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인듯 싶지만 1년내내 내 뱉은 대표적 "핑게"에 오른 '말'이 있다. 뒷땅쳤네, 고개들었네, 강하게 쳤군, 살짝 건드렸나?, 까치 소리에 그만, 지난 밤 꿈 때문?,
스탠스가 잘못?~, 몸이 풀리지 않아서?, 클럽이 문제인가? 스윙탓이야,........................



하도 궁금해서 도대체 '핑게'가 몇가지나 되는지 나 돌아 다니는 '소식통'에서 모아보았다.
1 잠을 못 자거나 설쳐서(야근, 과음, 놀음 등) 2 아픈 탓에(감기, 몸살, 통증 등) 3 부인이 바가지 긁어서 4 진행이 너무 밀려(특히 파3홀에서 10~20분 대기하거나, 전반 9홀 마치고 20분 이상 쉬면 좋던 리듬 깨짐) 5 중간에 커피나 차 마시느라(머리로 열이 올라와 집중력 떨어짐. 특히 술동 이뇨작용이 있어 2~3홀마다 소변을 마렵게 해 샷을 망가뜨림) 6 동반자의 신경 거슬리는 행동이나 말 때문에 7 동반자가 신입이거나, 경력자라도 마음에 안 들어서(퉁명한 대응, 거리 판단 미스 등 서비스 부족) 8 동반자가 너무 예쁘거나 밉상이어서(괜한 흑심으로 집중력 흐트러짐) 9 날씨 탓(비, 눈, 바람, 황사 등) 10 코스가 너무 어려워(벙커가 많거나 러프가 길거나 익숙하지 않은 양잔디 등) 11 코스에 적응 못 해(이틀 연속 라운딩의 경우, 둘째 날이 첫날보다 코스가 어려우면 4~5타를 까먹기 마련. 이와 반대로 둘째 날이 더 쉽다면 4~5타는 줄일 수 있음) 12 (식사 잘못한 탓인지) 배탈이 나서 13 (라운딩 도중) 가벼운 부상 탓으로 14 모자를 깜빡하고 못 가져와서(쓰던 모자를 안 쓰면 괜히 신경 거슬려 집중력 저하) 15 공을 한 개만 가져와서(마음이 불안한데다 특정거리를 못 맞춤) 16 늘 복용하는 약을 안 먹어서(식후에 고혈압, 당뇨약을 꼭 먹어야 하는데 집에서 약을 먹고오지 않은 탓에 라운딩 도중 혈압·혈당 체크로 괜히 신경 거슬림) 17 골프화 때문에(임대 골프화나 새 골프화는 발에 익숙하지 않아 미스샷 유발) 18 휴대폰 벨소리 때문에(라운딩 중에는 진동으로 전환시켜야 하나 어떤 이는 업무상 전화를 받기 위해 ‘소리’로 고정, 동반자 티샷할 때 수신 벨소리로 리듬을 깨는 경우가 더러 있음) 19 라운딩 중 자세 교정하느라(‘백돌이’들이 싱글 핸디캐퍼를 만나면 원포인트 레슨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지적이라도 라운딩 중의 교정은 오히려 혼란이 와 당일 샷은 망가짐) 20 마누라와 오랜만에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눈 탓에(정력 소진) 21 골프장까지 두 시간가량 장거리 이동한 탓에 피로가 풀리지 않아 첫홀부터 샷이 잘 안 됨. 22 동반자의 샷 방해(퍼팅 라인에 서 있으면 퍼팅 집중력 떨어짐. 또 어드레스 자세 들어갔는데 옆으로 지나가며 발자국 소리 내면 미스샷 유발) 23 운이 안 좋아서(친 공이 도로나 나무에 맞아 페어웨이가 아닌 반대방향의OB지역이나 워터 해저드로 빠짐) 24 동반자가 마음에 안 들어서(매너 나쁘거나 말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 등. 어떤 고약한 동반자는 지갑을 안 가져왔다며 티샷 전 돈을 빌렸는데, 전반 9홀 만에 잘 치며 빌려간 돈을 바로 갚아 나머지 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함) 25 접대골프(당연히 잘 칠 수 없음) 26 목표물이 흐릿하니 정확성이 떨어짐 27 용변이 마려워서(신경이 예민해져 집중 안 됨) 28 골프협회 생각하느라(1년에 한 번 있는 대회 치를 때, 여러모로 바빠 라운딩에 집중할 수 없음)
29 부인 동반하느라(샷을 잘하나, 못하나 여러 가지 신경쓰다 보면 자신의 플레이는 소홀하게 됨) 다음은 흔치 않은 핑곗거리다. 30 잔디가 좋지않다 라고 속을 끓이면 그 친구는 바로 멘붕이 와 OB를 내게 됨
