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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gotqlc10/222200439710
전북동시읽는모임 회원들의 동시집이 출간되었다. 오랫동안 좋은 동시를 읽다보니 쓰게 된 작가들이다.
2019년도에 4인 동시집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 (권옥 양현미 주미라 이창순/ 청개구리)를 냈고,
2020년도에 6인 동시집 『참 달콤한 고 녀석』(김경숙 송현주 이영희 이옥란 정지선 최성자 / 청개구리)를 냈다.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즐겁게 창작의 길을 걸어 온 그들이 오래도록 변함없는 문우로 활동하길 바란다.
새해에는 더욱 좋은 동시를 쓰기 위해 주위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며 이들의 문운이 창창하길 기원한다.
어린이다운 시선으로 세상을 새롭게 느끼게 하는 맛있는 동시들 여섯 명의 시인들의 동시를 읽으면
달팽이 같은 자연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고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도 쓸모가 있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 이 깊어지고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게도 됩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과 똑같은 생각과 마음을 가진 친구를 만나 함께 웃고 떠들고
신나게 놀 수 있습니다. 여섯 명의 시인들은 어린이다운 생각과 느낌을 바탕으로 동시를 썼습니다.
그래서 동시가 이해하기 쉽고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해맑은 동심으로 썼기 때문에 읽고 나면
마음이 산뜻해집니다. ‘어쩜 이런 생각을 했지?’ 하고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구절을 만 날 땐
놀라움과 함께 벅찬 감동을 받게 됩니다. 6인 동시집 『참 달콤한 고 녀석』을 읽으며
여러분들도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으 로 자라기를 바랍니다 ─이준관 (시인, 아동문학가)
세상 모든 것들과 친구가 되게 해 주는 행복하고 즐거운 동시
이준관 ( 시인, 아동문학가 )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동시를 쓴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그래서 동시 「물새알 산새알」 로 유명한 박목월 시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동시를 왜 쓰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간단하다. 즐겁기 때문에. 그렇다. 동시를 쓰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동시를 쓰면 이 세상 모든 것들과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보면 세상은 놀랍고 경이롭고 신비로운 것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니 어찌 동시 쓰는 일이 즐겁지 않겠습니까!
여기 여섯 명의 시인이 그 즐거운 동시를 위해 손을 잡았습니다. 김경숙, 송현주, 이영희, 이옥란, 정지선, 최성자 시인이 바로 그 주인공들입니다. 여섯 명의 시인은 <전북동시읽는모임> 회원입니다.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박예분 시인이 동시의 문을 열어주고 동시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전북에는 동시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전북동시읽는모임>을 이끌고 있는 박예분 시인의 힘이 큽니다.
여섯 명의 시인이 펴낸 동시집 제목이 『참 달콤한 고 녀석』입니다. 참 달콤한 고 녀석이라니요?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이라서 ‘무슨 내용의 동시들일까?’ 하고 호기심이 생깁니다. 시인들을 빨리 만나고 싶어집니다. 아마 독자들도 나와 똑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자, 그러면 여섯 명의 시인들을 만나러 갈까요?
1. 아이들과 사물의 마음을 참신하고 산뜻하게 표현한 동시
첫 번째 만날 시인은 김경숙 시인입니다. 김경숙 시인은 무엇이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시골 학교 아이들을 만나 독서 수업을 한다고 해요. 동시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나에게 잊고 지내던 소꿉친구다”라고 말했습니다. 동시와 소꼽친구가 되어 놀더니 김경숙 시인은 어린이가 다 된 모양입니다. 동시를 읽어보면 그렇습니다. 어른의 마음이 아니라 어린이의 마음으로 생각합니다. 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모든 것들을 친구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딱풀, 핫도그, 여치, 백구와 같은 동물과 사물의 말에 귀를 기울여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김경숙 시인의 동시는 아이의 마음으로 썼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핫도그처럼 맛있습니다. 무엇이든 딱 붙여버리는 딱풀처럼 동시의 매력에 딱 붙게 합니다. 그의 동시는 생생하고 실감이 난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하나, 둘, 셋!
눈꼬리가 올라간다
넷, 다섯, 여섯!
콧구멍이 커진다
일곱, 여덟, 아홉!
입술이 실룩거린다
열!
