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는 실제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허구를 가미해 재구성했습니다."
에피소드 11. [박카스 할머니 연쇄살인사건 - ⑥]
S# 48. OOO경찰서 강력1팀
팀원들이 회의 중이다. 회의 분위기는 무겁다.
박 형사
검시 결과도 그렇고 탐문하며 수사한 결과도
뭐 하나 그 시신의 신원을 밝힐 만 한 것이 없어요.
이 검시관님은
“이런 오싹한 기분 정말 오랜 만이다”라는 말씀도 하시고.
강력 팀장 무슨 근거를 가지고 그렇게 말씀 하신 거야?
박 형사
뭐 검시관 생활만 20년이 넘으시니깐.
시신을 부검하면서
살인자의 어떤 기운 같은 게 느껴지셨나 보죠? 뭐.
김 형사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신원 파악을 해야 진도가 나갈텐데.
신통치가 않습니다.
이 순경 저희가 하도 자주 나타나서 장사를 방해해서 그런지
처음과 달리 저희를 대하시는 태도도 냉냉 하시고
김 순경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요.
하시는 일이 그러시니 우리와 대면하기를 꺼리시니깐
김 형사
예. 이젠
멀리서 다가가기만 해도
우리를 보고 도망 가시니.
꽤 많은 분들이 다른 지역으로 간 흔적들도 보이고요
강력 팀장
(답답한 얼굴로)
거참. 미치겠네.
나도 그제 한 아주머니와 이야기 좀 나누려고 다가가니깐,
나를 보자마자, 휑하니 자리를
뜨시는 거 있지
이미 커피아줌마들 사이에 우리들 용모파악이 돌았는지
팀원들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공기에 적막이 감돈다.
S# 49. 관곡산공원 관할 지구대
유 형사가 순경들과 이야기
중이다.
장 순경
경찰
단속시간만 피하면 되니깐요.
그 커피
파는 여자들 단속이 안 되요.
정확히는
할 수가 없어요.
고 순경 서로들 여기 단속하면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서로 알려줘요.
잠시 피신해 있다가 어느 순간 또 와 있고
또, 성매매를 하는 남성들도 연락처
받아서 다른 데서 만나고
그러니 그 아줌마들 신상 파악도 힘들죠.
대략 50대에서 70대?
장 순경 아니야.
몇 개월 전부터는 젊은 여자들도 보이더라고
요즘 같이 불경기인 경우에는 더 더욱이
저희 단속 인원은 모자라고
고 순경
커피 파는 아줌마들만 문제가 아니에요.
요즘
남성 노인들도 문제에요
유 형사 응? 무슨 얘기야?
할아버지들도
커피를 팔아?
고 순경 (웃으며)
아니
그게 아니라, 노인 빈곤 문제요.
유 형사 아~. 아이 깜짝이야.
왜 무슨
일 있었어?
고 순경
(웃음기를 지우며)
지지난
주에 한 할아버지가 밤에 지구대로 들어 오시더라고요.
장 순경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아. 그 할아버지.
S# 50. 밤. 관곡산공원 지구대
70대의 한 노인이 지구대 현관문을 열고 조용히 들어 온다.
고 순경
(먼저 알아보고) 어서 오세요.
할아버지. 무슨 일로 오셨어요?
할아버지 (과도와 5000원을 주머니에서 꺼내 선반 위에 놓으며)
순경 나리.
내가
방금 요 길 건너 편의점에서 흉기를 들고 강도짓을 했습니다.
장
순경 (화들짝
놀라며)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르신.
할아버지 내가
자수하러 왔어요
고 순경
할아버지.
천천히 알아듣게 좀 설명해 보세요
S# 51. 밤. 관곡산공원 지구대
100m 거리의 편의점
두 순경이 할아버지와 함께 편의점에 들어선다.
편의점 주인 (할아버지를 알아보고서 놀라며)
어 어. 이 할아버지
고 순경
아저씨.
이 할아버지가 흉기를 들고서 위협하고
5000원을 빼앗았다고 하는데
맞아요?
편의점 주인 예? 예. 어떡해 알고
장
순경 왜 신고 안 하셨어요?
편의점 주인 아니 뭐 금액도 얼마 안 되고 뭐….
잡으신 거에요?
장
순경 할아버지 왜 그러셨어요?
할아버지 제가 올해 일흔 하나에요. 혼자고
두 달 전에 교도소에서 출소했고
전과도 여러 개 있어서….
그러니 누가 저를 써 주겠어요?