31 골프장 정리요원 때문에 (가끔 그린에서 홀컵을 옮기는 직원과 부닥치게 된다. 직원이 퍼팅하는 골퍼의 옆에 바짝 붙어 깃대를 들고 서 있으면 신경이 거슬려 쉬운 1m짜리 퍼팅도 실수하게 됨)
32 처음 본 동반자 낯 가리기(내 친구는 처음 본 사람에게는 늘 낯을 가려 핸디캡보다 7~10타 더 치기 일쑤)
33 동반자가 학창시절 짓궂은 에피소드 떠올리며 트라우마를 건드릴 때(예; “너, 고1 때 남성 심벌이 매우 작았었는데…” )
34 이상한 문자 수신(訃音 등 걱정이 많아짐)
35 친구한테 갑자기 불려가는 바람에(친구들과의 라운딩을 위해 집을 나서는데, 다른 친구에게서 전화와 “갑자기 별일 없으면 합류하라” 해서 떨떠름한 표정으로 친구를 부르게 됐을 때. 동창생의 경험담)
36 주식 시세 하락(중간에 휴대폰으로 주식 시세 체크했는데 보유 주식이 하락한 데 영향받아 샷이 흔들림)
37 동물들의 방해(샷을 하려는데 연못의 오리가 뛰쳐 오르거나 퍼팅 시 벌레가 기어오거나 벌이나 모기가 귀에 붙는 등. ‘로스트볼’로 벌타 받은 적 있음)
38 비행기, 작업차 등의 방해(비행장 옆 골프장이라면 갑자기 비행기가 이륙하며 굉음을 낼 수 있다. 티샷 하는데 난데없이 작업차가 나타나 집중에 혼란을 주기도)
39 동네 친구한테서 전화옴(동반자가 전반을 38타로 마치며 기세 등등했으나 후반에 전화 몇 통 받고 완전 무너졌는데…. 사연인즉, 남의 차를 얻어 타고 오면서 아파트에 주차해 놓은 자신의 차 스몰라이트를 미처 끄지 못함. 그래서 지나가던 동네 아줌마들이 친절하게도 차 유리창에 붙은 휴대폰 번호를 보고 “스몰라이트 끄셔야겠네요~”라고 여러 번 전화를 걸어오는 바람에 좋던 리듬이 깨져 후반에 50타 기록)
40 기온 변화에 따른 옷을 준비 못 해서(초봄이나 초가을, 아침엔 쌀쌀했지만 후반 들어 기온이 10도 이상 오를 경우 반팔이나 가벼운 긴팔 티셔츠를 준비 못 했다면 땀 뻘뻘 흘리며 무너질 수 있음.)
41 갑작스러운 블랙아웃 현상
42 거액의 레슨비 지출 때문에
43 수면제 때문에(어떤 이는 라운딩 전날 푹 자기 위해 수면제를 복용했는데 수면제를 적게 먹었는지 깊이 못 자고 밤새 자다 깨다 했다고. 이런 탓에 당일 라운딩 중 졸음이 와 샷이 완전히 망가져 동반자들을 즐겁게 해줬음)
44 그늘에 가려
45 같은 홀에서 2.5m 쉬운 퍼팅을 남겼으나 스트로크 시작하는 찰나에 센바람이 불어 잠시 흔들, 역시 집중력 흐트러져 버디 놓치고 우승권에서 탈락.
46 작업하는 관리인 때문에(그린 보수를 하는데 퍼팅하기 직전, 그가 “왼쪽으로 두 컵 봐야 돼~”라고 한마디 거들어 동반자들 ‘빵’ 터짐. 집중력 잃어 쉬운 퍼팅 미스). 47 번으로 추가할 것은 ‘이상하게 안 맞는다’이다. 사실 이상하게 안 맞는 원인불명은 이 세상에 없고, 본인이 이유를 깨닫지 못할 뿐이다. 여기에 희귀한 이유를 몇 개 더 붙인다 해도 60개는 넘지 않아 보이니 흔히 골퍼들이 말하는 120가지 핑계는 과장된 것이다. 하여간 골프 못 치더라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 말고 실수를 겸허하게 인정하는 게 다음 라운딩을 위해 좋지 않을까? 물론 위에 적은 핑계들을 잘 외워 사전에 방지, ‘실수의 덫’에 빠지지 않는 게 핸디캡을 줄이는 현명한 방법이지만. 골프원산지 영국 스코틀랜드 속담에 “골프는 골(goal)이 없는 엔드리스 게임(Endless Game ) 이다”라는 게 있다. '무진장한 끝장경기'란 뜻이다, 그래서 골프는 골로 승부를 내거나, 시간이 엄격하게 정해진 게임이 아니다. 끊임없이 인내하고, 상대를 배려,존중하고, 자기 자신과 싸워가면서 정직하게 기록하는 운동이다.
파크골프ParkGolf 도 이에 다름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