쏼라쏼라 외계인
우가우가 우라우탕
쿵쾅쿵쾅 헐크
엄마 속에 몰래
숨어있던 녀석들
총출동이다!
「화난 엄마」 전문
어때요? 잔뜩 화가 난 엄마의 얼굴 모습이 눈에 또렷하게 보이지요. 화가 나서 외계인이나 헐크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마구 쏟아붓는 엄마의 말소리가 귀에 쟁쟁 들리지요. 엄마의 표정이 바뀌는 모습을 생생하고 실감나게 표현했습니다. 외계인과 헐크처럼 쏟아내는 말도 실감 나고 아주 재미있습니다.
“내가 틀린 답 박박 지울 때/너는 찌르르 찌르르 여름 지우고//내가 문제 쓱쓱 풀 때/너는 찌르르 찌르르 가을 부르고“ (「숙제 친구」)나 “너희들 /싸우고 등 돌린 친구들 있으면// 딱! 기다려//내가 간다”( 「딱풀」)도 읽으면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고 생동감이 넘칩니다. 이렇듯 그는 아이들과 사물의 마음을 눈에 보일 듯 손에 잡힐 듯 실감나게 담아냈습니다.
날 놀렸던 고 녀석
설탕 콕 찍어 한입 베어
아그작! 아그작!
내 입속에서
이리 쿵! 저리 쿵!
어라, 어라,
배배 꼬였던 꽈배기 풀리니
미웠던 마음도 풀어져
꿀꺽, 꿀꺽
고 녀석 참 달콤하다
「참 달콤한 고 녀석」 전문
혀를 날름거리며 놀리는 녀석이 얼마나 밉겠어요. 그래서 놀린 아이를 혼내주듯이 꽈배기를 설탕에 콕 찍어 아그작 아그작 베어먹습니다. 이리저리 쿵쿵 땅바닥에 굴려 혼쭐을 내주듯이 입속으로 꽈배기를 굴려 먹습니다. 그랬더니 ‘어라?’ 꽈배기처럼 배배 꼬였던 미워했던 마음이 시원하게 풀립니다. 흔한 군것질감인 꽈배기를 통해서 어쩌면 아이들의 마음을 이렇게 생생하고 실감나게 표현했는지 놀랍습니다. 김경숙 시인의 동시는 이렇듯 생생하고 실감이 납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발상과 표현이 새롭고 참신해서 산뜻합니다. 간결하고 깔끔해서 오래 인상에 남는다는 것도 매력입니다.
2. 자연에서 배운 나눔과 베풂의 동심의 세계
두 번째로 만날 시인은 송현주 시인입니다. 송현주 시인은 세 아이의 엄마로서 19년째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러면서도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여 5년째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도 하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거기에다가 공부까지 하고 있으니 참 대단한 시인입니다. 그런 힘은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3킬로나 떨어진 학교를 산길을 걸으며 다녔던 데서 나오지 않았을까요. 무서움과 외로움을 떨치기 위해 시를 외우고 동요를 부르며 산길을 걸어 학교에 갔던 추억이 훗날 그를 시인이 되게 했답니다.
송현주 시인은 산골 마을에서 자라면서 나누고 베풀고 배려하는 마음을 자연에서 배웠습니다. 산골 마을에 살면 자연이 얼마나 많은 것을 나누어주고 혜택을 주는지 알게 됩니다. 시인이 동시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산골 마을 자연에서 배운 ‘나눔과 배려와 베풂의 정신’입니다. 그런 마음을 어린이들도 가졌으면 하는 소망으로 송현주 시인은 동시를 씁니다. ‘감을 가지고 가서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고 하는 엄마의 마음’ (「엄마의 단 맛」) 이나 ‘검정 봉다리에 생선을 듬뿍 넣어주는 생선 가게’ (「생선 가게 할매」 )의 할매 마음은 바로 송현주 시인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동글동글
동그란 쌀 과자
학교에서 먹은 것도
아동센터에서 먹은 것도
모두가 동글동글
한 입 와삭
고소해서 와삭와삭
가방 속에 넣어놓고
자꾸만 들여다본다
짝꿍에게 주려고
깨질까봐
못줄까봐
「 쌀 과자」 전문
친구에게 주려고 가방 속에 넣어둔 쌀 과자가 깨질까 봐 걱정하는 아이의 마음을 정겹게 표현했습니다. 이런 착한 심성의 아이들만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이 동시는 리듬이 살아 있어서 낭송하기 참 좋은 작품입니다. ‘동글동글’이라는 말 속에는 ‘서로 나누고 베풀며 살아야 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송현주 시인은 자연을 닮아서인지 아주 낙천적입니다. 코로나도 매화가 피면 사라질 거라고 믿습니다 ( 「그까짓 코로나」 ). 복분자 주스만 있으면 여름이 와도 걱정이 없다고 합니다 (「복분자」 ). 꿈에서처럼 꿈 밖 나라 문도 스르륵 쉽게 열리기를 바랍니다 (「스르륵」 ). 이와 같이 넉넉하고 낙천적이고 포근한 성품은 산골 마을에서 자라면서 자연에서 배운 것들입니다. 그래서 그의 동시에는 자연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온전히 담겨 있습니다.
