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9월 26일
오늘은 '민'이의 마지막 수업시간이다. 들어온지 엊그제였는데 그새 6개월이 후딱 지나갔다. 처음에는 살짝 외계인같았다. 대답도 이상하고 글도 무엇이라고 썼는지 알 수 없었다. 여전히 그런 기운은 있지만 그래도 글도 조리있게 쓰고 대답도 나름 열심히한다. 고맙맙게도 나에게 편지도 써주었다. 나가서도 책을 멀리하지 않겠다는 약속있어서 가장 기뻤다.
아이들은 북콘서트를 위해 고직한 선교사의 '싸이코 패밀리라고 괜찮아'를 읽었다. 주변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봤지만 조울증은 다들 처음 들어본 것 같았다. '은'이는 이 책에 나오는 병이 자신이 앓고 있는 '방황'이라는 병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방황하고 싶지 않지만 어느새 또 비관하고 넘어지는.. 반복하는 자신의 모습이 병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사람마다 '곁'이 있어야 함을, 그런 기댈 수 있는 가족이라는 곁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은 그런 곁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고백이 아프게 들린다. 군인 아버지때문에 자주 이사다녔고 어머니와 이혼하시고 자녀를 돌볼 시간이 없어 두 자매는 알아서 살아야 했다. 아버지는 자녀들을 위해 재혼하셨지만 오히려 이것이 더 가족 사이를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자신은 일찍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했다.
2년 동안 연지에 머물러 있는 '은'이는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덤덤히 풀어 놓았다. 매번 자신보다 늦게 들어온 아이들이 더 빨리 나가는 모습에 우울해 하기도 하지만 지금 자신의 곁은 연지라는 것을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은'이가 더 마음이 단단해 지고 자라나서 또 누군가의 곁으로 성장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