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 40번가의 파리바게뜨 매장. 전체 면적이 약 373㎡(약 113평), 4층 규모의 이 매장은 손님들로 항상 붐빈다. 맨해튼을 찾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인근 직장인들이 주요 고객이다. 맨해튼 40번가는 뉴욕의 중심인 타임스퀘어 인근에 있어서 핵심상권에 속하는 곳으로, 이 매장의 한 달 임대료는 4000만원에 달한다. 파리바게뜨가 미국에 진출해 ‘오봉팽(Au Bon Pain)’ ‘파네라브레드(Panera Breads)’ ‘프레타망제(Pret A Manger)’ 등 현지 베이커리 브랜드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격전지이기도 하다.
국내 토종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근접한 2000년대 중반부터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톱10 기업이 전체 해외 매장의 62% 차지
이후 정부가 2012년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해외 시장 진출이 더욱 활발해졌다. 한류의 영향으로 해외에서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의 해외 매장은 2015년 4656개(138개 업체)에서 2016년(10월 기준) 5476개(188개 업체)로 증가했다. 2010년(991개) 대비 5배 넘게 늘었다. 국가별로는 중국(2786개)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미국(1188개), 베트남(306개), 필리핀(253개), 인도네시아(182개)순이었다. 아시아 지역 매장이 4138개로 전체의 75.6%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 매장이 가장 많은 브랜드는 ‘델리만쥬’로 869개다. 카페베네가 531곳으로 2위이고 치킨커플(380개), 더후라이팬(302개), 롯데리아(263개), 파리바게뜨(240개), 레드망고(218개), 뚜레쥬르(217개), 본촌치킨(194개), 투다리(169개)가 뒤를 이었다. 이들 상위 10개 기업이 전체 해외진출 매장 수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델리만쥬의 해외진출 성공 비결로는 ‘크림 생과자’의 인기가 꼽힌다. 2004년 뉴욕에 해외 1호점을 낸 델리만쥬는 지난해 미국 매장을 700곳으로 늘렸다. 중국·베트남 등에도 활발히 진출해 전 세계 매장이 2014년 600곳에서 지난해 869곳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 치킨 프랜차이즈도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00% 수제 오븐 치킨으로 부산에서 사업을 시작한 치킨커플은 중국 내 가맹점이 380개에 달할 정도로 중국에서 인기가 높다. 2007년 서울 신촌 홍익대 앞 작은 가게에서 시작된 더후라이팬은 닭의 안심만 튀겨 해외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본촌치킨은 얇고 바삭한 껍질과 달콤하고 매콤한 양념 맛의 조합을 통해 미국에서 ‘중독성 있는 독특한 맛’으로 평가받고 있다.
맛·서비스 현지화가 성공 요건
2003년 서울 신촌 이화여대 인근에 처음 문을 연 아이스크림 전문점 레드망고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이라는 참신한 메뉴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해외 1호점을 낸 뒤 빠른 속도로 매장 수를 늘려 지난해 218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도 해외 영토를 계속 넓히고 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파리바게뜨는 2004년 9월 중국 상하이에 진출한 이래 올해 5월 현재 5개국에 총 26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2014년 7월 국내 최초로 빵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도 진출했다. 파리바게뜨 해외 매장 수의 70% 이상은 중국에 있다. 현재 중국 주요 도시에서 19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CJ푸드빌의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는 해외에 217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뚜레쥬르는 역시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 매장 수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은 직접 진출과 마스터프랜차이즈(MF) 진출 두 가지 방식을 동시 적용하고 있다. 11개의 성(省) 및 자치구 총 16개 지역에서 마스터프랜차이즈로 출점해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
이 밖에도 피자 전문점 ‘미스터피자’, 고기구이 전문점 ‘본가’, 빙수 전문점 ‘설빙’ 등도 미국·일본·중국 등에서 선전하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국내에서의 과당경쟁으로 사업 확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진출은 새로운 활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기는 만만치 않다. 이미 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성공사례는 많지 않다. 해외 시장 진출에 실패하는 요인으로 사전 준비 부족, 현지화 실패, 자금 및 전문인력 문제, 현지 정보 부족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꼽힌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맛과 서비스를 현지화하는 게 성공 관건”이라며 “현지에 맞는 지속적인 메뉴와 서비스 개발로 혁신을 거듭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액세서리 브랜드 ‘못된고양이’ 베트남에 100호점 오픈 ‘목표’
해외 시장에 진출한 국내 프랜차이즈 대부분이 외식 브랜드다. 이런 가운데 해외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 ‘못된고양이’가 주목받고 있다. 액세서리 분야의 해외 진출은 한국 제품을 그대로 해외로 수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식 프랜차이즈 해외 진출에 비해 수출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못된고양이는 2014년 10월 처음으로 캄보디아에 매장을 내고, 바로 그 다음 달 미국 하와이에 이어 필리핀, 베트남까지 진출해 현재 4개국에 총 13개의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7월에는 싱가포르에 매장을 연다.
못된고양이가 가장 기대하는 국가는 베트남이다. 향후 베트남에 100호점까지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베트남을 동남아 시장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서다.
못된고양이가 동남아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지속되고 있는 한류의 영향과 한국에서 만든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에 대한 높은 선호도가 꼽힌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한국에서 만든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이 좋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동남아 등 해외에서 운영되는 못된고양이 매장 콘셉트와 상품들은 국내와 동일하다”며 “제품이 한국산이라는 것을 더 강조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