 진실한 성품 통달해일체 모든 있다는 데 집착하지 않고
그림자처럼 마음의 물에 널리 비치면이것이 바른 길 걷는 이의 해탈입니다.
세 세상 모든 부처님의방편과 서원의 종자로부터 나서
모든 겁 모든 세계에 부지런히 수행하면이것이 보현의 해탈입니다.
모든 법계의 문에 두루 들어가시방의 세계바다 모두 다 보고
이뤄지고 무너지는 겁을 보아도끝까지 분별하는 마음 없으며
법계의 모든 티끌 속마다여래가 보리수 아래 앉아서
보리를 이루고 중생 교화함을 본다면이것이 걸림 없는 눈 가진 이의 해탈입니다.
그대는 한량없는 겁의 바다에서선지식을 친근하여 공양하였고
중생을 이익케 하려 바른 법 구하니듣고 나서 기억하고 잊지 않으리.
비로자나의 광대한 경계가한량없고 그지없어 불가사의하지만
저는 부처님의 힘을 입어 그대에게 설하니그대의 깊은 마음 더욱 청정하도다.
강설 ; 개부일체수화주야신 선지식이 얻은
해탈의 경계를 칠언 게송으로 아름답게 설하고,
다시 선재동자가 구법행각을 하면서 한량없는
겁의 바다에서 선지식을 친근하여 공양하였고,
중생을 이익케 하려고
바른 법을 구하는 것에 대해서 찬탄하였다.
(5) 옛적 부처님의 일을 말하다
<1> 발심한 인연에 대하여 말하다
“선남자여, 지나간 옛적 세계해의 미진수겁 전에 한 세계해가 있었으니 이름은 ‘넓은 광명진금마니산’이요,
그 세계해 가운데 부처님이 출현하시었으니,
이름이 ‘보조법계지혜산적정위덕왕(普照法界智慧山寂靜威德王)’이시었습니다.”
“선남자여, 그 부처님이 예전 보살행을 닦을 적에
그 세계해를 깨끗이 하였는데,
그 세계해 가운데 세계의 미진수 세계종이 있고,
낱낱 세계종마다 세계의 미진수 세계가 있으며,
낱낱 세계마다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며,
낱낱 여래께서 세계해 미진수 경(經)을 말씀하시고,
낱낱 경에서 세계의 미진수 보살들에게 수기를 주시며
갖가지 신통한 힘을 나타내고, 갖가지 법문을 설하여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였습니다.”
<2> 본생(本生)의 시간과 장소
“선남자여, 저 넓은 광명진금마니산세계해 가운데 한 세계종이 있으니 이름은 ‘두루 장엄한 당기(幢旗)’요,
그 세계종 가운데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모든 보배 빛 넓은 광명’이었습니다.”
강설 ; 본생(本生)이란 본생설(本生說), 또는 본생담(本生譚)이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부처님들이나 여러 사람의 전생에 관한 이야기를 본생설이라 하고, 특히 석가세존의 전세에 관한 이야기를 뜻한다. 화엄경에는 석가세존뿐만 아니라 수많은 부처님과 보살들과 선지식들과 그 주변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과거생에 관한 이야기들이 설해져 있다.
“모든 화신(化身) 부처님의 그림자를 나타내는 마니왕으로 자체가 되고 형상은 하늘성(城)과 같으며, 모든 여래 도량의 영상을 나타내는 마니왕으로 밑바닥이 되어 모든 보배 꽃 바다 위에 있으니 깨끗하고 더러움이 함께 섞이었으며, 이 세계에 수미산의 미진수 사천하가 있고, 한 사천하가 그 중앙에 있으니 이름이 ‘온갖 보배산당기’였습니다.
“그 사천하마다 넓이와 길이가 십만 유순이며, 낱낱 사천하에 각각 일만의 큰 성이 있고,
그 염부제에 한 왕도가 있으니 이름이 ‘견고하고 묘한 보배장엄구름등불’인데 일만의 큰 성들이 두루 둘러 있었습니다.”
<3> 발심의 수승한 인연
“그 염부제 사람의 수명이 일만 세 때에
왕이 있었으니 이름이
‘모든 법 음성 원만한 일산(日傘)’이요,
5백 대신과 6만 채녀와 7백 왕자가 있는데
그 모든 왕자들은 모든 용모가 단정하고
용맹하여 큰 위력(威力)이 있었습니다.”
“그 때에 그 왕의 위덕이 염부제에 널리 퍼져서 원수와 적이 없었습니다.
그 때의 그 세계에서 겁이 다하려 할 적에 다섯 가지 흐린 것[五濁]이 생기어
사람들의 수명은 짧아지고 재물은 모자라고 형상은 비루하고 고통은 많고 낙은 적었습니다.”
강설 ; 다섯 가지 흐린 것[五濁]을 오탁(五濁)이라 한다.
또는 오재(五滓)ㆍ오혼(五渾)이라 하는데 나쁜 세상에 대한 5종의 더러움이다.
(1) 겁탁(劫濁)은 사람의 수명이 차제로 감하여 30ㆍ20ㆍ10세로 됨을 따라,
각기 기근(饑饉)ㆍ질병(疾病)ㆍ전쟁(戰爭)이일어나 흐려짐을 따라 입는 재액을 말한다.
(2) 견탁(見濁)은 말법(末法)시대에 이르러 사견(邪見)ㆍ사법(邪法)이 다투어 일어나 부정한 사상의 탁함이 넘쳐흐른다.
(3) 번뇌탁(煩惱濁)은 또는 혹탁(惑濁)이라 하는데 사람의 마음이 번뇌에 가득하여 흐려짐을 말한다.
(4) 중생탁(衆生濁)은 또는 유정탁(有情濁)이라 하는데 사람이 악한 행위만을 행하여 인륜 도덕을 돌아보지 않고,
나쁜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5) 명탁(命濁)은 또는 수탁(壽濁)이라 하는데 인간의 수명이 차례로 단축하는 것을 말한다.
“또 열 가지 착한 일[十善]은 닦지 않고 나쁜 업만 지으며,
서로 다투고 서로 헐뜯으며 다른 이의 권속을 떠나게 하고 남의 영화를 질투하며,
생각대로 소견을 내고 법답지 못하게 탐심을 내었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풍우가 고르지 못하고 곡식이 풍년들지 않으며,
동산에 풀과 나무가 타죽고 백성들은 궁핍하여 질병이 많아서 사방으로 흩어져 다니며 의지할 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두 왕도가 있는 큰 성으로 와서
한량없고 그지없는 여러 천 만억 겹을 둘러싸고,
사방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혹 손을 들기도 하고,
혹 합장하기도 하며,
혹 머리를 땅에 조아리기도 하고,
혹 손으로 가슴을 두들기기도 하며,
혹 무릎을 꿇고 부르짖기도 하고,
혹 몸을 솟구치며 외치기도 하며,
머리를 풀어헤치고 옷은 남루하며,
살갗이 터지고 얼굴과 눈에는 빛이 없는
이들이 임금을 향하여 하소연 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대왕이시여, 저희들은 지금 빈궁하고 외롭고 굶주리고 헐벗고 병들고 쇠약하여 여러 가지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목숨이 오래가지 못하지만 의지할 데도 없고 구해줄 이도 없으며, 이런 하소연을 할 데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이제 대왕을 바라고 왔습니다.’”