아저씨 넓은 등에
우주 하나를 내려놓았다
바람결에 슬며시!
오늘밤
아저씨네 집에
별별 얘기꽃 피어나겠다
「꽃잎 한 장 」전문
짧고 간결하며 이미지가 선명해서 마치 산뜻한 그림을 보는 듯한 동시입니다. 아저씨는 아마 꽃나무 아래서 일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등을 구부리고 있는 아저씨 등에 바람이 꽃잎 한 장을 슬며시 놓아두고 갑니다. 그 꽃잎 한 장을 ‘우주 하나’라고 표현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꽃잎 한 장을 피우려면 해와 달, 바람, 비, 나비, 벌 등등 우주의 모든 것들이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저씨 집에서는 아마 밤새 꽃 이야기가 별처럼 피어났을 것입니다. 바람이 슬며시 놓아주고 간 ‘꽃잎 한 장’을 보고도 이처럼 아름다운 시를 쓴 걸 보면 송현주 시인이 얼마나 자연을 사랑하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3. 사랑으로 품어주는 할머니의 마음 같은 동시
다음에는 세 번째 시인 이영희 시인을 만나러 갈까요. 시인은 그림책 활동가와 동화구연가로서 어린이들에게 그림책 놀이와 역사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동시 쓰는 시간을 “바쁜 일상 속에서 ‘괜찮아.’ 라고 나를 토닥여 주고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소중한 시간이다”라고 말합니다. 이런 시인은 만 개나 되는 너른 들을 적신다는 만경강에서 자랐습니다. 만경강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땅과 하늘이 맞닿은 지평선이 보이는 넓은 만경평야를 적시며 흐르는 강입니다. 이런 만경강에서 자라서일까요. 평야를 감싸 안고 흐르는 만경강처럼 그의 동시는 포근하고 넉넉하고 풍요롭습니다.
이영희 시인의 동시에는 유난히 할머니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러고 보면 모든 것을 사랑으로 품어주는 할머니 마음은 너른 들을 적시며 흐르는 만경강을 참 많이 닮았습니다. ‘바람에 까치집이 떨어질까 봐 가슴 조마조마하는 할머니의 마음’ ( 「898번지 까치집」 ), ‘적당히 재료를 넣고 적당히 소금을 넣어도 제맛이 나는 할머니의 손맛’ (「적당히 레시피」 ), ‘가을 햇살에 곡식을 널어 말리는 할머니의 손’ ( 「할머니의 가을 연주회」 )은 바로 만경강의 마음이고 손맛이고 손입니다.
겨우내 집에만 있던 할머니
밖에 나와 뽀얀 쑥을 캐며
-봄바람이 참 좋네!
밤새 하얀 쌀을 물에 불려
눈가루처럼 곱게 빻아
말랑말랑 반죽을 하며
-아기 귓불처럼 보드랍네!
솥 안에 넣고
푸우~푸우 하얀 김 쐬고 나온
찰진 쑥떡을 보며
-아따, 진짜배기 봄이네!
