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는 합창의 전통이 강한 나라이다. 그래서 훌륭한 합창단이 많은데, 그 중 빅3를 꼽는다면 아마도 레드 아미 코러스, 돈 코싸크 합창단, 볼쇼이 합창단을 꼽아야 할 것이다.
레드 아미 코러스(Red Army Chorus) 1928년 붉은 군대의 강력한 원조 하에 모스크바 음악원의 교수이고 작곡가, 지휘자였으며 소련의 인민예술가로 추앙받았던 알렉싼드르 알렉싼드로프 (Alexander Aleksandrov)에 의해 창단되었다. 처음에는 창단자의 이름을 따서 알렉싼드로프 앙상블이란 명칭으로 불렸는데, 1928년 10월 12일 소비에트 군대의 중앙 궁전 무대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때는 10여 명의 보컬 외에 두 명의 댄서와 연주가들 정도로 구성된 작은 악단이었다. 레드 아미 코러스가 오늘날과 같은 대규모의 남성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와 댄서들이 포진한 대형 연주 그룹이 된 것은 1930년대 중반 이후부터이다. 1946년 알렉싼드로프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그의 아들인 보리스 알렉싼드로프가 이 악단을 이끌었다. 현재 총예술감독 및 지휘자는 니꼴라이 라보브스끼(Nikolai Rabovsky). 단원들 모두 현역 군인들로서, 공연 때 쏘련 군복을 입고 무대에 서는 것이 인상적이다. 2004년 첫 내한 공연을 가졌으며, 2010년 10월에는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공연했다.
돈 코싸크 합창단(Don Kosaken)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크림반도에서 적색 혁명군에게 패배한 백계 러시아인 ‘코싸크’는 터키 티링길 포로수용소에 집결하였으며, 합창단은 그들 가운데 음악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체가 되어 모스끄바 신학교에서 음악을 공부한 쎄르게이 야로프(Serge Jaroff) 기병 소위를 중심으로 1921년 결성되었다. 돈 코싸크 합창단은 처음 조국에 대한 향수와 불안정한 현실을 잊기 위해 합창을 시작하였지만 뛰어난 연주 실력으로 곧 유명세를 타게 되었고, 1922년 오스트리아 빈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서 공연을 하면서 세계적인 합창단으로 인정받았다. 러시아 특유의 열정이 넘치는 남성합창단으로서 많은 활동을 하였고, 특히 창단 지휘자 쎄르게이 야로프는 뛰어난 편곡 능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레퍼토리를 개발하여 러시아 민요를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낮은 소리를 내는 합창단으로서 매력적인 남성 합창을 들려준다. 현재 지휘자는 반야 흘리브까(Wanja Hlibka). 2009년 4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 공연을 했다.
볼쇼이 합창단(Bolshoi Chorus) 볼쇼이 합창단은 러시아 국립 방송 합창단이다. 러시아 민요와 고전음악을 보급할 목적으로 1928년 합창 음악의 거장 알렉싼드르 스베쉬니코프(Alexander Sveshnikov)가 창단하였으며, 2008년 작고한 루드밀라 예르마코바(Ludmila Yermakova)에 이어 현재 레프 칸타로비찌(Lev Kontorobich)가 지휘자로 합창단을 이끌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문화축전 행사에 참가하였으며, 이후 수차례 내한 연주회를 한 바 있다. 2002년 11월 대구시민회관, 2009년 5월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공연했다.
|
민요가 민중들 사이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지고 구전되어온 소박하고 비전문적인 노래인데 비해 로망스는 전문 작곡가가 유명 시인의 시를 가사로 해서 정교하게 만든 예술 가곡이다. 그러니 우리나라의 가곡이나 독일의 리트, 이딸리아의 깐쵸네, 프랑스의 샹송 등과 유사한 성격의 노래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문화적 후진국으로서 서유럽 문화에 열등감을 지니고 있던 러시아가 18세기 후반 이후 프랑스 음악을 동경하여 만든 예술 가곡이 러시아 로망스인 것이다.
