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회]평장산 마귀
보상국에서 공주를 구하고 임금과 신하들의 환송을 받으며
성을 나선후 배고프면 밥을 얻어먹고
목마르면 물을 찾아 마시고 밤에는 노숙을 하면서
가는데는 어느덧 춘삼월 봄을 맞이하게 되었다.
봄경치를 감상하며 길을 가는데
앞길에 산이 보였다.
"조심해라! 저 산이 높으니 호랑이가 있을까 겁난다."
"스승님! 스승님께선 출가하신 분인데
꼭 속가 사람들처럼 말씀 하시는군요.
저 오소화상의 심경에도 마음에 거리낌이 없으니
두려움이 있을 수없고
몽상을 멀리하라'하지 않았습니까?
다만 마음에 때를 씻고 귓속에 먼지를
떨어뜨려야 하며 고생을 겪지 않고서는
지덕을 갖춘 불제자가 될수 없다고 하였지요.
스승님, 염려 하실것 없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스승님은 무사하시도록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삼장은 말 고삐를 당기면서
자기의 심정을 시로 말했다.
당년에 성지를 받들어 장안을 떠날 때/
바라는 건 오직 서천에 부처 뵈옵는 것 뿐이었네/
사리국 가운데 금부처 빛나고/
부도탑 안에서 옥호가 어른거리네/
천하에 이름모를 강들을 찾아가고/
ㅇ니간이 가보지 못한 산들을 편력하며/
세월을 거듭해 가나니 어느 때나 이몸 한가 하리요/
"스승님, 몸이 한가롭기를 원하신다면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공이 이룩된 뒤에는 모든 인연이 다 끊어지고
모든 법도 공으로 돌아 갈테니까요.
그 때엔 자연히 몸도 한가롭게 되지 않겠습니까?"
오공의 말을 들은 삼장은 마음이 몹시 개운했다.
고삐를 놓아서 산을 올라가는데 갈수록 산은 험했다.
이제 더 가기 어려워 삼장이 말고삐를 낚아채고
산 경치를 바라보는데
저쪽 산비탈에 나뭇꾼 한 사람이 서있다.
이윽고 나뭇꾼이 일행을 보았는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무꾼은 나무를 찍다가 삼장 일팽이 동쪽에서 오는 걸 보고
도끼질을 멈추고 숲을 나와 벼랑으로 올라오며
삼장에게 소리를 질렀다.
"여보! 여보! 서쪽으로 가는 저 스님
말씀 드리리게 잇으니 거기 잠깐만 멈추시오.
이 산중에는 굉장한 마물들이 살고 있어서
쪽으로 가는 사람만 잡아 먹습니다."
놀란 삼장은 말위에서 바들바들 떨며
뒤에 따라오는 제자들을 불렀다.
"얘들아! 지금 저 나뭇꾼이 하는 소리를 들었느냐?
이산에 마물들이 있다는구나.
누가 가서자세히 물어보고 오너라."
오공이 말했다.
"스승님, 안심하십시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오공이 벼랑을 올라가서 나뭇꾼을 보고 "형님!" 하고 부르며
방금 그가 한 말이 무슨 말인지를 물었다.
"당신들은 무슨 일로 여기에 왔소?"
"우리는 당나라로부터 서천으로
경을 가지러 가는 자들입니다.
말을 타신 분이 저의 스승님이신데 담이 작습니다.
방금 듣자하니 굉장한 마믈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 마물은 몇년쯤 묵은 놈입니까?
무예가 출중합니까? 아니면 햇내기 입니까?
사실대로 가르쳐 주십시오.
산신과 토지신에 명령해서 이산에서
그놈을 쫒아내 버리겠소."
나뭇꾼은 그 소리를 듣거니 앙천대소했다.
"당신은 정신 좀 어떻게 되지 않았소?"
"아니 내 말은 진심입니다!"
"당신은 진담을 한다지만 어떻게 그 마물을
이 산에서 내 쫒을 수가 있겠느냐 말이요?"
"왜? 당신은 그 놈의 위풍을 부풀리며
함부로 길가는 사람에게 겁을 주시요?
당신은 그 마물의 친척이라도 되시요?
아니면 이웃이나 벗이겠구려?"
"이 정신나간 중봐. 경우를 모르는군.
난 호의로 당신들에게 알려준 것인데
도리어 나한테 시비란 말이요?
내가 요마의 내력을 모른다고 했으니 말이지
안다고 한들 당신이 감히 잡을 수 있겠소?