“‘저희들이 보기에는 대왕께서는 매우 인자하시고 매우 슬기로우시어 저희들은 안락을 얻으리란 생각과 사랑을 받으리란 생각과 살려주시리라는 생각과 거두어 주시리란 생각과 보배창고를 얻었다는 생각과 나루를 만났다는 생각과 바른 길을 찾았다는 생각과 뗏목을 만났다는 생각과 보물섬을 보았다는 생각과 금은보화를 얻으리란 생각과 천궁에 올랐다는 생각을 내었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4> 보살행 일으킴을 밝히다
“그 때에 대왕은 이 말을 듣고는 백만 아승지 크게 가엾이
여기는 문을 얻어 한결같은 마음으로 생각하며,
열 가지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말을 하였습니다.”
“그 열 가지란 무엇인가하면,
이른바 애석하다. 중생이여,
바닥 모를 생사의 구렁에 빠졌으니,
내가 마땅히 어떻게라도 빨리 건져내어
그들로 하여금 일체 지혜의 땅에 머물게 하리라.”
강설 ; 대왕보살이 불쌍한 중생들을 보고 무수한 크게 가엾이 여기는 문을 얻어 열 가지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말을 하였다.
이것이 대왕이 보살행을 일으키는 일이다. 중생이 생사의 구렁에 빠져있는 것을 보고 빨리 건져내어 일체 지혜의 땅에 머물게 한다는 뜻은 무엇인가. 생사해탈, 또는 생사초월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주 생사가 없는 세계에 가는 것이 아니라 생사를 무수히 받아가며 태어나고 죽고, 또 태어나더라도 생사를 달게 받아드려서 생사가 마음에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 지혜의 경지에 있음을 말한다.
“애석하다. 중생이여,
모든 번뇌의 핍박한 바가 되었으니
내가 마땅히 어떻게라도 구제하여
그들로 하여금 온갖 착한 업에 편안히 머물게 하리라.”
“애석하다. 중생이여,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데 떨고 있으니,
내가 마땅히 어떻게라도 의지할 데가 되어
그들로 하여금 영원히 몸과 마음이 편안함을 얻게 하리라.”
“애석하다. 중생이여,
항상 세상의 온갖 공포 속에서 시달리니,
내가 마땅히 어떻게라도 도와주어 그들로
하여금 일체 지혜의 길에 머물게 하리라.”
“애석하다. 중생이여,
지혜의 눈이 없어 항상 내 몸이라는 소견의 의혹에 덮이었으니,
내가 마땅히 어떻게라도 방편을 지어 그들로 하여금 의혹의 소견과
눈에 가린 막을 걷어내 주리라.”
“애석하다. 중생이여, 항상 어리석음에 미혹되었으니,
내가 마땅히 어떻게라도 밝은 횃불이 되어 그들로 하여금 일체 지혜의 성을 비추어 보게 하리라.”
“애석하다. 중생이여, 항상 아끼고 질투하고 아첨하는 데 흐리어졌으니,
내가 마땅히 어떻게라도 열어보여서 그들로 하여금 청정한 법의 몸을 증득케 하리라.”
“애석하다. 중생이여, 생사(生死)의 큰 바다에 오랫동안 빠졌으니,
내가 마땅히 어떻게라도 널리 건져내어 그들로 하여금 보리(菩提)의 저 언덕에 오르게 하리라.”
“애석하다. 중생이여, 여러 감관이 억세어 조복시키기 어려우니,
내가 마땅히 어떻게라도 잘 다스려 그들로 하여금 모든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갖추게 하리라.”
“애석하다. 중생이여, 마치 맹인과 같아서 길을 보지 못하니,
내가 마땅히 어떻게라도 잘 인도하여 그들로 하여금 일체 지혜의 문에 들어가게 하리라.”
강설 ; 대왕보살이 보살행을 일으키면서 중생들을 애석하게 생각하여 맹서하는 열 가지 말이다. 대개가 일체 지혜의 문에 들게 하리라고 하였다. 중생들이 일체 지혜가 있으므로 어떤 문제든지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고는 북을 친 뒤 명령을 내려 ‘내가 지금 모든 중생에게 널리 보시하여 필요한 것을 모두 만족케 하리라.’하고 즉시 염부제에 있는 크고 작은 여러 성과 모든 마을에 선포하여 창고를 열고 갖가지 물품을 내어 네거리에 쌓아놓았습니다.”
“이른바 금과 은과 유리와 마니 따위의 보배와 의복과 음식과 꽃과 향과 영락과 궁전과 집과 평상과 방석들이 있으며, 큰 광명마니보배당기를 세웠으니 그 빛이 몸에 비치면 모두 편안해졌습니다.”
“또한 여러 가지 병에 필요한 약을 보시하며, 여러 가지 보배그릇에 여러 가지 보배를 담았으니,
금강그릇에는 갖가지 향을 담고, 보배 향 그릇에는 갖가지 옷을 담았으며,
연과 가마와 수레와 당기와 번기와 비단 일산 따위의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살림살이에 필요한 것들을
창고의 문을 열어놓고 보시하여 주었습니다.”
“또 여러 마을과 성시와 동산과 숲과 처자와 권속과 왕의 지위와 머리와 눈과 귀와 코와 입술과 혀와 치아와
손발과 가죽과 살과 염통과 콩팥과 간과 허파 따위의 몸속과 몸밖에 있는 것들을 다 능히 베풀어 주었습니다.”
강설 ; 보살대왕이 보살행을 일으키면서 열 가지 큰 서원의 말을 다 하고 나서 갖가지 보시를 행하여 중생들의 마음을 만족하게 하였다. 나라의 보물창고문을 열어 네거리에 보물을 쌓아놓고 무엇이든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다 베풀어 주었다. 심지어 처자와 권속과 왕의 지위와 머리와 눈과 귀와 코와 입술과 혀와 치아와 손발과 가죽과 살과 염통과 콩팥과 간과 허파 따위의 몸속과 몸밖에 있는 것들을 다 능히 베풀어 주었다. 중생들을 교화하고 제도하는데 있어서 일체를 널리 베푸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견고하고 묘한 보배로 장엄한 구름등불 성 동쪽에 문이 있으니 이름은 ‘마니산광명’이요,
그 문 밖에 보시하는 모임이 있으니, 땅이 넓고 청정하고 평탄하여 구렁이나 가시덤불이나 자갈 따위가 없고,
모두 아름다운 보배로 되었습니다.”
