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일시: 2021년 5월 1일 (토)
o 날씨: 흐리고 가끔 비
o 산행경로: 춘향골 약수정사 입구 - 헬기장 - 고리봉 - 매촌마을 갈림길(639봉) - 만학골 - 매월당 - 매촌마을
o 산행거리: 6.7km
o 소요시간: 3시간
o 고리봉 지명도: 블랙야크 100대 명산+, 산림청 '숨겨진 우리산 244' (200대 명산)
o 산행정보: 고리봉
o 지역: 전북 남원
o 일행: 좋은사람들 산악회
o 트랙:
▼ 산행지도
다시 오랜만에 300명산 산행에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전북 남원에 소재한 고리봉과 만행산인데, 1일 2산 일정입니다.
전국적으로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네요. 산행지에는 비가 그치기를...
고속도로에 차들이 넘쳐납니다.
봄꽃 구경나온 차들이겠지요. 이것도 코로나로 야기된 '보복소비'의 한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때문에 예정보다 30분 이상 늦게 고리봉 들머리에 도착했네요.
고리봉 산행은 석촌마을 약수정사 입구에서 시작하여 서쪽에서 동쪽으로 고리봉을 관통하는 코스로 짜여졌습니다.
춘향골농협주유소 옆에 하차하여 동네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하늘은 비가 내릴듯 말듯 먹구름이 꼈다 걷혔다를 반복하고 있고...
동네길(석촌길)을 따라 올라오면 약수정사를 앞두고 고리봉 등산안내도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좌측은 약수정사 방향, 고리봉은 우측으로 보이는 정비된 수로를 따라 가야 합니다.
산사태가 났었는지 제방공사를 한 흔적들이 보이네요...
숲길 언덕을 올라서니 고리봉의 서쪽 사면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구슬처럼 박혀있는 모습이네요.
냇물 속에 쏟아놓은 개구리 알 같다는 느낌도 들고.
오묘하기도 하고 조금 괴이한 모습처럼 보입니다....
산위는 비구름에 싸여있어 시시각각 신비로운 모습을 연출합니다.
진행방향의 우측(남쪽)으로 보이는 저 산이 동악산이겠네요.
곡성군 대강면과 입면을 구부치는 섬진강도 내려다 보이고...
자연스럽게 산과 동화되는 느낌입니다.
수만개의 돌덩이 중에 우리도 그중 하나의 모습이지요.
산 전체가 수많은 돌들로 덮혀있지만 특출난 형태의 기암괴석들은 눈에 많이 띄지 않습니다.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공간입니다...
때마침 촉촉한 날씨라 몇분 산우님들은 고사리 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네요^^
자연산 고사리지만 선뜻 시간을 할애하여 여유를 부릴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오랜만의 산행이기도 하고 1일 2산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대포같은 바위도 지납니다.
어찌보면 남근석이라고 불릴 것 같기도 하고...
헬기장을 지나면 고리봉 정상까지는 약 0.6km의 좀 더 가파른 오르막길입니다.
바윗길에 비까지 내렸으니 미끄럽네요.
그래도 산속을 걷는 느낌이 좋습니다.
제법 세찬 바람에 약간 쌀쌀하다는 것 외에는...
고리봉 정상에는 무덤 하나가 정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대손손 집안과 자손들의 만세를 바라는 어느 집안의 기원이 담겨 있겠지요.
보통 백성들의 마음입니다.
무덤이 정돈되어 있는 걸로 봐서는 후손들이 이 높은 곳까지 오르내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모양이네요^^...
고리봉이라는 이름은 옛날 대홍수가 났을 때,
세상이 거의 다 잠겨 생명이 있는 것은 거의 다 죽게 되고 사람도 거의 다 죽게 되었는데,
겨우 몇 사람만이 배를 마련하여 타고 물 위에서 떠돌다가 물 위로 조금 솟은 고리봉에 배를 매어 살아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노아의 홍수'와 비슷한 야그며,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는 비슷한 야그가 전국적으로 800군데나 있다고 하네요.
