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방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도영님, 회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올 여름,
난 검단산 올라가는 입구에 누가 심었는지 봉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핀 것을 보았다. 봉숭아 꽃대도 굵고 얼마나 칠칠한지 미끈하게 잘 커 늠름한 품새의 작은 나무들 같았다. 꽃은 흰색 연분홍색 짙은 빨간색 꽃들이 섞이어 풍성하고 화려하기까지 했다. 시대가 달라져서인가 봉숭아꽃도 요즘 들어서 그리 흔하지 않으며 옛날 ‘울밑에선 봉선화야“ 하고 연하고 가날프게 노래 부르던 옛 여인들 설음의 대명사인 봉숭아꽃의 이미지도 흐려진 것 같다.
난 꽃잎과 꽃을 한 움큼 따 저녁에 아주 곱게 찧은 후 손녀딸 손톱에 들여주면 그 하얀 손이 얼마나 예쁠까 상상하며 준비하는데 며느리가 ”어머니 봉숭아꽃물 문방구에서 사면 사시사철 들이는데 요즘 그걸 누가해요“ 하면서 면박을 주는 것이다. 난 무안하면서도 이왕 준비한 것 버리기 아까워 남편의 도움을 받아 내 엄지발톱 양쪽1개 손톱은 3개씩 봉숭아꽃물을 들였다. 한번 들이면 색이 흐리고 3번 이상 들이면 자지러진 빨간색이 나와 난 꼭 두 물만 들였다. 그렇게 물을 들인 후 며칠 지나니 봉숭아꽃물은 아주 예쁘게 내 몸과 하나를 이루었다. 난 색이 더 화려하게 빛이 나도록 봉숭아꽃물 들인 손톱에 투명 매니큐어를 바를까' 하고 생각했지만 자연스런 색이 나오도록 세월에 맡기기로 했다.
난 봉숭아 꽃물 든 손톱을 자주 들여다보았다. 식물과 동물이 같이 하나 된 것도 신가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피부가 지저분해 지는데 이 선명한 빨간색을 보면 웬 지 생기가 돋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을 들이고 난 몇 달 후 어느 날 난 산에 오르던 중 덥고 힘이 들어 계곡물에 앉아 손과 발을 담갔다. 맑은 물이 철철 흐르는데 어머나! 물속에 잠겨 진 빨간 손톱 발톱이 몇 마리의 빨간 물고기가 되어 몸통이 이리 저리 꼼질꼼질 움직이고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숲속이라 가늘고 길게 쪼개진 햇살을 받으며 비늘도 꼬리도 없이 새로운 종으로 탄생되어 놀고 있는 이 금붕어 같은 밭톱 손톱이 너무 예뻐 난 한동안 그렇게 보고 있었다.
난 옛날에 봉숭아꽃이 날고 있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5-6살 때쯤인가 우리 집 마당엔 봉숭아꽃이 무더기로 피어있었다. 꽃을 좋아하는 어머니는 언제나 봉숭아꽃 의숭아꽃 분꽃 채송아꽃 등을 이곳저곳 무더기 무더기 어머니 발 닿는 곳이면 어디나 예쁜 곳을 꽃을 피워 함께 여름 한철을 보내시는 것이다. 그런데 봉숭아꽃 있는 곳은 빨래 널고 걷는 곳이다 이 장소는 하루 종일 햇볕이 들어 언제나 장대로 받힌 빨래줄에 양잿물에 삶아 빤 흰 빨래가 눈이 부시도록 빛이 나는 것이다. 종일 비치는 햇살변화로 인해 빨래 아랫자락은 아주 연분홍 꽃물이 우련하게 비치어 이 빨래가 바람에 펄럭일 때면 연봉숭아꽃이 하늘을 높이 나는 것 같이 생각된 때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난 또한 그 꽃물이 물속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시간이 흘러 여름 가을이 되니 빨간 손톱이 절반도 못 남았다. 난 서운해 시원치 않은 글을 지어 마음을 위로했다.
(누가 물으면)
'세월이 얼마나 빠른가 누가 묻기에
봉숭아꽃물 든 손가락 가만히 내밀었다.
반나마 남은 고운 빨간색
한여름 지나 낙엽지는 가을이 손톱 위에 앉았다.'
날씨가 추워진다.
