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래빠가 보시를 구하러 나섰을 때의 일이다. 넓은 들판 가운데 이르러 많
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집에서 일하고 있는 광경을 보고 그는 태평스레 길바
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그 집의 안주인이 누워 있는 미라래빠를 보고 말했다.
"수행자 양반! 당신은 할 일이 없는 것 같군요. 여기 연장들이 많으니 이
걸 가지고 집짓는 일이라도 도와주는 것이 어떻겠어요? 그러면 음식을 갖다
드리지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잠시 나갔다 돌아와보니 수행자는 여전히 누워 있는 것
이 아닌가! 그녀는 화가 나서 외쳤다.
"쓰레기 같은 인간이 있다고 하더니 바로 당신 같은 사람을 두고 한 말이군
요. 시간이 남아도는데 당신은 왜 아무것도 하지 않나요? 이런 잡일조차 못
하겠어요? 도데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인간이군요!"
그녀는 호통을 치고나서 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미라래빠는 벌떡 일어나 그
녀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에서 일꾼들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미라
래빠는 음식을 구걸했다. 여주인은 화가 나서 대꾸했다.
"몸이 게을러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음식먹는 일 따위로 게으른
입을 성가시게 굴겠소?"
그러자 미라래빠는 이렇게 응수했다.
"나는 당신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을 하기 때문에 벽에 흙바르는 당신네들
의 일을 도와줄 겨를이 없소."
보시자들은 물었다.
"당신의 마음을 빼앗는 그토록 중요한 일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미라래빠는 응답하여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내 모든 스승들께 경배드리며
자애로운 임에게 귀의합니다.
그대 보기에
내가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은가!
나는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노라.
남[生]이 없는 양극단을 초월한 평원에서
선정의 벽을 쌓느라 바빠
진흙벽 쌓을 시간이 없네.
공성(空性)의 북부 대평원에서
욕망의 야생 염소떼를 길들이느라 바빠
조상이 물려준 토지를 경작할 시간이 없네.
언어를 초월한 불이(不二)의 세계에서
사악한 자아를 정복하느라 바빠
세상의 원수 대적할 시간이 없네.
비이원의 마음의 본질
그 가없는 궁전에서
내 할일 하느라 정신없이 바빠
세속의 집안일 돌볼 시간이 없네.
이 육신인 붓다의 만달라 속에서
'깨달음'이라는 젖먹이 길러내느라 바빠
다른 이 젖먹이고 코 닦아줄 겨를 없네.
대지복의 정원에서
진리의 재산을 모으르라 바빠
세속에서 돈 벌을 겨를이 없네.
'자각'의 준마를 몰기에 바빠
여느 소, 양떼를 보살필 겨를 없네.
내 살과 뼈의 찰흙으로
내재(內在)의 탑을 쌓기에 바빠
차차 만들 시간이 없네.
삼각형 심장 중심에
찬란한 깨달음의 등불을 밝히기에 바빠
신들에게 등잔 기름 바칠 시간이 없네.
지복의 공(空)의 사원에서
참선하는 마음의 부처님께
'불멸(不滅)'을 공양하기에 바빠
물질적인 예물 바칠 시간이 없네.
청정한 마음이라는 종이 위에
욕망을 정복한다는 글쓰기에 바빠
세상의 문헌에 고민할 시간이 없네.
공(空)의 해골잔에
삼독(三毒)과 오독(五毒)을 섞기에 바빠
계율에 신경쓸 시간이 없네.
사랑[慈]과 연민[悲]에 겨워
육도 중생 돌보기에 바빠
친척들 신경쓸 겨를이 없네.
아버지 스승들 앞에서
가르침을 명상하기에 바빠
세속 활동에 보낼 시간이 없네.
한적한 산속 고요한 은둔처에서
깨달음의 교의를 수행하기에 바빠
잠에 곯아 떨어질 시간이 없네.
내 세모꼴 조개 같은 입술로
진리 노래 부르기 바빠
나에게는 쓸데없이 지껄일 시간이 없네.
[출처] 밀라레빠 167. 사악한 자아/에고를 정복하느라 세상의 원수와 싸울 겨를이 없네.|작성자 마하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