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연탄들여놓기 마친 후 엄마는 겨울 이불들을 꺼낸다. 겉감을 꿰맨 광목실은 조금만 힘을 주어도 우드득 끊어진다. 추위를 견디려 했던가 이불 솜들은 지네들끼리 이구석 저구석 덩어리를 이뤄 오송송 뭉쳐있다. 겉감은 수돗가 빨간 빨래대야속으로 던져지고 엄마는 그 솜들을 보자기에 꽁꽁 싸맸다. 솜을 트러 가는것이다. 그 집을 솜틀집이라 불렀다. 가파른 언덕 길 허덕이며 따라 간다. 솜트는 기계는 직사각형 아니 직육면체로 기억된다. 위에 낡은 솜을 집어넣는 기다란 구멍이 있고 그 속엔 쇠로된 가늘고 긴 못같은 것이 엇갈리며 촘촘하게 원통에 박혀있다. 그 못에 고정된 이불솜이 원통따라 빙빙 돌아간다. 원통이 돌아가며 바람을 일으키고 솜들의 엉킴이 풀어지는 거라 추리할 뿐 사실 잘 모르겠다. 어쨋든 시간이 꽤 흐른 후 이불솜은 다시 폭신폭신한 새 솜이 되어 아래 납작한 받침으로 밀려 나온다. 신기하고 궁금해서 집에 있으라는 엄마의 말도 듣지않고 따라나섰고 학교 끝나고 집에 올때도 솜틀 집앞에서 하염없이 구경했다.
불갑사 가는 길 창 밖 구름이 참 이뻤다. 파란 하늘 도화지에 바람이 그린 수채화다. 저 구름이 없다면 하늘은 참 심심한 풍경이었을거다. 바람은 산에도 강에도 바다에도 하늘에도 흔적을 남긴다. 곧 지나갈 흔적이다. 사라지고 금방 잊혀진다. 마음에 담는건 사치다. 사진에 담는다.
이 날 구름을 보고 떠오른게 바로 이 솜틀집이다. 누가 저리 이쁘게 틀어놓았을까. 가벼운 잡아당김에도 마음 한조각 턱 내어줄것 같은 따스한 부드러움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저 부드러움은 절대 따스하지 않다는 것을. 영하의 차거운 물방울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차거움에도 온기를 느끼나보다.
물이 어는 섭씨 영도이다. 얼음이 녹는 온도도 섭씨 영도이다. 그 온도 에서 나는 늘 길을 잃는다.
나는 왜 그리 어린 나이에 솜틀집을 찾았던 것일까 솜틀집 원통이 그저 한자리에서 뱅뱅 도는게 참 고단해 보였나보다.
첫댓글시집올때 엄마가 해준 명주이불솜..솜틀집 사람들이 뭉친 솜 잘 틀어주고 요도 새로 만들어 준다해서 믿고 보냇는데... 나중에 보니 아주 칙칙하고 누리끼리한 솜으로 대체되어 왔었지요 엄마한테 혼났는데..ㅋㅋㅋ 그 때 알았어요 서울사람 눈뜨고 있어도 코 베어간다는거..ㅋㅋㅋ 풍납동 살때였으니깤ㅋㅋ
첫댓글 시집올때 엄마가 해준 명주이불솜..솜틀집 사람들이 뭉친 솜 잘 틀어주고 요도 새로 만들어 준다해서 믿고 보냇는데...
나중에 보니 아주 칙칙하고 누리끼리한 솜으로 대체되어 왔었지요 엄마한테 혼났는데..ㅋㅋㅋ
그 때 알았어요 서울사람 눈뜨고 있어도 코 베어간다는거..ㅋㅋㅋ 풍납동 살때였으니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