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부턴 가 강원도를 투어해 봐야 겠다고 생각을 했던터라 비가 오는 걸 알면서도 안 나설수가 없었다.
일단 올라타면 어찌 되겠지 하고 네비를 확인하고 시동을 걸었다.
출발하고 10km도 안 가서 비가 반모 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기에 더 이상 갈수가 없어서 편의점 앞에 세웠다.
혹시 몰라 가져 왔던 볼록쉴드를 부착해 보는데 버튼 3개중에서 1개가 아무리 힘을 써도 똑딱이 안된다.
자세히 보니 똑딱이 암놈이 찌그러져서 안들어 가는 것이었다.
옆에 편의점에서 공구될 만한 것을 찾는데 마땅한 것이 없다... 할 수 없이 털뽑는 집게를 사서 찌그러 진 부분을 벌시고 어찌어찌해서 다시 출발 했다.
그런데 썬글라스 쉴드라 어두워 지니 앞이 안보인다.. 할 수 없이 다시 반모로 바꿔쓰고 아픈 얼굴을 손으로 가려가며 어찌어찌 예약한 평창 모텔에 도착 했다.
모텔에 도착하니 비를 피할 만한 주차장 시설 이 없다. 띠웅~~
근처 조금 떨어진 마을 회관에 천막?지붕?이 있는 주차구역이 있길 래 그기에 주차하고 쎄들 박스를 잠글려고 하는 데....
열쇠가 안보인다..중간에 떨어진 것 같다...아뿔싸...아~~ 나 한테 화를 낸다..이XXX야~ (20만원 떡사먹음)
에라 모르겠다. 안 가져 가겠지 하고 여관으로 필요한 물건만 들고 들어간다. 포기..
따뜻한 물이 이상 없이 잘 나오기에 4만원 짜리 수준의 시설에 만족하고 테레비 좀 보면서 이것저것 하다가 잔다.
다음 날 아침, 1시간 거리의 할리 그랜드 투어 출발 장소를 향해 달린다.
신발이 다 젖어 맨발에 맨손으로 나 선다. 맨땅에 해딩~~
안개가 산중턱에 걸쳐 있는 풍경이 기가 막힌다.
세워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시간이 없어 그냥 눈에만 담고 지나 간다.
할리 행사 장소에 도착하니 내가 대충 5번째 정도 도착한 것 같다.
행사 진행요원이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하고 인사한다.
“그래, 나 엄청 수고 했고, 비 쫄딱 맞으면서 먼길 왔따” 라고 속으로 말 했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면서 사진 몇장 찍고 공짜 간식 좀 줏어먹고.. 남에 바이크도 구경하고...
떼로 온 그룹이 출발 한다기에 나도 무리의 끝자리를 차지하며 낙산사로 출발 한다.
옛날에 화재로 소실된 것도 그렇고 안 가본 곳이라 약간의 기대와 함께 간만에 떼빙의 즐거움? 기분?을 느끼며 달려본다.
낙산사 근처에 오니 차들이 많아진다. 차들과 같이 달리니 기본이 더럽다.. 왜 바이크만 보면 지랄 들일 까...??
중간에 바이크 들이 흩어지고 낙산사에 도착하니 다른 바이크는 없고 혼자다...
다시 혼자 놀기 모드로 진입.... 4천원 입장료를 내고 낙산사로 올라가 구경 잘 하고 사진도 실컷 찍었다.
한 1시간 정도 구경하고 사진 찍다가 더 이상 여기서 시간을 보내면 안 될 것 같아 다음 코스인 통일 전망대 밑 화진포로 네비 찍고 출발 하려고 하는데...
휴대폰 에서 이상한 메세지가 뜬다... 이거 또 뭐꼬...???
휴대폰 왈 : 충전 구멍에 물기가 감지 되어 충전을 못하겠는데 어찌할 꼬~~
에이~ 가지가지 한다. 할 수 없이 그냥 무시 누르고 출발 한다.
맨발로 1시간 걸었더니 발등하고 몇 군데가 따끔 거린다. 아마도 맨발이라 까진 듯 하다..
이제 부터는 라이딩이 아니라 극기 훈련같다.
4천만원 짜리 바이크 타고 개고생~~
그래도 자신한테 대단하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계속 달리기를 부추긴다.
화진포에 도착하니 휴대폰이 끝내 사망했다.
충전 잭으로 아무리 똥꾸녕을 쑤셔도 가망이 없다..