다시 교도소로 들어 가려고
세 사람
(화들짝 놀라며) 예?
S# 52. 관곡산공원 지구대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유
형사가 씁쓸한 표정과 함께 탄식을 하며
유 형사 야~. 내가 일본 노인들이 그런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는데
고 순경 (맞장구를 치며) 네. 저도요.
그래서
히로시마교도소 같은 경우는
아예
용도를 노인전용 교도소로 바꿨다잖아요?
장 순경 정말?
S# 53. 새벽 4시경.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허름한 여인숙 어둡고 좁은 통로를 걸어 한 노인이 어느 방문을 두드린다.
박씨 노인 어이.
정 씨. 정 씨. 아직 자?
정씨 노인 (안에서 큰소리로)
어.
어. 일어났어.
박씨 노인 빨리 준비하고 어여 나와. 늦으면 큰일 나.
자리 없으면 공 치는 날이야. 어여.
정씨 노인 으 응.
잠시 후, 방문을 열고 비슷한 연배의 노인이 나온다.
박씨 노인 어여.
가자고.
정씨 노인 미안 허이. 첫 차 탈 수 있겠지?
박씨 노인 (손목시계 보며)
응.
아직 시간은 있어
어여 서두르자고
두 노인이 아직도 어두운 골목길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한다.
S# 54. 아침 6시 20분경. 서초구 OO공원
정ㆍ박 노인 둘이 도착한 OO공원에는 이미
수많은 노인들이 서성이며 혹은 앉아서 긴 줄을 만들고 있다.
S# 55. 서초구 OO공원 인도.
신문지를 깔고 앉은 노인 둘이 대화를 나눈다.
민씨 노인 할머니는 몇 시에
나왔어요?
황씨 노인 집에서 4시
반쯤인가.
민씨 노인 아이고, 부지런히도
나오셨네.
황씨 노인 댁은요?
민씨 노인 저도 뭐 그 시각쯤에요.
사시는 곳은요?
황씨 노인 구로동이에요.
첫 차 타고.
여기 도착하니까 6시 좀 넘더라고요.
민씨 노인 멀리서도 오셨네요.
여기는 처음이세요?
황씨 노인 예. 원래는
전단을 돌려서 먹고 살았는데
얼마 전에 넘어져서 다리를 다친 뒤로
일을 며칠 못 했더니 다른 노인에게 일자리를
뺏겼어요.
민씨 노인 아이고 조심 하시지.
우리 같은 노인들은 넘어지면 끝이에요.
황씨 노인 당장 먹고 살기가 막막해졌는데
여기 교회에서 1000원씩을 준다는 소문 듣고 왔어요.
댁은 이 교회에 오신 지 오래 됐어요?
민씨 노인 예. 2년도
넘었죠.
저는 세 사는 사람이라 여기하고
여기서 네 정거장 떨어진 OO교회에서 가서 또 500원 받아다가
사글세 내요.
보증금 15만 원에 10만 원.
황씨 노인 (놀라는 표정으로)
여기 말고 또 주는 데가 있어요?
민씨 노인 그럼요.
(할아버지가 안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낸다)
황씨 노인 (펼친 종이를 보며)
이게 뭐에요?
민씨 노인 (자랑스런 표정으로)
보물지도요
황씨 노인 보물지도요?
민씨 노인 예. 여기에
어느 요일에 어느 교회랑 사찰이 무료로 동전을 나눠주고
어느 요일에는 어느 곳에서 빵과 두유 등을
나눠주는 지
내가 발품 팔면서 다 적어 놓은 거에요
황씨 노인 아이고. 보물지도
맞네.
민씨 노인 할머니. 인상이
좋으시니깐,
여기서 끝나면 나랑 다음 교회로 가십시다.
황씨 노인 아이고 그래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S# 56. 서초구 OO공원 어느 한 켠.
두 노인이 언성을 높이며 싸운다.
할머니 아 할아버지 아니 왜 새치기를 해요!
할아버지 뭐요 뭐 여기서 내가 계속 서 있었는데.
새치기라니!
아줌마 그렇게 거짓말을 해.
내가 먼저 자리 잡았다고
할머니 할아버지야 말로 그러시면 안 되죠.
내가 쭉 있었는데
할아버지 이 아줌마가 보자 보자 하니
자원봉사자 자자. 어르신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요.
동전 넉넉하게 있으니깐. 싸우지들 마세요.
두 노인들이 서로를 사납게 쳐다본다.
S# 57. 서초구 OO공원
자원봉사자 10여 명이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