“여러 보배 꽃을 흩고 묘한 향을 풍겼으며, 여러 가지 보배 등을 켰으니 모든 향기구름이 허공에 가득하고,
한량없는 보배나무가 차례차례 줄을 지었으며, 한량없는 꽃 그물과 한량없는 향 그물이 그 위에 덮이고,
한량없는 백 천억 나유타 악기에서는 아름다운 음악이 항상 나오는데, 이와 같은 것들을 모두 묘한 보배로
장엄하였으니 모두 보살의 청정한 업으로 생긴 과보였습니다.”
“그 모임 가운데 사자좌를 놓았으니, 열 가지 보배가 바닥이 되고, 열 가지 보배로 난간이 되었으며,
열 가지 보배나무가 사방으로 둘러섰고, 금강보배바퀴가 그 밑을 받치었는데,
모든 보배로 용과 신(神)의 형상을 만들어 함께 받들게 하였고 갖가지 보물로 장엄하였습니다.”
“당기와 번기가 사이사이 벌였고, 여러 가지 그물이 위에 덮이고, 한량없는 보배 향에서는 향기구름이 나오고,
여러 가지 보배 옷이 곳곳에 깔려 있고, 백 천 가지 음악을 항상 연주하였습니다.”
“또 그 위에 보배일산을 받았는데 한량없는 보배불꽃광명을 항상 놓아서 염부단금처럼 찬란하고 깨끗하며,
보배그물을 덮고 영락을 드리우고, 마니보배로 된 띠가 두루 펴 있고, 갖가지 풍경에서는 항상 묘한 소리를 내어
모든 중생들에게 착한 업을 닦으라고 권하였습니다.”
강설 ; 보살대왕은 성의 동쪽에 보시를 하기 위한 장소를 마련하였는데 그 땅과 주변의 아름다운 장엄들을
낱낱이 밝혔다. 또 대왕이 앉을 사자좌의 장엄을 설명하였는데 그 장엄에서는 가지가지 풍경이 있고
그 풍경에서는 아름다운 소리가 나서 중생들에게 선한 업을 닦기를 권하였다.
“또한 그때 저 대왕이 사자좌에 앉았는데 얼굴이 단정하고 거룩한 모습이 구족하며,
빛이 찬란한 아름다운 보배로 관을 만들어 썼으니, 나라연 같은 몸을 해칠 수 없고 낱낱 손발이 모두 원만하였습니다.”
“성품이 너그럽고 어질어서 왕족에 태어났으며, 재물과 법에 자유자재하고 변재가 걸림이 없고
지혜가 통달하여 어진 정사(政事)로 나라를 다스리므로 명령을 어기는 이가 없었습니다.”
강설 ; 앞에서 설명한 사자좌에는 보살대왕이 앉아 있는 모습을 설명하였다.
대왕의 몸매와 성품을 설명하고 또 대왕은 재물과 법에 자유자재하고 변재가 걸림이 없고 지혜가
통달하여 어진 정사로 나라를 다스리므로 명령을 어기는 이가 없었다고 하였다. 오늘날 모든 나라의
임금이나 대통령들이 모두 이와 같은 위대한 분들이 되어 나라를 다스린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될까하는 꿈을 가져본다.
“그 때에 염부제에 한량없고 수없는 백 천만 억 나유타 중생들이 있는데,
갖가지 국토에서 갖가지 종족과 갖가지 형상과 갖가지 의복과 갖가지 말과 갖가지 욕망을 가진 이들이
이 모임에 모여와서 저 대왕을 우러러보면서 이렇게 말하기를, ‘이 대왕은 큰 지혜가 있는 이며,
복이 수미산 같은 이며, 공덕이 달 같은 이로서 보살의 서원에 머물러서 광대한 보시를 하십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강설 ; 한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 그와 같으므로 국민들의 칭송은 당연할 것이다. ‘이 대왕은 큰 지혜가 있는 이며,
복이 수미산 같은 이며, 공덕이 달 같은 이로서 보살의 서원에 머물러서 광대한 보시를 하십니다.’라고 하였다.
“이 때에 대왕은 저들이 와서 구걸함을 보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고, 환희한 마음을 내고, 존중하는 마음을 내고,
선지식이라는 마음을 내고, 광대한 마음을 내고, 서로 계속하는 마음을 내고, 정진하는 마음을 내고,
물러가지 않는 마음을 내고, 모든 것을 주려는 마음을 내고, 두루하는 마음을 내었습니다.”
“선남자여, 그 때에 저 대왕이 구걸하는 이들을 보고 크게 환희한 마음을 내는 것이 잠깐 동안이지마는
가령 도리천왕과 수야마천왕과 도솔천왕이 백 천억 나유타 겁 동안에 받을 쾌락으로도 미칠 수 없고,
선화천왕이 수없는 겁 동안에 받을 쾌락과 자재천왕이 한량없는 겁 동안에 받을 쾌락과 대범천왕의 그지없는 겁 동안
받을 범천의 쾌락과 광음천왕이 헤아릴 수 없는 겁 동안에 받을 천상의 낙(樂)과 변정천왕(遍淨天王)이 다함이 없는 겁
동안에 받을 천왕의 낙과 정거천왕(淨居天王)이 말할 수 없는 겁 동안에 고요한 데 머무를 낙으로도 미칠 수 없었습니다.”
“선남자여,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어질고 인자하고 효도하고 공순한 이로서 난리를 만나 부모, 처자, 형제,
자매와 멀리 헤어졌다가 홀연히 거친 벌판에서 서로 만나 반겨 붙들고 어루만지며 어쩔 줄을 모르듯이 그 때에
저 대왕이 와서 구걸하는 이들을 보고 기뻐함도 또한 그와 같았습니다.”
강설 ; 보살대왕은 자신에게 무엇이든 구걸하러 오는 사람을 만나면 세상에서 이보다 더 반갑고 기쁜 일은 없다. 우리나라에는 1950년 6월 25일에 한국전쟁이라는 전쟁이 벌어져서 지금까지도 휴전 중에 있다. 전쟁을 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었는데 이산가족상봉이라는 행사가 가끔 행해진다. 그때에 가족들이 만났을 때 서로 안고 눈물을 흘리며 그 반가움을 어찌할 바를 몰라 하듯이 보살대왕은 자신에게 구걸하러 오는 사람을 보고 그와 같이 대한다고 하였다. 아, 이 얼마나 놀랍고도 감동적인 말씀인가.
