祝 月刊書藝 500号
金炳基서예가의 월간서예 500호 중에서;
가을인가봐.
그대 생각에
서늘한 밤공기 속을 거닐며
홀로 이런저런 시를 읊조려본다.
아무도 없는산.
솔방을 하나가
‘툭’
떨어진다.
이밤.
그대도 잠못 들고 있겠지....
중국당나라 중기의 시인 韋應物의 ”가을 저녁에 구(丘)원외랑에게 부치다“
라는 시를 내 나름대로 가능한 한 원래시의 시상을 해치지 않으려 애를 쓰며 한글로 번역해 봤다.
한문의 원시는 다음관 같다.
懷君屬秋夜(회군속추야);
散步詠凉天(산보영량천);
空山松子落(공산송자락);
幽人應未眠(유인응미면);
나는 많은 唐詩중에서 아직 이시처럼 ‘친구 생각’을 담박하면서도 애틋하게 표현한 시를 발견하지 못했다.
위응물이 蘇州刺史(소주자사)로 있을 때 소주로부터 약 900km거리에 있는 平山에 은거하고 있던친구 九丹에게 보낸 시이다.
밤공기가 서늘한 가을밤에 위응물은 이런시 저런시을 흥얼흥얼 읊으며 산길을
산책하고 있었다.
가을이라서 그런지 적잖이 쓸쓸하다.
불현듯 친구생각이 났다.
‘이친구는지금 뭘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즈음 솔방울하나가 ‘툭’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솔방울 떨어지는 소리니 뭐 그리 대단히 큰소리도아닐테지만 아무도 없는 소요한 산길이다보니 그 소리가 산 공기를 울리고 이내 시인의 마음을 향해 울려온다.
가슴이 ‘덜컥’ 하면서 친구 생각이 갑자기 두배,세배로 짙어진다.
‘아! 이친구도 응당 나처럼 잠 못 이루고 있을 거야...’
어느새 시인의 가슴은 온통친구생각으로가득찬다.
중국 청나리때 문인인 여악(厲鶚)(1692~1752)은 한친구에게 한 구절의 대련작품에 자신의 마음을 실어서 친구한테 보냈다.
상견역무사 (相見亦無事) 불래홀억군 (不來忽憶君)
서로 만나봤댔자 별 일도 없으면서
안 만나면 문득문득 그대 생각이 나네 그려.
여악이 쓴 이 작품의명제는 ‘贈友人聯’(친구에게 주는 대구)이다.
훗날 사람들은 더러 뒤 구절을 不來相思君(못 만나면 늘 그대 생각이 나곤 하지)라고 바꿔 사용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뒤에 ‘春風從有情, 桃花難再尋’이라는 두구절을 지어 넣어 아예 여악이 지은 5언절구 시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악의 시집을 검색해 보면 그런 시는 없다.
이 작품은 군더더기를 붙이지말고 원래의대구 한 구절로 그대로 남겨 우어야 제 맛이 난다.
金炳基:
書藝家,書藝學者.
全北大 名譽敎授,
前 世界書藝全北 Biennale總監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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懷君屬秋夜(회군속추야); 때는 마침 가을밤, 그대가 그리워서
散步詠凉天(산보영량천); 차가운 바람 속을 시 읊으며 걸었지요
空山松子落(공산송자락); 아무도 없는 산속에 솔방울 떨어지는데
幽人應未眠(유인응미면); 임자는 응당 아직 잠 못들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