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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간은 여러 가지 모양의 쇠로 된 도구를 만드는 곳입니다. 호미나 낫, 괭이 등의 농기구나 칼, 못, 도끼 등의 생활 용구를 여기서 만들었습니다.
옛날에는 대개 마을마다 대장간이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날이나 끝이 무뎌진 연장을 날카롭게 하거나, 새 연장을 만들기 위해 이 곳을 찾았습니다.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을 '대장장이'라 하였습니다. 이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쇠의 성질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 그림은 5 명의 대장장이가 힘을 모아 낫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림 중앙에 길쭉하게 흙으로 쌓아올린 것은 화덕입니다. 이 안에 참숯을 넣고 불을 지핀 후 바람을 일으킵니다. 바람을 세게 할수록 화력이 좋아집니다. 이 때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를 '풀무'라고 하지요. 화덕 곁에 서서 줄을 잡고 있는 아이는 지금 손잡이를 밀고 당기는 방식으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풀무질이라고 하는데 대개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림에서도 가장 어린 사람이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화덕 앞에 쪼그리고 앉은 사람이 가장 노련한 대장장이입니다. 화덕 안에 넣은 쇳덩어리가 빨갛게 달아오르면 그 빛깔로 온도를 가늠해 냅니다. 길다란 집게로 달궈진 쇠를 꺼내어 받침 위에 올려놓습니다. 이 쇠로 된 받침을 모루라고 합니다. 모루 위에 올려진 붉은 쇳덩이는 역시 쇠로 된 단단한 망치로 내리치거나 두드립니다. 이 일은 가장 힘이 듭니다. 그림 오른쪽의 건장한 사람들은 있는 힘을 다해 쇳덩이를 내리치고 있습니다. 쇠망치가 '꽝'하고 쇳덩이에 닿는 순간, 집게를 잡고 있는 이는 아주 질린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앞에 있는 사람은 더 큰 힘을 얻기 위해 엉덩이를 뒤로 빼고 쇠망치를 한 바퀴 돌리고 있습니다.
뭉툭한 쇳덩이는 망치질을 할 때마다 조금씩 납작해집니다. 쇳덩이가 식어서 딱딱해지면 다시 화덕에 넣고 달궈야 합니다. 화덕에 넣기 전에 뜨거운 쇳덩이를 찬물에 집어넣기도 합니다. 통나무의 안쪽을 파서 배처럼 만든 길다란 함지박이 집게를 들고 있는 대장장이 앞에 놓여 있습니다. 쇳덩이는 '치직' 소리를 내며 식어 갑니다. 뜨거운 쇠가 갑자기 찬물을 만나 식으면서 아주 단단한 성질로 바뀝니다.
이런 과정을 계속 되풀이해 원하는 모양을 얻게 되면, 나무 손잡이 따위를 끼우고 날을 세웁니다. 맨 앞에 앉은 아이가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커다란 숫돌 위에 신중하게 날을 갈고 있습니다.
이 숫돌은 숯과 함께 대장장이를 나타내는 물건입니다. 삼국유사라는 역사 책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신라의 네 번째 왕인 탈해가 어렸을 때 일입니다. 탈해는 어느 날 토함산에 올라가 7 일 동안 머물면서 성 안에 마땅히 살 만한 곳이 있는가 살펴봤습니다. 마침 초생달 모양의 산봉우리가 보였는데, 그 땅의 생김새가 편안했습니다. 내려와서 그 곳을 찾아 보니 호공(瓠公)이라는 사람의 집이었습니다.
탈해는 꾀를 내어, 몰래 숫돌과 숯을 호공의 집 곁에 묻어 두었습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 그 집 문 앞에 가서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긴 우리 조상 때부터 살던 내 집이오."
호공은 갑자기 당한 일이라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탈해의 나이는 어리지만 아주 당돌해서 함부로 할 수 없었습니다. 두 사람은 마침내 관가에 갔습니다. 사또가 물었습니다.
"그 집이 너희 집이라는 증거가 있느냐?"
탈해는 또박또박 말했습니다.
"우리는 본래 대장장이였는데, 잠시 이웃 고을에 나가 있는 동안 다른 사람이 우리 집을 빼앗아 버렸답니다. 집 주변의 땅을 파 보면 그 증거가 나올 것입니다."
그 말대로 땅을 파 보니, 과연 숫돌과 숯이 나왔습니다. 탈해는 이렇게 해서 그 집을 얻게 됐습니다. 이 소문을 들은 왕은 탈해를 지혜 있는 사람이라 여겨 사위로 삼았다고 합니다.
/박영대(화가)
출처: 소년한국일보 http://kids.hankooki.com/edu/culture_symbol.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