6. 나 홀로 길을 가네(ВЫХОЖУ ОДИН Я НА ДОРОГУ) - Anna German /
박경숙(cello), Nina Kogan(piano)
27세의 젊은 나이에 친구와의 결투에서 목숨을 잃은 러시아의 작가 미하일 레르몬또프 (Mikhail Lermontov)의 시에 샤쉰(E. Shashin)이 곡을 붙인 예술가곡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가수 스베틀라나(Svetlana)의 노래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나 홀로 길을 가네
안개 속을 지나 자갈길을 걸어가네
밤은 고요하고 황야는 신에게 귀 기울이고
별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네
하늘의 모든 것은 장엄하고 경이로운데
대지는 창백한 푸른빛 속에 잠들어 있다
도대체 왜 나는 이토록 아프고 괴로운가?
무엇을 후회하고 무엇을 기다리는가?
아! 삶 속에서 더 이상을 바라지 않고
지나가 버린 날에 아쉬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나는 자유와 평온을 구하고 싶네
이제 내 자신을 찾기 위해 잠들고 싶어
7. 빛나라 빛나라 나의 별이여(Гори, гори, моя звезда) - Oleg Pogudin / Anna German
표뜨르 불라호프(P. Bulahov) 작곡, 추예쁘스끼(B. Chuevsky) 작사의 이 노래는 들판에서 죽어가는 화자(話者)가 자신의 별을 보면서 지난날을 회상하는 무척이나 슬프고 애잔한 노래이다.
빛나라, 빛나라, 나의 별이여
기쁜 사랑의 별이여
너는 나의 소중한 별
다른 것은 전혀 있을 수 없어
너는 나의 소중한 별
다른 것은 전혀 있을 없어
사랑의 별, 마법의 별
내 지나간 행복한 인생의 별
너는 내 지친 영혼 안에서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거야
너는 내 지친 영혼 안에서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거야
네 하늘이 빛의 힘으로
내 모든 삶도 빛을 얻었지
내가 죽는다고 해도 내 무덤을 밝게 비춰다오,
나의 별이여
내가 죽는다고 해도 내 무덤을 밝게 비춰다오,
나의 별이여.
안나 게르만 (Anna German, 1936~1982) 청아한 목소리로 우수에 젖은 러시아 로망스의 백미를 들려주었던 안나 게르만은 우즈베끼스딴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폴란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지질학을 공부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서게 된 무대가 국제 가요제로 이어져 최고상을 받으면서 그녀는 뜻하지 않은 가수의 길을 걷게 된다. 영광의 날들만큼이나 고통의 날들도 준비되어 있었던 안나 게르만은 심한 교통사고로 십수 년간 후유증으로 고통 받다가 46살의 나이로 짧은 삶을 마감했지만, 그녀가 남긴 러시아 로망스들은 먼 곳에서 온 기쁜 편지처럼 우리들 마음을 적시고 있다. 아울로스 뮤직에서 라이선스 음반 「정원에 꽃이 필 때」를 발매했다.
올렉 뽀구진(Oleg Pogudin, 1968~ ) 상뜨뻬제르부르끄에서 태어난 올렉 뽀구진은 본래 배우로 활동하다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수의 길로 나선 아티스트이다. 러시아 로망스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그는 변방의 도시까지 구석구석 돌며 쉼 없이 공연을 펼치는 한편 10여 장의 음반을 내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애잔하고 매혹적인 미성을 들려주는 가수로서, 아울로스 뮤직에서 라이선스 음반 「러시아의 비가」를 발매했다.
|
8. 백학(Журавли) - 볼쇼이 합창단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전사한 체첸 유목민 전사들이 백학이 되어 날아간다는 내용의 노래이다. 체첸 유목민 전사들의 영광스런 죽음을 찬미하는 다게스딴의 시인 감자또쁘(P. Gamzatov)의 시에 우끄라이나 작곡가 아브라모비찌 쁘렌껠(J. Frenkel)이 곡을 붙였다. 러시아의 국민가수인 이오시프 꼬브존(Iosif Kobzon)이 러시아어로 처음 불러 유행시켰다. 우리나라에서는 TV 드라마 「모래시계」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나는 가끔 병사들을 생각하지
피로 물든 들녘에서 돌아오지 않는 병사들이
잠시 고향 땅에 누워보지도 못하고
학으로 변해버린 듯하여
그들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날아만 갔어
그리고 우리를 불렀지
왜, 우리는 자주 슬픔에 잠긴 채
하늘을 바라보며 말을 잃어야 하는지?
