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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낙동강시대] 지류를 찾아서…⑫위천<상>
경북 내륙 생명의 젖줄…삼국유사 간직한 역사·문화의 산실
군위읍 위천의 생활체육공원.
양암정
위천 자전거도로를 비롯한 테마탐방로
군위읍 용대리 고 김수환 추기경 생가
위천은 군위, 청송, 영천 경계인 보현지맥 석심산(750.6m)에서 발원하는 낙동강의 지류로, 길이가 무려 113.50㎞에 이른다. 위천은 군위군 고로면 학암리에서 시작해 의흥면과 우보면을 거쳐 효령에서는 팔공산에서 발원하는 남천과 합류해 군위읍, 소보면을 지나 의성 땅인 비안면 옥연리로 흘러든다. 위천은 또 의성 춘산면 금오리 보현지맥 어봉산(634.2m)에서 서쪽으로 발원해 가음, 금성, 봉양을 거쳐 비안면 쌍계리에 이르는 쌍계천과 합류해 의성군의 구천, 안계, 단북, 단밀면을 거쳐 상주시 중동면 새띠마을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 경북 내륙의 젖줄인 위천은 낙동강에 합류하기 전까지 군위, 의성의 크고 작은 하천 24개가 합류해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생명이 살아 숨쉬는 군위의 생명수
하천(강)은 농촌, 도시 구분없이 어릴적 추억을 가장 많이 안고 있는 곳이다. 초등학교 시절 강에서 멱을 감고 물장구치던 추억이 없는 사람은 없을 터. 물론 하천이 오염되기 전 1970년대 전의 일이지만….
위천도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강 이남에서 가장 깨끗한 하천으로 이름을 날릴 정도였다. 여느 하천 역시 마을 앞에는 철판교 또는 나무나 가마니에 자갈과 모래를 담아 만든 다리가 있었을 터. 하지만 지금은 생활하수 유입 등으로 전국의 하천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위천 또한 옛날의 그 명성이 퇴색되고 있다. 국지성 폭우나 장마철 홍수 등으로 인해 농경지가 침수되는 일이 다반사였고, 가뭄으로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운 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고로면 화북리에 군위다목적댐이 완공되면서 하천유지용수로 일일 1만300㎥를, 농업용수로 일일 7천100㎥를 공급해 위천에는 1년 내내 풍부한 물이 흘러 위천 유역 농민들의 가뭄과 수해 걱정은 옛이야기가 돼버렸다.
군위다목적댐 완공과 함께 최근 들어 위천은 생명이 살아 숨쉬는 강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군위군은 위천을 자연형 하천으로의 개발을 통한 수질과 친수기능을 대폭 개선해 지역민들과 지역을 찾아오는 도시민들에게 쾌적한 녹색 생활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위천생태하천 복원 ▷위천수변테마파크 조성 ▷위천테마탐방로 조성 ▷위천생태하천 조성 ▷‘신안천 고향의 강’ 사업 등 2014년까지 5개 사업에 1천33억원을 투입해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친수공간으로 조성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위천에는 자전거도로와 탐방로 등이 일부 개설돼 생태하천의 면모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어서 친환경적 하천정비를 통한 재해 예방과 하천자생기능 복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수변을 활용한 자전거도로와 야외공연장, 인공암벽, 트레킹코스 개발 등 문화, 체육, 휴양공간도 확충돼 군민들의 여가수준 향상과 관광객 유치에도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천과 어우러진 역사문화
위천변에는 삼국유사의 산실 인각사 등 많은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고로면 화북리의 신라 고찰 인각사(주지 도권 스님)는 고려 후기 대표적 고승인 일연(1206∼1289) 스님이 생애의 마지막 5년을 머물면서 민족의 고전인 ‘삼국유사’를 완성한 사찰로 유명하다. 인각사의 주변 지세는 남쪽은 속칭 절뒷산(해발 364m)으로 불리는 화산(해발 760m)의 지맥이 뻗어 있고 북쪽은 인각의 전설을 가진 학소대와 옥녀봉(해발 564m)이 병풍처럼 높은 단애로서 가로막고 있다. 그 앞으로 위천이 동서로 좁았다 넓었다 하면서 서류하고 있고, 동과 서는 소위 인각의 뿔로 알려진 화산의 지맥이 인각사의 동과 서로 흘러내려 풍수상의 좌청룡 우백호를 이루고 있다. 동쪽은 조산이라고 불리는 산자락이 흘러내려와 있고 서쪽은 현재 논으로 경작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 1973년에 정리되었던 지적도에 서쪽의 논들이 산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인각사의 과거 지형은 동과 서가 화산의 지맥이 흘러내려와 있는 오목한 곳에 자리를 잡았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학소대는 인각사와 마주하고 있는 병풍처럼 길게 펼쳐진 절벽바위다. 절벽 아래로는 위천이 흐르고, 병풍처럼 아름다운 풍경의 학소대는 1950년대 까지만 해도 학이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며 서식했다고 해 이름이 붙여졌다.
삼국유사 가온누리는 경북의 3대 문화권사업의 하나로, 의흥면 이지리 일대 92만9천900여㎡ 터에 2016년까지 총 사업비 1천373억여원을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삼국유사를 통해 한국 신화를 재발견하고 문화`관광산업과 접목해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대표적 문화`관광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다.
▷삼국유사의 영혼을 담은 ‘으뜸누리’ ▷삼국유사의 즐거움을 향유하는 ‘얼쑤누리’ ▷삼국유사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아름누리’ 등 3개의 공간으로 개념을 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삼국유사의 영혼과 정신을 향유하는 교육학습의 공간, 문화예술적 가치를 보존`계승하는 공간, 가족형 놀이`체험`휴양의 공간 등으로 꾸밀 계획이다.
소보면 내의리 위천의 절벽 위에는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216호인 양암정이 있다. 양암정은 광해군 4년(1612년)에 서담 홍위 선생이 학우와 더불어 자연을 즐기면서 학문을 닦기 위해 건립했다. 양암정은 특히 경치가 좋은 절벽과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아래로는 햇살이 눈부실 만큼 반짝이며 고이듯 흐르는 위천이 내려다보여 한국조경학회가 최고의 명당으로 소개한 적이 있다.
◆위천의 생태계와 먹거리
위천의 하상에는 자갈과 모래, 흙 등 다양하게 형성돼 있고 비교적 수심이 얕아 평평한 지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변식물군락의 보존이 양호한 편이어서 생물 다양성과 함께 하천의 자생`자정 능력이 우수한 하천이다. 위천의 상하류에는 최근 10여 년 전부터 쏘가리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낚시꾼들의 마음 설레게 하고 있으며, 특히 군위 소보면 일대에는 팔뚝만 한 쏘가리가 종종 낚시에 걸리면서 미식가들의 발걸음도 잦다. 위천에는 또 꺽지와 메기, 토종 떡붕어, 피라미, 끄리, 동자개 등이 많이 서식한다.
위천변의 먹거리로는 효령면 성리 일대 한우촌이 유명하다. 중앙고속도로 군위나들목에서 5번 국도로 대구 방면 5분 거리이다. 위천을 바라보고 있는 한우전문점은 모두 3곳으로, 개방 농정에 위기감을 느낀 축산농민들이 자구책으로 군위의 한우 브랜드인 ‘이로운 한우’를 도축, 직접 판매하고 있는 곳이다. 이 한우촌에는 대구와 구미 등지의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고급 부위가 저렴하게 판매돼 도시민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특히 한우촌 앞의 위천 둔치에는 낚시를 비롯해 레저와 여가 등 휴식과 먹거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가족단위 방문객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의성`이희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