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德華滿發*
선량의 초심
말도 많고 탈도 많던 4.13 총선이 끝났습니다. 선거전에
돌입하자 여야를 막론하고 유권자를 향해 잘못했다고 엎드려 사죄하는 모습을 거의 매일 같이 보았습니다. 국민들이 무섭기는 무서웠던 모양이지요.
선거 결과는 여당의 참패, 두 야당의 약진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걱정입니다. 이제 선량(善良)들이 금뱃지를 달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들의 초심을 까맣게 잊어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량이 무엇인가요? 한(漢)나라 시대에는 지방 군수가 관리를
선발하여 조정에 천거했는데, 이때 군수에 의해 선발된 사람을 가리켜 선량(選良)이라고 불렀답니다. 당시의 선량이란 현량방정(賢良方正)하고
효렴(孝廉)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선시대로 내려오면서 그 뜻이 바뀌어 과거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을 가리키다가, 현대에 이르러
국회의원을 지칭하는 말로 굳어진 것입니다.
단경(短警)이란 말이 있습니다. 짧은 등잔대란 뜻인데 당(唐)나라
시인 한유(韓愈 : 768∼824)의 <단등경가(短燈警歌)>라는 시 때문에 유명해진 말이지요. 한유는「여덟 자 긴등잔대는 쓸데없이
길지만/ 두자 짧은 등잔대가 편하고 또 밝구나(長警八尺空自長/ 短警二尺便且光)」라고 노래했습니다. 두자짜리 등잔대는 가난하던 시절 독서하던
등잔대이고 여덟 자짜리 등잔대는 과거 급제 후 새로 산 비싼 등잔대란 말입니다.
그래서 단경은 한미(寒微)했던 시절의 초심을 잃은 벼슬아치를
풍자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유는 이시에서「하루아침에 부귀하게 되니 도리어 방자해 져서/ 긴 등잔대 높이 걸고 진주와 비취 비춰보네/ 담
구석에 버려진 짧은 등잔대!」라고 노래한 것입니다. 부귀하게 되면 가난했던 시절의 경험을 담 구석에 버리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벼슬길은 그리 순탄한 길이 아닙니다. 그래서 벼슬길을
환해(宦海)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큰 파도가 이는 거친 바다라는 뜻이지요. 청(靑)나라 때 육이첨(陸以沾 : 1801~1865)이 쓴
<냉려잡식(冷廬雜識)>에「환해파도 깊이는 측량 할 수 없구나/ 안온하게 배를 거둔 자 몇 사람인가」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벼슬길의
파도는 깊고 깊어서 안온하게 항해를 마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고려말기 문신 이규보(李奎報 : 1168~1241)는「술 취한
고향으로 가는 길은 평탄하지만/ 환해는 분노한 파도가 미친 듯이 몰아치누나.」라고 노래했습니다. 낙향 길은 평탄하지만 벼슬길에는 미친 파도가
몰아친다는 뜻이지요. 환해를 피하는 좋은 처신이 굴원(屈原 : BC 343~BC 277)의 <어부사(漁父詞)>에 나오는
탁영탁족(濯纓濯足)입니다. 때에 따라 갓끈을 씻기도 하고 발을 씻기도 한다는 뜻이지요.
벼슬에서 추방당해 낙담해있는 굴원에게 한 어부가「창랑수가 맑구나
내 갓끈을 씻으리/ 창랑수가 흐리구나 내 발을 씻으리」라고 노래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처신은 쉽지 않습니다. 허균은「저 벼슬길은
근심뿐인데/ 환해의 치솟는 파도 두렵도다.」라고 노래했지만 끝내 벼슬길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사형당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 선량의 특권과 권리와 의무를 대충 알아보았습니다. 국민
전체의 대표이자 입법부의 구성원인 국회의원은 그 직무를 독립적이며 자유롭고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일반 국민과는 다른 특권과 독자적인 권리,
그리고 의무를 부여받습니다.
첫째, 국회의원의
특권
1) 불 체포 특권
헌법 제44조는 국회의원들이 행정부의 부당한 체포 · 구금의
위협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롭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하여 불 체포 특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2) 면책 특권
국회가 정부에 대한 정책 통제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여 공정하고 자유롭게 직무를 수행하도록 보장하기 위하여 헌법 제45조에는 국회의원의 발언과 표결에 대한
책임 면제의 특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둘째, 세비와 기타 편익을 제공받을
권리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수당과
여비를 받으며 국유의 철도 · 선박과 항공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특권과 많은 세비(歲費)를 받는 선량들에게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바는 무엇일까요?
첫째, 초심불변 하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요청이 아니라 강한 국민의 명령임을 알아야 합니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유권자의 지지를 내가 잘나고 똑똑해서 당선 된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한다면 아마도 국민은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 중도정치를 하라는 것입니다.
치우침은 도(道)가 아닙니다. 자기네 패거리, 이념, 파벌에 매몰
되면 결코 소통이 안 됩니다. 이번 여당의 참패는 대통령의 불통과 고집 그리고 여당의 오만과 방자에 기인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발 야당을
설득하고 대화로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정치를 하면 좋겠습니다.
셋째, 공약이행을 하라는 것입니다.
한국의 정치풍토에는 이중성이 있어서 당선을 위한 공약(公約)과
당선된 이후의 공약이 달라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번 여야가 뒤바뀐 요인 중의 하나는 대통령의 공약 중 노인연금의 공수표에서 비롯된 것이
사실입니다. 공약이 공약(空約)으로 무참하게 배신당한다면 아마도 4.13 총선보다 더한 지각변동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입니다.
이번 4.13총선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선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부디 선량의 초심이 지켜지는 정치를 보고 싶습니다. 만약 국민이 또다시 정치를 혐오해서 무관심과 분노로 치닫는다면 환해가 배를 뒤엎을
수도 있습니다. 나라가 걱정됩니다. 점점 불신과 불통, 대립의 소용돌이에 빠져 그처럼 염원하던 1등 국의 진입은 언제 달성하려는지요. 부디 이번
4.13 선량들에게 ‘단경의 고사’를 잊지 말라고 당부하면 지나친 사치일까요!
단기
4349년, 불기 2560년, 서기 2016년, 원기 101년 4월 1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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