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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 싸인 ]제8회
* 본 서비스는 작가님의 원대본 내용이므로, 방송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싸인(SIGN) 8부
씬/1 D, 쇼바라대학, 특수부검실
사진을 찍다가 여자스텦에게 걸린 다경.
놀라서 보다가.. 뒤쪽으로 물러선다. 천천히 다경에게 다가서는 여자스텦.
그때 바깥쪽에서 부검실로 다가오는 경비의 인기척.
놀라서 부검대 밑으로 숨는 다경.
문 열리면서 들어서는 경비.
부검대 때문에 사각이 생겨서 다경이 보이진 않는다.
경비, 서 있던 여자스텦에게 다가가며
경비 (일본말)혹시 여기 한국에서 온 여자법의관 안 들어왔습니까?
여자스텦, 부검대 밑에 숨어있는 다경을 본다.
천천히 다경 쪽으로 다가오는 여자스텦.
다경, 이제 걸렸구나.. 싶은데, 여자스텦 다가오는 경비에게서 자연스럽게
다경을 가리듯 돌아 서면서 경비를 보고
여자스텦 (일본말)아뇨, 아무도 안 들어왔어요.
다경, 놀라서 여자스텦을 본다.
경비, 스텦에게 경례를 붙이고 특수부검실을 나간다.
그제서야 다시 돌아서서 다경을 내려다보는 여자스텦.
다경 (어색하게 웃으며 어색한 일본말)아리가또...
여자스텦 (자연스런 한국말)한국말로 해도 알아들어요.
다경, 엥? 보는데 여자스텦 작업 모자를 벗고 마스크를 벗는다.
그제서야 드러나는 세련되고 냉철해 보이는 외모.
여자스텦 쇼바라 대학 법의학부 조교수 시가노 레이코에요.
(다경에게 얘기할 틈 안 주는 창문 가르키며)저쪽으로 나가시면
되요. 그리고, 윤지훈선배한테 밖에서 기다리라고 전해주세요.
다경 (놀라는)윤지훈선생님 아세요?
레이코 한국 법의관 중에 이런 말도 안되는 짓을 할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잖아요.
씬/2 D, 쇼바라대학 법의학부 건물 밖
특수부검실 창문 너머로 낑낑거리면서 기어 나오는 다경.
그때, 저 멀리 건물 입구 쪽에서 그런 다경을 보고 다가오는 지훈.
끌려나오면서 봉변을 많이 당한 듯, 옷 여기저기가 튿어져 있고,
얼굴은 한 대 맞은 듯, 입가에 피가 나있다.
창문에서 쿵 떨어지는 다경을 부축해서 일으켜 세운다.
지훈 찍었어?
다경 예.. 찍긴 찍었는데.. 혹시 여기 아는 사람 있으세요?
지훈 아는 사람?
그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오랜만이야’
돌아보는 지훈. 보면 건물 입구 쪽에 팔짱끼고 지훈을 보고 있는
레이코다.
지훈 (누군가 하다가 알아보는)시가노 레이코?
레이코 (다가오며)그냥 자료 달라고 하면 당연히 건네주지. 우리가 외무성 사람들하고 똑같은 줄 알아? 나한텐 그 백골사체가 위안부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않아. 사인이 중요하지.
지훈 니가 있는 줄 알았으면 당연히 너한테 자료요청 했겠지.
레이코 자료는 넘겨줄게. 그래야 정당한 승부가 되지 않겠어.
누가 먼저 사인을 밝히게 될까? 선배? 아니면 나?
지훈 (자료들을 살펴보면서)고인의 사인을 밝히는 일이야.
제발 승부근성 좀 버려.
레이코 승부근성이면 선배가 더 하지 않아?
다경 (도대체 뭔 사이야?)근데.. 두분 무슨 사이세요?
지훈 예전에 잠깐 일본에서 공부할 때, 같은 교수님 밑에 있었어.
다경 근데.. 동문수학하신 거 치곤, 별로 안 친해 보이시네요.
레이코 맞아요. 그렇게 안 친해요. 라이벌이라면 모를까.
(지훈보며)한시간 뒤에 학교앞 카페에서 봐.
씬/3 D, 쇼바라대 인근, 카페.
테이블위에 자료들을 올려놓는 레이코. 지훈과 다경, 자료들을 살펴본다.
지훈 (자료 보며)현장 사진, 의류에서 검출된 성분분석표, 법치의학적
소견서..이게 다야?
레이코 아직 디엔에이 검사결과와 뼈 약독물 검사결과는 안 나왔어.
지훈 (현장사진 넘기면서)사체 발견현장은?
레이코, 뭐라고 얘기하려고 하는데, 다경이 먼저 입을 연다.
다경 쇼바라시내 미카노 신사 뒤편 동굴에서 발견됐습니다.
(가방에서 수첩을 꺼내서 읽는다)
현장에서 일제시대 조선인에게만 발급했던 신분증인
교와수첩이 함께 발견되서 당시 재일 조선인의 시신으로
추정하였습니다.
지훈, 레이코 다경을 본다. 다경, 머쓱하니 웃으며
다경 오기전에 일본신문들을 다 뒤져서 주변정황조사를
했거든요.
레이코 꽤 똘똘한 어시스트를 뒀네.
지훈 (별반 감흥없다)부검을 못하면 저런거라도 열심히 해야지.
다경, 아이구.. 그럼 그렇지..하는 시선으로 보는데
지훈 신분증이 발견됐는데, 신원확인이 왜 안된거지?
레이코, 현장사진들 중, 현장에서 발견된 교와수첩이 찍힌 사진을
들어서 보여준다. 빛이 바래서 어렴풋이 여자라는 것만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이 붙어있고, 빗물과 세월에 바래진 듯, 한 두 글자 정도 알아볼 수
있는 일본어 낙서가 보인다.
레이코 이게 현장에서 발견된 교와수첩이야.
*자막-교와수첩: 일제시대, 재일 조선인에게 교부한 신분증.
일본 내 조선인 노동자 동원과 통제를 위해 만들어졌다.
레이코 보시다시피, 안에 내용물들은 거의 알아보기 힘들어.
지훈 (법치의학 자료 보며)나이는?
레이코 치아감별로 본 사체의 추정나이는 10대 후반이고, 성별은 여자야.
혹시 몰라서 치아기록, 실종자 명단 모두 확인해봤지만, 그쪽으로도
신원확인은 실패했어. 우리한테 남은 건 백골사체 밖에 없다는
거지.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볼까?
레이코와 지훈, 다경을 본다. 왜 보지? 하다가 카메라를 가리키자 아..
-시간경과되면
카페의 하얀 벽면에 다경의 디지털 카메라에서 프로젝터처럼 영상이
보여진다. 다경이 찍은 백골사체의 사진들이 하나둘씩 흘러간다.
레이코 백골사체 자체에서는 골절이나 탈구같은 외상의 흔적은 없었어.
대신..
백골사체의 다리를 찍은 사진에서 스탑시키는 레이코
지훈, 유심히 보다가
지훈 감염성 질환인가? 뼈막염증세가 있어.
*자막- 뼈막염: 뼈막의 염증을 통틀어 일컫는다. 뼈표면에 작은구멍, 스크래치 등의 손상을 볼 수 있다.
다경 (유심히 본다)뼈막염 증세면, 뼈스크래치 말인가요?
레이코 맞아요. 뼈 스크래치와 함께 뼈에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는 거죠.
결핵이나 골수염일 수 있고..
지훈 (레이코 본다)매독일 수도 있지.
레이코 언제나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어. 만약 매독이라면 한국정부의
주장처럼 위안부의 시신일 가능성이 커.
다음 사진으로 넘기는 레이코. 그런데, 특수부검실에서 찍은 사진이
다 된 듯, 이전 사진으로 넘기는데, 하필 지훈이 옷 갈아입는 사진이
나온다. 차를 마시다가 푸헉! 놀래는 다경.
저게 뭐지? 보는 레이코와 지훈. 다경, 허둥지둥, 카메라를 끄려고 하지만
지훈이 먼저 카메라를 집어들고, 직접 모니터로 사진을 확인한다.
다경 (당황하지만, 최대한 침착하자)자, 잘 보세요. 잘 보면 보이는데..
이건 창문 옆에 나무를 찍은 사진입니다.
(어색하지만 최대한 자연스런 미소로)나무 사진 참 잘 나왔죠?
그래도 이상하게 다경을 보는 레이코와 지훈.
다경 (오바하는 목소리로)지금, 대한민국 국민으로 추정되는 백골사체의
사인을 밝히는 중차대한 시기에, 이런 예? 이딴 나무사진가지고
왈가왈부할 때에요? 예?
지훈, 다경의 말에 설득당했다기보다, 별반 더 물어볼 것도, 사진에 대한
관심도 없는.. 카메라 끄고 자료챙겨서 일어난다.
지훈 (레이코에게)다시 연락할게.
다경, 휴.. 작게 한숨내쉬고 따라서 일어나는데, 레이코 피식 웃으며
레이코 나무 사진.. 참 잘 나왔네요.
다경, 미치고 환장하겠다. 미소로 눈인사하곤 일어선다.
씬/4 D, 우진 집 인근, 문방구 앞
오후, 엄청난 속도로 나타나는 장애물들을 요리조리 잘 피하는 우주선.
보면, 문방구 앞 놓여진 아이들용 오락기 앞에 앉은 평상복 차림의 우진,
미친 듯이 오락을 하고 있다. 그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왼쪽! 왼쪽!’ 하는
이한의 목소리. 우진, 놀라서 돌아보는데, 모니터를 보는 이한.
이한 어! 죽는다.
우진, 놀라서 다시 오락기를 보면서 다급히 키를 옮겨보지만, 펑하고
터지는 우주선. 우진, 휙 노려보면
이한 당분간 근신이라면서 이렇게 놀아도 되요?
우진, 턱 일어나서 주머니에 손 꽂고 걸어간다. 그 뒤를 따라가는 이한.
우진 또 왜요?
이한 나도 근신입니다. 용의자 차량에 국과수 법의관을 태운게 바로
나 아닙니까.
