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보물상자
아빠와 꼬마였던 나의 하루는 새벽3시에 시작했습니다.
내가 어릴 적에 우리 아버지는 아니 나의 아빠는 작은 횟집을 운영했습니다. 아빠의 작은 횟집 때문에 어린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동이 트기 전 우리 집 멍멍이 짱구도 일어나지 못한 새벽 3시가 되면 아빠의 바쁜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일어난 후 급하게 씻으시고, 옆방에서 곤히 자고 있는 어린 아들인 저를 깨우러 오십니다. 그럴 때면 너무 어렸던 나는 일어나는 것이 힘에 겨워 아빠가 깨워도 모르는 척 자는 척을 하곤 합니다. 그러면 어김없이 따가운 아빠의 수염이 온몸을 누비고 다니는 고문을 당하게 됩니다.
그렇게 뜨이지 않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씻고 나서 준비해 둔 옷을 입고 아빠를 따라다닙니다. 어쩌면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매일 아빠와 함께하는 그 시간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아빠를 따라 낡은 고철소리가 나는 붕붕이를 타고 부산 자갈치 어시장으로 향하는 동안 아빠는 항상 내게 무엇을 가르치려 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삶을 살아가는 지혜였던 것 같습니다.

아직 동이 트기 전 이른 시간인데도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그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말로는 도저히 형언할 수 없는 생동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 속에는 생선을 파는 상인도 있고, 생선 값을 조금이라도 깎아보려 실랑이를 벌이는 사람들도 있고, 골목 구석구석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는 행여나 아빠의 손을 놓칠까봐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고 굳은 살 투성이인 아빠의 손을 두손으로 꼬옥 잡습니다. 그 손을 잡고 다니다보면 어느새 시장의 스타가 되어버립니다. 이른 시장에는 저처럼 어린아이가 없기 때문이죠. 들르는 가게마다 아주머니들께서는 부지런하다고 칭찬해 주시기도 하고, 기특하다며 먹을 것도 주시고, 따뜻하게 안아주시는 아주머니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과분한 칭찬을 받고나면 왠지 가슴이 뿌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망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아빠의 대답은…
어느 날은 학교에서 숙제를 내준 적이 있습니다. 가족사진에 가족들의 소망을 적는 단순한 숙제였습니다. 엄마의 소망은 가족의 건강이었고, 누나는 연예인이 되는 것이 소망이라고 적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빠의 소망을 물어보러 가게로 갔습니다. 그렇지만 집에 가셔서 말씀해 주신다며 저의 손을 이끌고 집으로 갔습니다. 그 때 아빠는 아무 말 없이 빛바랜 조그마한 목함을 보여주셨습니다. 그 낡은 목함 안에는 제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입었던 배냇옷이 들어 있었습니다. 의아한 눈으로 아빠에게 여쭈어 보았습니다. 소망을 물었는데, 왜 이것을 보여주는지 말이지요.
“우리 아들이지. 우리 아들이 내 전부고, 내 희망이고, 내 미래지.”
조금은 붉어진 눈으로 아빠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아빠의 보물상자를 지키지 못해 죄스럽습니다.
시간이 흘러 아빠는 너무나 일찍 세상의 끈을 놓아버리시고는 하늘나라로 떠나버리셨습니다. 그 후로 나는 아빠에 대한 나의 추억도 아픈 기억도 그저 기억 저편에 숨겨두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다 뒤 늦은 후에서야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아빠가 소망이었던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아빠가 몸소 가르쳐주신 그 대답과 모든 것들을 겪고 깨달았으면서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아빠 생각에 그저 한없이 죄스럽고 부끄러운 마음뿐입니다. 이제껏 나는 너무 나만 생각하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하고 뒤늦은 깨달음과 후회의 눈물만 흘립니다.
지금은 몸과 마음이 지치고 나약해져 높은 담장 안 영어의 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지금의 시간들이 끝이 아니기에 더욱 더 남은 삶에 대한 각오와 다짐을 해봅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스스로 약속해 봅니다. 오늘부터 나의 소망은 아빠처럼 살아가는 것이라고.
그리고 저 높은 하늘을 향해 저 하늘 끝에 계실 아빠를 향해 외칩니다.
사랑한다고. 아빠의 보물 상자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이미지 = 알트이미지
글 | 손○○ (광주교도소)
‘새길(통권 412호)’에 실린 ‘아빠의 보물상자' 입니다.
죄목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 재소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구체적인 죄목은 밝히지 않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좋은 글입니다.근데 이야기글방 회원들글 못올리는 원인 물어보셨어영?물어본다구 해놓구 회답없네 방에 오라구 초대해놓구 문은 닫아놓고 들어가람두?나가람두?
ㅎㅎ 올리려고 해도 다른 방에 들어가도록 만들어 놨으니 무슨 수로 올리겠습니까~
먼 여긴 글올리기 등급이라도 있는것인지~ 갑자기 재미가 뚝~ 떨어짐. ㅎ
전번에도 여기다 올린다고 쓴 글이 다른 마당에 가서 처박히고~~ 에쒸~ 밸나~
죄송합니다
넘 늦게 답드려서, 오라구 초대해놓고선 문을 닫아 걸어나서 

받아 베스트 회원 되여세요

대자연님 화이팅
울 대자연님 삐지면 큰일이덩

베스트 회원이상만 글을 올리게 되여있는데요 빨리
죄송합니다
아도크 선장님, 또 밸이가 뿌러나서 어떻게 함까

나뚜 오늘 밸이가 마이 뿌러났음다, 밸이가 뿌러나서
혼또니 나끼다이 요루데 마다 사비시이
좋은 글에 머물러 감상 잘 했습니다.

거운 휴일 보내세요




금이님 항상 변함없는 따뜻한 발걸음을 해주심 넘 감사합니다

좋은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