또 어디로 가서 어떻게 잡는다는 말이요?"
"만일 하늘 마귀라면 묶어서 옥제님께 보내고
땅밑 마귀라면 묶어서 토부로 보내고
서방의 마귀면 부처님께 보내고
동바으이 마귀면 성인께 보내고
북방의 마귀면 묶어서 진무께 보내고
남방의 마귀라면 묶어서 화덕성군에게 보내고
용의 요정이면 묶어서 용왕께 보내고
지옥의 귀신이라면 묶어서 염왕에게 보내지요.
각기 보낼데가 있다는 말씀이요.
나는 어디에나 아는 분이 있어서
편지 한장이면 그 놈을 당장 내 쫒을 수 있소이다."
"정신나간 소리! 말하는 것을 들으니
여기저기 졸아다니면서 부적쓰고
주문 외우는 법술을 배웠는가 보오.
허나 그런 것으로는 조그마한 요물은
처치할 수 있겠지만 이런 무시무시한 괴물은 아마
난생 만나보기 못했을 거외다."
"얼마나 악독하기에 그러시요?"
"어디한번 들어보시오.
이 산은 폭이 육백리나 되는데 이름은 평정산이라 합니다.
산중에 연화동이라는 동굴이 있지요.
그 동굴에는 두 마왕이 살고 있는데
당나라 중의 얼굴을 그려놓고
이름을 써 놓고는 잡기만하면 먹겠다고 벼르고 있소이다.
당신들이 딴곳에서 왔으면 모르지만
당이란 당자만 비친 곳에서 왔다면
지나 가기란 하늘에 별따기와 같을거외다."
"우리가 바로 당나레에서 온 사람들이외다."
"그렇다면 그들은 분명
당신들을 잡아 먹으려 할거요
"그래요? 그런데 그것들이
어떤 모양으로 사람을 잡아 먹습니까?"
"어떻게 잡아 먹느냐니요?"
"머리부터 먹으면 그나마 좀 낫지만 발부터 먹는다면
좀 곤란할 듯하여 그렇소."
"아니 그건 또 무슨 말이지를 모르겠소."
"당신은 모를게요. 만약 머리부터 먹힌다면
그 놈이 한입 깨물자 마자 안 숨이 끊어질 것이니
그 놈이 볶든지, 지지던지, 삶던지, 난 아픈줄을 모를게요.
그러나 발 부터 볶든지 먹힌다면
난 오래 고초를 겪지 않겠소?"
"아이고 여보! 그 마귀가 언제 그럴 새가 있겠소?
당신을 잡으면 꽁꽁 묶어 시루에 쪄서 먹을텐데."
"하하하 그런 더 좋지요.
아프지도 않고 좀 갑갑할 뿐이요."
"농담은 그만 두시오.
저 마물은 다섯가지 보물을 지니고 있소이다.
그 신통력은 하늘은 떠받치고 있는 옥수나 바다를 건너지른
금량에나 비길만한 것입니다.
설령 당나라 중을 보호해서 빠져 나간다.
하드라도 까무라칠 정도로 고초를 겪을 것입니다."
"몇 번이나 가무라치면 되겠소?"
"적어도 서너번은 기절해야 될 것이요."
"그렇다면 뭐 대단한 것은 아니군!
우리는 일년에 칠팔백번도
더 기절을 하는 형편이니 서너번 쯤이야 약과로 알지요.
기절 했다가도 금방 제정신으로 되돌아 올테니까요."
눈치 빠른 오공은 전혀 두려워 하지 않았다.
닥쳐올 재난을 경고 하러온 천인이라는 고마워하며
일행이 경을 받아 돌아올때까지 겪어야할 수많은 고난의
연속이 계속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오직 그날까지 삼장을 보호할 것만 굳게 다짐하며
나뭇꾼과 헤어져 삼장에게도 돌아갔다.
"스승님 대단한 것은 없습니다.
한 두마리 있기는 있는 모양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겁쟁이라서
걱정만 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제가 모든것 맡겠으니 너무 근심 마십시요.
자 떠납시다."
삼장이 오공의 말에 안심을 하고 말에 올라 떠나는 데
나뭇군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우리에게 그 말을 해준 나뭇군은 왜 보이지를 안을까?"
멍청한 팔계가 코를 후지며 말했다.
"우리가 운수 사나워서 낮 도깨비를 만난 것입니다."
무슨일이 또 터질 모양인데 마괴가 산다니 어찌 가야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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