내 입 속으로 쏘옥 들어온다
진짜배기 봄이
「봄의 맛」 전문
봄에 쑥을 캐어 쑥떡을 만들어주는 할머니의 마음을 할머니의 입말을 잘 살려 정감 있게 표현한 동시입니다. “아따, 진짜배기 봄이네!”하는 할머니의 사투리가 정겹게 귀에 들리는 듯합니다. ‘뽀얀 쑥’, ‘하얀 쌀’ ‘말랑말랑‘ ’푸우~푸우‘ 와 같은 꾸미는 말이나 의성어. 의태어들이 봄의 맛처럼 싱싱하고 맛깔스럽습니다. 이영희 시인은 이런 할머니의 마음으로 동시를 씁니다. 그래서 동시가 할머니의 품처럼 넉넉하고 따스하고 포근합니다.
새콤달콤
사과향기 난다 사과꽃
아삭아삭
오이향기 난다 오이꽃
통통통통
수박향기 난다 수박꽃
난다 난다 나한테도 난다
포근한 엄마향기
「난다 난다」 전문
이 동시를 리듬을 살려 읽으면 마치 노래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상큼한 향기가 나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사과꽃에서는 사과 향기가, 오이꽃에서는 오이향기가, 수박꽃에서는 수박 향기가 납니다. 왜냐고요? 사과꽃은 사과의 엄마고, 오이꽃은 오이 엄마고, 수박꽃은 수박의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엄마 향기가 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당연히 나한테서도 엄마 향기가 납니다. 그 향기는 포근한 사랑의 향기지요. 이 동시는 ‘새콤달콤’ ‘아삭아삭’ ‘통통통통’과 같은 의성어 의태어와 ‘난다’의 반복을 통한 경쾌한 리듬이 매력입니다
4. 생물과 사물들의 말과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주는 동시
이번엔 이옥란 시인을 만나러 갈까요. 이옥란 시인은 호기심이 많아서 그림 그리기, 자수, 퀼트, 목공 인형 등 여러 가지에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이런 다양한 취미 생활을 바탕으로 동화, 그림책, 동시를 쓰게 됐다고 해요. 그는 30년간 유치원 교사를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발상과 표현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습니다. 생물과 사물들을 사람처럼 생각하여 그들의 말과 이야기를 동시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의인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옥란 시인은 나에게 동시는 “모든 것을 비춰 보는 마법 거울과 같다. 마법 거울에 대고 “수리수리 마수리 거울~”하면 그 안에 모든 것들이 따스한 눈길로 소곤소곤 말을 걸어온다“고 말했습니다. 마법 거울이 있어서 그런지 그에겐 동물과 사물들의 말과 이야기가 잘 들리나 봅니다. 그는 밥통과 인형과 필통과 옷과 거미들의 말과 이야기들을 재미있는 동시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시인은 치익~칙 치~지직 하고 밥솥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얘들아, 밥 먹자’ (「밥 먹자」)라는 말로 금세 알아듣습니다. 밥통뿐만 아닙니다. 옷장 속의 옷들의 말 (「나가고 싶어」 ) 운동화의 말(「운동화 일기」 ), 인형과 필통의 말 ( 「내가 밀린 이유」) 도 알아듣고 동시로 썼습니다.
베 짜기 자신 있는 예쁜 아가씨가 있었대
사람들은 아가씨의 솜씨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
- 이 세상에 나만큼 베 잘 짜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아가씨는 으쓱거리며 누가 잘 짜나 내기를 했지
과연 아가씨의 베 짜는 솜씨는 일품이었어
여신이 그런 아가씨를 질투했어.
- 너는 평생 베만 짜면서 살아라!
그래서 거미는
오늘도 엉덩이에서 실을 뽑아 베를 짜고 있대
「거미의 조상」 전문
거미가 집 짓는 이유를 옛이야기로 흥미롭게 풀어 들려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특히 유아들은 의인법을 사용한 옛이야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런 유아들에게 딱 맞는 동시가 바로 ‘거미의 조상’입니다. 이옥란 시인은 이런 유아적인 발상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동시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숙제했니?
학원은 다녀왔어?
방 정리는?
엄마의 야단주머니는
매일매일 불룩불룩
좀 기다려주지
엄마는 새치기 선수다
앗! 오늘 숙제
깜빡하고 안했다
내 걱정주머니도
볼록볼록
「두 주머니 」전문
엄마의 야단과 잔소리, 아이의 걱정을 ‘주머니’에 비유하여 귀엽고 재미있게 표현한 동시입니다. 엄마는 아이가 잘 되라고 야단을 치고 잔소리도 많이 합니다. 그것을 ‘불룩불룩’한 야단주머니로 표현했습니다. 오늘 숙제를 깜빡한 아이는 ‘볼록볼록’한 걱정주머니라고 재미있게 표현했습니다. ‘불룩불룩’과 ‘볼록볼록’의 말의 차이가 참 적절하고 재미있습니다.