아~ 이럴 어쩐다..
모든 것이 다 휴대폰 속에 다 있는데..
심지어 모텔 예약도 휴대폰으로 하는데....암담하다..
이제 부터는 50년 이상 살아온 경험과 감을 총 동원하며 비상모드로 변경 한다.
천안(아산)으로 오늘 내려 가는 것은 무리라 판단하고 일단 인제 방향으로 틀고 가다가 보이는 모텔에서 1박 더 하기로 결정하고 다시 나선다.
중간에 괜찮은 곳도 있었지만 생존을 해야 하기에 눈에 안들어 온다.
이제 옷속까지 젖은 몸이 슬슬 추워진다.
진부령 정상에 잠시 세워 따뜻한 한방차와 가져간 떡을 먹으면서 몸을 조금이나마 녹이면서 에너지를 보충했다. 주인 아지매가 보는 테레비를 같이 보고 있으니 평소에는 별거아닌 일상도 호사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찻집을 나서서 바이크로 향했다.
여전히 축축한 몸으로 바이크 위에 다시 올라타고 출발하려는데 다시 한번 뭐하는 짖인가 싶다..ㅎ
할 수 없지뭐..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어쩌겠나, ㅜㅠ
인제 방향으로 가는데 한계령 입구가 보인다. 잠시 세워서 방향을 고민 한다. 네비가 없으니 방향을 모르겠다. 올라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올라가기로 마음 먹고 정상으로 달린다.
정상에 도착하여 주차장 쪽으로 들어 갈려고 하는데 차 한대가 어정쩡 서 있길래 잠시 섰다가 들어 갈려는데~
앗! 오른쪽으로 휙 넘어간다. 제꿍~~~아 저XXX 때문에 아 신발끈~~
혼자서 세울려고 하는데 도저히 안된다. 마침 지나가던 바이커가 도와줘서 겨우 세우고 주차 했다.
지난 번 전라도 이후 두번째 제꿍이라 가슴이 덜 쓰리다. ㅎ
한계령 휴게소 식당에서 따뜻한 황태해장국을 시키고 가져간 아이패드로 목적지를 살펴보는데 아 이길이 아닌가벼,
넘어가면 양양이다, 아~~ 다시 내려가야 겠다..
아이패드로 모텔 예약을 시도 했는데, 결재 인증을 휴대폰으로 물어보기에 결정적인 순간을 넘을 수가 없다. 아~ 그놈의 휴대폰~~
그냥 인제 방향으로 갈 껄! 괜히 올라와서 제꿍하고 시간도 소비하고 앞도 잘 안보이고 후회 막급이다.
인제 방향으로 다시 내려 가기로 하고 출발 준비를 하는데 비바람에 안개까지~~최악의 상황이다..헉
할 수 없다. 출발 하자..나는야 특공대 출신...아자아자..
초보 라이더가 여기있다. 엉금엉금~~ 도와 줄 사람도 없는 데 중간에 넘어지면 사망이다 라는 생각으로 조심 스럽게 내려왔다.
겨우 내려와서 인제 방향으로 한참 달리다가 길가에 세우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휴대폰 똥꾸녕을 찌르니 앗!! 살아났다~~.
기쁜마음으로 양평의 모텔을 예약하고 신나게 달린다.
인제-홍천-등등을 지나 양평 모텔에 9시 넘어서 도착한다.
마음도 몸도 천근 만근이다.
비옷에 자켓에 바지를 벗는게 이리 힘들 줄이야...
겨우 다 벗으니 온 방에 벗어논 옷들이 천지다.
내가 이리 많이도 입고 다녔나...하~~
다음 날 라이딩을 위하여 헤어 드라이기로 신발과 장갑을 최대한 말렸다.
신발 안쪽에 드라이기를 쳐 박고 잠시 있으니 신발 앞볼에서 김인지 연기인지..하얀 뭔가 모락모락 올라온다..
놀라서 드라이기를 꺼내보니 앗! 드라이기 주둥이가 녹았다.. X 됐다..
말릴 것도 많은데. 더 말리지도 못하고 선을 말아서 모른체 하고 원래 자리에 원위치 했다.
(물어 달라고 전화오면 어쩌지...ㅜㅠ)
이번 강원도 투어는 이것으로 대충 마무리 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가져간 간식을 다 입속으로 정리 한다.
바나나, 사과, 떡, 계란..
다음 날 아침 10시경 서울로 향했다.