배맨바위, 배넘이봉 등등...
옛날에 경상도에서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온 소금배를 정박시키기 위해 배 끈을 묶는 쇠고리를 고리봉 동쪽 절벽에 박아 두었다 하여 고리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야그도 전해오고 있답니다...
고리봉 정상은 크고 작은 나무들로 사방이 막혀있어 조망이 별로입니다.
장쾌한 일망무제의 조망을 기대했는데 아쉽네요.
비도 오락가락하고 바람도 세게 불어 오래 머물러 있기도 그렇고...
고리봉은 북쪽에 있는 문덕봉과 연계하여 산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오늘은 '도장찍기' 처럼 고리봉만 인증하고 만학골로 내려가야 합니다.
작년 한여름에 문덕봉을 넘어 고리봉에 도전했다가 폭염에 굴복(?)하고 그럭재로 중탈했던 아픈(?) 기억이 떠오릅니다.
고리봉까지 강행했던 일행 몇분은 탈진하여 헬기를 부르는 사태까지 벌어졌었고...
고리봉에서 만학골로 내려가는 등로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암봉답게 바윗길인데다가 비까지 내렸으니...
여기서 바라보니 문덕봉이 꽤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고리봉에서 저아래 그럭재까지가 5km나 된다고 하니 작년 여름에 그럭재에서 포기했던 것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는 안타까웠지만....
고리봉을 제법 깊게 내려오면 만학골 갈림길을 만납니다.
이곳에서 만학골로 하산해도 되고,
상귀3가 방향으로 좀더 진행한 다음 매촌마을 갈림길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하산해도 괜찮습니다.
만학골 방향은 계곡을 따라서, 매촌마을 방향은 산능선을 따라서 내려가지만 산아래에서는 만나게 되거든요...
대장님께서 보내준 트랙을 따라 상귀3가 방향으로 좀 더 진행해 보기로 했는데,
힘들게 두개의 작은 산봉우리를 넘으면서 괜히 더 왔나 싶은 후회도 약간 생깁니다.ㅎㅎ
매촌마을 갈림길 이정표에서 좌틀하여 매촌마을로 내려가야 합니다.
직진하면 전방 0.5km 지점에 '천장군 묘'가 있다고 하는데... 뭘까요?
한창때는 호기심에 당근 왕복 했겠지만... 지금은 몸도 마음도 그때가 아니네요 ^^;;
능선길을 따라 매촌마을로 하산합니다.
지나온 고리봉이 송곳처럼 솟아 있고,
저멀리 문덕봉에서 고리봉으로 이어지는 암릉길도 눈에 잡히고,
산아래로는 금지면의 넓은 평야가 그림처럼 다가옵니다.
적당하게 구름까지 운치를 더해 주구요...
매촌마을로 하산하는 길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추락주의'구간도 많고
밧줄과 안전디딤대를 설치한 곳이 많네요.
그만큼 하산 속도는 늦어지고...
산을 내려오면 만학골 계곡을 만납니다.
계곡을 건너면 '천지차' 재배단지를 지나 마을로 내려가게 됩니다.
매촌마을에는 독특한 모양의 초가집 몇채가 보이네요.
하나는 민박집이고,
하나는 매월당이라는데...
매월당은 만학동 계곡 주변의 야생차 군락지에서 고려단차를 개발해 남원차의 명맥을 이어 오고 있답니다.
야생녹차를 채취하여 전통방식으로 볶고 말리는 과정을 통해 발효녹차를 만들고 있고 또 전통녹차와 조화를 이루는 갈대로 지붕을 이은 샛집이 방문객들에게 녹차의 향을 더 음미 할 수 있는 다례체험장도 운영 중이라고 하고...
주어진 시간에 맟춰 하산을 완료하였습니다.
하산을 하고 나니 비가 쏟아집니다. 다행이지요ㅎㅎ
마을 건물 처마밑에 몸을 숨겨 잠시 허기를 달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