“선남자여, 그 대왕이 그 때에 선지식을 만나서 부처님의 보리를 이해하고 이루고자 함이
더욱 증장하며 모든 근기가 성취하고 믿음이 청정하며 환희함이 만족하였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이 보살이 여러 가지 행을 부지런히 닦아 일체 지혜를 구하며,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기를 원하고,
보리의 한량없는 낙을 얻기를 원하며, 일체 모든 착하지 못한 마음을 버리고, 모든 착한 뿌리를 모으기를 좋아하며,
항상 모든 중생을 구호하기를 원하고, 항상 살바야의 도(道)를 관찰하기를 좋아하며, 항상 일체 지혜의 법을 수행하기를 즐기고, 모든 중생의 소원을 만족케 하며, 모든 부처님의 공덕바다에 들어가서 모든 마(魔)의 업과 번뇌의 장애산 깨뜨리며, 모든 여래의 가르침을 따라서 일체 지혜의 걸림 없는 도를 행하였습니다.”
강설 ; 보살인 왕이 어찌하여 구걸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헤어졌던 부모형제를 만난 것과 같이 반가워하고 기뻐하는가. 보살은 오로지 여러 가지 행을 부지런히 닦아 일체 지혜를 구하는 생각뿐이며, 모든 중생들을 이익케 하기를 원하는 생각뿐이며, 깨달음의 한량없는 낙을 얻기를 원하는 생각뿐이며, 일체 모든 착하지 못한 마음을 버리고, 모든 착한 뿌리를 모으기를 좋아하는 생각뿐이기 때문이다.
“이미 능히 일체 지혜의 흐름에 깊이 들어갔으며, 모든 법의 흐름이 항상 앞에 나타나며,
큰 서원이 다함이 없어 대장부가 되었으며, 거룩한 이의 법에 머물러 여러 가지의 넓은 문 착한 일을 쌓아 모으며,
모든 집착을 여의어 일체 세간의 경계에 물들지 않으며, 모든 법의 성품이 마치 허공과 같음을 알고, 와서 구걸하는 이에게
외아들이라는 생각과 부모라는 생각과 복밭이라는 생각과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과 이익하고 은혜롭다는 생각과 견고한
생각과 스승이라는 생각과 부처님이라는 생각을 내었습니다.”
강설 ; 구걸하러 오는 사람을 어찌하여 그토록 반가워하고 기뻐하는가. 보살은 구걸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외아들이라는
생각과 부모라는 생각과 복의 밭이라는 생각과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과 이익하고 은혜롭다는 생각과 견고한 생각과
스승이라는 생각과 부처님이라는 생각을 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소도 가리지 않고, 종족의 류(類)도 택하지 않고, 형상을 가림이 없이 오는 이마다 그의 욕망대로 크게
인자한 마음으로 평등하여 걸림이 없으며 모든 것을 널리 보시하여 마 만족케 하였습니다.”
강설 ; 보살이 보시를 널리 행하는데 무엇을 가리고 차별하겠는가. 무차대회(無遮大會)라는 말도 있다.
어떤 사람도 막거나 차별하지 않으면서 널리 보시를 베푸는 법회이다. 보시는 당연히 그와 같이 해야 한다.
“음식을 구하는 이에게는 음식을 주고,
옷을 구하는 이에게는 옷을 주고,
향과 꽃을 구하는 이에게는 향과 꽃을 주고,
화만과 일산을 구하는 이에게는 화만과 일산을 주며,
당기(幢旗)와 번기(幡旗)와 영락과 궁전과 동산과 정원과 코끼리와 말과 수레와 평상과 보료와
금, 은, 마니, 보물과 창고에 쌓아둔 것과 권속과 도시와 마을들을 모두 다 이와 같이 중생들에게 보시하였습니다.”
<5> 주야신 선지식이 발심하던 옛 일을 밝히다
“그 때에 이 모임 가운데 한 장자의 딸이 있었으니 이름은 보광명(寶光明)이었습니다.
60명의 동녀들과 함께 있었는데 단정하고 아름다워 사람들이 기뻐하니, 살갗은 금빛이고,
눈과 머리카락은 검푸르고, 몸에서는 아름다운 향기가 나고, 입으로는 범천의 음성을 말하며,
훌륭한 보배 옷으로 장엄하였습니다.”
강설 ; 대왕이 널리 보시를 행하는 모임 가운데 장자의 딸로서 보광명이라는 동녀가 있었다. 60명의 동녀들과 함께 있었으며,
그가 아름답고 잘 생기고 덕이 있음을 밝혔는데 그는 다름 아닌 개부일체수화주야신 선지식의 과거생의 전신인 것이다.
“항상 수줍은 모습을 품고 바른 생각이 산란하지 않으며,
위의를 갖추고 어른을 공경하며,
항상 깊고 묘한 행을 따르기를 생각하여 한 번 들은 법을 늘 기억하고 잊지 않으며,
전생에 심은 착한 뿌리가 마음을 윤택하게 하여 청정하고 광대하기가 마치 허공과 같아서
중생들을 평등하게 안주하게 하며 모든 부처님을 항상 친견하고 일체 지혜를 구하였습니다.”
“그 때에 보광명녀가 대왕으로부터 멀지 않은 데서 합장 예배하고 이렇게 생각하기를, ‘
나는 좋은 이익을 얻었네. 나는 좋은 이익을 얻었네. 나는 지금 큰 선지식을 친견하였네.’라고 하였습니다.”
“그 대왕에게 대하여 큰 스승이라는 생각과 선지식이라는 생각과 자비를 구족했다는 생각과
능히 거두어 주리라는 생각을 내고는 그 마음이 정직하여 크게 환희하였습니다.”
강설 ; 개부일체수화주야신 선지식의 전신인 보광명녀는 비로자나 부처님의 전신인 보살대왕을 친견하여
온갖 법을 얻고는 큰 스승이라는 생각과 선지식이라는 생각과 자비를 구족했다는 생각과 능히 거두어 주리라는 생각을 내었다.
“그리고는 몸에 걸었던 영락을 벗어 왕에게 받들고 이렇게 원하여 말하기를,
‘지금 이 대왕께서 한량없고 그지없는 무명 중생의 의지할 데가 되었으니
저도 오는 세상에서 또한 그와 같이 되어 지이다.
이 대왕의 아시는 법과 타시는 수레와 닦으시는 도(道)와 갖추신 모습과 가지신 재산과 거두어 주시는
대중이 그지없고 다함이 없으며, 이길 수 없고 파괴할 수 없사오니, 원컨대 저도 오는 세상에 모두
그와 같이 되며, 그의 태어나시는 곳에 저도 따라가서 나게 하여 지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강설 ; 보광명녀는 보살대왕의 법을 듣고는 환희하여 큰 스승이라는 생각과
선지식이라는 생각을 내고는 곧바로 몸에 걸었던 영락을 벗어 공양하고 발원하였다.
“그 때에 대왕은 이 동녀가 이와 같은 마음을 내는 줄을 알고 말하기를,
‘동녀여, 그대가 하고자 하는 대로 내가 모두 그대에게 주리라.
