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대학가요제가 없어진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래. 지금은 대학생이라 하여도 출전자들이 너무 프로같고 신선함이 없긴 하지.
그곳이 아니라도 대중에게 어필되거나 기회만 주어지면 어디선가 눈에 띄어 발탁될 일도 많고
워낙 기획사도 많고 마음만 먹으면 스스로 발품 팔아 자신을 상품 가치로 확대 재생산할 일도 많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또한 주최 방송국 MBC 역시 일부 그런 점을 간과하지는 않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시류가 그렇다는 데 뭐 라며 별 생각이 없었다.
하긴 주최 방송국의 지난 태도로 보아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시청률이 오르지 않으면
제 멋대로 슬쩍 프로그램을 없애거나 진행자를 교체하거나 번번이 그런 일을 언제 벌였었냐는 듯이
그냥 모르쇠로 지나가는 행태가 번번이 자행되기는 했었다.
좌우지간 대중들이 외면하는 프로그램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지 왜들 그러한지 원인 파악을 하고
재 정비하여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아니면 말고 식으로 어느 날 싹둑 가지 치고 몸퉁 자르고
뿌리 채 걷어내는 일을 다반사로 해댄다 는 것.
참으로 어이가 없는 꼴불견의 태도가 비일비재하나 어쩔 수 없다 라 포기해야 하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늘 뒷통수를 후려치는 방송국의 갑의 태도에 그저 고개 숙일 수밖에 없었다 는 말이다.
하긴 위대한 탄생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신인을 발굴해내고도
그들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것을 보면 장삿속에는 도통한지 몰라도
기본적인 인간성은 제로라는 말도 되겠다.
여하튼 주최 방송국과는 상관없이 2013년 12월 2일에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된 "대학가요제 포에버"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만감이 교차하였다.
1977년 부터 획기적인, 창의성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으로 등장한 대학가요제...여름날의 강변가요제와 함께
대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그리고 열망과 함께 자라는 선망의 대상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을 하기 시작했다.
청춘들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철두철미함을 무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대학가요제에 참가하기 위해 대학을 가야 했고 그 무대에 서기 위한 경쟁율은 그야말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일반적으로 서울 지역 예선전만 하더라도 보통은 6,7백대의 1 이었다는데
그것도 각 지역 예선이 펼쳐지는 전국적 예비 출전 대학생들을 모두 모아 따지자면
그 당시로서는 누구도 상상치 못할 어마어마한 숫자가 기록이 되었으니
지금 오디션을 보기 위해 치뤄지는 광경과 다를 바가 없겠다.
몇 회인지 알 수는 없으나 이규석이 출전하였던 대학가요제는 한때 서울 지역 예선에 대학생이면서
기타 좀 만지다는 모든 대학생들이 총출동하여 무려 일천 대 일이라는 숫자에 다들 경악하던 시절도 있었다는 것.
그렇게 탄생된 주옥같은 순수음악으로 대학문화를 창출하여 새로운 시대 흐름을 대변하고 세상에 대한 잣대를
나름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그들만의 언어로 풀어내던 그때 그 시절의 문화 트랜드였던 대학가요제.
그 대학 가요제가 2013년을 기점으로 그만 장수 프로그램으로서의 권위를 내려놓은 채 하산을 선택했다.
대학생들로 의해 선택되어진 그들만의 리그, 새로운 신드롬을 창출해내기에는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다는 건지
아니면 더 이상 버틸 능력이 없다 는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굳이 다른 나라와 비교하고 싶지는 않으나 번번이 비교 할 수밖에 없는 이 어이없는 행태들.
어째서 우리나라는 장수 프로그램에 대한 자긍심이 없는 것인지 소수자에 대한 배려는 어찌 그리도
무심한지 답답할 지경이다.
전 세계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대학가요제라는 것은 물론이요
어느 나라에서도 그런 기획 조차 시도해 보지 않았음이니 얼마나 기발하고 독특한 컨셉이더냐 말이다.
오히려 프로그램 자체를 수출하여도 무방할 프로그램을 자진 납세하듯 폐지 수순을 밟았으니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기가 막힐 일이다.
어쨋거나 제 1회 대상을 거머쥔 서울대 출신의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헤"는 그야말로 어디에서 저런 노래가
등장하였나 싶었고 계속 중독성있게 전개되는 반주에서도 흥이 절로 나도록 선풍적이고 특별했다.
그동안 가요계를 주름잡던 남진, 나훈아로 대변 되던 가요사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던 그때..., 1977년.
