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國이었다.
하늘에도 눈이오 땅에도 눈이오
사방을 둘러보아도 눈세상이다.
어리목 입구에 버스에서 내리니 온통 눈이다.
길가에 쌓인 눈은 어림잡아도 1m는 넘겠다.
사람이 다니는 길에는 제설차가 눈을 밀어붙여
매끈하게 되어 있으나 길가에는 허리까지 잠길 정도로
눈이 쌓여 있다.
평일임에도 한 시간에 한번씩 다니는 버스가 만원일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
버스에서 내려 아이젠을 하고 어리목 광장까지
눈길을 약 20분 걸어 올라 갔다.
어젯밤에도 눈이 내려서 어리목 광장에는 지금도
소형 제설차가 작업을 하고 있다. 주차장 가운데
작은 오름처럼 눈을 쌓아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등반로에는 쌓인 눈 위에 폭 1m 정도로 사람들의
발길에 다져져 있고 양 옆으로 고운 눈이 그대로
쌓여 있다.
등반로 유도봉이나 위치표시 말뚝 들이 모두 눈에
파묻혀 이따금 그 윗 부분이 한 두 개 보일 뿐이다.
등반로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가끔씩 나뭇가지에
매달린 빨간 리본 뿐이다.
새벽에 첫걸음을 내디딘 선배 산행객은 어떻게 길을
찾아 갔을까?
나뭇가지마다 고운 눈꽃이 피었다.
정말 눈꽃세상이다.
백설공주가 사는 동화 속 세상이 이런 곳이 아닐까.
이따금 잎을 달고 있는 노간주 나무나 굴거리나무 등은
눈을 가득 뒤집어 쓰고 가지를 늘어뜨린 모양이
마치 기묘한 형상을 한 조각품처럼 아름답다.
이런 모양에 산행객들이 한쪽에 눈을 털어
마치 눈집처럼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 사진을 찍기도
한다.
경치에 취해 정신없이 오르긴 했지만 상당히 가파르다.
아이젠이 없다면 정말 오르기 힘들겠다.
그러나 여기서 운동화를 신고 미끄럼을 타며
오르내리는 젊은이들도 있다.
처음엔 만세동산까지 중간에는 사제비동산까지
목표를 수정했지만 우리는 1.5km 지점에서 산행을
멈췄다. 산행을 시작한 시각이 11시라 좀 늦기도 했고
가파른 고갯길 그것도 미끄러운 눈길에 체력 소모가
많아 힘이 들었다. 그리고 이 부근에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눈 경치를 감상할 수가 있어서 더 이상
갈 필요를 느낄 수 없기도 했다.
길가에 약간 비켜서 눈을 밟아 자리를 만들었다.
내려오는 길은 그렇게 힘이 들지 않았다.
버스 시간이 많이 남아 한라산 탐방안내소에 가서
구경도 하고 눈 덮인 한라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며 여유를 부리다가
버스 시간에 맞춰 내려왔다.
내려오는 버스는 15시35분과 16시 55분에 있다.
우리는 15시 35분 버스를 타고 왔다.
올라가는 버스는 9시, 10시, 11시 등 정시에 있다.
버스요금은 1500원이다.
정말 꼴찌의 말처럼 딴 세상에 갔다 온 느낌이다.
이런 절경 우리가 100년을 살면서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2011.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