나에게 지금 가지고 있는 온갖 것을 다 버려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만족하게 하리라.’라고 하였습니다.”
<6> 보광명녀(寶光明女)가 대왕의 덕을 찬탄하다
“이 때에 보광명녀는 믿는 마음이 청정하여지고 매우 환희하여 곧 게송으로 대왕을 찬탄하였습니다.”
강설 ; 보광명녀가 보살대왕에게 법을 듣고 영락을 벗어 공양하고는 대왕의 덕을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선지식을 친견하게 되면 예배하고 공경하며 법문을 듣고 공양하고 찬탄하는 것이 그 순서로 되어있다.
자신에게 구걸하러 오는 사람을 보고는 마치 전쟁 중에 헤어졌던 가족을 수십 년 만에 다시 만난 듯이
반가워하고 기뻐하는 보살대왕이다. 어찌 그를 공경하며 예배하고 공양하며 찬탄하여 높이 높이 칭송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 사람이 임금의 지위에 올라 세상을 다스리는데 어찌 세상이 좋아지지 않겠는가
. 진실로 마음에 새기고 또 새겨도 그 감동이 가시지를 않는다.
지난 옛날 이 성읍에대왕이 아직 나시기 전에
즐거운 것 하나도 없어마치 아귀들 사는 데 같았습니다.
중생들이 서로 살해하고훔치고 간음하며
이간질하고 거짓말하고옳지 못하고 추악한 말만 하였습니다.
남의 재물 욕심내고성 잘 내고 표독한 마음 품어
삿된 소견과 나쁜 행동으로죽고 나서는 악도(惡道)에 떨어졌습니다.
이러한 중생들이어리석음에 덥힌바 되어
뒤바뀐 소견에 빠져있어서하늘은 가물어 비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때에 맞추어 비도 오지 아니하여곡식은 하나도 싹이 나지 못하고
풀과 나무는 다 말라버리며샘물도 시냇물도 모두 말랐습니다.
대왕이 아직 나시기 전에물은 모두 말라버리고
동산에는 해골만 뒹굴어마치 거친 벌판 같았습니다.
강설 ; 보살대왕이 아직 이 세상에 출현하시기 전에는
즐거운 것은 하나도 없고 마치 아귀들 사는 데 같았다.
중생들은 서로 살해하고, 훔치고, 간음하며, 이간질하고,
거짓말하고, 옳지 못하고, 추악한 말만 하고 살았다.
심지어 하늘은 가물어 비도 내리지 않았다.
동산에는 해골만 뒹굴어 마치 거친 벌판 같았다.
마치 오늘날의 세상 분위기를 그려놓은 듯하다.
대왕께서 보위(寶位)에 오르시어
모든 백성들을 건지시니
두꺼운 구름 팔방에 퍼져
단비가 흡족하게 내렸습니다.
대왕이 이 나라에 군림하시어여러 가지 나쁜 짓 다 끊어주시매
감옥에는 죄인이 없고외로운 이들 모두 편안하였습니다.
강설 ; 보살대왕이 임금의 보위에 올라 나라를 다스리니
인간들이 짓는 나쁜 짓은 전혀 하지 않아서 하늘에서는
단비가 흡족하게 내리고 감옥에는 죄인이 없어 텅 비었다.
외롭고 고달픈 이는 한 사람도 없고 모두 모두 편안하게 살고 있었다.
예전에는 여러 중생들서로서로 남을 헤치며
피를 빨고 살을 씹더니지금은 모두 인자하여졌습니다.
예전에는 모든 중생들이가난하고 헐벗어서
풀잎으로 앞을 가리고굶주려서 아귀 같았습니다.
대왕이 이미 세상에 출현하시니쌀이 저절로 나고
나무에서 아름다운 의복이 나와남자와 여자들 모두 새 옷으로 꾸몄습니다.
옛날에는 하찮은 이익을 다투어법도 없이 서로 빼앗더니
지금은 모든 것이 풍족하여마치 제석천의 동산에 온 듯합니다.
옛날에는 사람들 나쁜 짓을 하며자기 몫이 아닌데도 탐욕을 내어
유부녀나 동녀들을갖가지로 침해하였습니다.
지금에는 얌전하고옷 잘 입은 부인을 보고도
마음이 물들지 않아마치 지족천(知足天)에나 온 듯합니다.
강설 ; 지족천(知足天)은 도솔천(兜率天)이다. 욕계 6천의 하나로서 도사다(覩史多)ㆍ
투슬다(鬪瑟哆)ㆍ도솔타(兜率陀)ㆍ도술(兜術)이라고도 쓴다.
상족(上足)ㆍ묘족(妙足)ㆍ희족(喜足)ㆍ지족(知足)이라고 번역한다. 수미산의 꼭대기서
12만 유순 되는 곳에 있는 천계(天界)로서 7보(寶)로 된 궁전이 있고 한량없는 하늘 사람들이 살고 있고,
여기에는 내ㆍ외의 2원(院)이 있다고 한다. 외원(外院)은 천중(天衆)의 욕락처(欲樂處)이고, 내원(內院)은
미륵보살의 정토라 한다. 미륵은 여기에 있으면서 설법하여 남섬부주(南贍部洲)에 하생하여 성불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하늘은 아래에 있는 사왕천ㆍ도리천ㆍ야마천이 욕정에 잠겨 있고,
위에 있는 화락천ㆍ타화자재천이들뜬 마음이 많은데 대하여,
잠기지도 들뜨지도 않으면서 5욕락에 만족한 마음을 내므로, 미륵보살 등의보처보살이 있다고 한다.
이 하늘 사람의 키는 2리이고, 옷 무게는 1수(銖) 반이며, 수명은 4천세이다.
인간의 4백세가 이 하늘의 1주야라고 한다. 어떤 분야든지 모두 만족을 느끼고 사는 곳이다.
옛날에는 모든 중생들이거짓말하고 진실하지 못하여
법도 모르고 이익도 없어아첨하고 잘 보이려 하더니
지금에는 여러 사람들이나쁜 말은 하나도 없고
마음이 유순하며하는 말이 모두 화순합니다.
옛날에는 모든 중생들이여러 가지 삿된 짓 하여
개나 돼지나 소를 보고도합장하고 절을 하더니
지금은 임금의 바른 법을 듣고옳게 알고 삿된 소견이 없어져
괴로움과 즐거움의 과보가모두 인연으로 생기는 줄 압니다.
