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40327. 피그말리온 효과
수줍은 성격에 소극적이고 사교성도 부족하던 한 젊은 여성이 있다. 그런데 주도면밀한 계획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그녀가 매우 사교적인 여성이라는 선입견을 불어 넣는다. 그러자 그 젊은 여성은 대인 관계에서 점차 자신감과 안정감을 갖게 되고 마침내 당당하고 활기찬 성격의 소유자로 탈바꿈한다. 그녀가 사교성을 갖춘 여성이라는 사람들의 생각이 사교적 행위를 유발하였던 것이다. 이렇듯 어떻게 되리라는 주변의 기대와 믿음이 영향을 끼쳐 결국 그러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이론을 자기충족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 한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로젠탈(R. Rosenthal)과 교육학자 제이콥슨(L. Jacobson)은 이 이론을 교실에 적용하여 교육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연구의 초점은 학생의 지적 수행 능력에 대한 교사의 기대가 교육상의 자기 충족 예언으로 작용 하는지의 여부를 밝히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선생님이 어떤 학생을 두고 공부를 잘할 것으로 기대하면 실제로 그 학생의 성적이 오르는지 아닌지를 살펴보려는 실험이었다. 실험 방법은 독특했다. 멕시코계 학생이 많이 다니는 중소도시의 초등학교가 실험 대상으로 선정된다. 연구자들은 학년 초에 전교생을 상대로 지능검사를 실시한다. 검사를 마치고 전체의 20%가량의 학생 명단을 교사들에게 통보한다. 이들이 앞으로 지적으로 크게 성장할 아이들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이 ‘특별’ 학생들은 무작위로 선정된 것이다. ‘특별’ 학생과 일반 학생 사이의 차이는 오직 교사의 마음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8개월 후 실시된 2차 검사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 1차 검사와 비교해서 성적이 20점 이상 향상한 학생의 비율이 일반 그룹에서는 19%인 데 비해 ‘특별’ 그룹에서는 무려 47%로 나타난 것이다. 그동안 ‘특별’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나 개인 지도는 물론 없었다. 단지 때가 되면 이 어린이들이 지적으로 활짝 꽃피우게 되리라는 교사의 기대와 믿음이 있었을 뿐이다. 연구자들은 추론한다. 교사의 이러한 기대와 믿음이 ‘특별’ 학생을 대하는 눈빛, 표정, 말투, 몸짓 등을 통해 은연중 표현되고, 이를 받은 학생은 자의식과 자신감 그리고 학습 동기 등에 변화를 일으켜 성적 향상에 보탬이 되었으리라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결과는, ‘특별’ 그룹의 성적에서 고학년보다 저학년이, 그리고 저소득 계층에 속하는 멕시코계 학생들의 점수가 더욱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고학년보다 학습 능력이 덜 여물어 있는 저학년 학생들이 교사의 영향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으며, 상대적으로 교사의 기대와 믿음을 받아보지 못했던 멕시코계 어린이들이 예기치 못한 선생님의 관심에 더욱 크게 반응했으리라 추정된다. 연구자들은 외모가 좀 더 멕시코 사람답게 생긴 어린이가 더 큰 반응을 보였다는 재미난 분석도 내놓는다. 평소 가장 낮게 평가받던 대상이 의외로 큰 그릇이었다는 사실에 교사가 더 크게 놀라고, 이후 더 큰 관심을 보인 결과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사람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새삼 일깨우는 대목이다.
로젠탈과 제이콥슨은 결론적으로 교사의 기대가 학생의 성적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즉 교사의 기대 수준을 높이면 학생의 성적이 향상되고, 또한 학생의 성적이 향상되면 다시 교사의 기대 수준이 높아진다는 결론이다. 그들은 “교사는 교실 안의 피그말리온”이라고 정의하며 연구를 마무리한다.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간절히 기대하고 바라던 것이 실제로 현실로 나타나 혼이 없는 조각상에 생명이 깃드는 기적이 일어났듯이,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는 심리학 용어는 간절한 기대가 현실을 만들어가는 힘으로 발휘된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즉 마음의 힘, 정신의 힘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사람의 마음은 창조의 기적을 이룰 수 있는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다. 돌덩어리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도 있고, 빈민가 처녀를 요조숙녀로 만들 수도 있다. 사람을 두고 가벼이 판단하거나 쉽게 포기할 일이 아닌 것 같다. 또한 선입견과 편견에 매몰되는 것도 경계할 일이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로젠탈과 제이콥슨의 연구 결과는 피그말리온 효과 이론을 교육학계에 회자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들은 어떤 교육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사의 마음이라고 주장한다. 교재, 교수법, 교육 기자재, 교실 여건 등도 훌륭한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들이지만, 그 무엇보다 학생 개개인을 대하는 교사의 마음, 즉 기대와 믿음, 그리고 사랑과 관심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이다.
교사가 학생을 거지로 대접하는 교실에서는 거지가, 왕자로 대접하는 교실에서는 왕자가 많이 태어나리라. 이것은 부모가 자녀에게 바라는 것에도 마찬가지이다
(여러곳에서 가져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