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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 있었던 일입니다.
낙성대 역에서 T머니를 충전하려고 티켓부스로 걸어 가는데,
그 앞에 몇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옆을 스치며 들어보니 일본말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여성들이었지요.
그녀들이 뭐라고 얘기하는데, 정작 지하철역 승무원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난감한 표정들이었습니다.
회사 다닐 때 일본어 공부를 조금 했던 적이 있어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 일본 여성들에게 "무슨 문제인가?" 하고 물어보니
정황의 본말은 아주 간단한 문제였습니다.
이랬습니다.
"남대문 시장에서 물건(옷인듯)을 많이 구입하여 지하철을 타고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 엄마가 티켓을 잃어 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나왔는데, 엄마는 아직도 나오지 못하고 개찰구 앞에 서있다.
우리가 표를 하나 더 사고 싶은데, 이런 경우엔 얼마를 더 내야 하는가?"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아하! 간단한 문제구만...."
(우리 한국사람들 같았으면 거의 100% 개찰구를 뛰어 넘거나, 아래로 기어서 나왔을 것이다)
그 상황을 역무원에게 설명해 주니 그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그냥 나오면 된다고 얘기했다.
내가 개찰구까지 가서, 당황해 하는 일본 아줌마에게
"다이죠부데스"라고 말할 때까지 그녀는 무거운 짐을 발 아래에 내려놓은 채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개찰구를 빠져나와서는 연신 고맙다며 허리를 굽혔다.
어제 감간 동안의 일이었지만 내겐 오래 오래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원칙과 양심앞에 충실한 저들이 어찌보면 쫀쫀해 보이고, 쩨쩨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늦게 가더라도 원칙과 양심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변칙과 융통성이 때때로 빠르고, 편할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주 그렇게 살면 종국엔 거목도 좀먹어 쓰러지는 법이다.
나에게 교훈을 준 하나의 소중한 경험이었다.
2004-09-24 / 현기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