날아가네 날아가네 저 하늘의 지친 학의 무리들
날아가네 저무는 하루의 안개 속을
무리지은 대오의 그 조그만 틈새
그 자리가 혹 내 자리는 아닐는지
그날이 오면 학들과 함께
나는 회청색의 어스름 속을 끝없이 날아가리
대지에 남겨둔 그대들의 이름자를
하늘 아래 새처럼 목놓아 부르면서
9. 백만 송이 장미(Миллион роз) - 볼쇼이 합창단 / 심수봉
러시아의 국민 여가수 알라 뿌가쵸바(Alla Pugatcheva)가 1980년대에 불러 히트한 이 노래는 안드레이 쁘즈네쎈꼬가 작사하고, 라트비아 출신의 라이몬드 빠울스가 작곡했다. 원곡의 가사는 슬픈 사랑의 이야기인데, 한 가난한 화가가 여배우와 사랑에 빠져서 집도 그림도 모두 팔아 그녀를 위해 온 세상 꽃을 모두 샀다는 내용이다. 실존 인물인 러시아 화가 니꼴라이 삐로스마니쉬빌리의 이야기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충남 서산 출신으로 판소리 중고제의 대가인 심정순의 손녀 심수봉이 번안하여 부름으로써 널리 알려졌다. 원곡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한 화가가 살았네. 홀로 살고 있었지
그는 꽃을 사랑하는 여배우를 사랑했다네
그래서 자신의 집을 팔고, 자신의 그림과 피를 팔아
그 돈으로 바다도 덮을 만큼 장미꽃을 샀다네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붉은 장미
창가에서 창가에서 창가에서 그대가 보겠지
사랑에 빠진 사랑에 빠진 사랑에 빠진
누군가가 그대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꽃으로 바꿔 놓았다오 (후렴)
그대가 아침에 깨어나면 정신이 이상해질지도 몰라
마치 꿈의 연장인 것처럼 광장이 꽃으로 넘쳐날 테니까
정신을 차리면 궁금해 하겠지. 어떤 부호가 여기다 꽃을 두었을까 하고
창 밑에는 가난한 화가가 숨도 멈춘 채 서 있는데 말이야
만남은 너무 짧았고, 밤이 되자 기차가 그녀를 멀리 데려가 버렸지
하지만 그녀의 인생에는 넋을 빼앗길 듯한 장미의 노래가 함께 했다네
화가는 혼자서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
그의 삶에도 꽃으로 가득찬 광장이 함께 했다네
가사도 알아듣지 못하는 주제에 무모하게 러시아 노래를 좋아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때로는 애틋하고 때로는 엄숙하며 때로는 힘이 불끈 솟는 그 노래들에 이미 내 마음 빼앗긴 것을. 구한말에 태어났더라면 아마 나는 친노파(親露派)가 되어서 노서아 영사관을 들락거리며 이 노래들을 훔쳐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뜨거운 노서아(露西亞) 가비(加比)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말이다.
|
첫댓글 어린 왕자님, 가능한 시간을 내어 가려고 합니다. 멋진 해설과 감상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얼마만의 귀향인가요? 신랑 신부 대환영! 골드 미스(누구지?)도 물론 대환영!
감사합니다 문자라도 드리나 했어요
겨울의 눈덮힌 러시아풍경이 상상되는 음악회가 될것같군요 수고많으셨어요
햐!! 기가 막힙니다. 벌써 러시아에 대해 반은 알게 된것 같읍니다. 내일 음악까지 듣게 되면 러시아를 다 알게 되는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쌤의 해설은 세심함과 따스함과 배려가 느껴집니다. 어느 골드미스의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겠는데요 ?!?!
낼 음악회 넘 기대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