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Ⅲ-75]『홍보의 신』이라는 책
큰아들 집에서 반가운 책을 발견했다. 충주시 6급 공무원 김선태씨가 지은 『홍보의 신』(21세기북스 2024년 발행, 219쪽). 그를 최근 <아침마당>이라는 TV프로에서 본 적이 있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졸문을 쓴 적이 있었다. 두어 시간만에 읽어제켰다. 공무원사회나 홍보에 대해서 문외한이라도 책은 무척 흥미로웠다. 유튜브를 해보라는 시장님의 명으로 입문하게 된 홍보업무에서 그는 발군拔群의 내공을 발휘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홍보의 신’이 되었다는 것이다. 3년만에 6급 주사 승진이라니...
유튜브 예산 고작 61만원으로 구독자 60만명을 확보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케이스마다 그 비결을 하나씩 털어놓고 있는데, 한마디로 어떤 홍보사안이나 사건, 현상을 볼 때 ‘발상(생각)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거다. 그리고 그것을 곧바로 영상으로 표출하는 실행력. 목차만 봐도 무슨 내용이 쓰여 있을지 짐작하는 것은, 나도 대학과 공공기관에서 명색이 홍보위원으로 홍보업무를 15년이나 해봤기 때문일 터. PR(Pubulic Relations)를 흔히 '피(P)할 것은 피하고 알(R)릴 것은 알린다'는 홍보弘報의 속설처럼 얘기하는데, 적절한 말이다. 또한 '홍보는 못하면 역적이고 잘하면 본전'이라고도 말하는데, 이 말도 맞다.
저자의 ‘겸손한 수다’를 바로 옆에서 듣듯이 읽으면서, 나는 꼰대이자 올드가이(old guy)구나,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가 이렇게 엄존하고 확실하다는 것을 여러 번 느꼈다. 누가 이렇게 영상미디어를 압도할 만큼 ‘유튜브 저널리즘’ 세상이 급박하게 도래할지 점칠 수 있었겠는가. ‘젊은 세대’들은 확실히 다른 ‘신인류’같았다. 달라진 언론환경과 그 추세(trend), MZ세대 등의 선호도 등을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서글프고 입맛이 썼다. 너무 감각적이라는 생각과 함께, 꼰대의 항변 ‘그래도 글이 먼저인데’라는 생각 이 앞섰기 때문이다.
홍보하면 먼저 ‘프레스 릴리스(Press Release.보도자료)'를 떠오르는, 아날로그세대 홍보맨이 무슨 말을 하랴. 15년 동안 숱한 보도자료를 작성했다. 이 젊은 친구마냥 ‘좋은 때’(성공한)도 부지기수였다. 업무에 있어 성취나 만족감도 많이 느꼈다. <대학홍보 25시>라는 책을 쓰다 말았지만. 만약 썼다면 이 책처럼 솔직하게 그런 실례들을 일일이 거론했을 것이다. 오프라인 언론은 당연히 ‘텍스트(글)’가 먼저이고, 어느 대통령의 말처럼 ‘사람이 먼저’였다. 하지만, 지금은 글을 읽지 않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저자는 홍보업무를 하면서 보도자료를 몇 건이나 작성해 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 영상으로만 홍보의 승부를 걸고 성패를 가름하는 것은 좀 아닌 것같다는 생각을 책읽는 내내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 친구의 기발한 발상, 기획, 실행력 등을 눈곱만큼 낮게 볼 생각은 없다. 기특하고 재기발랄하여 굳어지기 쉬운 공무원 조직을 변화시키는 시금석이 될 듯하다. 그의 활약을 기대한다. 갈수록 영상과 디자인이 세상을 뒤덮겠지만, 영상의 기록이 글의 기록을 몇 배 더 앞서버리는 것은 어쩐지 조금 두렵다. 이것도 꼰대의 노파심일 터.
아무튼, 그는 ‘홍보 마케팅의 신’이면 신이지, 전통적인 의미의 ‘홍보의 신’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유튜브 시대의 ‘틈새’를 ‘홍보’라는 이름으로 정확히 알고 파고든 'GOAT(the Greatest of All Time)'임에는 틀림없다. 잘난 체 하는 것같지만, 겸손한 창의적인 공복公僕, 그의 건투와 건승을 빈다. 고놈 참! 참하다.
전라고6회 동창회 | [찬샘별곡 Ⅱ-66]아름다운 사람(17)- ‘홍보의 신’ 김선태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