우진 (이한을 본다, 너나 나나 딱하긴 마찬가지다)
이한 근데, 배 안고파요? 삼겹살 잘하는 집 있는데.. 내가 쏠께요.
근신 기념으루다가..
씬/5 N, 이한의 집, 옥탑방 밖
저녁, 이한이 사는 옥탑방 으로 올라가는 철제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이한. 아래를 보면서
이한 빨리 오세요.
우진 (숨도 차고 가쁘고)정말 여기가 삼겹살 집이라는 거에요?
이한 (천연덕)예.
우진 (약간 화가난)솔직히 말해봐요. 여기 어디에요?
이한 맛있는 삼겹살이 있는 우리집이죠. 왜 집놔두고 딴데서 돈 써요.
우진 (기막힌 듯 보다가)혹시, 당신 나 좋아해?
이한 예?
우진 내가 좀 얼굴도 좀 이쁘구, 검사구 잘 나가니까,
어떻게 좀 해보겠다는 거 아니냐구?
이한 혹시 도끼병이나 그런 거 있어요?
아니 내가 삼겹살 먹쟀지. 뭐, 딴짓 한데요. 뭘 상상하는 거야.
우진 (괜히 무안하고 화난다)아우, 진짜 여기까지 따라온 내가 바보지.
우진 돌아서려는데
이한 여기까지 힘들게 왔으면 밥이나 먹구 가요. 진짜 맛있다니까..
우진 됐어요!
하는데, 우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온다.
이한 배 고프네. 고집피우지 말고 먹구 가요.
우진 ...진짜 삼겹살만 먹구 갈꺼에요.
이한 그러라니까요.
이한, 피식 웃으면서 열쇠 꺼내서 옥탑방문을 열려는데,
순간 안에서 먼저 삐꺽 열리는 문. 이한도 우진도 뭐지? 하고 보는데..
안에서 나오는 사람은 양손에 쓰레기 봉투를 든 최중섭이다.
최중섭 (우진 발견못하고)청소좀 하면서 살아라. 집꼴이 이게 뭐냐.
말끔한 슈트를 벗고 와이셔츠를 팔까지 걷어붙힌 최중섭과
쓰레기봉투의 부조화. 그리고, 여기 왜 이 사람이 있지.. 하는
우진의 놀란 눈빛. 최중섭 그제서야 우진을 발견하고 멈칫.
그때 이한과 우진, 동시에 입을 연다.
이한 아빠..
우진 부장님..
우진, 부장님 하다가.. 놀라서 이한과 최중섭을 번갈아보며
우진 아빠? 아빠?!!
씬/6 N, 이한의 옥탑방.
로봇태권브이 모형이니, 희한한 소품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는 이한의 집.
이한, 마치 엠티라도 온 듯, 주방에서 능숙하게 삼겹살을 굽고 있고,
주방 옆쪽으로 카메라 팬하면, 열린 문 너머로 보이는 이한의 방엔
상추에 깻잎에 상이 차려져 있고, 그 옆에 뻘쭘한 얼굴로 마주앉아 있는
최중섭과 우진이다.
서로 눈 마주치는 것도 불편하고.. 그렇게 앉아있던 최중섭과 우진.
서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최중섭 난 아무래도 먼저 일어나야..
우진 저 먼저 일어날..
하다가 눈이 마주치는 두 사람. 그때 삼겹살 구워온 이한이 상위에
삼겹살을 놓는다.
이한 (우진보고)어딜 갈려구요. (최중섭 보고)아빠, 앉아.
최중섭 (이한에겐 꼼짝못하는).. 난 그냥 다음에
이한 앉으라니까.
최중섭 (이한 한마디에 바로 깨깽이다)그래.
이한 검사님도 앉아요.
우진 (어정쩡하니 앉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최중섭 너도 와서 좀 먹어.
이한 (다시 주방쪽으로 가며)좀만 더 굽고
우진 (일어나며 이한에게)제가 굽겠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극존칭에 우진도 약간 멋쩍다.
이한 왜 이래요? 맨날 개자식, 소자식그러더니..
우진 (최중섭 눈치 보며)최경사님, 제가 언제 그랬다구...
이한 (피식 웃으며)앉아요. 고기 식겠네.
우진 ..(자기도 모르게 공손하다)예...
다시 앉는 우진, 이한은 고기 구우러 가고.. 최중섭과 우진, 마주본다
최중섭 (젓가락 들며)먹지.
우진 예..
최중섭 (먹다가 우진 힐긋 보며)내 아들놈이 경찰인 거 부하검사들이
알아봤자 좋지도 않고, 이한이도 남들이 아는 거 질색해서 얘기
안했어.
우진 저도 모르는 걸로 하겠습니다.
최중섭 근데.. 자네.. 이한이랑 무슨 사인건 아니지?
우진 (화들짝)에? 무슨 사이긴요. 전혀 그런거 없어요.
최중섭 하기사.. 정검사 올해 서른 셋이지? 이한이가 스물 일곱이니까..
여섯살이나 차이 나는 사람한테 내가 괜한 말을 했군.
우진 (듣고보니 기분 상한다. 소심하게)만으론.. 서른 하납니다.
그때, 이한이 다시 고기가지고 오면서
이한 아, 내가 소주 사오는 걸 깜박했네. 잠깐만 있어.
후다닥 옥탑방문을 열고 뛰쳐내려간다.
그 모습을 보던 두 사람, 다시 말없이 고기를 먹기 시작하는데...
우진 (보다가)대검.. 내일부터 출근하시죠.
최중섭 (고개 끄덕)
우진 ... 근데.. 정말 제가 아닌 이유.. 말씀해 주시면 안됩니까?
무슨 이유건.. 받아들이겠습니다.
최중섭 (보다가)나랑 같이 대검가기로 한 박검사. 서일병원장 아들이야.
우진 ....(굳는)결국.. 제가 빽없고, 가진거 없어서.. 그게 이윤거에요?
최중섭 대한민국은 말야. 태어날때부터 계급이 정해져있어.
그건 바뀌지 않아. 드럽고 치사해도 세상이 그래.
사시 패스한다고 그게 바뀔 것 같나? 아니.. 오히려 상대적인
박탈감만 커질 뿐이지.
우진, 눈빛이 가라앉는다. 알긴 하지만.. 인정하기 싫었던 이유다..
우진 아무래도 전 먼저 일어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두 분 좋은 시간 보내세요.
씬/7 N, 이한의 옥탑방 인근 골목
우진, 터덜터덜 걸어내려오는데, 이한이 소주를 사서 올라오고 있다.
이한 어, 왜 가요?
우진 (그냥 스쳐서 지나가다가, 순간 뭔가 생각난 듯)몇 살이에요?
이한 나요? 스물 여덟
우진 ...(생각해보니 열받는다)지 아들 나이는 왜 한 살이나 깎아 먹어?
이한 예?
우진 으!! 짜증나!!
우진, 말릴 새도 없이 열받는 듯 머리 털면서 쿵쾅쿵쾅 내려간다.
이한, 그 뒷모습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본다.
씬/8 D, 일본, 산 일각, 동굴.
아침, 청량한 아침공기를 뚫고 길을 따라 산을 올라가고 있는 지훈과 다경.
사체 발견현장 사진을 보면서 걸어 올라가던 다경 저 앞쪽에 보이는 동굴을
보고
다경 저기가 사체 발견현장인 것 같은데요.
지훈, 앞장서서 동굴안쪽으로 들어간다.
다경, 그 나무사진 때문에 약간 지훈이 불편한 듯, 눈치보다가 따라
들어간다.
지훈이 보는 현장사진, 비스듬이 벽에 기댄 채, 풀숲에 반쯤 가려진채
발견된 백골사체 사진에서 화면 이동해서 똑같은 장소를 비추면
발굴될 당시, 구덩이를 판 흔적만 남아있을 뿐, 폴리스 라인이나 발굴
당시의 흔적들은 사라지고 없다.
구덩이 쪽과 동굴 안쪽을 세심하게 살펴보는 지훈.
다경, 주변을 한번 둘러보다가, 동굴 반대편 입구 쪽으로 나가면,
바위들 아래로 바다에 면한 낭떠러지가 나온다.
시원스럽게 뻗은 바다위에 빛나는 햇살을 바라보는 다경.
다시 동굴 쪽으로 돌아온다.
다경 반대편은 바다에요. (주변을 둘러보며)석회암 투성이의
인적없는 동굴..
현장사진을 보면서 백골사체가 발견된 곳, 앞에 무릎을 쭈그리고 앉는
다경, 마치 눈 앞에 백골사체가 있는 듯..
다경 10대 후반의 여자애가 왜 이런데서 죽었을까요..
(가만히 백골사체가 앉아있던 곳을 바라보다가 지훈에게)
우리가 신원확인에 실패하면.. 백골사체는 어떻게 되는거에요?
지훈 (동굴을 계속 둘러보면서)한국이라면 행불자로 분류되서,
경찰서 시체보관실에 보관되겠지. 일본에선 주변에 있는 절에서
보관된다고 들었어.
다경 ...(다시 백골사체가 있던 곳을 본다)몇십년전엔 분명.. 누군가의
딸이었을 텐데..
지훈 (둘러보면서)시신에 감정이입하지 말랬지.
다경 하지만..
지훈 의류에서 나온 성분분석표나 좀 봐봐.
다경 탄산칼슘.. 석회동굴 주성분이구요. 곰팡이, 박테리아는 백골사체에 서 흔한거고.. (쭉 읽어내려가다가 멈추는)Hibiscus hamabo?
이게 뭐에요?
지훈 우리나라 말로 황근, 노란 무궁화라고도 해. 멸종직전의 희귀식물
이야. 그런데 이런 석회동굴에선 살수가 없는 식물이야.
다경 그렇다면.. 다른 곳에서 묻어온 거고.. 백골사체가 살던 곳일수도
있겠네요.
지훈, 몸을 일으켜서 동굴밖으로 빠져나간다.
다경 어디 가시는데요?
지훈 도서관. 1940년대 히로시마 지도를 봐야겠어.