강설 ; 보광명녀는 찬탄하였다. 보살대왕이 세상에 출현하기 전에는세상은 험악하고 사람들은 거칠고 악독하여 친지가
온통 지옥과 같았는데,보살대왕이 왕위에 올라서 나라를 다스리니 오곡도 풍성하고 만물이넉넉하며
사람들은 정직하고 선량하여 참으로 살기 좋은 세상으로바뀌었음을 낱낱이 설명하였다. 특히 보살대왕이 가르치는 바른 법을
듣고는 일체 삿된 소견들은 다 버리고 모든 괴로움과 즐거움의 과보는인연으로 생긴 것임을 명백하게 알게 되었다.그러므로
보살대왕이 가르치는 바른 법에는 수많은 것이 있겠으나무엇보다 모든 법은 인연으로 생기고 모든 법은 인연으로 소멸한다는
연기의 법칙과 인과의 법칙을 믿고 생활에 실천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설하였다.
대왕이 묘한 법을 연설하시니듣는 이마다 모두 기뻐하나니
범천과 제석의 음성으로도일체가 이 소리에 미칠 수 없습니다.
대왕의 온갖 보배로 된 일산(日傘)공중에 높이 솟았는데
유리로 대가 되고마니그물로 덮이었으며
황금풍경에서는여래의 화평한 음성이 저절로 나서
미묘한 법을 말하여중생의 번뇌를 소멸합니다.
또 시방 여러 세계의모든 겁 동안에 나신
여래와 그 권속들의이야기를 널리 연설하고
또 차례차례로과거의 시방세계와
그 국토에 계시던일체 모든 여래를 말하며
또 미묘한 음성을 내어염부제에 널리 퍼져서
인간과 천상의여러 가지 업의 차별을 말하니
중생들이 듣고는스스로 모든 업의 창고를 알고
악을 버리고 부지런히 수행하여부처님의 보리로 회향합니다.
강설 ; 보광명녀는 계속해서 찬탄하였다. 보살대왕이 가지가지법을 설하여 세상에 부처님이 출현하신 일도 알려주고,
진리의가르침이 있음도 알려주어 사람들의 미혹한 마음을 제거하고,궁극에 나아가서는 중생들로 하여금스스로 모든 업의
창고는어떻게 해서 생기는가를 알게 하고,악을 버리고 부지런히수행하여부처님의 큰 깨달음에 회향하게 하였다.
<7> 대왕의 본생(本生)을 찬탄하다
대왕의 아버지는 정광명이고대왕의 어머니는 연꽃광명이라
다섯 가지 혼탁함이 나타날 적에왕위에 올라 천하를 다스리도다.
강설 ; 보광명녀는 보살대왕이 지난 세상에서 어떤 부모와 어떤 곳에서어떻게 살았는가를 낱낱이 들어 찬탄하였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하여천상과 천하에 부처님 같은 분 없고, 시방 세계에도 또한 어느 누구와도비교할 이 없는 부처님의 과거 생에 살아온 이야기다.우리는 그분의 과거에살아 온 생애를 얼마나 아름답게 묘사해야마음에 흡족할까. 언어의 길이끊어지고 마음으로 헤아리는 일이 사라져 버리리라.
그때 넓고 큰 동산이 있고동산에는 7백의 연못이 있어
각각 일천의 나무가 둘러서고못마다 연꽃이 덮이었습니다.
그 연못 언덕 위에집을 지으니 기둥이 일천 개라
난간이며 모든 장엄이어느 것 하나 갖추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말세가 되고 나쁜 법들이 생겨여러 해를 비가 내리지 않더니
못에는 물이 마르고초목은 모두 말라죽었습니다.
대왕이 태어나시기 7일 전에신령한 상서가 나타나
보는 이마다 생각하기를세상을 구제할 이가 지금 출현하시려는 도다 하였다.
그 날 밤중에대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며
어는 보배 꽃 덮인 못에는광명이 마치 햇빛처럼 빛났습니다.
강설 ;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한다는 것은 육종진동(六種震動)으로서 세간에 상서가 있을 때에 대지(大地)가 진동하는
모양의 6종이다. ① 동(動)은 흔들려서 불안한 것이고, ② 기(起)는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는 것이고, ③ 용(涌)은 솟아오르고 꺼져 내려가고 하여 6방으로 출몰(出沒)하는 것이고, ④ 진(震)은 은은한 소리가 나는 것이고, ⑤ 후(吼)는 꽝하고 소리를 내는 것이고, ⑥ 각(覺)은 물건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전3은 모양이 변하는 것이며, 후3은 소리가 변하는 것이다.
5백 개의 연못 안에는공덕수가 가득하고
마른 나무에는 새 가지가 나고꽃과 잎이 모두 무성하였습니다.
강설 ; 공덕수(功德水)는 팔공덕수(八功德水)로서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추고 있는 물인데
여덟 가지 공덕은 경에 따라 다소 다른데
(1) 『칭찬정토경』에는 고요하고 깨끗함. 차고 맑은 것. 맛이 단 것. 입에 부드러운 것.윤택한 것. 편안하고 화평한 것.
기갈 등의 한량없는 근심을 없애주는 것. 여러 근(根)을잘 길러주는 것이라 하였고,
(2) 『구사론』에는 달고ㆍ차고ㆍ부드럽고ㆍ가볍고ㆍ깨끗하고ㆍ냄새가 없고ㆍ
마실 때 목이 상하는 일이 없고ㆍ마시고 나서 배탈이 나는 일이 없는 것이라 하였다.
연못에 가득한 물은여러 곳으로 넘쳐흘러서
널리 염부제에까지 미쳐서흡족하게 적시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약초들이나 모든 나무들이나온갖 곡식이며 채소들까지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들이모두 다 번성하였습니다.
구렁과 도랑과 언덕과가지가지 높은 곳과 낮은 땅의
이와 같은 모든 땅바닥이한결 같이 다 평탄하였습니다.
가시덤불과 자갈밭과온갖 더러운 것들도
모두 잠깐 동안에여러 가지 보배 옥으로 변하였습니다.
중생들이 이것을 보고는기뻐하고 찬탄하면서
좋은 이익을 얻은 것이목마를 때 감로수를 마신 것 같다고 하였도다.
그때 저 광명왕은한량없는 권속들과 함께
법의 수레를 갖추고여러 동산으로 놀러 나가시니
5백 연못 가운데경희(慶喜)라는 못이 있고
못 위에 법당이 있으니부왕께서 거기에 앉으셨도다.
강설 ; 그 때 광명왕(光明王)이라는 왕은 곧 뒤에과거의 일과 현재의 일을 밝히는 내용 중에 석가모니 부처님의
아버지인 정반왕(淨飯王)의 전신이라고 하였다. 또 연화광부인(蓮花光夫人)은어머니인 마야부인(摩耶夫人)의 전신이라고 하였다.
선왕이 부인께 말하기를내가 기억하니 지금부터 이레 전에
밤중에 땅이 진동하면서여기서 광명이 나타나고
저 연못 속에는천엽(千葉) 연꽃이 피었는데
찬란하기 일천 태양이 비친듯해서수미산 꼭대기까지 사무쳤습니다.
