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법당에서.. 템플스테이 들어오신 어느 가족에게 법당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친구하고 법당에 들어왔던 외국인 아가씨가 옆에 앉아 설명을 들었습니다. (우리 말을 좀 알아들으시더군요)
그런데 설명을 다 하고.. 법당을 나가려는 저에게 쫓아오더니 질문을 하는 거였습니다.
질문의 요지는.. 자기는 가톨릭 가르침이 못마땅하다.. 현실은 무조건 참으라 하고,
이다음에 죽어서 천당 간다는 말만 하는데.. 오늘 들어보니 불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하면서
'아까 들어보니, 열심히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혜롭게 사는 거라고 하던데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지혜로운 것인지 아닌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거였습니다.
(사실 그분이 성경의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 거 같았습니다)
하여간에 제가 템플스테이에서 그런 설명을 몇 년 동안 하고 있지만 그런 구체적인 질문은 처음이었습니다.
아주 반가웠습니다. 간만에 만나는 좋은 질문이었으니까요. ^^
그날 문 앞에 선 채로 20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만
(그분은 스마트폰으로 우리말 뜻을 영어로 검색해 가면서.. ^^)
좀 정리해서 말해보면.. 이러합니다.
우선, 함부로 다른 생명을 죽이거나, 도둑질을 하거나, 사기를 치거나, 마약을 하거나..
그런 행동을 한다면 그것을 지혜로운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없지요..
만약 지나친 욕심이 들어가 있다면 지혜로운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없지요..
분노의 감정이 들어가 있다면 지혜로운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없지요..
게으름이나.. 멍한 상태라든가.. 후회라든가.. 들뜬 상태로 하는 행동이라면 어떨까요?
역시 지혜로운 행동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지혜로운 행동이 가능하려면
<1> 알아야 한다
무엇이 바른 것이고 무엇이 그릇된 것인지 알아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무엇이 나에게 행복을 가져올 것인지 괴로움을 가져올 것인지 분명하게 알아야 하는데
- 여기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자기 종교에 갇히지 말고 보다 열린 마음으로 '진리' 그 자체를 추구해야 합니다.
☞ 불교보다 나은 진리가 있다면 http://cafe.daum.net/santam/IQ3g/152
'쪽' http://cafe.daum.net/santam/IQ3i/1595
(※사실 무엇이 바른 것이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위에서 몇 가지 열거한 것처럼 누구든지 탁 보면 알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실제로 우리 보통 사람들의 상식 기준과 성인들의 기준, 즉 진리의 차원에서의 기준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공자님이나 예수님,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 인생의 하수, 고수, 초고수 http://cafe.daum.net/santam/IQ3i/1068)
그런데 여기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아무리 그런 것들을 분명하게 안다 하더라도
지금 내가 어떤 감정과 생각으로, 어떤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그냥 그런 감정과 생각에 폭 빠져서..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나도 모르게' 하고 있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바른 것이고 무엇이 그릇된 것인지.. 다시 말하면
무엇이 나에게 행복을 가져올 것인지 괴로움을 가져올 것인지 분명히 알고 (A)
<2> 알아차려야 한다
지금 나의 마음과 행동을 순간순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B)
그래야 비로소 진정으로 지혜로운 행동을 할 수 있는데
- 이때 나의 안과 밖, 모두를 툭 트인 전체적인 의식에 무게중심을 딱 두고
관찰자적인 관점을 견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 내가 숨쉬는 게 아니라, 허공이 나를 숨쉰다 http://cafe.daum.net/santam/IQ3i/67
못 말리는 그림, 못 말리는 해석 http://cafe.daum.net/santam/IWGz/261
▶ 일단 이렇게 정리할 수 있고요, 이것을 팔정도로 풀어보면 이러합니다.
여기에서 A를 정견이라 하고, B를 정념(satti)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B의 힘으로 A를 실천해 나아가는 구체적인 노력을 정진..
B의 마음이 깊어진 것을 정정(正定)..
A에 맞게 생각하는 것을 정사유,
A에 맞게 말하는 것을 정어,
A에 맞게 행동하는 것을 정업, 그런 삶을 정명..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잘 갖추어진 마음을
'탁월한 마음, 고귀한 마음'
'지혜로운 마음'이라 할 것입니다.
자유롭고 편안한 마음..
행복한 마음입니다.
우리가 경전공부를 하는 것은 A를 위함이요
우리가 수행을 하는 것은 B를 위함입니다.
마치 산 속에 들어간 사람이
무엇이 약초이고 무엇이 독초인지 분명히 알고 (A)
눈 앞의 모든 풀을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정확히 볼 수 있는 밝은 눈(B)을 가지고 있어야
몸에 이로운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고
그래야 건강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날 그 이탈리아 아가씨가 불교에 관심을 보이면서
영어로 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참으로 난감한 질문을 받고 엉겹결에
달라이라마 존자와 혜민스님 책을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분이 유럽사람이니까 틱낫한 스님을 소개해줄 것을..
(프랑스 플럼빌리지에 계신 틱낫한 스님인데 말이죠)
그 생각을 못 했네요.
아쉽습니다 ^^
그러나 그때 스티브잡스 이야기를 예로 들어
'지금 여기' 오늘의 중요성을 설명한 것은 매우 주효했던 거 같습니다.
부디 그 아가씨가 우리 부처님의 지혜광명으로
더욱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봅니다. ^^
☞ 넓게 보기, 지켜보기, 당해보기 http://cafe.daum.net/santam/IQ3i/1819
첫댓글 저 또한 지혜로우신 가르침 잘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저는 지금 깨어 있습니다. 어제 오후의 진한 커피로 잠을 못들이고, 멍~~~ ㅠㅠ. ㅎㅎ.
요즘 공부하는 책.
틱낫한 스님의 <아 붓다 > 입니다
제 생각이 햇빛엽서님 생각이어서 깜짝! !
6월 25일부터 btn에서 <드라마 붓다>를 방영한다고 합니다. 기대만땅 중.. ^^
@햇빛엽서 핫 ! 솔깃한 정보..
저도 기대 만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