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메아리>가 상륙한 날에 우리는 일요화가회 전반기 종강을 맞이하였다.
비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한 아침 날씨는 의외로 잠잠하였다. 폭풍의 눈쯤에 들어온 탓일까? 역시 중심은 흔들리지 않는 법. 분명 오후쯤에는 비바람이 장난이 아닐 것이다. 우비에 우산까지 챙겨 넣었다. 그러나 정작 몇 호 캔버스를 들고 나갈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예전에 한두 번 가보았던 <고기리>다. 분명 농가 어디쯤에 접시꽃 한 무더기쯤 피어있을 것이다. 만약 그 꽃을 발견한 시점에 비가 내리지 않는 다면 난 도저히 그 기회를 놓치고 나서의 후회를 감당치 못할 듯하였다. 비록 접시꽃이 없거나 비가 내려 못 그리고 옴으로서 쓸데없이 내 어깨를 혹사시킬 지언즉 가슴 아픈 후회는 감내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난 변형 77x33cm캔버스 두 장을 30호 캔버스 백에 챙겨 넣고 별도로 8호까지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태풍이 몰아치는 날에도 불구하고 종강이라서 그랬는지 버스는 가득 찼고 4~5명의 화우가 서서 이동을 해야 했다. <고기리>의 최지숙님 갤러리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비가 본격적으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쯤대면 야외 스케치는 단념해야할 지경이었다. 다행히 갤러리 2층은 공간이 넓고 밖을 시원스레 조망할 수 있는 형편이라서 화우들의 대부분은 여기서 작업이 가능하였다.
1층 식당 입구. 고가구 위. 이름 모를 조화 한 무더기가 화병에 꽂혀있었다. 딱히 큰 감동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8호쯤에 담아내기에는 오히려 이 정도의 소재가 좋겠다는 판단이 섰다. 염치없이 식당 입구에 이젤을 펴고 판을 벌였다. 꽃 크기가 그리 크지도 않은 것들이 무리 지어진 모양 세이니 그리기가 복잡하고 짜증이 나기 쉽다. 그러나 하나하나 놓인 위치대로 정직하게 자리를 잡아주어야 한다.
점심시간이다. 토속음식점을 겸한 갤러리 뜰 사랑의 식탁은 향기로운 토속 음식들로 풍성하였다. 20가지가 넘는 반찬들. 무엇부터 먹어야 할 지 걱정이 앞설 정도이다. 범생이 윤희성씨 조차 젓가락질이 거칠고 분주하다. 하물며 식탐의 대가인 나일쯤 에랴! 식탁의 뒷마무리는 언제나 주당들 차지이기 마련. 여기 끝자리에서까지 남아 있었으니 취흥이 절로 돋워질 밖에. 이쯤이면 내가 그림 그리는 게 아니고 술이 그림 그리는 게 분명하다. 곧 음주 페인팅이 된 셈이다. 법적으로 단속받을 이유가 없으니 그야말로 제 멋 대로다. 붓이 춤 출 수밖에 없다. 누가 보든 말든. 알아주든 말든 제 멋에 겨워 제 멋대로 그리는 그림이다.
<뜰 사랑>에서 종강 행사를 마친 우리는 2차로 근처의 라이브 카페에서 광란의 종강 파티를 갖았다. 우리는 이처럼 헤어지기가 섭섭한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처럼 종강이 아쉬웠던 때문이었다. 이처럼 우리들의 종강 메아리는 태풍 메아리조차 날려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2011.6.26

























첫댓글 도통 올린사진이..안떠서..몬말인지..모르것네,,,!
암튼 고생 하셨어...전반학기...!! 내~ 에이학점 주리다...!
사진이 안 뜹니까? 이상하네? 난 잘 뜨고 있는데. 뭐가 잘못된 거지. 이상은씨 혼자 이상한 거 아닌가? 다른 분들도 안 떠요. 수정시켰습니다.
난 보여요.. 근데...그림색은 회에서 찍은 색이 더 자연스러운거 같은데요. 집에서 손본거예요. 색이 더 선명한데,
좀더 강한 색으로 보정한건지, 아님, 폰카라 이렇게 나오는건지요? 내가 현장에서 본 그림색은 이렇게 경계가 분명치 않았고, 전 그게 더 매력적인데요.
손 본거 아니고요. 집에서 흐린 조명아래서 제 캐논 카메라로 찍어 그런 모양입니다. 역시 카메라보다도 자연 조명이 중요한 모양이군요. 깊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작품 조~~~~오습니다
답글 가~~암~~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