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근협(한국근로문화예술인협회) 회원들이 월류봉달빛농원을 찾았다.
한근협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시행하는 근로자문화예술제에서 수상한 작가들의 모임이다.
한주일 내내 날씨가 쾌청하더니 하필 한근협 회원들이 오시는 그날 날씨가 흐려 종일 가을비가 오락가락하여 행사 진행에 차질이라도 발생하면 어쩌나 노심초사해야 했다.
전국 각지에서 오다보니 도착 시간도 제각각..., 저녁 시간까지도 아직 오고 계신 분들이 많았지만 일단 풀쌈만찬을 위한 풀뜯기 체험부터 시작해야 했다. 고사목을 타고 올라간 으름이 열매를 살지우고 있었는데, 지금 으름을 보며 옛 추억들을 떠올리고 있는 중이다.
으름 열매가 실하게 크고는 있지만 아직 제대로 익지는 않았다.
이들에게 지금까지는 그냥 풀이었지만 이 순간부터는 그냥 풀 혹은 잡초가 아니라 으름이고 며느리배꼽이며 닭의장풀이 되는 등, 많은 풀들이 그 이름을 얻은 것이다^^
계속 비가 오락가락 했지만 그런 중에도 준비된 체험과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냥 이렇게 호젓한 숲길을 걷는 것 만으로도 도시에서 오신 분들에게는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소설을 쓰는 분, 시 쓰는 분, 산문을 쓰는 분, 사진작가, 음악가 등 다양한 문학과 예술분야의 작가님들이 모이니 도란도란 대화도 끝이 없이 이어진다.
제피 열매, 향이 좋다.
어떤 분들은 제피 특유의 향이 거슬려 싫어하는 분도 있지만 대체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듯 하다.
제피 열매 하나씩 맛보고 모두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강아지풀도 먹을 수는 있으되 많이 억세다.
우린 아직 강아지풀은 아껴두고 먹지 않는다^^'
조금 전에 큰비가 지나간 터라 풀과 길은 젖었고 기온은 제법 쌀쌀하지만 이들에게 그런건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다만... 설명을 귀로 듣고 옛 추억을 입으로 꺼내 놓으면서 손을 움직여 풀을 뜯어야 하는데, 많은 분들이 풀 뜯기에 참여하지 않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풀 뜯지 않음 저녁식사도 없다는 '엄포'를 서두에 빼먹어서 그랬을까???
구절초꽃잎, 무쟈게 쓰다. 한 분이 구절초꽃잎을 하나 입에 넣었다가 많이 힘들어 했다는....
나뭇잎 하나에도, 풀 줄기 하나에도, 우리네 중년들에게는 어릴 적 추억 하나쯤 끄집어 낼 수 있는 꺼리들이 존재함을 우리는 안다. 다만, 나이들어가면서 삶을 영위하다 보니 그걸 잠시 잊고 있었지만, 이런데 오면 그 추억의 실타래는 어김없이 삐져 나오곤 한다.
대추가 주렁주렁... 아직은 맛이 들지 않아 맹숭맹숭 하지만, 이런데서 따먹는 한알의 대추는 맛이 중요한 게 아니다^^
게다가 농약을 한번도 치지 않은 싱그러운 대추라는데야 뭐,,, 맛이 대수랴^^''
모두들 손이 닿는대로 대추를 하나씩 둘씩 따서 시식해 본다^^
보통은 이쯤에서 뒤로 돌아 식탁이 준비된 행사장으로 가는 게 정해진 코스인데, 이날은 무슨 바람이 불었던지 내친걸음 좀 더 나아가 철길이 가로막은 끝부분까지 가 보기로 했다.
안성마춤으로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화물열차가 하나 지나간다.
어른들도 기차가 코앞을 지나갈 때는 마냥 좋아하더라^^"
잠시 또 옛 추억에 젖어 철길에서 놀던 그 시절 개구쟁이들의 놀이문화를 꺼내 놓고 추억 여행에 나선다.
