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137 --- 갑진년 청룡 새해가 밝았다
갑진년 새해다. 청룡이 하늘을 날아오르는 희망찬 첫날인 설날이다. 너도나도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하는 즐거운 민족의 명절이다. 오늘을 위해 몇 달 두고 준비했다. 기차표를 예매하기도 했다. 각지에 흩어져 살다 오랜만에 부모 형제자매 자녀가 한자리에서 만날 생각에 들떴다. 승용차 좁은 공간에 갇혀 수 시간 내달려 오기도 했다. 누가 강제로 시킨 것이 아니다. 각자 자발적으로 약속이라도 한 양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더 뜻깊은 날이다. 객지에서 찾아가는 사람이나 고향에서 기다리는 사람이나 같은 마음에 빨리 만나고 싶어 서성거렸다. 펼쳐 놓고 할 이야기가 많은 만큼 들어볼 이야기도 많다.
비록 작은 일이라도 한 해 동안 잘 된 이야기에 남 부러울 것 없어 손뼉을 치며 함께 즐거워했다. 그런가 하면 아쉬운 일에 눈물에 젖어 이제는 그만 액땜한 셈 치며 툭툭 털고 앞으로 잘 하면 된다고 위로하며 숙연해지기도 했다. 누가 돌아가고, 누가 결혼하고, 누가 아기 낳고, 누가 학교에 진학하고, 누가 아이 낳고, 누가 집을 사고, 누가 이사하고, 누가 승진하고, 누가 큰돈 벌고 이야기도 참 많다. 자랑이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감정이 잽싸게 오락가락하였다. 선물을 전하기도 하고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나누며 끊임없이 오가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시덕거렸다.
어찌 살아가면서 좋은 이야기만 있으랴. 간혹 눈물을 글썽거릴 이야기도 뒤섞여 있다. 이것이 사람 사는 이야기다. 일 년 혹은 더 오래된 이야기를 불과 몇 분 몇 시간 만에 중요 핵심만 간추리고 압축해서 펼치는 인생사로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족 간에 끈끈한 정에 사랑을 느끼게 된다. 연휴가 4일이라고는 하지만 그리 많지 않다. 날이 밝으면 가야 하고 점심 먹고 떠나야 한다. 꿈만 같았던 시간에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모두 털어놓고 들은 것 같은데 뭔가 빠뜨린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다시 설날에 만날 날이 있으므로 위안 삼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