금강으로 줄기가 되고염부단금은 꽃받침이 되고
여러 가지 보배는 꽃과 잎이 되고묘한 향은 꽃술이 되었는데
그 연꽃에서 왕자가 탄생하여단정하게 가부좌하고 앉으니
거룩한 모습으로 장엄하였으며하늘의 신들이 공경하였습니다.
선왕은 너무 기뻐서연못에 들어가 스스로 어루만지며
안고 나와서 부인께 주면서당신의 아들이니 응당 기뻐하라하였다.
강설 ; 비로자나부처님의 전신인 싯다르타 왕자가 과거 생에 광명왕의 왕자로 탄생하는 모습을 묘사한 내용이다.
여기에서 선왕이란 정반왕이고, 부인이란 마야부인이다. 두 사람 사이에서 태자가 태어났으니
그가 싯다르타며 석가모니 비로자나부처님이다.
묻혀있던 보배는 솟아나오고
보배나무에는 옷이 열리며
하늘 음악의 아름다운 소리
허공에 가득하였습니다.
일체 모든 중생들이
크게 환희하여
합장하고 희유한 일이라 외치며
훌륭하여라. 세상을 구원할 이여,
강설 ; 석가모니부처님이 세상에 태어나시니
땅속에 묻혀있던 보배는 저절로 솟아나오고
보배로 된 나무에서는 옷이 저절로 열리며,
하늘에서는 저절로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울려 퍼진다.
석가모니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신 사실에 대해서
과거 생을 이야기하여 그 덕화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나타내 보였다.
왕자는 그때 몸에서 광명을 놓아일체를 두루 비추니
능히 사천하로 하여금어둠은 소멸하고 병은 없어졌습니다.
야차와 비사사(毘舍闍)와독한 벌레와 나쁜 짐승들과
사람을 헤치는 것들이모두 저절로 숨어버렸습니다.
강설 ; 석가모니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시어 바른 깨달음을 이루시니어둡던 세상에 비로소 지혜의 광명이
세상을 환하게 비추었다.그러므로 세상 사람들의 어리석음과 번뇌는 소멸하고 온갖 갈등과시시비비하는 투쟁들은
사라져서 일체 악은 없어지고 정직하고 선량한세상이 되었다는 것을 과거 생의 일을 이야기 하면서 나타내 보이고 있다.
나쁜 소문과 손해를 보는 것과횡액과 병에 붙들리는 것 등
이와 같은 온갖 괴로움이 소멸되니모든 사람들이 다 기뻐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중생들이서로 보기를 부모와 같이 하고
나쁜 짓 버리고 인자한 마음으로일체 지혜만을 구하였습니다.
나쁜 길을 닫아버리고인간과 천상의 길을 열며
살바야(薩婆若)를 드날려모든 중생들을 제도합니다.
우리들은 대왕을 뵈옵고좋은 이익을 널리 얻으니
갈 데 없고 지도할 이 없는 이들모두 다 안락 얻었습니다.
강설 ;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 세상에 출현하셔서 베푸신덕화와 진리의 가르침을 펴신 일에 대해서 개부일체수화주야신
선지식이 과거에 해탈을 얻은 내용을 설명하면서 다시 드러내어찬탄하여 밝힌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때에 보광명 동녀는 게송으로 일체법음원만개왕(一切法音圓滿蓋王)을 찬탄하고 나서,
한량없이 돌고 합장하고 엎드려 절하고는 허리를 굽혀 공경하며 한 쪽에 물러가 앉았습니다.”
강설 ; 일체법음원만개왕(一切法音圓滿蓋王)은 곧 비로자나부처님인석가모니부처님의 전신이며,
보광명 동녀는 개부일체수화주야신선지식의 전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여 밝힌다.
<8> 대왕이 보광명녀를 찬탄하다
“그 때에 그 대왕은 동녀에게 말하였습니다.
‘훌륭하여라. 동녀여,그대가 다른 이의 공덕을 능히 믿고 아나니 희유한 일이로다.
동녀여, 모든 중생들은 다른 이의 공덕을 믿지도 알지도 못하느니라.
동녀여, 모든 중생들은 은혜 갚을 줄을 알지 못하며, 지혜가 없고 마음이 흐리며,
성품이 밝지 못하여 뜻의 힘이 없고, 또한 수행하는 일까지 물러가나니
이와 같은 사람들은 보살과 여래의 공덕과 신통한 지혜를 믿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느니라.
동녀여, 그대는 이제 결정코 보리에 나아가려 하므로 보살의 이와 같은 공덕을 능히 아는 것이로다.
그대는 지금 이 염부제에 태어나서 용맹한 마음을 내어 중생을 널리 거두어 주는 공(功)이 헛되지
아니할 것이며, 또한 마땅히 이와 같은 공덕을 성취하리라.’하였습니다.”
강설 ; 비로자나부처님인 석가모니부처님의 전신 일체법음원만개왕(一切法音圓滿蓋王)은
보광명 동녀가 자신의 덕화에 대해서 널리 찬탄하는 것을 듣고는 다시 보광명 동녀를 찬탄하였다.
“왕은 이렇게 동녀를 칭찬하고는 무가보의 옷을 가져 보광명 동녀와 그 권속들에게 손수 주며,
그대들은 이 옷을 입으라고 낱낱이 말하였습니다. 그 때에 모든 동녀들은 무릎을 땅에 꿇고
두 손으로 옷을 받들어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가 입었습니다.”
“이미 옷을 입고는 왕의 오른쪽으로 돌았는데 모든 보배 옷에서 일체 별과 같은 광명이 두루 나오는 것을
여러 사람들이 보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 모든 동녀들이 모두 다 단정하여 마치 깨끗한 밤하늘의 별처럼
장엄하였도다.’라고 하였습니다.”
강설 ; 일체법음원만개왕(一切法音圓滿蓋王)이 보광명 동녀를 찬탄하고 나서 세상의 값으로는 매길 수 없는 무가보의 옷을 동녀와 그들의 권속들에게 일일이 나누어 주었다. 옷을 받아 입은 동녀들의 옷에는 무수한 별들의 광명이 나오고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이 모든 동녀들이 모두 다 단정하여 마치 깨끗한 밤하늘의 별처럼 장엄하였도다.’라고 찬탄하였다. 이와 같이 법을 묻고 법을 대답하여 석가모니부처님의 크나큰 덕화를 다시 한 번 세상에 드러내어 상기하게 한 그 왕과 동녀는 누구인가.
<9> 과거의 일과 현재의 일을 밝히다
“선남자여, 그 때에 일체법음원만개왕(一切法音圓滿蓋王)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비로자나 여래 응공 정등각입니다. 또 광명왕(光明王)은 지금의 정반왕이십니다.”
“연화광부인은 마야부인이시며, 보광동녀는 곧 저 자신입니다.
그 왕이 그 때에 사섭법(四攝法)으로 섭수한 바의 중생들은 곧 이 회상에 있는 여러 보살들입니다.”