가는 길에 바이크를 전시해 놓은 까페가 보이 길 래 세워서 잠시 구경하고 사진도 한장 부탁해서 찍었다.
유투버에서 라이더들이 가끔 간다는 광장시장을 목적지로 하고 다시 고고...
광장시장은 외국인 한테도 인기가 많은 시장 중에 하나 이며 빈대떡과 육회, 야채비빔밥. 등 이 유명하다.
그래서 나도 비빔밥 한 그릇 했다.
서울에서 볼일 좀 보다가...
오후 6시쯤 천안(아산)으로 출발 하는데..
여태까지 온 비는 비도 아닌가벼..
비에 바람에 쉴드는 앞도 안보이고..
마지막 복귀 날 까지 왜 이르는 겨...이놈의 하늘 아~~~
3시간 가까이 비속을 라이딩 하니 어느 순간 무념무상의 경지에 도달 하는 것 같았다.
앞에 보이는 불빛은 앞차의 미등, 내가 차를 운전 하는 지 바이크를 운전 하는 지~ 순간 핵갈 린다.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비와 도로와 바이크와 내가 혼연칠체~~
이상, 472km 2박3일 강원도 우중투어 소감 입니다.
# 오늘 새차하면서 비오는 날에는 절대 투어를 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한 이유.
1. 엄청 위험 하다. (여러가지 빗속에서 접하는 상황 때문)
2. 몸이 많이 힘들다.
3. 라이딩의 즐거움은 1도 없고 오로지 정신승리 뿐이다.
4. 바이크의 수명이 짧아 진다. (보이지 않는 곳 녹발생, 청소하기 힘든 구석 먼지가 낌, 도장 부위가 많이 찍임(특히 앞 포크))
쓰다 보니 장문의 글이 되었네요..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첫댓글 우중투어 재미있어요 무안에서 군산까지 비가 얼마나 많이오면 길에 뽀드가는것같이
물보라치는모양 을 지난번에 경험했지요 함게간 바이크는 다행이 삼바리라 안전하지만
골딩은 넘어지면 거시기되는거지....ㅎㅎㅎ 그래도 무사히도착 제이님도 강원도 우중투어
추억으로 남겼으니 좋은경험 굿~.
네~ 버드 고문님, 우중투어 해 보셨으니 공감 하시겠네요. 할리 투어링은 무거워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ㅜㅠ
우중투어중 머릿털이 스는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소리를 질러봐야 스릴이 있지요.
특히나 혼자는 조심해야 합니다.
소설같은 긴글 잼있게 잘 읽었습니다.
좋은추억 만든다고 수고 많았습니다.
회장님,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쏠투의 장단점을 동시에 경험 했습니다~
우중투어도 바이크를 즐기는 맛중 한가지입니다.. ㅎㅎ
다만 아멜기종에 반모로 소나기라도 만나면 난처하기 거지(?)없지요 ㅎㅎ
아무래도 커다란 윈드쉴드가 붙어 있는 투어러 바이크에 우의+장화+풀페이스로 무장하고
빗속을 달리며 숙소에 도착해서 뽀송한 내 발을 느끼는거 또한 재미라 할 수 있지요 ㅎㅎ
우째든 고생 마이 하셨습니다.
재작년 태풍 소식 듣고 새벽에 7번국도 타고 동해안으로 신나게 달리다
도저히 앞을 못 보는 상황에 3시간 헤매다가 결국 집으로 유턴한 경험도 있기는 있습니다..
완전 물에 푹 젖은 몸뚱아리로...ㅎㅎ
네~~ 할리는 맑은 날 아스팔트를 달리는 것이 최고 인것 같습니다.
비포장, 비오는 날, 덥고 추운날 모두 다 앙대요~ 앙대~~~ㅎ
할리는멋으로소리에한방죽이고.할리타고동해.남해.서해신나게달리멋져요.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비 오면 말짱 꽝 입니다.
ㅎㅎ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저도 지난 8월에 경주에 한번 갔다 오다가 산길에서 폭우를 만나 완전
애먹었는데 그때 감정이 막 살아나네요~
앞도 안보이고 그냥 살살 아무생각없이 내려왔었는데 ㅋ
지나가던 차들이 우릴 보던 그 눈빛~ 선합니다
그런데 전 너무 좋았었다는~ ㅎ
지누님, 잘 지내시죠?
다들 비슷한 경험은 한번 씩 있나 봅니다. 비바람 몰아치는 저녁에 한계령 강추 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