5. 아이들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낸 동시
다섯 번째로 만날 정지선 시인은 유치원교사로 30년을 근무하고 지금은 유치원 원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인형극단에서 자신이 쓴 동화를 각색하여 공연도 하고 지역 스토리랩 공모에서 동화부문 최우수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답니다. “동시는 나에게 밤새 내린 하얀 눈이다. 창문을 열었을 때 하얀 눈은 세상을 깨끗하게, 신비하게, 고요하게 덮어주고 사람들을 동심의 세계로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듯이 그는 세상을 깨끗하게 덮어주고 사람들을 동심의 세계로 이끄는 하얀 눈 같은 동시를 쓰고 싶어 합니다.
그의 동시는 아이들의 마음을 실감 나게 표현한 것이 매력입니다. 전교생이 딱 두 명인 학교에서 짝꿍이 전학 갈까 봐 전전긍긍하는 아이의 마음을 담은 동시 「새학년」, 마지막 학원 끝나고 집에 가는 아이의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가벼운 마음을 표현한 동시 「금요일 밤」, 친구 사이의 우정을 동글동글 이라는 말 속에 재미있게 담은 동시 「절친」 등을 읽어보면 아이의 속마음을 절묘하게 표현했구나, 하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툭,
하면 삐지는 짝꿍
콩,
때려주고 싶지만
꾹,
눌러 참는다
딱,
두 명 뿐인 2학년
쭈-욱
함께 지낼 내 짝꿍
「짝꿍」 전문
아주 작은 시골학교라서 2학년이 딱 두 명뿐입니다. 그러니 짝꿍이 얼마나 소중하겠습니까. 그러나 짝꿍은 걸핏하면 ‘툭’ 삐집니다. 마음 같아서는 ‘콩’ 때려주고 싶습니다. 그래도 ‘꾹’ 참습니다. 왜냐하면 딱 두 명뿐이니까요. ‘쭈욱’ 함께 지낼 친구 사이의 관계를 ‘툭’ ‘콩’ ‘꾹’ ‘딱’ ‘쭈-욱’이라는 짧은 말 속에 함축해서 실감나게 표현했습니다. 이 동시는 말의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점이 매력입니다.
엄마랑 헤어져 사는 민석이
유치원 현관에서 아빠가 돌아서자
참았던 울음보 터진다
달님반 선생님이 달래고
원장 선생님이 달래도
-앙~ 앙~ 앙~
엄마한테 전화해주세요
나, 진짜 진짜 아프다고
엄마 보고 싶어
매일 보내는 울음 신호
앙~ 앙~ 앙~
앙~ 앙~ 앙~
「신호」 전문
엄마랑 헤어져 사는 민석이는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을까요. 엄마 보고 싶은 마음이 “엄마한테 전화해 주세요/나, 진짜 진짜 아프다고”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앙~ 앙~앙~’ 우는 민석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마음이 아파서 우는 민석이의 눈물을 누가 닦아줄까요. 엄마만이 닦아줄 수 있겠지요. 엄마와 헤어진 민석이의 안타까운 마음을 가슴 뭉클하게 표현한 동시입니다. 이처럼 정지선 시인은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알고 헤아릴 줄 압니다. 그것은 오랜동안 아이들과 함께 생활을 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기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치매를 앓아 기억을 잃은 할머니를 안아드리면 주글주글 주름진 얼굴이 환한 미소로 충전된다는 동시(「충전」)도 좋은 작품입니다
6. 아이들에게 힘과 용기와 위로를 주는 동시
마지막으로 만날 시인은 최성자 시인입니다. 최성자 시인은 한동안 방송국에서 리포터로 활동하며 작가와 디제이의 꿈을 키웠습니다. 지금은 학교에서 독서 논술을 가르치고 있다고 합니다. 힘들 때면 동시 속에서 어린아이처럼 맘껏 투정 부리고 위로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시는 “나에게 커피와 같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최성자 시인은 아이들이 겪고 있는 현실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대변해서 그들의 마음을 간곡하게 동시로 표현했습니다. 달콤한 자유 시간을 바라는 아이들의 마음(「지우개똥」 ), 수능시험이 멀었는데도 벌써부터 시험 공포에 빠진 아이의 마음(「벌써부터」) 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표현했습니다. 또한,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의 심리를 실감 나게 표현하고 ( 「사춘기」 ) 온갖 일에 다 참견하는 헬리콥터 맘 같은 엄마를 꼬집는 동시 ( 「아들바라기」 )도 썼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동시가 있는가 하면 할머니의 따스한 마음결이 묻어나는 「택배 왔다」라는 동시도 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그릇을 구석구석 닦으면 “그릇들이 말간 얼굴로 뽀드득뽀드득 윙크하는” (「설거지」 ) 해맑은 동시도 있습니다. 최성자 시인은 엄마의 손길로 그릇을 닦듯이 동심으로 세상을 말갛게 닦으려는 마음으로 동시를 씁니다. 그래서 동시를 읽는 사람들에게 힘과 위로를 줍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쟁이 시작되었다
방패 대신
마스크 쓴 사람들
힘내, 우린 할 수 있어!