시장기가 동하는 많은 분들이 이미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이 좋은 소재거리를 놔두고 그냥 가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는 몇 분은 남아서 이런 놀이를 하면서 몇 장의 추억을 또 담는다^^
이제는 돌아가 맛있는 풀쌈으로 만찬을 즐겨야지...
아직도 도착하지 못한 분들이 적지않지만 더이상 기다릴 수 없으니...
처음 맛보는 풀의 느낌은 어땠을까요???
젓가락은 두고 손으로 드시는게 훨씬 편하고 맛나다고 말씀 드려도 끝내 젓가락을 고집하는 분들이 있다^^
한 차례 사나운 비로 인해 밖에 피워두었던 장작불은 세력을 잃었다.
그 사이 어둠이 내리고,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페리만 혼자 덩그러니 앉아서 사람들이 오길 기다리고 있나 보다^^'
열대야로 잠못이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조석으로 모닥불이 그리워진다.
봄인가 하면 벌써 여름이고, 가을인가 싶으면 쌀쌀한 기운이 곧 찾아오니... 봄 가을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모양이다.
풀쌈만찬을 마친 후 마눌님의 중국황실다도 시연이 이어졌다.
청나라 황궁에서 사용되던 황궁다법을 시연하고 있다.
오늘 여기 오신 분들 모두 황제요 황후이며 왕자와 공주가 되어 차 한잔을 받게 될 것이다^^
풀쌈만찬도 그렇지만 이 황궁다법 시연도 이곳 구름마을에서만 볼 수 있을 것이다.
시연 후에 차 한잔씩을 나누는 시간이 있는데 뒤늦게 도착하는 손님들 픽업하느라 그 장면을 담지 못했다.
이어지는 순서는 차향바르기, 어떤데서는 '차훈명상'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프로그램이다.
얼굴 피부미용에 좋다고 한다.
우리는 약식으로 간단한 체험을 소개하는 형태로 하고 있지만, 명상프로그램과 접목하면 훌륭한 정신건강기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차훈증을 마친 후 찻물을 조금 마시거나 손을 적셔 얼굴 부위를 문질러주면 더욱 효과가 좋다고 한다.
이렇게 차향바르기를 체험한 분들은 집에서도 얼마든지 혼자서 녹차훈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비가 계속 되어 여흥의 시간은 처마밑에서 이어가기로 했다.
행사장에 몇 시간째 피워놓았던 모닥불은 헛일이 되고 말았다^^"
오랜만에 만난 회원들의 정겨운 담소는 쉼없이 이어진다.
비가 내리는 후줄근한 날씨, 닭고기 한점이 땡긴다^^
이렇게 이들의 조용한 담소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밤새 남자 회원들이 숙소를 찾지 못해 어두운 밤을 헤메이는 등 있어서는 안될 일이 벌어졌다 한다. 일부는 잠자리가 추워 불편했다고도 하고....
진행상의 하자로 인한 불편을 드린 것이다. 진행과 안내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는다.
아침 식사 시간, 시원한 올뱅이해장국이다^^
전국 각지에서 황간을 찾아준 손님들인데 황간에 대한 좋은 기억과 추억 한보따리씩 가져갔기를....
다소 불편하고 어설펏던 점들에 대한 기억보다는 좋았던 일들에 대한 기억을 더 많이 해 주시고, 황간의 좋은 점들만 더 많이 봐 주시기를....
이들은 월류봉광장과 백화마을, 반야사와 노근리평화공원 등 황간의 주요관광자원을 좀 더 누린 후 귀가하게 될 것이다.
이번 한근협 정기모임을 주관하며 많은 신경을 쓰시고 모임 장소로 월류봉달빛농원을 선택해 준 유윤정님께 감사드린다. 진행상의 차질과 숙소의 불편함으로 인해 심적 부담이 컸을 텐데, 그런 점들에 대하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 행사의 주관자로써 이런 문제는 참 난감한 노릇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오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건 나의 숙제이다.
첫댓글 황간이면 추풍령 가까운 곳이네유 ............연 안동이라고 하는디
안동이시군요?
저도 안동에 가끔 갑니다. 큰집이 안동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