수첩 열어보며 지훈뒤를 쫓으며
다경 저기 밑에 있는 미카노 신사, 1940년도 초반에 세워져서 그때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데요. 그곳에 당시 지도가 보관되
있지 않을까요?
지훈, 다경을 본다.
씬/9 D, 미카노 신사
신사와 연결된 산길에서 내려오는 지훈과 다경.
다경, 주변을 둘러보면 다정한 연인들이 웃으면서 글귀를 남기는 모습.
그 옆쪽으로는 글귀들이 남겨진 나무판넬들이 붙혀져 있는 고풍스러운
모습의 신사다. 다경, 무표정하게 뚜벅뚜벅 걸어가는 지훈 옆에서
걸으며
다경 여기가 뭔 연인들의 성지라고 하더니, 다 커플들 밖에 없네.
연인끼리, 여기에 함께 글귀를 남기면 절대 헤어지지 않는데요.
완전 닭살이죠.
지훈, 다경의 말에 대꾸없이 계속 걸어 들어간다.
씬/10 D, 신사 또 다른 곳 일각
커다란 나무 밑에서 빗자루로 경내를 청소하고 있는 노스님.
인기척에 어딘가를 쳐다보면, 지훈과 다경이 스님 쪽으로 다가와서
신분증을 내민다.
지훈 (일본말)안녕하세요. 신사 뒤편 동굴에서 발견된 백골사체를
조사중인 법의관들입니다. 몇 가지 여쭤볼 게 있는데 협조해
주실 수 있습니까?
스님 (신분증을 보다가 한국말로) 한국분들 이시군요.
의아하게 보는 지훈과 다경을 보고 미소짓는 스님.
스님 한국말 조금 합니다. 한국 관광객 분들이 많이 오시거든요.
씬/11 D, 신사 건물 안
테이블 위에 낡고 빛바랜 지도를 내려놓는 스님.
스님 (일본말)1941년 지돕니다. 미카노 신사가 세워졌을 당시의 지도죠.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히로시마 지도를 살펴보는 지훈과 다경.
지훈 의류에서 검출된 노란 무궁화는 햇빛이 잘 들고 온난한
해안가에서만 자라는 식물이야. 축축하고 소금기 있는 토양을
좋아하는데, 자생하기 무척 까다로운 희귀종이지..
종자가 해류를 타고 이동하니까, 히로시마 세토내해가 적합할테고..
햇빛을 막는 큰 건물들이나, 항구가 없는 작은 해안가 마을일텐데..
지훈, 대사를 하면서 계속 손가락으로 지도를 짚어나가다가 어느 한 곳을
짚는다. ‘오노미치’다.
지훈 오노미치.. 혹시 여기 오노미치란 지역에 1940년대쯤 노란무궁화꽃
군락이 있었나요?
스님 노란 무궁화요? 글쎄요.
지훈 (다경에게)현재 히로시마 지도 있어?
다경, 다급히 핸드폰에서 현재 히로시마 지도를 클릭해서 화면창에 띄운다.
지훈 (지도의 어떤 부분을 가르키면서)현재 지도상으론,
이 지역일 확률이 큽니다. 세토내해에서 가장 인접해 있거든요.
스님 (지도를 보다가)그 지역이라면, 저 말고,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는 게 더 낫겠네요. (손가락으로 지훈이 가르켰던 그 곳을 가르키며)
바로 거기에 있는 세토나이카이 학교의 교장선생님이 여기서
나고 자랐거든요.
다경 세토나이카이 학교요?
스님 오노미치에 있던 조선인학교에요.
지훈, 다경, 조선인 학교란 소리에 눈빛이 반짝한다.
다경 언제 생긴 건데요?
스님 오래됐죠.. 만주사변때 생겼으니까.. 그곳에 조선인 마을에서
조선인 아이들을 하나둘씩 모아서 가르치다가 정식으로 학교로
인정받았죠.
지훈 만주사변이면 1931년이야.
다경 백골사체, 나이가 10대 후반이었다면
그 학교에 다녔을 가능성이 있어요.
지훈과 다경, 서로 바라본다.
씬/12 D,국과수 외경
오후.
씬/13 D,국과수 원장실
텔레비전에 흐르는 뉴스를 바라보고 있는 이명한.
텔레비전에선 폴리스라인이 쳐진 지하호프집 앞에서 리포팅 중인
기자.
기자 영화에서나 있을법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습니다.
이틀전, 경기북부에 위치한 도현리 주민들은 새벽녘 세발의 총성에
잠을 깨, 공포에 질렸습니다. /
기자와 인터뷰하는 모자이크 처리된 주민.
주민 ‘탕탕탕’ 이게 뭔 소린가..너무 놀랐죠. 놀라서 창밖을 봤는데,
어떤 남자가 후다닥 도망을 가는 거에요./ /
다시 리포팅하는 기자.
기자 총격전의 주인공은 경기북부의 백산파라는 조직폭력단의
조직원들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백산파 조직원 양정수는 현장에서
즉사했으며, 같은 파 조직원이자 강력한 용의자로 추정되는
조직원 김종호는 도주중입니다.
화면에 뜨는 김종호의 몽타쥬.
기자 경찰은 보기드문 강력범죄의 용의자인 김종호의 몽타쥬를 전국에
배포하며 수사망을 좁히고 있습니다.
화면에 뜬 김종호의 몽타쥬를 바라보는 이명한, 만족한 얼굴로 텔레비전을
바라본다.
씬/14 D, 지하실
전씬의 김종호의 몽타쥬에서 오버랩되면,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현재의
김종호의 모습. 외투에 감싸여져서 잘 보이진 않지만, 창백한 안색이
금방이라도 죽을 듯, 위태로워 보인다. 그때 지하실 문쪽에서 들려오는
인기척, 김종호, 긴장하는데.. 지하실 문 열리면서 들어온 사람은 20대
초반의 귀여운 인상의 삼류건달, 지동구다.
동구, 재빨리 김종호에게 다가와, 사온 약들을 꺼내놓는다.
동구 괜찮아?
종호 (힘없이 고개 끄덕끄덕)
동구, 김종호의 외투를 열면, 대충 붕대로 감싼 흉부, 피로 젖어 있다.
동구, 안타깝다.
동구 종호야, 그냥 병원 가자. 너 계속 이러고 있으면 죽어.
종호 병원 문턱도 못 가서 잡히고 말걸.. 그 놈들, 양정수를 내가
죽였다구 몰고 있어. 경찰들하고.. 그 검은 옷 입은 놈들
쫙 깔렸을 꺼야.
동구 (억울하다)넌 용의자가 아니라, 피해자잖아. 그냥 경찰에 신고하면..
종호 나.. 벌써 별이 세 개다. 내 말을 믿어줄 꺼 같아?
동구 (안타깝게 보다가)그럼, 그냥 우리 그 형사님한테 연락하자.
우리 예전에 중국 애들이랑 마약 거래할 때, 안면텄던 형사있잖아.
종호 형사놈들 다 똑같아.
동구 그 형사는 우리 말 믿어줬잖아.
종호 그러다가 단독행동했다고 강등당했다면서...
동구 그렇다구 이렇게 개죽음 당할꺼야? 엄마 보고 싶다며?
종호 경찰은 절대 안돼..
동구 ... 알았어. 그럼 내가 어떻게 다른 방법을 알아볼게.
씬/15 D, 국과수 인근 도로일각
오후, 함께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듯 이쑤시개를 쑤시며 차를 타고
국과수로 오고 있는 숙주, 완태, 성진.
운전석엔 숙주, 완태는 조수석, 성진은 뒷좌석.
완태 아, 그 집 순댓국이 괜찮네.
숙주 다음엔 김완태 선생이 좀 내. 맨날 차도 얻어타면서 말야.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완태 아, 지갑을 놔두고 왔다니까..
숙주 그놈의 지갑은 구경한번 해봤으면 소원이 없겠네.
진짜 세상 그렇게 살지마.
하는데, 국과수 정문 쪽으로 접어드는 숙주의 차.
경비실 앞을 지나는데, 경비아저씨, 경례를 붙인다.
숙주, ‘안녕하세요’ 하고 지나치려다가 순간, 끼이익! 급정거한다.
완태, 성진. 쿵 박고... ‘아. 뭐야?’ 하는데, 숙주 설마..하는 얼굴로
쾅 차에서 내려서 경비실로 다가간다.
숙주 아저씨.. 그거 뭐에요?
경비1 뭐가요?
하면서 고개돌리는데, 경비아저씨 빨대로 쪽쪽 빨아먹고 있는 것 복분자다.
숙주 이거..어디서 많이 본건데..
경비1 아, 이거.. 원장님이 이 아까운 걸 쓰레기통에 버리셨길래..
숙주 (경악..)쓰레기통...
-인서트 컷
3부, 이명한의 책상위에 한껏 차려입고 복분자를 선물하던 숙주의 모습.
‘그렇게 몸에 좋다고..’ 하는데 자신을 보던 이명한의 시선
현재로 돌아오면, 숙주의 시선, 경비실 안에 놓여진 복분자 통으로 퀵줌.
경비실안쪽에서 다른 경비아저씨 두명과 청소하는 아줌마가 같이
쉬고 있던 듯, 무슨 일이야? 나오는데, 다들 하나같이 복분자를
쪽쪽 빨고 있다.
청소아줌마 왜? 무슨 일 있어?
경비1 아니, (복분자 들어보이며)이거 말야. 그때, 원장님이 버린 거지?
(다시 숙주보며)아까워서 우리끼리 나눠먹고 있는데..
분노로 붉게 충혈되는 숙주의 눈빛. 콧김이 발사될 지경이다.
차 안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완태와 성진.
완태 멧돼지..
성진 화났다...
씬/16 D, 국과수 복도 일각
복도를 걷고 있는 이명한과 인혁, 박태규.
이명한 양정수, 부검소견서는 넘겼나?
인혁 예. 최대한 긴급으로 처리했습니다.
이명한 (박태규에게)현장에서 수거된 증거물엔 이상 없겠죠.
박태규 예, 걱정마십시오.
