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좀 먹으면 잘 뛸 것 같은데...”
그저께 저녁 동아마라톤 대비해서 몸보신을 해야 한다는 농담을 하던 뒤끝
이었습니다. 듣는 순간 ‘참, 오랫동안 잊고 살았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고기 얘기를 하자면 유별나게 체질음식요법을 지킨 오빠네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여년 전 서울에 처음 올라와서 생활한 곳이 오빠네
였는데, 그집에서는 체질음식요법을 하고 있었습니다. 소음, 소양, 태음
체질 등으로 나눠서 음식을 가려먹는 것이 체질음식요법입니다. 예를 들어
개고기와 닭고기는 소음체질인 오빠와 저, 그리고 큰 조카만 먹을 자격이
있고 소고기는 태음체질인 막내, 돼지고기는 소양체질인 올케만 먹습니다.
당시만 해도 어렸던 조카들이 다른 고기를 먹고 싶어 해도 안된다고 할
정도로 엄격하게 원칙을 지켰습니다. (나중에 외국에 가서 살게 된 오빠네는
어떻게 사느냐보다는 개고기를 어떻게 구하느냐에 더 큰 고민을 했습니다.
경희대 한의대 교수까지 찾아간 끝에 해답을 찾아냈는데, 양고기를 먹으면
된다는 얘기를 듣고 어찌나 좋아하던지~ 양고기는 개고기와 성질이 똑같고
요리를 잘하면 개고기와 비슷한 맛으로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개고기 먹는 법을 익힌 후에 본격적으로 요리에 도전한 것은 아이들이
아직 어릴 때인 결혼 5년차가 좀 넘어서였습니다. 고기를 사러다니던
경동시장 단골가게도 있었습니다. 요즘도 그렇겠지만, 서울에서는
경동시장과 영등포 시장이 가장 유명하고, 전국적으로는 모란시장을
최고로 칩니다.
2-3주일마다 정기적으로 들렀더니 가게 주인이 “남편이 길거리에서
일하는 직업을 갖고 있느냐?”고 물어보던 기억이 납니다.(개고기는 특히 먼지를
많이마시는 사람들에게 좋다고 해서 교통경찰들이 즐겨서 먹는다고 합니다)
고기를 사와서 요리하는 것은 “어머, 그런 걸 어떻게?”라는 편견만 없애면
할 만 합니다. 요리법에 따라 알맞은 부위도 다른데, 수육은 목덜미를 최고로
칩니다. 배받이도 괜찮습니다. 앞다리나 뒷다리는 수육보다는 개장국에
적당합니다.
수육을 만드는 방법은 돼지고기를 삶는 것과 비슷한데 생강 약간, 된장
약간만 넣고 너무 질기거나 너무 물러지지 않게 삶으면
됩니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 하는 것은 말 그대로 눈썰미나 경력에 속하는
부분입니다.
수육과 함께 부추를 데쳐서 양념장(들깨, 집간장, 파, 마늘, 겨자 등)에
찍어먹으면 어지간한 개고기집은 저리 가랍니다. 7년 전, 현재 사는 집에
이사오고 나서 딱 한번 이웃들에게 대접했더니, “싸리집
(강북에서 이름있는 개고기집)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때
직장에서는 “이 모씨 집 냉장고에는 개머리가 혓바닥을
내밀고 있단다”라는 루머가 돌 정도였습니다.
개고기를 정기적으로 먹던 요순시대가 IMF를 기점으로 끝나면서
경동시장까지 갈 마음의 여유도 없고 해서 최근 몇 년 간은 통 발걸음을
못 하던 터였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심언준 씨가 잊혀졌던 개고기를
생각해낸 겁니다. 그 때 시간이 밤 10시가 좀 넘어서였는데,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빨리 몸보신을 해야 기록이 좋아질 것 같은
환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여기저기 전화기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 개 한 마리 살 수없나요?”
전화받는 사람들에게는 뜬금없는 질문이었겠지만 우리는 심각했습니다.
언젠가 우리 클럽 송미자 님이 개고기를 공수해왔던게 생각나서 그쪽에도
연락해보았습니다. 수원 찜질방에서 편안하게 주말을 즐기던 송미자님이
시골에서 개를키우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온양에다 얘기해볼까?”
심언준 씨 고향에는 시아주버님이 시골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시골집 근처에
개를 전문으로 키우는집이 있기는 한데 회갑을 훨씬 넘긴 분에게 우리만 몸
보신하겠다고 잡아서 올려보내라는 얘기를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시골까지 내려가서 개를 사오자니 차비가 더 들게 생겼습니다.
“경동시장이나 모란시장에 가서 사올까?”
시장에 나오는 개고기가 수입산이라는 소문이 돈지 오래입니다. 심지어
모란시장에서는 “이 개로 해 주세요”하면 다른 고기가 나온다는 풍문도
있습니다. 경동시장 단골가게도 안 가본지 워낙 오래돼서 찜찜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둘이서 한참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봤지만 품질좋은
개고기를 확보하는 데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럴수록 개고기를 먹으면 더 잘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기록을 10분 앞당기고 정승호 팀과의 내기에서도 이길 것 같은데...
좋은 개고기 어디 있는지 아시는 분~
첫댓글 보신천국이라고 제 단골 보신탕집인데 여기 전화 함 해보세요 02-332-0877 (충북음성 멍멍이) 비싸면 사지마세유 .참 ,,이준규라는 사람 소개로 전화 하셨다고 하면 쪼매 나을텐뎅,,
병술이를 음성에서 찾으면 딱입니다. 개고기 잡수시고 힘내세요. 그럼 정,조 부부는 무슨 고기를 먹어야 되나? 당나귀? 아니지. 당나귀는 곤란하고, '심,오얏' 문제로다.
프랑스 여배우 브릿지 바르도 에게 일러 주어야 겠네요......... 혹시 마라톤경기에서 개고기를 금지 음식으로 규제 하는 근거는 없나요?
이여사님이 보신고기 전문가인 줄 미처 몰랐네. 이번 외곽 뛰고 나서는 필히 보신을 해야겠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