강설 ; 일체법음원만개왕에 대해서는 수시로 밝혀왔다. 광명왕이 정반왕의 전신이라는 것과 연화광부인이 마야부인의 전신이라는 것은 게송에서 간략이 언급하였다. 보광명 동녀는 개부일체수화주야신 선지식의 전신이라는 것도 자주 밝혔다. 그 때의 일체법음원만개왕이 사섭법으로 중생들을 다 섭수하여 교화하고 조복한 이들은 지금의 이 회상에 있는 모든 보살들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이 개부일체수화주야신 선지식의 이야기는 지금의 석가모니 비로자나 부처님의 과거와 현재를 뜻으로 간략히 살펴본 것과 같다.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혹 초지(初地)에도 있고 내지 십지(十地)에도 있으면서 여러 가지 큰 서원을 갖추고, 여러 가지 도(道)를 돕는 법을 모으고, 여러 가지 묘한 행을 닦아서, 여러 가지 장엄을 갖추고, 여러 가지 신통을 얻고, 여러 가지 해탈에 머물러 있으면서 이 법회 가운데 여러 가지 묘한 법의 궁전에 거처하고 있습니다.”
강설 ; 화엄회상에 동참한 모든 보살들의 면면을 낱낱이 밝혔는데 이 보살들은 모두 과거 일체법음원만개왕이
사섭법으로 교화한 이들이다. 그렇다면 사섭법(四攝法)이란 무엇인가.
고통 세계의 중생을 구제하려는 보살이 중생들을 불도에 이끌어 들이기 위한 네 가지 방법이다.
(1) 보시섭(布施攝)으로서 상대편이 좋아하는 재물이나 법을 보시하여 친절한정의(情誼)를 감동케 하여 이끌어 들이는 일이다.
(2) 애어섭(愛語攝)이란 부드럽고 온화한 말을 하여 친해서 이끌어 들이는 일이다.
(3) 이행섭(利行攝)이란 동작과 언어와 의념(意念)에 선행(善行)으로 중생을 이익케 하여 이끌어 들이는 일이다.
(4) 동사섭(同事攝)이란 상대편의 근성(根性)을 따라 변신(變身)하여 친하며, 행동을 같이하여 이끌어 들일이다.
중생들을 교화하고 제도하는 데는 이보다 더 훌륭한 방법은 없기 때문에
6바라밀과 4무량심과 함께 가장 많이 활용된다.
<10> 게송으로 거듭 설하다
그 때에 개부일체수화주야신이 선재동자를 위하여 이 해탈의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을 설하였습니다.
저에게는 넓고 큰 눈이 있어시방의 모든 세계바다에서
다섯 길에 윤회하는 이들을모두 다 보며
또한 저 모든 부처님께서보리수 아래 앉으시니
신통이 시방에 가득하며법을 설하여 중생 제도함을 봅니다.
강설 ; 개부일체수화주야신 선지식에게는 천안통(天眼通),
즉 넓고 큰 눈이 있어서 중생들이 오취(五趣)에 윤회하는 것을 보기도 하고,
또 모든 부처님들이 보리수나무 밑에 앉아 시방세계에다 신통을 나타내며
법을 설하여 중생들을 제도하는 것을 보기도 한다.
오취(五趣)란 5악취(惡趣)ㆍ5도(道)ㆍ5유(有)라고도 한다. 취(趣)는 중생의
업인(業因)에 의하여 나아간다는 곳이다. 여기에 지옥ㆍ아귀ㆍ축생ㆍ인간ㆍ천상의 5종이 있다.
저에게는 청정한 귀가 있어온갖 소리를 다 듣고
또한 부처님의 설법도 다 듣고환희하며 믿고 받아드립니다.
강설 ; 개부일체수화주야신 선지식에게는천이통(天耳通)이 있어서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듣고,
또한 부처님의 설법하시는 소리도 다 들어 환희하며 믿고 받아드린다.
저에게는 남의 마음을 아는 지혜가 있어서
나와 남이 둘도 없고 걸림도 없어서능히 한 생각 속에서모든 마음바다를 다 압니다.
저에게는 숙명을 아는 지혜가 있어서능히 여러 겁 동안에 있었던
내 일과 남의 일을 알아분별하여 모두 다 명료합니다.
강설 ; 개부일체수화주야신 선지식에게는 또 타심통과 숙명통이있어서
모든 사람들의 마음바다를 다 알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과거 생에 어떻게 살아 왔는지를 다 잘 안다.
저는 또 잠깐 동안에세계해의 티끌 같은 겁 동안
모든 부처님과 보살과다섯 길의 중생들을 압니다.
또 여러 모든 부처님께서처음에 보리의 원을 내시고
내지 여러 가지 행을 닦아서낱낱이 다 원만하심을 압니다.
또 저 모든 부처님들께서보리를 성취하시고
가지가지 방편으로중생을 위하여 법륜을 굴리심을 압니다.
또 저 모든 부처님께서가지신 모든 승(乘)들과
바른 법이 머무는 동안과얼마나 중생을 건지심을 압니다.
저는 한량없는 겁 동안이 법문을 닦아 익혀서
저가 이제 그대에게 말하노니불자여, 그대는 마땅히 배우십시오.
강설 ; 개부일체수화주야신 선지식에게는 여섯 가지 신통들 외에도여러 가지 능력이 있어서
모든 부처님께서 처음에 깨달음의 원을내시고 또한 여러 가지 행을 닦아서 낱낱이 다 원만하심을 다 안다.
또 부처님이 법륜을 굴리시고, 정법이 얼마나 오래 머물며,중생들을 얼마나 제도하는 지를 다 안다.
그러면서 스스로 마땅히 잘 배우기를 권하였다.
(6) 자기는 겸손하고 다른 이의 수승함을 추천하다
“선남자여, 저는 다만 이 보살의 광대한 기쁜 광명을 내는 해탈문을 알거니와
저 모든 보살마하살들의 일체 모든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며 일체 지혜의 큰 서원바다에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의 서원바다를 만족케 하며, 용맹한 지혜를 얻어 한 보살의 지위에서
모든 보살 지위의 바다에 들어가며, 청정한 서원을 얻어 한 보살의 행에서 모든 보살의 수행바다에 널리 들어가며,
자유자재한 힘을 얻어 한 보살의 해탈문에서 모든 보살의 해탈문바다에 널리 들어갑니다.
그러나 저가 어떻게 그러한 공덕의 행을 알며 어떻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7)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하다
“선남자여, 이 도량 안에 한 주야신이 있으니 이름은 ‘대원정진력구호일체중생(大願精進力救護一切衆生)’입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중생을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나아가게 하며,
어떻게 모든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장엄하며, 어떻게 모든 여래를 받들어 섬기며, 어떻게 모든 부처님의 법을 수행합니까?’라고 물으십시오.”
그 때에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