이명한과 주인혁, 박태규 복도 코너를 돌아서 원장실쪽으로 다가가려다가
헉, 놀라서 멈춰선다.
보면 원장실 바로 앞에 많이 광분한 듯, 머리가 산발이 돼 있고,
눈물을 흘린 듯 아이라인 번진 숙주가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서서
이명한을 째려보고 있다.
인혁 홍숙주 선생.. 여기서 뭐하는 건가?
숙주 (한이 서려있다)왜요.. 전 여기 서있으면 안되는 법이라도 있나요?
태규 홍숙주 선생님. 집안에 무슨 일 있어요?
그때, 저 멀리에서 숙주를 찾는 듯한 완태와 성진, 이쪽으로 걸어오다가
숙주를 발견하고 황급히 다가와서 숙주를 끌고 간다.
완태 죄송합니다.
성진 (숙주를 잡아 끌면서)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주 많이..
이명한을 계속 노려보는 숙주를 거의 양쪽에서 들다시피 들고가는
완태와 성진. 멀어지는 세 사람을 보는 이명한.
이명한 저 여자 좀 어떻게 치워버리는 방법 없나?
씬/17 D, 연구사 휴게실
아까 그 얼굴 그대로 휴게실에 앉아있는 숙주.
성진 정신 좀 차려요.
숙주 .... 내가.. 죽어도 복수하고 말꺼야.
물을 벌컥벌컥 마셔버리는 숙주. 그때 문 열리면서 들어오는 재영.
숙주의 몰골을 보고 놀라서 뒤로 허걱 물러선다.
재영 왜 이래? 무슨 일 있어요?
숙주 나, 오늘부로 다시 태어납니다. 나, 오늘부터 잘 쉬어터지는 숙주가
아니라, 튼실한 콩나물로 다시 태어날 꺼라구요!
거의 이를 갈 듯이 하고선 밖으로 나가는 숙주.
재영 왜 저래?
성진 그럴만한 일이 있었어(걱정되는 듯)안 따라가봐도 될까?
또 원장실 앞에 장승처럼 서 있으면 어떡해?
완태 아, 몰라 진짜..저거 숙준지 콩나물인지, 나도 지쳤어.
너라도 따라가 보던가..
성진, 걱정되는 얼굴로 숙주를 따라나가고..
재영, 뭔 일인가? 하는 얼굴로 문 쪽을 보다가 의자에 뻗어있는 완태에게
재영 아, 형. 어제아침에 주인혁 선생이 집도한 부검말야.
완태 총기사고?
재영 응, 혹시 그거 부검소견서 나왔어?
완태 그건 또 왜?
재영 아무래도 맘에 걸리는 게 있어서..
완태 너 윤지훈 선생 쫓아다니더니 병이 옮았냐? 웬만하면 좀 그냥
넘어가.
재영, 순간, 옆에 있던 긴 막대같은 걸 들고 완태에게 겨눈다.
2미터 정도의 거리다.
재영 내가 여기서 권총으로 형 미간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겠어?
완태 그게 쉽겠냐? 권총 반동이 얼마나 쎈데..
재영 게다가 서로 격렬한 몸싸움을 하던 중에 맞았다는데..
어떻게 미간을 맞출 수 있었지?
완태 우연이겠지. 아니면, 훈련된 군인이거나...
암튼 그만 좀 해. 너 이럴 때 보면, 진짜 윤지훈선생 같애.
완태, 문을 열고 나간다. 재영, 가만히 자신의 손에 들린 막대기를
보다가
재영 ....군인?
가만히 생각에 빠지는 재영의 모습에서
씬/18 D, 세토나이카이 조선인 학교 앞.
오후, ‘세토나이카이 조선인 학교’라는 한글 푯말에서 빠지면,
그 앞으로 다가와서 푯말을 바라보는 지훈과 다경.
고개를 들어 건물을 올려다보면, 꽤 오래돼 보이는 예스러워 보이는
건물이다.
씬/19 D, 세토나이카이 조선인 학교 건물 교장실
하얀 백발의 멋지게 늙은 스웨터 차림의 교장이 지훈과 다경과
마주앉아 있다.
교장 노란 무궁화라..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원폭 이후에 이 근방에서 사라졌거든요.
하지만 예전엔 확실히 있었어요. 그때, 등굣길을 따라서
흐드러지게 피었었죠. 히로시마근방에서 노란무궁화가 있던 곳은
여기가 유일했습니다.
지훈 혹시 그때도 여기 계셨나요?
교장 (미소지으며)예.. 그땐 학생이였죠.
다경,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교와수첩이 찍힌 사진을 보여준다.
다경 혹시 누군지 아시겠어요?
교장 글쎄요.. 너무 사진이 흐려서...
하다가, 수첩에 적힌 일본어 낙서들을 본다.
교장 이건.. 치요니의 하이쿠네요.
다경 하이쿠요?
*자막- 하이쿠: 5.7.5의 음수율을 지닌 17자로 된 일본의 짧은 정형시.
교장 (돋보기 안경을 끼고)글자들이 바래지긴 했지만.. 그게 맞아요.
‘그의 모자가 점점 멀어져 나비가 될 때까지 그를 쳐다보네.’
(그러다 문득 뭔가 생각나는 듯 사진을 본다)
지훈, 다경 그런 교장의 모습에 뭔가 짚히는게 있나? 긴장해서 보고..
교장 (사진을 자세히 보다가).. 아키짱?
다경 아시는 분이세요?
교장 사진이 너무 흐려서.. 확신은 못하겠지만..
다경 혹시 이름 기억하세요? 백골사체의 경우는 신원확인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교장 아뇨.. 잘 모릅니다. 아키짱이란 이름도 본명인지
별명인지도 잘 몰라요. 그 사건 전에는 우리학교 학생이었는지도
몰랐거든요.
다경 그 사건이요?
교장 학교를 다니다가.. 44년도에 학도병으로 전쟁터에 끌려갔었어요.
근데, 전쟁에 나가기 전날밤에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창문으로 돌멩이 하나가 날아온 거에요. 유리창은 깨지고, 너무 놀 라서 도대체 어떤 녀석인가 싶어 뛰어나갔었죠.
씬/20 N, 과거 오미니치 거리. (교장의 회상)
늦은 밤, 가로등 하나만이 켜져 있는 거리로 쾅 문 열리면서 뛰어나오는
젊은 날의 교장. 꽤 호감가는 십대 후반의 남학생이다.
한 손에 돌멩이를 들고, 도대체 누구야? 화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
는데 저 앞쪽 가로등 쪽으로 뛰어가는 한복입은 여학생의 뒷모습.
남학생 (일본말로)야!!
뛰어가다가 넘어지는 여학생. 잘 일어나지 못하자,
남학생 천천히 다가가서 손을 내민다.
가만히 그 손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떨리는 손을 내밀어 남학생의 손을
잡고 일어서는데, 어깨가 흐느끼고 있다. (아직 얼굴은 바래되지
않는)남학생, 왜 이래? 하는 시선으로 여학생을 보는데,
여학생 (고개를 숙인 채 작고 울먹이는 일본말)꼭.. 살아서 돌아와.
남학생 (일본말)뭐?
그때, 남학생의 집에서 남학생의 엄마가 일본말로 ‘무슨일이니?’하면서
나오자, 여학생, 몸을 돌려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남학생에게 다가오는 엄마.
엄마 (일본말)쟤 아키짱 아니니?
남학생 (일본말)아키짱?
엄마 (일본말)엄마 일하는 시장에서 같이 일하시는 분 딸이야.
너랑 같은 학교 다닌다던데..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아키짱의 뒷모습을 보는 남학생.
그러다가 천천히 자신의 손에 들린 돌을 보는데, 돌에 붓글씨로 하이쿠가
적혀져 있다.
돌에 적힌 글귀로 다가가는 화면 위로 흐르는 교장의 목소리.
교장(소리) 그의 모자가 점점 멀어져 나비가 될 때까지 그를 쳐다보네.
씬/21 D, 세토나이카이 조선인학교 교장실.
현재의 교장의 얼굴로 오버랩되면
교장 아키짱이 던진 돌에 적혀진 싯구였어요.
..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했는지
지훈 혹시 그 여학생한테 신체적인 특징이 있진 않았습니까?
몸이나 얼굴에 반점은 없었나요?
교장 아뇨.. 그렇진 않았어요.
지훈 그럼.. 혹시 걸음걸이가 이상하진 않았어요? 허리나 어깨가
좀 많이 굽었다던가..
교장 (생각났다)어떻게 알았죠? 돌을 던지고 도망가다가 넘어진
그 애를 일으켜 세울 때.. 어깨가 많이 굽었구나.. 생각했었어요.
지훈 ...아무래도 저희가 발견한 백골사체가 선생님이 알고 계시는
그 여학생이 맞는 것 같네요.
씬/22 D, 쇼바라 대학 외경
씬/23 D, 법의학부 연구실.
레이코, 백골사체에서 검출한 슬라이드를 확인하고 있다.
그때, 뒤쪽에서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연구원.
연구원 (자료성분을 건네주며, 일본어)백골사체에서 검출한 뼈 약독물 검사
결괍니다.
레이코 (결과지를 본다, 일본어)수은성분 함량이 높네요.
연구원 (일본어)예, 꽤 오랜기간 복용한 듯 합니다.
골치 아픈 듯 결과지를 보는 레이코. 그때, 노크도 없이 ‘쾅’문 열리면서
들어오는 지훈.
레이코 선배..
지훈 백골사체 뼈 약독물 검사 나왔어?
레이코 여긴 또 어떻게 들어왔어?
레이코, 연구원이 신경쓰이는 듯 눈짓하면 연구원 나간다.
그리고 손에 들린 뼈약독물 결과지를 ‘여기’ 하며 보여준다.
지훈, 결과지를 훑어보는데..
레이코 수은성분이 검출됐어. 페니실린이 상용화되기 전에
매독치료제로 당시 일본에서 많이 쓰였지..
아무래도 사인은 매독인 것 같아.
지훈 아냐.
레이코 뭐?
지훈 매독이 아니라구. 매독이 사인이 될 정도로 진행됐다면,
얼굴과 몸에 눈에 띄는 크고작은 반점이 있었을텐데, 그렇지
않았대.