지금 들어도 손색이 없고 여전히 흥얼거려지는 "나 어떡해"는 최근 걸그룹 카라에 의해 리바이벌 되면서
새로운 느낌으로 편곡되었지만 원곡에 입힌 나름의 색깔이 원곡자에게도 대 만족이란다.
그렇게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하였던 대학가요제 명곡들, 서울대 트리오의 '젊은 연인들", 조정희의 "참새와 허수아"비,
해마다 이맘때면 26년 째 거리를 잠식하는 이정석의 "첫눈이 온다구요" 등등 은 말할 것도 없고
신해철, 유열, 이규석, 배철수, 김학래, 노사연, 김동률, 배기성....얼마나 기라성같은 청춘들이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하였는지 지금 생각해도 그들로 인해 행복했던 것을 기억하면 가슴이 뻐근하다.
한편 대학가요제 출신이지만 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임백천은 출전하였다는 것만으로도
방송계, 음악계를 평정하며 한 번의 의심도 하지 않은 채 그길을 가면서 탁월한 선택에 의한 자신의 직업으로
밥줄을 아직도 늘이고 있으니 참으로 대학가요제의 최대 수혜자가 아닐까 싶다.
어느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의 자부심으로 점철되었던 대학가요제...그들만의 리그라는 이름으로
폐지되었다는 것이 안타깝고 한심하다.
세상에 내 목소리를 드러내고 세상사 돌아가는 세태를 풍자하며 시대상을 읽어내게 하던 대학가요제.
그 어느것으로도 가치 측정할 수 없을 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자긍심을 갖게 하였던 가요제였던 것을 감안하면
새삼스럽게 이 상황이 마음 아프다 뭐 그런 말이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울분만 가졌을 뿐인데 대학가요제 출신들이 모여 얼마 전에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대학가요제 포에버"를 3일 동안 외치며 노래하고한때 열혈팬으로서 존재감을 지니던 시절 인연들이요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 차원에서 찾아든 우리 시대의 절친들이자동료같은 5,60대 애호가들을 보자니
쥔장 또한 저렇게 열광할 때가 있었지 싶어 가슴이 뭉클하였다.
그들로 부터 대학가요제가 다시 부활되고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가요제로 남겨짐은 물론
방송이 건재하는 한 영원히 자리를 굳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과거형이 아닌 미래지향적인 마음을 갖는다.
회한보다는 재생될 대학가요제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가지면서 말이다.
.....아직도 나는
청춘문화를 거쳐온 세대로서
이 나이에도 남겨진 열정을 버리지 않았으므로.
첫댓글 대학시절
대학가요제에 출전하려고 팀원들과
월 10만원짜리 월세방에서 함께 딩굴던 막내아들....
결국 예선통과도 못하고
전혀 출석하지 않은 학과들은 학점미달로 학사경고 맞고.....
결국 도망치듯 군대로 자원입대
군 제대후 모든학점 만회하여 과 톱으로 졸업
덕분에 지금 며느리 얻었네...
여지껏 살아온 인생중
마누라만나 데려온 것이
제일 잘한일
지금은 딸기(딸과 기집애)아빠
콧구멍만한 집에서 넷이서 딩굴며
재밌게 살고있다
두 대학가요제 탈락 아마츄어 밴드 들이
(아들은 드럼 며느리는 퍼스트 기타)
아직도 철딱서니 없이
큰딸과 색스폰 불고
새 것인 내 아코디언도 언제인지 모르게 자기집으로...
ㅎㅎㅎㅎ 읽는 동안 제대로 장면이 상상이 됩니다.,그래도
이쁜 마누라 만나 결혼을 하고 잘 살아내고 잇으니 보기에도 좋네요.
또한 즐거운 경험과 추억이 존재감을 부르니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새 아코디언...아,
오래전 어느날 아는 형이 대학가요제 티켓이 생겼다고 같이 가자고 장난으로 말하니까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좋아라 하더라고 말했던 재밌는 기억이 나네요.
노래 마다 참 많은 추억들이 돗네요~!
며칠전 라디오에서 누군가가 말하길 요즘은 기획사에서 춤과 노래를 제대로 훈련시켜
가수를 배출하니 아마추어 대학생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대학가요제의 대중 인기도 떨어지니
이런 결과를 냈는데 시간이 지나면 모든것이 변하고 게다가 우리네는 전통을 지키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선호하는 미국의 문화가 더 대중에게 뿌리내린듯 합니다.
맞는 말씀...늘 새 건이 남의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죠.
다시 한번 대학가요제가 부활 할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