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내 박기옥 후배의 아호 증여식을 제석산에서 하려했으나, 현식의 집수리로 연기된다.
마륜애향회 결산으로 머리가 무거우나, 회피하고 월연 선생께 전화해 보성 돌아보시자고 한다.
편하신 2-3분 모셔도 좋다고 했는데 도착하니 혼자 가신단다.
운정 송선생께 전화하니 동행하신다하여 화장으로 들어간다.
동네의 골목 끝 쯤에서 송 선생이 나오시는데 난 일부러 마당으로 들어가 집구경을 한다.
바깥쪽에도 편액이 몇 걸려있고 주련도 보인다.
유리 안쪽에도 보인다.
서각을 배워 본인이 하셨다고 한다.
득량 초암정원에 들른다.
5천원 입장료가 영 고약하다. 그냥 만원짜리 한장만 어르신 몰래 넣는다.
예당에서 학교를 다녔다면서 인사를 드려도 몰라보신다.
자부심 강하게 안내하곤 하던 어르신은 폭 늙으셨다. 허리를 삐끗하셨다고 하시며 사랑채의 문을 열어 불을 켜 주신다.
원세개의 안중근의사를 위한 시를 읽으신다.
김모대법원장의 기증실이라는 방에는 도자와 서화 등이 가득 걸려 있다.
두 분은 글씨에 관심을 보이시지만 특별히 옛글이 안 보인다며 낙관을 열심히 보신다.
도자기 등에 대해서 월연 선생 댁에서 본 것보다 눈에 띠는 건 없다.
나의 까막눈으로 평가하는 건 아주건방진 일이지만
주인이 산꼭대기까지 가보라며 권하는데 김 선생이 전화를 받으시더니 손님이 예고도 없이 집으로 오고 계신다 한다.
이리로 오시라 하고 마당에서 기다린다.
우리가 나오니 주인은 왜 안 올라가시느냐는데 그냥 나온다.
송 선생이 개인 집구경에 무슨 입장료냐시며 못 마땅해 하신다.
회관으로 오니 세 분이 산타페에서 내린다.
강골마을 회관에 차를 두고 열화정으로 걷는다.
열화정을 사진을 찍으며 한바퀴 돌고 이용욱 가옥에 들르니 아까 열어둔 대문이 잠겼다.
손님이 얼쩡거리는 것이 싫으시나?
동네를 지나 이중재 가옥에 가도 문이 꼭 잠겨있다.
남원에서 오신 분들이 그 정치인과 관련있는 이에게 전화를 하신다.
월연 선생은 거북정으로 가시자는데 율포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월연 선생이 남원 사실 때 인연을 맺으신 분들은 춘향제위원장을 하시는 등 남원의 유력자들이시다.
그들을 주로 녹동의 횟집으로 갔다는데 오늘은 보성이라며 어펀장에 가 회를 떠 윗층으로 가자 한다.
조성의 장홍식이 생각 나 그에게 가 방어를 한마리 떠 달라한다.
나의 지갑을 뿌리치고 기어이 월연선생이 계산하신다.
꼬막을 덤으로 주어 2층에 갖고 와 삶아 달라고 해 소주를 시킨다.
난 술을 참는다.
남은 방어를 포장해 내려와 거북정으로 올라간다.
김민환 선생의 소설을 읽으신 월연 선생은 관심이 많다.
득량만 바다가 흐릿하지만 일림산에 둘러싸인 마을이 포근함을 준다고 하신다.
송 선생은 청룡의 기세가 살짝 끊겨 아쉽다고 하신다.
삼의당에 올라가니 양작가는 안 보이고 비어있다.
돌아오는 길에 월연 선생이 지인이 지어 살고 있는 숲속의 집을 나에게 소개해 주시겠다고 하신다.
따라가니 화동마을 직선길을 올라가신다.
들어가보지 않은 마을이다.
회관에서 구부러진 길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가니 서양식 집이 뾰족하게 서 있다.
노부부가 나와 맞이해 주신다.
꽃차를 뜨겁게 마시며 뉴질랜드에서 사시다 귀국해 20년 가까이
회초리같은 나무를 심어 지금으 숲으로 만들었다 하신다.
윗층 난간을 돌아보라해 가보니 민화 그림 습작이 붙어 있다.
사모님이 연습 중이라 하신다.
내가 초등학교에서 일하다 퇴직했다 하자 교대 몇 회냐 하신다.
자신은 9회라 하시며 왕선배라며 언제든 놀라오라신다.
김선생은 관심있는 사람이 세를 내어 작은 결혼식이나 찻집을 운영하면 좋을거라 하신다.
2층 건물의 천장이 드높고 둘레로 방이 있는 이 집을 난 부러워 하는가?
집안 울타리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내가 이런 집을 부러워하다니 내 꼬라지를 제대로 알자.
노 선생이 이제 일도 줄이고 많이 외로우니 또 들러달라 하신다.
사모님은 김 선생에게 꽃차를 담아 주신다.
돌아오는 길에 앞서가던 차가 공룡공원을 지나 바다로 내려간다.
옆의 운정 선생이 월연의 요트가 있는 곳에 간다 하신다.
요트는 계류장이 안 나와 관리사 옆에 올려두었다 하신다.
낚시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고기를 잡아 먹는 일에 참여하신 적이 있다 하시는데 두분 다 낚시는 안하신다한다.
금당에 돌아와 남원분들이 가져 온 소설 장군의 후예 이야기를 하신다.
황진 장군의 후예 빨치산 사단장 황의지의 다큐멘터리 소설이다.
큰새는 바람을 거슬러---를 읽으신 선생님이 바보에게 같은 황씨의 이야기를 말하시더니
이 책을 구져오라 하셨다 하시며 내게 주신다.
그러며 채양없는 빵모자 하날 써 보라 하신다.
초록 융단에 금수가 놓인 모자는 내게 어울리지 않은 듯한데 모두 어울린다고 하신다.
러시아의 동포 소설가 아냐톨리 김 부부가 남원에 오셨을 때 김선생이 지인들을 모아
술집을 빌려 잔치를 베풀었다고 한다.
그 후 그 분의 사모님이 감사의 뜻을 주신 선물인데 자기 머리엔 안 맞으시다며 나더러 써라 하신다.
내가 이런 모자를 써 봤나? 어울리나 하면서 사양하려다가 고맙다고 받는다.
나의 고정관념을 깨는 한 모습일거라 생각하니 그도 재밌다.
그 분들이 가시고 송선생과 들어가 이러저러한 애기를 하다 일어난다.
80중반에 이르신 송선생은 여전히 총명한 기억력으로 옛 어른들 이야기를 해 주신다.
다음에 또 날잡아 보성 복내나 문덕을 안내해 드리겠다고 한다.
송선생을 다시 화장에 모셔 드리고 옷닭 다 끓고 있는데 왜 아직 안 오느냐는 현식의 전화에
급히 원등으로 운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