레이코 그게.. 무슨 소리야?
지훈 백골사체의 지인을 찾아냈어.
씬/24 D, 쇼바라대, 법의학부 복도
연구실에서 부검실 쪽으로 걸어오는 레이코와 지훈.
지훈 수은은 당시 매독치료제로도 쓰였지만,
결핵치료제로도 쓰였지.
레이코 결핵이였다구?
지훈 결핵은 세균이 뼈에 침투해서 어깨나, 가슴, 허리뼈가 굽을 수
있어. 사체를 알고 있던 선생님의 증언에 따르면 어깨가 왜소하게 굽어 있었대.
레이코 그것만으로 사인이 결핵이라고 판명지을 순 없어.
사체의 신원은? 이름은 밝혀졌어? 신원확인만 되면,
정확한 사인을 밝힐 수 있을텐데..
지훈 그게 문제야. 본명을 기억 못해.
지훈과 레이코 중간 문을 열고 부검실 쪽으로 들어가면,
저 앞쪽 복도에 비치된 긴의자에 함께 앉아있던 다경과 교장, 레이코를
보고 천천히 일어선다.
씬/25 D, 특수부검실
정적이 흐르고 있는 특수부검실.
부검대 위에 진열되 있는 백골사체를 비추는 화면으로 프레임 인되는 교장.
무심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해골부터 천천히 교장의 시선으로
훑는 카메라.
그런 교장의 옆쪽으로 천천히 들어서는 지훈과 다경, 레이코.
교장에게 시간을 주는 듯, 가만히 옆에서 바라본다.
교장 이렇게.. 작았었군요.
지훈 원래, 백골사체는 생존당시보다 더 작게 느껴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레이코, 옆쪽으로 다가가서 부검대 옆에 놓여진 백골사체가 걸치고 있던
한복과 교와수첩이 담긴 바구니를 가지고 온다.
레이코 백골사체와 함께 발견된 건 이 옷과 수첩이였어요.
한번 더 살펴봐주세요. 본명을 기억해 내시는게 중요해요.
한복과 수첩을 살펴보는 교장, 그러나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교장 잘 모르겠어요.
다경 (안타깝다)선생님.. 조금만 더 기억해 보세요.
몇 십년이 지났지만, 이분을 기다리는 가족이 있을 수도 있어요.
교장, 바라보지만,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다.
레이코 어쩔 수 없다는 듯
레이코 부검, 종료하겠습니다. 이름, 불명, 나이 10대 후반으로 추정,
사인 불명, 사망의 종류 불명. 시신은 쇼바라시내 아사우미신사로
이송하겠습니다.
다경, 안타깝게 보다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다경 잠깐만요. 마지막으로.. 한군데만 더 가보면 안될까요?
다경을 보는 지훈, 레이코, 교장.
씬/26 N, 산 일각, 동굴
해질녘, 동굴 안으로 들어서는 다경, 지훈, 교장, 레이코.
다경, 먼저 들어서서 주변을 둘러보며
다경 고인이 살던 오노미치와 이곳은 꽤 거리가 떨어져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시체가 발견됐다는 건, 여기가 뭐가 됐든
고인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요. 집이 이 근처건.. 친척집이
있었건...
교장 (처음 들어설 때부터 설마.. 하는 믿기지 않는 얼굴로)
정말.. 여기서 아키짱이 발견됐나요?
레이코 예. 바로 저 자리였어요.
다경 혹시.. 뭐 기억나시는 게 있어요?
교장, 천천히.. 반대편 입구 쪽으로 걸어간다.
교장 여긴.. 우리들끼리 그렇게 불렀어요. ‘돌아오는 길’이라고..
반대편 입구로 나가서 바다가 면한 낭떠러지에 서는 교장.
석양이 붉게 타오르는 바다를 바라보는..
교장 히로시마는 예전부터 어업이 발달한 도시였죠.
누군가 어업을 나갔다가 돌아올 때,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장소가
여기였어요. 그래서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가, 아버지를 기다리는
자녀들이 자주 찾던 곳이었죠. 전쟁이 일어난 뒤에는 전쟁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귀환병들을 태운 군함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이었어요.
다경 (바다를 보다가)아키짱이란 분... 여기서.. 선생님을 기다렸던 게
아닐까요?
교장 (설마 혼란스럽다) 그럴리는 없을 꺼에요. 도대체 왜 날.. 잘 아는 사이도 아니였는데..
교장, 순간, 문득 뭔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듯
교장 아키짱이 결핵이었다고 하셨죠?
레이코 예.
교장 (설마...) 그렇다면.. 그.. 여학생이..
씬/27 D, 과거 세토나이카이학교 교실, 교장의 회상.
과거, 나무책상과 걸상이 놓여있는 학교 교실.
창가쪽에 앉아있는 왜소한 어깨의 여학생의 뒷모습에서 서서히 화면
빠지는데, 순간 누군가 던진 작은 짱돌 하나가 여학생의 등에 쿵! 맞고
떨어진다. 여학생, 분명 아플텐데, 더욱 움츠러 들면서 아픔을 티도 못
내고 가만히 웅크리고 있다. 화면 더 빠지면, 아직 수업 시작하기 전
띄엄띄엄 자리에 앉아있던 학생들, 여학생을 보고 수군거리고 있고,
그런 학생들 중 남자학생 한명이 또 다시 돌을 들어서 여학생에게
집어던진다.
학생 너, 내가 학교 나오지 말랬지? 너 때문에 우리까지 병 옮으면
니가 책임질꺼야?
학생, 다시 돌 하나를 들어서 여학생에게 집어던지려고 하는데, 순간
뒤쪽에서 손을 붙잡는 남학생(과거의 교장이다). 지금 등교한 듯, 가방을
들고 서 있다.
남학생 치사하게 뭐하는 짓이야?
학생 야! 너 몰라? 쟤 폐병환자야. 결핵이라구.
남학생 그러면 뭐 어때서? 아프면 수업도 받지 마?
학생, 남학생의 기세에 눌려서 깨깽 시선 돌리는데,
남학생, 뚜벅뚜벅 다가가서 여학생의 옆자리에 앉는다.
남학생 여기 앉아도 되냐?
수줍은 듯 꼭 쥔 손의 여학생. 말없이 고개숙인채 앉아있다.
남학생, 아무렇지도 않게 가방에서 책 꺼내서 수업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여학생, 남학생이 고맙고..자신의 처지가 슬픈 듯, 순간 뚝 눈물이
떨어지는데, 남학생 말없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옆으로 밀어주고는
다시 책을 펴고 공부를 시작한다. 천천히 고개를 드는 여학생, 아키짱이다.
처음으로 보여지는 얼굴, 병약해 보이지만, 곱고 애띄다.
눈물이 고인 고마운 시선으로 남학생을 본다. 창가에서 쏟아지는 햇빛을
가득 받은 채, 책을 보는 남학생을 가만히 본다.
씬/28 N, 산 일각, 동굴.
교장, 천천히 고개를 든다.
교장 설마.. 그런 작은 일을 기억하고.. 계속 고마워서..
그것 때문에.. 날 기다리다 죽은 건가요?
다경 그 당시에 결핵은 불치병이나 마찬가지니까.. 선생님 때문에
죽은 건 아닐꺼에요. 하지만.. 분명히 선생님과 아는 사이였던
분이에요. 조금만 더 기억해 주세요.
이름이라도..아니, 어느 지역에 살았는지
어느 병원에 다녔는지.. 작은거라도 좋으니까.. 하나만이라도..
기억해 주세요.
지훈, 레이코, 다경, 교장을 바라본다.
교장, 그래도 전혀 생각나지 않는 듯, 혼란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다경 (포기할 수가 없다)제발, 작은 거 하나라도..
하는데, 다경의 어깨를 잡는 지훈.
지훈 그만해.. 이 사건은 끝났어.
다경, 안타까운 얼굴로 교장을 본다.
교장, 가만히 석양이 불타오르는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백골사체가 발견됐다는 그 장소로 돌아와서 천천히 무릎을 꿇는다.
백골사체가 발견된 그 장소에 서서히 나타나는 과거의 아키짱의 모습.
무릎을 안고서 텅빈 바다를 젖은 눈빛으로 보고 있다.
얼굴엔 병색이 완연하다.
늙은 교장과 같은 화면으로 바위에 기대어서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아키짱의 슬픈 모습이 함께 보여지고..
교장의 시선, 마치 그런 아키짱을 바라보는 듯..
교장 미안해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요. 날 이렇게 기다려준
사람인데.. 이름도.. 아무것도.. 생각나는 게 없네요.
씬/29 N, 쇼바라시, 아사우미신사 안, 납골당 일각
낡고 허름한 아사우미 신사 안.
습기차고 거미줄 투성이의 햇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납골당.
비어있는 한켠에 유골함을 놓는 스님.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다경.
스님, 유골함을 놓고,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서 합장을 한다.
다경도 스님과 함께 고개 숙여 묵념을 한다.
스님, 납골당을 나가고, 다경도 스님을 따라 나가려다가 뭔가 아쉬운 듯
고개를 돌려 유골함을 바라본다.
유골함 앞에는 ‘2011년 미카노 신사뒤편에서 발견됨. 신원미상. 여‘
라는 간단한 명찰이 붙어있다.
씬/30 N, 신사 외곽
레이코와 함께 걸어나오는 다경의 모습에는 안타까움이 묻어있다.
다경 (안타까운 한숨) 이름.. 세 글자만 알았어도..
레이코 오래된 백골사체의 경우는 이런 경우가 부지기수에요.
다경 (보다가).. 레이코씨, 윤지훈 선생님하고 되게 닮은 거 알아요?
이성적이지만, 차갑고.. 능력은 뛰어나지만.. 감정을 모르겠어요.
레이코 매일 보는게 죽은 시체에요. 시체마다 구구절절한 사연 들인데,
거기에 일일이 반응하다보면, 내 자신까지 흔들려 버리죠.
다경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죽은 사람들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거
잖아요.