입으로 하는 말보다
따뜻하고 또렷한
눈말
「눈말」 전문
코로나 19로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온 세계가 ‘바이러스 전쟁’입니다. 바이러스 전쟁은 마스크가 방패입니다. 마스크를 쓰면 눈만 보입니다. 사람들은 눈으로 ‘힘내, 우린 할 수 있어’하고 말을 합니다. 눈으로 주고받는 눈말은 그래서 따뜻하고 또렷합니다. 이 동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최성자 시인은 ‘피로할 때 마시는 커피’ 같은 동시를 써서 모두에게 힘과 용기와 위로를 주고 싶어 합니다.
새벽까지 눈이 왔다
뿔 달린 꼬마 도깨비 눈사람
어디 두고 왔을까 도깨비 방망이
책가방 멘 눈사람
해바라기 하다 눈물 흘린다
훌쩍훌쩍
털모자 쓴 어린왕자 눈사람
빨간 코 되었다
콧물 찍찍
오늘 운동장에
전학 온 친구들 많아서 좋다
참 좋다
「전학생」 전문
학생들이 많지 않은 작은 시골 학교인 모양입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전학생이 많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눈사람을 만듭니다. 이 동시에는 전학 온 친구들이 많기를 바라는 아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묻어 있습니다. 눈사람이 서 있는 시골 학교 운동장의 풍경을 동화적 상상력으로 한 편의 짧은 동화를 읽는 것처럼 표현한 동시입니다
최성자 시인은 ‘공부도 운동도 방 정리도 잘 못하지만 언젠가는 엄마 아빠에게 큰 기쁨을 주는 아이가 될 거라는 믿음’ (「늦게 피는 꽃」) 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대변해 주고 아이들에게 힘과 용기와 위로를 주는 동시를 썼습니다
7. 글을 마치며
동시를 쓰면서 행복한 여섯 명의 시인을 만났습니다. 모두 아이들처럼 즐겁고 신나고 행복한 얼굴들입니다. 표정도 아이들처럼 해맑고 밝습니다. 동시를 쓰면 이 세상 모두와 친구가 되어 사귈 수 있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여섯 명의 시인들은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느낍니다. 그래서 여섯 명의 시인들이 쓴 동시를 읽으면 누구든지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동심 속에 풍덩 빠져들게 됩니다.
여섯 명의 시인들의 동시를 읽으면 달팽이 같은 자연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고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도 쓸모가 있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고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게도 됩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과 똑같은 생각과 마음을 가진 친구를 만나 함께 웃고 떠들고 신나게 놀 수 있습니다.
여섯 명의 시인들은 어린이다운 생각과 느낌을 바탕으로 동시를 썼습니다. 그래서 동시가 이해하기 쉽고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해맑은 동심으로 썼기 때문에 읽고 나면 마음이 산뜻해집니다. ‘어쩜 이런 생각을 했지?’ 하고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구절을 만날 땐 놀라움과 함께 벅찬 감동을 받게 됩니다. 6인 동시집 『참 달콤한 고 녀석』을 읽으며 여러분들도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좋은 동시책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