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수정사의 쇠북종소리를 귀에 담아 오려고 수정사에 다녀왔습니다.
수정사 쇠북소리 / 이종문(시조시인)
수정사 큰 쇠북을 백여덟 번 칠 때까지 쇠북소린 골 안에 모여 풍선처럼 부풀다가 쇠북을 다 친 뒤에야 하산을 시작한다
하도나 좁은 골을 한꺼번엔 못 내려가 수정같이 둥근 소리 기다랗게 휘어지며 간신히 몸을 비틀어 세상으로 내려간다
용문정(龍門亭) 목백일홍(木百日紅) 그 붉은 꽃에 취해 불콰해진 쇠북소리 꽃가지를 흔들다가 저녁 해 서산에 질 때 탑(塔) 마을에 닿는다
탑 마을 오일장을 두어 바퀴 둘러보고 퇴근하는 동산약국 김 약사의
귀를 감는,
수정사 먼 쇠북소리, 오늘 새벽 쇠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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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수정사의 쇠북입니다.
이 수정사 큰 쇠북을 백여덟 번 칠 때까지 쇠북소린 수정골 골 안에 모여 풍선처럼 부풀다가 쇠북을 다 친 뒤에야 하산을 시작합니다. 종소리는 골짜기가 너무 좁아 한꺼번에 내려가지 못해 정체(停滯)를 하면서 수정같이 둥근 소리 기다랗게 휘어지며 간신히 몸을 비틀어 세상으로 내려갑니다. 용문정 목백일홍 그 붉은 꽃에 취해 불콰해진 쇠북소리 꽃가지를 흔들다가 저녁 해 서산에 질 때 탑(塔)마을에 닿습니다. 수정사에서 아랫마을 탑마을까지 내려오는 시간이 오래 걸렸네요. 그리고는 탑 마을 오일장을 두어 바퀴 둘러보고 퇴근하는 동산약국 김 약사의 귀를 감아 돕니다. 김약국의 귀에 닿은 쇠북종소리는 오늘 새벽에 울린 수정사의 쇠북종소립니다.
수정사의 쇠북종소리가 수정골을 내려와 금성면 탑리 오층석탑도 몇 바퀴 돌고 오일장 장터도 몇 바퀴 돌다가 동산약국 김 약사의 귀에서 사라진 쇠북소리를 더듬어 보려고 수정사에 가서 수정골을 거쳐 탑마을까지 헤맸지만 결국 내 바쁜 발걸음은 김약사를 찾지 못하고 쇠북소리도 찾지 못하고 오층석탑까지가 끝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쇠북소리를 들은 사람은 수정사 아래마을에 사는 김약사뿐이 아니라 사바세계에 사는 모든 사람이 김약사가 들은 그 쇠북소리를 다 듣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달았습니다.
나는 이날 수정사의 쇠북종소리는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마치 쇠북종소리를 들은 것처럼 내 귀에는 쟁쟁하게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