레이코 어떤게 좋은 법의관일까요. 죽은 사람에게 동정과 연민으로
다가가는 법의관과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면서 사인을 찾는
법의관. 그건 개인의 선택이겠죠.
다경 ... 아무리 그래두 윤지훈 선생님은 너무 얼음짱 같아요.
레이코 옛날엔 그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다경 예?
레이코 ... 그 미카노 신사 말이에요.
다경 연인들의 성진가 뭔가 하는 닭살 돋는데 말이에요?
레이코 그 닭살 돋는데에 윤지훈 선배가 여자친구를 데리고 갔었어요.
다경 에? 윤지훈선생님이 여자친구랑요?
씬/31 N, 미카노 신사.
저녁, 여기저기 등불이 켜진 신사. 밤이지만, 드문드문 커플들이
다정하게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그런 신사안.. 어딘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지훈의 모습.
지훈의 무표정한 시선 쫓아가보면 글귀가 남겨진 나무판넬들이다.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뻗어서 어떤 나무 판넬을 잡는다.
몇 년이 지난 듯 오래되서 빛이 바래있다.
판넬 비추면 판넬 뒤쪽에 지훈과 우진이 사이좋게 찍은 사진이 붙혀져
있다.
씬/32 D, 동장소, 지훈의 회상
전씬의 판넬에서 빠지면, 과거 우진과 지훈이 함께 다정하게 판넬에
사진을 붙이고 있다.
우진 별일이다. 이런델 오자 그러구..
지훈 (겉으론 무덤덤하게)뭐 어디 마땅히 갈데도 없고..왜 싫어?
우진 아니, 좋아. 선배, 그렇게 나랑 헤어지기 싫어?
지훈 넌.. 헤어지고 싶어?
우진 (웃으며)아니.
서로 바라보며 피식 웃는데, 우진 다시 글귀를 쓰려다가 하품을 참는 듯
지훈 피곤해?
우진 뭐.. 시험이 얼마 안 남았잖아. 여기까지 와준걸 영광으로 생각해.
지훈 잠깐 앉아있어봐. 내가 뭐 마실 거 좀 빼올게.
우진 그럼 나 커피!
-시간경과 되면
지훈, 뜨거운 자판기 커피를 들고 오는데, 뭔가를 보고 멈칫한다.
벤치에 앉아있는 우진, 거의 머리가 뒤로 넘어가도록 졸고 있다.
피식 웃는 지훈. 조용히 다가가서 우진의 옆에 앉아서 자신의 어깨에
우진의 머리를 기대게 한다. 그 와중에 우진이 음.. 손을 움직이다가
커피를 들고 있던 지훈 손을 치고, 지훈 바지에 뜨거운 커피를 엎지른다.
‘아!’ 뜨거워.. 하지만 우진이 깰까봐, 일어나지도 못하고, 손으로 비비는
지훈. 그러다가 다시 우진 보면 아기처럼 잠들어 있다. 그런 우진의
얼굴을 보며.. 미소 짓는다.
씬/33 N, 신사 벤치, 현재
전씬과 오버랩되서 우진은 사라지고 벤치에 홀로 앉아있는 지훈.
가만히 아까 판넬에서 떼넨 우진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있다.
그때, 천천히 과거 우진이 앉아있던 자리로 프레임인 돼서 앉는 다경.
다경 핸드폰도 꺼놓고, 뭐하시는 거에요?
지훈 (놀라서 보다가, 사진 주머니에 넣는다)어떻게 알고 왔어?
다경 (지훈이 넣는 사진 힐긋 보다가)정우진 검사에요?
지훈 (우진과 자신의 얘기를 어떻게 알지? 하며 멈칫)
다경 저번에 남부분원에서 하시는 말씀 들었어요. 보아하니 차인 것
같은데, 아직도 좋아하시는 거에요?
지훈 (기분 나쁘다)너.. 남 얘기 엿듣는 취미있어?
다경 내가 듣고 싶어서 들었어요? 들리니까 들었지.
(하다가)내가요, 사랑 쫌 아는데, 끝난 관계 가지구 질질 끌어
봤자, 선생님만 상처받아요. 이번 사건 못 봤어요? 혼자
짝사랑하다가 죽을 수도 있어요. 다 선생님 생각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평생 혼자 정우진검사 생각하면서 늙으실 꺼에요?
지훈 (보다가)너.. 오지랖 넓다는 소리 많이 들었지?
다경 그럼요. 저 별명이 개또라이, 개오지랖이에요.
지훈 그래.. 별명 많아서 좋겠다.
얘랑 무슨 말을 하겠냐. 일어나서 걷기 시작한다.
다경, 바로 그 옆에 붙어서 걸으며
다경 레이코씨가 맥주한잔 산다고 오라고 했어요. 거기가 어디였지?
지훈 (순간 문득 생각난 듯 걸음을 멈추고)근데 말야.
다경 예?
지훈 너.. 진짜 그 사진 왜 찍었어?
다경 예?
지훈 나 옷갈아입는 건 왜 찍었냐구?
다경 (순식간에 얼굴 시뻘개진다)....레이코씨가 기다릴텐데, 빨리 가봐야
겠다.
후다닥, 먼저 경보하듯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다경.
지훈, 뭐야, 저거.. 하고 그 뒤를 따라 걸으려다가 주머니 안에 사진을
다시 꺼내서 본다. 빛바랜 사진.. 가만히 사진을 보다가 신사 경내 중앙에
피워진 커다란 향로를 본다. 뚜벅뚜벅 걸어가서 사진을 향로안에 넣는다.
잠시 보다가.. 미련을 없애려는 듯, 돌아서서 걸어간다.
향로안, 서서히 타들어가는 우진과 지훈의 빛바랜 사진.
씬/34 N, 검찰청 외경
씬/35 N, 검찰청, 우진 사무실
우진, 사무실에서 퇴근준비를 하는 듯, 가방과 옷을 챙기고 있다.
똑똑 노크소리.
우진 (고개 안 들고 컴퓨터 끄면서)들어오세요.
누군가 들어오는 인기척. 우진 커피마시면서 고개 들면
눈앞에 이한이 서 있다. 우진,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선다.
우진 오셨어요?
이한 (의아한)오셨어요?
우진 (내가 왜 이러지?)그게 아니라.. 뭐.. 이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이한 상지동 살인사건 증거물 내일까지 필요하다고 해서
갖다 드리러 왔는데요.
우진 (이한이 내민 증거물 받아서 서랍안에 넣으며)수고하셨어요.
이한, 이상하게 우진을 본다.
우진 (웃는)왜요? 뭐 더 할 얘기 있어요?
이한 설마.. 우리 아빠가 부장검사라는 걸 알아서 이러는 거에요?
우진 (찔린다)뭐..뭐가요?
이한 (우진 흉내, 미소 지으면서 인사하는)오셨어요? (표정 바로 뚱하니
변하며)이런 거요.
우진 내가 뭘 또.. 그랬다구..
이한 검사님.. (책상에 손을 대고 앞으로 몸을 숙인다)
우진 (얼굴이 가까이오자 뒤로 물러서는)왜..왜 이래요?
이한 정말.. 속물 맞구나.
우진, 얼굴 확 구겨지는데, 이한 재밌다는 듯이 웃으면서 나간다.
우진 저..저 꼴통, 저거 아빠만 아니었으면..
씬/36 N, 검찰청 복도
우진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이한, 피식 웃는다.
그때, 뒤쪽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이한의 형사선배.
선배 야! 최이한.
이한 (돌아본다)어, 선배.
선배 너, 왜 전화안받냐. 한참 찾았잖아.
씬/37 N, 검찰청 일각, 휴게실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있는 선배와 이한.
이한 총기사고요?
선배 응, 조폭들끼리 싸우다가 한 놈이 총을 쏘고 도망갔는데,
행방이 묘연해. 아무래도 내부조력자가 필요한데.. 너 그때 중국
마피아 쫓아다닐 때, 그쪽에 끄나풀 하나 심어놓지 않았냐?
이한 ..똘똘한 놈 하나가 있긴 한데..
근데.. 걔가 워낙 의심이 많은 놈이라, 내 말 밖에 안 들을텐데..
선배 (씨익 웃는다)
이한 뭐요?
선배 야, 후배 좋다는 게 뭐냐. 도망간 놈 이름이 백산파 김종호거든.
걔 어딨는지만 알면 돼. 좀 빨리 부탁할게. 새로 부임한 검사가
빨리 끝내라고 난리다.
씬/38 N, 검찰청 밖
검찰청 밖으로 걸어 나오는 이한. 어디론가 걸어가는데
저쪽 주차장에서 차문을 삑 열고 올라타는 우진이 보인다.
이한, 잘됐다 싶은 얼굴로 그쪽으로 다가간다.
이한 검사님, 퇴근하세요?
우진 (이한과 눈이 마주치고..좀 껄끄럽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예. 먼저 갈께요.
이한 어느 쪽으로 가세요? 가는 길이면 좀 태워주시지.
우진 그게.. 제가 좀 급한 약속이 있어서.. 죄송해요.
이한 뭐, 어쩔 수 없죠.
하면서 뒤돌아서는 이한. 갑자기 핸드폰을 들고 들으라는 듯
이한 어, 아빠! 어, 나야. 아니, 그게 차가 고장 났잖아. 그래서..
움직일 수가 없네.
우진, 아우.. 저걸 그냥.. 하지만 최대한 화를 참으면서
우진 (미소 지으며)최경사님! 생각해보니까, 약속이 좀 미뤄진 걸
깜박했네요. 타세요. 바래다 드릴께요.
이한 (돌아보며 피식 웃는다)
씬/39 N, 경기도 인근, 거리일각
경기도 인근의 소도시. 양옆에 낡은 이층짜리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은
허름한 거리. 한 켠으로 와서 멈춰서는 우진의 자동차.
이한 (안전벨트 풀고 내리면서)잠시면 되니까, 좀 기다리고 계세요.
우진 (발끈하지만 참으며 미소로)예, 저도 마침 약속시간이 좀 남아서
천천히 다녀오세요.
이한, 피식 웃으면서 차에서 내려서 허름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씬/40 N, 건물 안/동구 집.
