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눈] 윤석열 석방, 헌재의 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됐습니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가 있는 한남동 관저로 돌아왔습니다. 관저에서 윤 대통령은 정진석 비서실장을 비롯해 대통령실 사람들과 김치찌개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구치소에서 성경을 많이 읽었다는 윤 대통령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강아지와 함께 내실로 들어가 석방 첫날밤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석방 이후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들으려는 마음은 무리였을까요? 서울구치소 앞에서 윤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주먹을 쥐어 보이는 모습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던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개선장군의 모습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당당했으며 구치소 수감만으로도 충분히 면죄부를 받았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구치소에서 잠을 많이 자 건강해졌다” “교도소는 대통령이 가도 배울 게 많은 곳”이라고 했다니 참담한 마음입니다.
윤 대통령은 건강하게 석방되었지만, 석방 이후 공동체의 갈등은 더 심해졌습니다. 정치권은 거리로 나섰습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각각 헌법재판소와 광화문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시민들도 갈라졌습니다. 주말마다 이어지는 집회에서 상대 진영을 향한 증오와 막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이 이어지는 대학가에는 극우 유튜버가 가세하며 난장판이 됐습니다. 가족, 친구, 연인도 탄핵과 계엄 이슈에서는 서로 등을 돌리며 갈라지고 있습니다. 나라가 두 쪽이 되었습니다.
이런 갈등을 회복하는 길은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결정뿐입니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 심판은 형사재판과 별개로 이루어집니다. 대통령에 대한 위헌 여부만 따지면 됩니다. 그러니 헌재를 흔드는 소리에 휩쓸리지 않고 헌재는 중심을 잡고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소수의 반대 의견 없는 만장일치 결론만이 혼란을 최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힘들겠지만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마음으로 숙고해 주길 바랍니다. 성령께서 헌재 재판관들에게 솔로몬의 지혜를 내려주시길 기도합니다.
헌재의 판결 이후도 중요합니다. 헌재에서 어떤 결정이 나와도 모두 승복해야 합니다. 서울서부지법 난동에서 보듯이 헌재의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시위대가 헌재나 국회에 난입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폭력 시위대를 “아스팔트 십자군”이라거나 “애국 전사”라고 부르며 폭력을 정당화해서는 안 됩니다. 헌재 판결 이후 윤 대통도 극렬 지지자만을 바라보며 국가를 분열시키는 언행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작년 비상계엄 이후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어도 끝나지 않는 혼란과 갈등을 이번 헌재 결정을 계기로 우리는 끝내야 합니다. 우리는 다시 우리 공동체의 통합과 안정을 찾아야 합니다. 진영 정치에 파묻혀 서로를 죽일 듯한 싸움을 멈추어야 합니다. 또한, 개헌을 포함해 새로운 민주주의를 고민해야 합니다. 헌재의 탄핵 심판 이후에도 민주주의는 계속돼야 하고, 일상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윤석열 석방, 헌재의 시간>입니다.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분열과 갈등이 헌재 판결 이후 극복되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