봉숭아 꽃물은 손톱 끝에서 빨간 초생 달이 되어 앉아 있었다. 난 햐얀 종이를 놓고 손톱을 짜르니 종이 위에 떨어졌다 난 손톱을 버리려고 손으로 쓸어 담으려는데 빨간 손톱의 끝이 올라가니 웃는 입이 되고 거꾸로 양끝을 내리니 우는 입이 되는 것이다. 난 이 웃음 울음이 내가 몇 년 간 같이 해 온 아이들의 입같이 느껴져 차마 쓰레기통에 버리지 못하고 두었다. 하루는 이 손톱들을 손톱의 양끝이 안쪽으로 둥글게 몇 개를 겹으로 하얀 종이 위에 놓으니 그것은 아주 작은 한 송이 꽃이 되었다. 난 찔레꽃 향이 나는 향수를 구해 아주 연하게 살짝 뿌렸다. 와! 이것은 완전히 빨간 찔레꽃이 되었다. 으레 생물체 몸에서 쓰이고 난 후 버려지는 것은 거의 냄새 나고 더러운 것인데 이렇게 예쁜 꽃이 되다니...난 신기한 마음에 난 이 꽃 이름을 울음꽃 웃음꽃으로 짓었으며 아주 소중한 듯이 책상 속에 넣어두고 간간이 꺼내 보는 것이다. 조화도 아닌 두 몸이 하나되어 피운 꽃이기에 ...
(웃음 꽃 울음 꽃)
손톱이 되어 한생 살고 있는 봉숭아꽃물
잘려진 손톱 빨간 초생 달이 되었다
잘린 손톱의 양끝이 올라가니 예쁜 웃는 모습
거꾸로 양끝이 처지니 삐쭉 삐쭉 울음이 나온다.
흰 종이에 쓸어 담은 웃음꽃 울음꽃들
옹기종기 모여 또 다른 한 송이 꽃을 피운다.
이젠 완전 겨울이다. 봉숭아 꽃물도 이젠 나와의 인연이 다해 살과 떨어져 있다. 이것을 잘라 내야하는데' 하고 생각하면서 꽃물을 보니 어린아이 눈썹처럼 가늘고 긴 이 빨간 손톱이 나를 빤히 보며 무엇인가 기다리는 눈치다. 그렇구나! 넌 첫눈을 기다리는 구나 봉숭아꽃으로 태어난 후 제2의 생, 봉숭아 꽃물이 되어 여름 가을 겨울을 살고 마지막 욕심으로 흰 눈을 기다리는 것이다. 흰 눈 속에 꽃으로 날리어 마지막을 보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난 손톱을 본다. 빨간 손톱은 자라고 눈은 안 오고 버리고 버려지는 입장 이지만 이별해야 될 마지막 날을 애틋한 감정으로 서로 생각하면서 둘 다 밖에 하늘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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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님 사진에 눈을 보니 올해 못본 눈이 풍성하게 가슴에 와 닿습니다. 봉숭아 꽃물은 우리 감성에 너무 잘 어울려 이글을 올려봤습니다. 건강하시기를 ...
면목동님!
우리봉사센터에 들리어 아름다운 글 올려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족의 애환과 함께 한 봉선화에 대한 찬미의 글 감명 깊게 잘 읽었습니다.
글이 너무 섬새하고 느낌이 좋아 "天衣無縫(천의무봉)이라고 나 할까요?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자주 들려주시고 봉사에도 참가하여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천의무봉:하늘의 선녀옷은 바느질 자국이 없다는 뜻, 즉 시와글이 너무 뛰어나고
완벽하여 흠 잡을 때가 없다는 휼륭한 글을 뜻 함)
도영님 이렇게 글로나마 인사 드리게 되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언제나 겅강하시어 봉사 오래하시기를 바랍니다. 댓글 갑사드립니다.
어릴때 봉숭아 물들이고 자다가 몸부림을 많이 치다보니 이불에 물이 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저는 깨끗한 손이 좋아서 메니큐어도 잘 안 바르는 사람입니다..
소녀 같은 감성을 가지신 면목동님..반갑습니다..
봉사에도 참여해 주시면 정말 좋겠습니다..^^
진주사랑님 반갑습닌다. 깨끗한 것을 좋아하셔서 매니큐어도 안바르시는 님 진주사랑이라는 닉이 어울립니다. 평소 도영님을 존경하여 이방을 찾아 글을 올렸는데 이렇게 만날 수 있다니 올해 행운인 것 같습니다. 그럼 안녕히...
어릴 때 손톱에 봉숭아 물들이는 거 좋아했고 지금도 기회가 되면 가끔 한답니다
봉선아로 물들인 후 메니큐를 마르면 선명하고 더 고운 색상이 난답니다
좋은 글 감사히 읽고 갑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 면목동님~~~~~~
댓글 주신 현희님 감사합니다. 봉숭아물 들이고 매니큐어도 칠해보고 싶었지만 그냥 길 들여보고 싶었습니다. 글로 이렇게 대화할 수 있다는 것 저 개인으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글이 곱게 물든 봉숭아 꽃물처럼 참 곱습니다. 수필방에도 올려 주세요.
반갑습니다. 따옥기님 그동안 편안하셨죠 감사합니다 아직 수필방에 올리기는 좀 그렇고 좀 있다가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