이층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이한. 좁은 복도 양옆에 허름한 나무문들이
붙어있다. 이한, 그 중 한 문 앞에 서서 똑똑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아무 인기척이 없다. 문에 귀를 기울이는 이한. 다시 한번 똑똑...
이한 없나? 아.. 진짜 어디간거야?
하면서 돌아서서 걸어가는 척 발소리를 내다가 순간, 돌아서서 나무문을
쾅 발로 걷어찬다. 문 열리고 드러나는 실내.
어둡고 허름한 동구의 집이다. 이한, 다급히 안으로 들어서는데,
창문 밖에 설치된 비상구 계단으로 빠져나가는 누군가의 모습.
이한 야! 지동구! 나 최경사야! 야!
다급히 창가로 다가가면 비상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동구의 뒷모습.
이한, 그 뒤를 쫓기 시작한다.
씬/41 N, 비상계단 밑 골목.
다급히 비상계단을 내려서서 뛰기 시작하는 동구.
그 뒤를 쫓는 이한. 미로 같은 좁은 골목 안, 쓰레기통을 쓰러뜨리면서
도주하는 동구, 이한, 그 뒤를 악착같이 쫓는 모습들.
씬/42 N, 골목일각
미로같은 골목에 여전히 진행중인 동구와 이한의 추격전.
씬/43 N, 거리일각
골목을 빠져나온 동구. 아까 이한이 내렸던 그 거리로 뛰어나온다.
연신 뒤를 확인하면서 거리를 내달린다. 그 뒤쪽으로 쫓아오는 이한.
이한 야, 지동구! 너 거기 안서!!
한 켠에 차를 대고 있던 우진, 뭔 소리지? 룸미러를 본다.
뛰어오는 동구와 이한의 모습.
동구, 이한의 소리에 뒤를 휙 한번 바라보고 앞으로 달려 나오려는데
순간, 쾅! 열리는 우진의 운전석 차문. 동구, 피할새도 없이 차문에
부딪치면서 바닥으로 고꾸라진다.
우진, 전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열린 차문으로 또각또각 내려서
아퍼서 죽으려고 하는 동구를 내려다본다. 헉헉 거리면서 도착하는 이한.
무릎을 꿇고 쓰러진 동구의 멱살을 잡아서 일으킨다.
이한 어딜 도망가. 나, 최경사라니까..
우진 무슨 사건인데요?
이한 경기북부 조폭들끼리 총격전이 있었는데, 얘도 거기 조직원이거
든요. 근데, 얘 아는 눈치죠?
우진 예. 꽤 아는 눈친데요.
이한, 그 말을 듣자마자 동구의 팔을 뒤로 꺾어버린다.
동구 아아!! 진짜 왜 이래요.
이한 백산파 김종호 어딨어?
동구 아아! 종호.. 걘 정말 아무 죄 없어요.
이한 생사람을 총으로 쏴 죽인 놈이 무슨 죄가 없어.
동구 종호가 안 죽였어요!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니까!
이한 이게, 진짜 입만 열면 거짓말이야.
동구 (억울한 외침)다 거짓말이에요. 신문에 난거 다 새빨간
거짓말이라구!!
이한, 뭔가 감이 이상하다. 우진도 천천히 무릎을 꿇고 동구를 본다.
우진 천천히 얘기해봐요. 뭐가 거짓말이라는 거에요?
동구 러시아제 토카레프, 조폭들. 다 거짓말이라구요!
우린 총도 없었어요.
이한 우리? 너도 거기 같이 있었어?
동구 아뇨.. 정수형이랑 종호가 먼저 마시고 있었구..
전 다른 데서 한잔 하다가 그 호프집에 갔었어요.
겁먹은 동구의 흔들리는 시선에서.
-인서트 컷(거친 톤)
-중간 규모의 허름한 지하 호프집 앞쪽으로 다가오는 동구.
가벼운 발걸음으로 호프집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가는데,
순간 들려오는 세 발의 총소리.
놀라는 동구, 반지하 창문으로 호프집 안을 바라보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양정수, 김종호 역시 흉부를 맞은채, 비틀거리고 있다.
경악해서 보던 동구의 모습. 놀라서 보다가 후다닥 뛰어서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동구 나두 겨우 도망쳤어요.
이한 그러니까 도대체 누가 죽였다는 건데?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여는 동구.
동구 진범은.. 군인.. 미군이였어요.
-인서트
-사건당시로 돌아가, 창밖에서 놀라서 바라보는 동구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사건현장, 피를 흘리면서 죽은 양정수의 모습.
동구, 비틀해서 창문을 통해 보는데, 순간, 양정수를 죽인 진범
뭔가 이상한 인기척을 느낀 듯, 창밖을 본다.
동구, 잽싸게 창문 옆으로 몸을 숨겼다가 도망을 친다.
창문쪽을 바라보는 진범이 보여진다.
미 헌병대 군복을 입은 저스틴 상병이다.
지동구의 말에 놀라서 서로를 바라보는 이한과 우진
씬/44 N, 동구의 사무실.
40씬에 나온 동구의 집. 불안에 떨고 있는 동구.
그 옆에서 초조한 듯 기다리고 있는 이한.
안쪽, 반쯤 열린 방문 너머로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우진이 보인다. ‘알았어요.. 예’하면서 전화를 끊는 우진.
방문 너머로 이한과 눈이 마주치자, 이쪽으로 오라는 듯 눈빛 보내면
이한, 방안으로 들어온다. 방문을 조금더 닫고, 나지막하게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이한 어떻게 됐어요? 뭐래요?
우진 (열린 방문 너머로 동구를 보며) 저 사람, 얼마나 믿을 수 있어요?
이한 쟤가 거짓말을 한다는 거에요?
우진 이 사건을 담당한 경기지방검찰청에 알아봤는데요.
현장에서 수거된 총탄과 탄피, 목격자 증언, 국과수 부검소견서
모두 일치해요. 양정수는 김종호가 쏜 총에 살해당했다는 거에요.
이한 (뭔가 생각에 빠진다)
우진 최경사님 사건 아니잖아요. 도주한 김종호 정보만 빼내고 끝내요.
(방을 나가려고 하는데)
이한 지금까지 밝혀진 검찰, 경찰, 국과수의 수사가 모두 맞았다 칩시다.
우진 (돌아본다)
이한 그리고 (밖의 동구를 보며)쟤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치자구요.
그런데.. 왜 거짓말을 하는 거죠? 자기가 용의자도 아닌데,
사건을 꾸며낼 이유가 없잖아요.
우진 (답답하다)최경사님..
이한 이 사건 좀 더 조사해보죠. 전 현장수사에 뭔가 이상한점은
없었는지, 알아볼테니까, 검찰 쪽으로 넘어간 증거는 검사님이
조금만 더 조사해 주세요.
우진 저, 최경사님이 아는 것보다 더 힘 없는 검사에요.
이한 그럼.. 국과수 쪽은 어때요? 윤지훈선생한테 부탁해보면..
우진 (바로 말 자른다)윤지훈선배는 안돼요.
이한, 우진을 본다. 우진, 시선 피하려는데, 어깨를 잡아서 우진과 다시
시선 마주치는 이한.
이한 윤지훈선생은 왜 안되는데요?
우진 그만하죠.
이한 얘기해 봐요.
우진 분원으로 좌천됐다가 겨우 본원으로 돌아온 사람이에요.
또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할 순 없어요. 됐어요?
이한 ..아직 좋아해요?
우진 (그걸 어떻게?)
이한 검사님 집에 있던 사진 봤습니다... 둘이 끝난 거 아니였어요?
우진 (어깨 잡은 이한 손 뿌리치며)신경꺼요.
우진, 불쾌한 듯 돌아서서 걸어가려는데..
이한 서윤형 사건 기억 안나요?
우진 (멈칫)
이한 이 사건도 똑같아요. 뭔가가 검찰, 경찰, 국과수를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구요.
우진, 더 듣기 싫다는 듯, 돌아서서 방문을 열고 나서는데, 멈칫한다.
이한, 우진이 멈춰서자 이상한 듯 방문 너머를 보면, 아까까지 앉아있던
동구가 없어졌다. 놀라서 뛰쳐나오는 이한. 주변을 둘러보는데, 이미 없어진
동구. 낭패의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이한.
우진, 그런 이한을 보다가 다시 걸어서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다가
우진 이 사건 그냥 덮어요.. 도망간 삼류건달 얘기만 믿고 괜히
일 크게 벌리지 말라구요.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는 우진. 이한, 그러나 뭔가 미심쩍은 부분을 지울수
없다.
씬/45 N, 일본, 이자까야 거리.
밤, 경쾌한 음악과 함께 화면 밝아지면,
오가는 행인들로 북적거리는 이자까야 거리.
그 중 한 이자까야 집을 비추는 화면.
씬/46 N, 일본, 이자카야.
사람들로 가득찬 가게 안. 제일 안쪽 테이블에 마주앉아 있는 지훈,
다경, 레이코. (지훈과 다경이 입구를 바라보는 방향, 레이코는 벽쪽을
보는)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다.
레이코 내일 출국이지?
지훈 응.
레이코 제발 돌아가면 성격 좀 죽이고 살어.
지훈 무슨 소리야?
레이코 여기까지 소문 다 났어. 불미스런 일로 좌천됐었다면서?
지훈, 다경 보는..
레이코 서윤형인가? 그 한류스타말야. 일본도 난리였거든. 왜 죽였냐.
누가 죽였냐.. 그런데 결국 선배가 실수한 거였다면서?
다경 (더 발끈한다)선생님이 실수한 게 아니에요!
발끈한 다경을 이상한 듯 보는 레이코. 지훈, 그저 말없이 술잔을 비운다.
다경 (너무 발끈했나? 다시 흥분을 가라앉히며)선생님 부검은
틀리지 않았어요. 서윤형은 청산가리중독이 아니라, 비구폐색성
질식사로 죽은 거라구요.
지훈 그만해.
다경 왜요? 사실이 그렇잖아요.
지훈 그만해. 국과수 내부의 일이야.
