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
살아있는 공룡의 후예
평균수명 7~13년
십이지중 유일한 조류
알 낳는 기계
이 동물은 무엇일까? 정답은 < 닭>이다.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다. 한국이 16강전을 치르는 날, 조급하고 성급하고 기분파인 세상에서 제일 다루기 쉬운 여자인 나는 여기저기 신바람이 나서 치킨 기프트를 가족과 지인들에게 마구 뿌렸다.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치킨집에서 배달이 오기까지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고 했다. 인간들의 먹거리 축제가 그들에겐 <고통의 축제>였다.
우린 그들과 함께하며 행복했지만 닭들은 인간과 함께 한 삶이 좋았을까? 머리 위 붉은 볏을 왕관처럼 고고하게 쓴 레그혼에게 물어보고 싶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닭이 울면 귀신이나 악령이 사라진다고 믿는다. 닭의 신묘함은 빛을 불러오는 힘에 있다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 인간들을 위한 알람 시계 역할을 했다. 한밤중 몰래 도망가는 연인들에게도 왕을 몰아내는 역모를 꾸미는 반란군에게도 "첫닭이 울면 버드나무 아래에서 만납시다."라는 숨 막히는 비밀 암호가 있었을 것이다.
신라시대 설화에도 <꼬끼오>하고 울었다는 기록이 이두로 전해진다. 6천~8천 년 전 먼 길을 걷다 날다 이곳까지 온 귀한 손님들이다. 모성애가 유난히 강해서 다른 알도 품는 경우가 많다.
여유롭게 노니는 수탉의 걸음은 귀족처럼 고고해 보인다. 성격이 온순하고 활발해서 키우기 쉽다. 야생에서 노닐다 어느 날 인간에게 놀러 와서 수천 년을 함께 했다. 아마도 기웃거리다 호기심에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까?
자연 속에서 평온하게 살아가는 닭의 평균 수명은 7~13년이다. 매년 600억 마리 이상의 닭들이 기대 수명의 10분의1도 다 못채우고 도축되고 있다. 대한민국 삼계탕용 닭의 수명은 30일~50일이다. 산란계 닭은 평균 2년 알만 낳다 죽는다. 모래놀이나 산책도 못해보고 24시간 불빛에 노출되어 고통 속에 죽는다. 토종닭은 3~ 8개월이다. 치킨용 닭의 수명은 25일~30일이다.
가끔 수학문제를 공대출신 남편에게 물어보려다 망설인다. <닭대가리>라고 할까 봐 걱정이 돼서 그냥 넘어간다. 영리하고 똑똑한 닭으로서 상당히 억울한 말이다. 갓 태어난 병아리도 양의 개념이 있으며 분노, 두려움, 기대감도 가지고 있다.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오는 법도 길치인 나보다 뛰어나다.
숫자를 세며 빛에 민감하고 시간도 잘 안다. 숟가락질 배우는데 수년이 걸리는 우리보다 훨씬 더 똑똑해서 태어나자마자 바로 먹이 쪼는 법을 터득한다. 아무거나 잘 먹는다.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도 싫어하니 군자임에 틀림없다.
인간은 음식 앞에서 거룩해야 한다. 잔뜩 배가 부른데 끝도 없이 먹는 것은 분명 죄이다. 인류 최초의 인간이 짐승을 잡아먹을 때 죄책감을 피하기 위해 신께 제사를 치르고 먹는 의식 행위에서 종교가 탄생했다.
TV를 틀면 여기저기 먹거리 프로 그램이 넘쳐난다. 먹는 것이 즐거움일 수도 분명 있다. 진귀한 음식을 먹는 시간이 기다려지는 경우도 있다. 지인들과 함께 먹기 위해 기다리기도 하고 누군가를 위해 먹거리를 준비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내가 삶을 유지한다는 것은 분명 기억해야할 진리이다. 음식은 거룩한 것이다.
배가 불러도 깃털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어 토해 가면서 누워서 우아하게 먹어대는 로마의 귀족들은 행복했을까? 노예들은 토사물을 받는 항아리를 들고 다녔다. 진정한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인간)라면 분명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어린 시절 시골에 가면 할아버지께서 손수 잡아주셨던 닭, 하나하나 이름 있었고 당신
께선 닭 잡는 게 가장 마음 아프다고 하셨다. 짚더미 위에 낳은 줄줄이 비엔나소시지같이 생긴 새끼쥐들도 절대로 함부로 하시지 않으셨다.
곤충채집 숙제가 제일 싫었다. 돌아보면 너무 잔인한 짓이었다. 숙제상을 받기 위해 악착같이 하나라도 더 죽여야 했던 탐욕스러운 내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착각하지 말자. 우린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잠시 머물다가는 여행자일 뿐이다.
우리가 다른 동물들과 차별화된 게 있다면 잔머리의 천재라는 것이다. 삶의 방식은 거룩해야 한다. 먹을 것 하나에도 탐욕스럽지 않아야 한다. 인생이 재미보다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즐거움이 누군가의 <눈물>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지구라는 별에 온 손님으로서 모든 것들을 잘 쓰고 제자리에 돌려놓고 가야 한다. 손님과 생선은 삼일이 지나면 냄새가 난다는 속담이 있다. 품격 있는 객으로서의 아름다운 향기를 남기고 싶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이야기가 되는 밤> 난 오늘도 공부를 한다.
진정한 학문이란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