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에서 그라나다로 가는 길에 들린 스페인의 소도시 론다. 꼬불꼬불한 산길과 들판을 지나 론다로 가는 여행길은 너무 아름다워 머물고 싶은 시간이었다. 유명한 관광지의 유물을 보며 우리와 다른 문화에 취해보기도 하지만 가족끼리 여유를 갖고 천천히 움직이는 여행이 더 매력이 있다.
세비야에서는 가는 곳마다 한국인들이 넘쳤다. 그곳과 달리 론다는 조용한 도시를 기대하며 갔다. 하지만 론다의 유명한 맛집에 가자, 한국에 스페인 음식점을 옮겨 놓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몽땅 한국인이었다. 누에보 다리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 주었던 커플, 가족여행을 온 일행을 또 만났다. 다음날 전망대에서도 만나고 그렇게 론다는 작은 도시이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곳이었다.
누에보 다리에 가기 직전 어디선가 여행자를 안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한국인이 아닌 누가 들어도 ‘누에보 다리’라고 말하는 외국인의 목소리였다. 론다에 한 명밖에 없다는 한국어를 하는 가이드 안드레스였다. 세계테마기행에서 본 그분이 우리나라 단체 관광객을 안내하며 지나가고 있었다. 연예인을 보듯 화들짝 놀라서 안내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긴 재미있는 순간이었다.
절벽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누에보 다리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보았다. 차의 맛보다 누에보 다리의 풍경이 압도했다. 그다음엔 좀 더 떨어져서 누에보 다리를 감상하기 위해 절벽 아랫마을로 가서 거리를 두고 바라보았다. 부분이 아닌 누에보 다리의 전체적인 풍경과 협곡의 아찔한 절벽이 한 편의 서사가 되어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다리 주변의 협곡과 하얀 집들의 배경이 있어 더 아름다운 다리, 함께 어우러져서 특별한 다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론다는 헤밍웨이가 사랑한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론다에서 집필했다는데 실제로 헤밍웨이 산책로가 따로 있다. 나도 그 산책로를 걸으며 헤밍웨이가 걸었을 길을 따라가며 깊은 생각에 잠겨보기도 했다. 론다는 이야기를 품고 있는 아름다운 소도시이다. 저물녘 여행자가 되어 먼 산맥과 평원 위에 수 놓인 노을을 바라보는 시간은 왜 그렇게 평화롭고 아름답든지. 언제 본 듯한 익숙한 풍경이면서도 다시 보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론다에 푹 빠져들었다. 누에보 다리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노을을 보며 나도 저렇게 곱게 물들어 가기를 소망해 보았다.
첫댓글 내가 체험한 것처럼 생생한 글 표현이 와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