레이코 더 듣고 싶은데.. 나두 서윤형 좋아했거든.
지훈 (말도 안된다)니가 연예인을 좋아해? 말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마.
레이코 내 주변에 서윤형 광팬이 한명 있거든. 걔한테 세뇌 좀 당했지.
안 그래도 잠깐 여기 들른다고 했는데.. (시계 보는) 좀 늦네.
지훈 다른 사람 올꺼면, 난 그냥 일어날게.
레이코 잠깐 있다 일어날꺼야. 선배를 꼭 한번 보고 싶다고 해서 부른거야.
지훈 날 알아?
그때, 레이코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안녕하세요’ 하는 소리.
뒤돌아보는 레이코.
레이코 왔어? (지훈과 다경보며)이번에 백골사체를 발견한 고고학팀에
잠시 논문 때문에 합류했던 한국학생이야.
고급스러운 옷차림, 겉옷을 벗어서 팔에 걸친 채, 인사하는 여자를
서서히 틸업해서 보여주는 화면.
긴 생머리, 청순한 미소를 간직한 채 인사하는 강서연이다.
서연 안녕하세요. 강서연이라고 합니다.
지훈과 눈이 마주치는 서연.
-시간경과 되면
함께 마주앉아 있는 서연과 레이코, 지훈과 다경.
레이코 (서연에게)오늘 몇 시 비행기야?
서연 좀 있으면 출발해야 되요. 여덟시 비행기요.
레이코 당분간 못 보겠네. 유럽으로 간다구?
서연 (웃으면서 고개 끄덕)
그때, 울리는 레이코의 핸드폰 전화벨. 레이코, 발신인을 보면서
레이코 잠깐 실례할게.
전화받으면서 가게 밖으로 걸어나가는 레이코.
셋만 남게되는 서연과 지훈과 다경.
지훈, 서연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 그러나 어디서 봤는지 잘 감이
안 잡히는.. 다경도 뭔가 이상한 듯한 느낌으로 서연을 주시한다.
지훈 (보는데 자꾸 이상한 느낌이 드는 듯)근데..우리 언제 본 적
있나요?
서연 (여유있는 눈빛)아뇨. 처음 뵙는데요.
지훈, 그래도 뭔가 이상한 듯, 서연을 보는데..
서연 만난적은 없지만, 전 윤지훈선생님 잘 알아요.
지훈 ?
서연 윤형이 오빠를 부검하신 선생님.. 맞죠?
지훈도 다경도 뭔가 이상한 느낌이 오는 듯 서연을 본다.
둘의 반응을 즐기는 듯한 서연, 여유있게 미소짓는다.
다시 천천히 입을 여는 서연, 서윤형의 얘기가 진행될수록 입가의 미소는
여전하지만, 눈빛은 점점 서늘해진다.
서연 윤형이오빠.. 마지막 어땠어요?
서연을 보는 지훈과 다경.
서연 윤형이오빠, 인터뷰때마다 입버릇처럼 그랬거든요. 가장 화려한
무대에서..가장 화려한 순간에 죽고 싶다고..
정말.. 행복해 보였나요?
지훈도 다경도.. 서윤형의 죽음에 대해서 얘기하는 서연을 가만히 본다.
지훈 정말.. 서윤형이 행복하게 죽길 바란겁니까?
...왠지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
대화를 진행하는 지훈도 옆에서 지켜보는 다경도 왠지 모를 긴장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서연은 여유있는 눈빛으로 그런 두 사람을 보다가
서연 (시간 보며)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먼저 일어날께요. 비행기 시간이 다 돼서..
서연, 일어나서 목례를 하고는 뒤를 돌아 입구쪽으로 걸어간다.
그런 뒷모습을 보는 지훈과 다경,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지훈, 가만히 테이블을 보며 생각에 빠지고,
다경도 갸웃하다가 다시 멀어지는 서연을 보는데..
맥주집 복도를 오가는 종업원과 사람들 사이로 일순 사라졌던 서연의
뒷모습이 다니 보이는데.. 순간, 다경의 눈빛, 충격에 빠진다.
다경 (지훈의 팔을 잡는)선생님! 저..저기..
지훈, 다경이 팔을 잡자, 시선을 드는 지훈. 서연의 뒷모습을 보고,
눈빛이 굳는다.
윗옷을 걸치면서 나가는 서연의 뒷모습 슬로우로 보여지는데
서연이 걸치는 윗옷, 서윤형 사건때 걸쳤던 바로 그 갈색코트다!!
충격에 빠져서 굳는 지훈의 눈빛,
놀라는 다경의 얼굴,
멀어지는 서연의 뒷모습, 세 사람의 모습들, 강렬하게 교차되는데..
-인서트 컷
2부, 씨씨티브이에 잡혔던 서연의 뒷모습.
지금과 거의 비슷한 각도다.
다경 ....서윤형을.. 죽인.. 그 여자에요.
믿기지 않는 듯, 강서연의 뒷모습을 보는 지훈.
그때, 가게문을 여는 서연, 뒤를 힐긋 보다가 지훈과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고는 나간다.
그제서야 충격에서 벗어난 듯한 지훈. ‘쾅!’ 일어서서 미친 듯이 서연을 쫓 아 뛰어나간다. 다경도 정신을 차리고 그 뒤를 쫓기 시작한다.
중간에 쟁반들고 오는 점원과 부딪치면서 쨍그랑 맥주잔 떨어지고..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오던 레이코, 놀라서 두 사람을 보는데..
상관하지 않고 서연의 뒤를 쫓는 지훈과 다경.
씬/47 N, 일본, 이자카야 거리.
이자카야 문을 쾅 열고 뛰어나오는 지훈.
주변을 둘러보는데, 지나다니는 수많은 행인들. 서연이 보이지 않는다.
다경 뒤이어 쫓아나온다.
수많은 행인들 사이에서 서연을 찾는 두 사람.
순간, 사람들 사이로 저 멀리 서연의 뒷모습이 보인다.
다경 저쪽이에요!
서연의 뒤를 쫓아 뛰기 시작하는 두 사람.
씬/48 N, 일본, 일루미네이션 공원 안
서연의 뒤를 쫓던 지훈과 다경. 일루미네이션 공원안으로 들어선다.
휘황찬란하게 불이 켜진 일루미네이션 공원안은 주말을 맞아 나온 듯,
단란한 가족들, 다정한 커플들, 뛰어다니는 아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 사이로 저 멀리 보이는 서연의 뒷모습.
지훈과 다경 그런 서연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씬/49 N, 몽타쥬 (일루미네이션 공원 안)
-수많은 행인들 사이에서 서연을 쫓는 지훈과 다경.
저 앞쪽으로 언뜻 보였다 사라지는 서연.
그 뒤를 필사적으로 뒤쫓는 지훈과 다경. 그러나 몰려드는 인파에
지훈과 다경도 서로 밀려서 멀어지고, 각기 따로 떨어진 상태에서 서연을
찾기 시작하는 지훈과 다경.
-사람들 사이의 지훈, 시선을 돌리는데, 저 앞쪽으로 보였다 사라지는 서연.
그 뒤를 쫓는데, 하필 인파가 제일 많이 몰린 카구라 야외공연장이다.
공연을 보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서연을 찾기 시작하는 지훈.
-다른 쪽 카구라 공연장 근처에서 서연을 찾는 다경.
그때, 다경의 시선에 들어왔다가 사라지는 서연. 다경도 서연의 뒤를
쫓다가 지훈과 다시 합류한다.
-서연의 뒤를 쫓는 다경과 지훈의 다급한 모습들.
행인들 사이를 뚫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서연. 밀려드는 행인들과 공원안의
행상들, 지나가는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지훈과 다경의 앞길을 막는다.
-화려한 일루미네이션 공원의 중앙에 도착하는 지훈과 다경.
주변을 둘러보지만, 그 어느 곳에도 서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미친 듯이 주변을 둘러보는 지훈과 다경의 시선에 들어오는 풍경.
일루미네이션 공원의 화려한 불빛과 행인들 뿐이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는 지훈과 다경의 시선들 사이로 맥주집에서
지훈에게 질문을 던지던 서연의 모습 교차된다.
-‘윤형이 오빠, 마지막 어땠나요? ’
-‘정말.. 행복해 보였나요? ’
-맥주집을 빠져나가기 바로 전 마치 지훈을 비웃듯이 싱긋 웃으면서
나가던 서연의 뒷모습.
일루미네이션 공원을 지나다니는 인파들 사이에서 망연자실 서 있던
지훈, 다시 고개를 돌리는데,
그때, 공원 밖으로 건너편 도로에서 택시를 잡는 서연과 눈이 마주친다.
택시 문을 열던 서연, 지훈과 눈이 마주치자 천천히 미소짓는다.
비웃음이 짙게 깔려 있다.
그런 서연을 가만히 바라보는 지훈의 눈빛, 서서히 이성이 돌아오는 듯
차가워진다.
그때, 다른 쪽을 바라보던 다경, 지훈의 시선을 보고 건너편 도로에
서 있는 서연을 그제서야 본다.
다경, 그런 서연을 붙잡으려는 듯, 뛰어가려는데, 그런 다경의 어깨를
지훈이 잡는다.
다경 왜요? 지금 안 잡으면 또 놓친다구요!
지훈 (차가운)지금이 아냐.
다경 예?
지훈, 택시안에 올라타는 서연을 보며
지훈 지금 저 여잘 잡는다고 해도, 우리에겐 증거가 없어.
다경 그렇다구, 이렇게 포기하자구요!
지훈 아니.. 포기안해. 10년이 걸리건.. 20년, 30년이 걸리건..
꼭 증거 찾아낼꺼야.. 저.. 여자가 죽였다는 증거..
찾아내서.. 서윤형을 죽인 사람이 저 여자라는 걸..
밝혀낼꺼야..
밝히지 못한 단 하나의 사건, 그 진범인 서연이 탄 택시가 서서히
멀어진다. 그 택시를 바라보는 지훈과 다경의 눈빛.
다경은 허탈하고.. 답답한.. 지훈의 눈빛은 점점 차갑게 타오른다.
8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