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베르트의 호텔
Hilbert’s Hotel 希尔伯特旅馆
힐베르트의 호텔은 무한한 손님이 묶는 가상의 호텔이다. 수학자 힐베르트(D. Hilbert)는 무한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고안했다. 힐베르트의 호텔의 원래 개념은 무한호텔의 역설(Infinite Hotel Paradox)이다. 역설이 의미하듯이 힐베르트의 호텔은 서로 모순되는 두 개념의 이율배반이다. 그러므로 배중률을 위배한다. 서로 모순되는 두 명제 중 어떤 것이 맞는지 판정할 수 없기 때문에 무한호텔의 역설로 명명되었다. 힐베르트는 1924년 강의 “무한에 대하여”에서 처음으로 이 개념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무한호텔의 내용은 이렇다. 무한호텔에 무한의 손님이 투숙하여 빈방이 없는데 손님 한 사람이 도착했다. 지배인은 방을 하나씩 옮기도록 하여[n+1] 그 손님의 방을 마련했다. 얼마 후 무한의 손님들이 호텔에 도착했다. 그러자 지배인은 모든 객실의 손님들에게 자기 방 번호에 2를 곱한 방으로 옮기도록 부탁했다.
손님들은 짝수의 방으로 옮겨가자 홀수의 방이 남게 되었다. 짝수도 무한이고 홀수도 무한이다. 무한의 손님이 무한한 짝수 방으로 옮겨가자, 새로 도착한 무한의 손님이 무한의 홀수 방에 투숙할 수 있었다. 힐베르트는 갈릴레이(G. Galilei)와 칸토어(G. Cantor)의 일대일대응을 통해서 자연수, 정수, 홀수, 짝수, 유리수 등 모든 수는 등급이 같은 무한임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했다. 그래서 힐베르트의 호텔에는 무한의 손님을 실은 무한의 버스가 무한히 오더라도 무한한 소수(prime number)를 이용하여 모두 투숙할 수 있다. 무한에 무한을 더해도 무한이고 무한에 무한을 곱해도 무한이기에 가능하다. 그런데 힐베르트의 호텔은 초한수(transfinite number)의 무한에만 해당하고 무리수가 포함된 실수나 절대무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무리수(irrational number, 無理數)는 두 정수의 비(比)의 형태로 나타낼 수 없는 실수를 말한다.
무리수는 분수로 나타낼 수 없는 소수로 예를 들어 √2, π 등이다. 유리수(rational number, 有理數)는 두 정수의 비율 또는 분수의 형식으로 나타낼 수 있으면서 분모가 0이 아닌 수다. 실수(real number, 實數)는 유리수와 무리수를 더한 것이다. 실수는 직선 위의 점 또는 십진법으로 표현되는 수 체계다. 실제 무한호텔은 자연수, 음수와 양수가 포함된 정수, 비로 표시할 수 있는 유리수의 형식으로 무한한 방을 가진 호텔이다. 무리수를 포함하는 실수는 무한의 급수가 다르다. 칸토어는, 1891년 대각선 논변을 이용하여 실수의 무한은 다른 무한보다 크다는 것을 증명했다. 반면 셀 수 있는 무한 즉, 순서수는 아니지만 정렬된 형태의 무한이면 무한에 무한을 더해도 무한이고 무한에 무한을 곱해도 무한이다. 무한과 무한이 병립할 수도 있고, 무한의 안에 무한이 담길 수도 있다.
무한의 원리 때문에 무한의 버스에 무한의 손님이 오더라도 모두 힐베르트의 호텔에 투숙할 수 있다. 무한의 손님이 올 때는 f(n)=mn(m명의 손님)이고 무한의 버스에 무한의 손님이 올 때는 f(n)=2∧n이다. 유클리드가 말한 것처럼 소수(prime number)는 끝이 없으므로 3, 5, 7, 11...으로 이어지는 소수의 무한을 이용할 수 있다. 가령 첫 번째 무한의 손님에게는 소수 3의 제곱인 수의 방 번호를 배정하면 모두 투숙할 수 있다. 이어서 5, 7, 11...으로 이어지는 무한한 소수 제곱의 방 번호를 이용하여 무한한 손님을 실은 무한한 버스가 오더라도 문제가 없다. 이렇게 하여 무한호텔에 무한손님을 실은 무한버스의 모든 손님이 투숙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방법은 계산이 가능한 유리수까지만 해당한다. 계산 불가능한 무리수를 포함하는 실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아니 해결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연속체이기 때문이다.
힐베르트는 1900년 파리에서 개최된 세계수학자대회에서 20세기에 풀어야 할 문제 1번에 연속체가설을 설정한 바 있다. 칸토어가 정리한 연속체가설은 ‘정수의 집합보다 크고 실수의 집합보다 작은 집합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이론이다. 연속체가설(Continuum hypothesis, CH)은 알레프 제로(N₀)와 알레프 원(N₁) 사이에 다른 무한의 기수(cardinal number)가 없다는 이론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실수 집합의 모든 부분집합은 가산 집합이거나 아니면 실수 집합과 크기가 같다는 뜻이다. 알레프 제로와 알레프 원 사이에 있는 것은 셀 수 없는 연속체로 존재한다. 이것은 무한의 무한 연속을 의미한다. 이 개념을 힐베르트의 호텔로 해석하면, 무한호텔에 무한의 손님이 도착하여 무한 객실에 투숙한다는 것은 무한히 연속된다는 뜻이다. 무한호텔은 연속체가설과 연결되는 중요한 개념이다.★(김승환)
*참고문헌 David Hilbert, David, Foundations of Geometry[Grundlagen der Geometrie], translated by Leo Unger, (Open Court Publishing, 1990).
*참조 <가무한>, <동일률⦁모순율⦁배중률>, <무한>, <무한퇴행>, <실무한>, <알레프 수>, <역설>, <연속체가설>, <유한>, <절대무한>, <집합>, <힐베르트의 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