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후앙과 카사노바
'세기의 바람둥이'라는 저울에 돈 후앙(Don Juan)과 카사노바(Casanova)를 올려놓으면 무게의 중심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까? 여성 편력 숫자만 본다면 돈 후앙이 월등히 앞서지만 그는 전설 속의 인물로 작품의 주인공일 뿐이어서 실재감(實在感)과는 거리가 있다. 반면에 카사노바는 實存했던 인물(1725~1798, 伊)로 모든 여성들의 갈망의 대상이고, 모든 남성들의 시기의 대상이었으니 명실상부한 세기의 바람둥이라 이를 만 하다. 카사노바는 어릴 때 부터 재치있는 이야기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재담꾼이었다. 어느 날 그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참석자중 한 사람이 12살의 카사노바에게 라틴어 문법에 관한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라틴어에서 여자의 성기가 남성명사이고 남자의 성기가 여성명사인 이유가 뭐지?".... "하인들은 주인의 이름을 따르기 때문이죠"
18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근육질의 몸매와 준수한 용모만으로도 카사노바는 뭇 여성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女性들에게 감동을 주는 친절한 매너와 재치넘치는 말솜씨는 그를 바람둥이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한 번이라도 만났던 여인이라면 기가 막히게 기억해내고 여인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그때 우리가 만났었죠? 너무 아름다워서 잊을 수가 없었어요" 여인들의 마음을 훔칠만한 대사가 아닌가. 여성편력 못지않게 각방면에서 다양한 직업편력도 가지고 있다. 법학박사 철학자 사제 바이올리니스트 연극배우 도박꾼 사업가 외교관.....또한 300여명의 여성과 놀아났지만 단 한 사람에게도 임신을 시키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황금구슬을 사용했다고도 하고, 레몬 껍질을 활용해서 더치 페서리로 썼다고도 한다. 어쨌거나 카사노바란 이름을 "난봉꾼"과 동의어로 만든 인물이 아닌가. 그 자신은 "여성을 위해 태어났다고 자각한 나는 언제나 여성을 사랑할 뿐 아니라 여성들로부터 사랑을 받고자 최선을 다 했다"고 자서전에서 고백한 매너男 이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지오반니(Don Giovanni)는 스페인의 전설속 바람둥이 돈 후앙을 모델로 한 작품이다. 마지막 죽음의 순간까지 죄를 뉘우치지 못하고 마침내 지옥불로 떨어지고마는 비극적 종말이지만, 극 전체 분위기의 흐름은 희극적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돈 후앙은 사실 여성을 다루는 데는 카사노바에 훨씬 못 미치는 하수다. 한번 유혹한 다음에는 거침없이 버리는 나쁜 남자 스타일의 전형이기도 하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간교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로 묘사된다.
오페라 돈 지오반니는 스페인 남서부의 항구도시인 세비야가 배경지역이다. 세비야는 15~17세기 무렵 貿易의 중심지로 신대륙과 통하는 중요한 항구였다. 스페인이 가장 번영했던 시절의 모습을 간직한 유서깊은 도시로 현대 스페인의 매력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콜럼버스의 묘(墓)가 있는 스페인 대성당과 반원형의 광대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스페인 광장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세비야의 풍요와 번영은 음악에도 영감을 주어 名大作의 배경이 된 도시이기도 하다.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그 후속작에 해당하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바람둥이 귀족 돈 후앙을 이야기 한 <돈 지오반니>, 비제의 <카르멘> 등이 모두 세비야가 배경도시이다. 세기의 팜므파탈 카르멘과 옴므파탈 돈 후앙이 같은 도시에서 태어났다는 것도 흥미롭다.
<돈 지오반니>는 사랑을 농락한 한 남자의 비참한 최후를 그린 작품이지만 劇 속에서 배우들이 부르는 아리아는 한결같이 경쾌하고 산뜻하여 통통 튕기는 느낌을 준다. "마님, 이게 내 주인이 사랑한 여인들의 명단입니다요" 라며 지오반니가 관계한 2,065명의 여성을 까발리는 <카탈로그의 노래>는 상대했던 여성의 다양한 직업과 국적을 밝히는 가사 내용이 웃음을 자아낸다. 시골 결혼식 마당에서 신부를 꼬여내어 별장으로 이끌며 부르는 2중창 <자, 우리 손에 손을 맞잡고>는 감미로운 선율이 달콤한 연애장면과 잘 어울린다. 호쾌한 <샴페인의 노래>에서는 "술이 취하면 춤을 추고, 거리의 모든 여자들을 데려오라"며 난봉꾼다운 호기를 부린다. 이제 시골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유혹하여 수작을 부리는 2중창 <자, 우리 손에 손을 맞잡고>를 들어보자.
듣고나니 노래가 너무 짧다. 그의 여성편력 '장부(帳簿)'를 공개하는 <카탈로그의 노래>도 한 번 들어보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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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모짜르트의 멋진 오페라 감상 잘했습니다. 카사노바나 돈 후앙이나 희대의 바람꾼으로 그 매력의 끝은 어디까지 였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