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종합 ‘판교’ 변수로 분당은 지금 손익계산 중

[권경욱]

‘판교’ 변수로 분당은 지금 손익계산 중

매경이코노미 2007-11-10 11:01:00

분당 서현역 로데오 거리

지난 10월 30일, 분당 최고가 랜드마크 단지로 불리는 파크뷰 앞. 추운 날씨 탓인지 파크뷰 단지와 두산 파빌리온 사이에 몰려 있는 중개업소들엔 그야말로 찬바람이 불었다.

부동산경기 침체를 반영하듯 중개업소마다 상담고객은커녕 전화벨 소리 듣기조차 쉽지 않았다. 중개업자들 말투에도 역시나 쌀쌀함이 묻어 있었다.

“거래도 문의도 전혀 없어요. 완전히 파리 날리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다 죽게 생겼어요.”

파크뷰 상가 바우부동산의 정필순 소장 얘기다.

분당을 비롯한 신도시 아파트경기가 침체되면서 분당의 대표단지인 파크뷰 역시 한파를 피할 순 없었다. 그나마 가격을 많이 떨어뜨린 급매물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매매와 전세 모두 정체를 보이는 중. 109㎡(33평)의 경우 9억5000만원, 179㎡(54평)는 17억원 선에 매매가가 형성돼 있다.

“넓은 평수는 양도세를 엄청나게 물어야 하니 당연히 매물을 내놓지 않고 기다리죠. 다만 100㎡ 정도의 작은 평수들은 그나마 급매물이 나오면서 거래가 가끔씩 성사됩니다. 결국 지금이 바닥이라고들 하지만 이대로 간다면 분당 아파트경기가 언제 살아날지 저희도 예측하기 어렵네요.”

‘신도시 집값 폭락설’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일산, 평촌 등은 물론이고 수도권 신도시의 대표주자 격인 분당 역시 탄탄하던 집값 지지선에 서서히 이상이 생기는 분위기다.

급매물이 가끔씩 나오는 가운데 거래가 거의 끊긴 상황. 이 때문에 ‘대선 효과’에도 불구하고 감히 누구도 집값 향방을 예측하기 힘들다. 부동산시장의 ‘과도기’로 불리는 지금 분당 부동산의 현실과 미래를 심층 진단해봤다.

분당 집값은 최근 많이 빠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3월까지 소폭 상승세를 보이다가 4월부터 본격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많게는 한 달 만에 0.36%(4월) 하락하면서 10월까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일반 아파트는 물론이고 집값이 꺾일 줄 모르던 주상복합단지까지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시세보다 1억~2억원을 깎는 것은 기본. 아예 거래가격을 표시하지 않은 채 매수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대기성 매물’도 꽤 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PB팀장은 “분당은 관망세가 대세인 가운데 중대형 평형 위주로 조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 2기신도시 비해 집값 높아 수요 줄어 ■

분당에 급매물이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 2주택 이상자들이 대개 강남과 분당에 집 한 채씩 갖고 있는데 강남 대신 나머지 수도권이나 신도시 등의 고가 주택을 매물로 내놓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높은 세금을 피하려는 수요가 많은 셈이다.

신도시별로 봤을 때 분당, 평촌 등 1기신도시 대신 새로 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2기신도시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도 한몫했다. 이 때문에 1기신도시 대표주자인 분당이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는 얘기다. 1기신도시 아파트들이 대체로 지은 지 10~15년이 넘어 판교, 동탄 등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많아진 것도 한 원인이 됐다.

장경철 3M컨설팅 대표는 “세금, 대출 규제 강화 때문에 집값이 많이 오른 1기신도시보다 집값이 싼 구시가지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설명한다. 상대적으로 2기신도시는 1기에 비해 인구밀도가 낮아 쾌적하다는 것도 한몫했다.

물론 분당 주민들 역시 가만히 두고 보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흐름 중 하나가 요즘 분당 아파트에 불고 있는 ‘리모델링 바람’. 판교, 송파 등의 신도시 입주 시점에서 분당 역시 리모델링을 통해 활로를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GS건설은 최근 분당 효자촌 그린타운 주민들을 대상으로 리모델링 사업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다만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면 3.3㎡당 300만~350만원이 필요할 정도로 부담이 크다. 가뜩이나 집값이 하락 기조인 상황이라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가격 상승 기대감으로만 반영될 뿐 호가와 시가 간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 당연히 거래는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정작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도 많지 않고 재개발·재건축처럼 진척도에 따라 사업성이 적잖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리모델링 단지들이 전체적으로 약보합세를 띠는 게 특징”이라고 밝힌다.

현지 분위기도 마찬가지. 리모델링 기대감만 많을 뿐 정작 사업에 나서려면 장고(長考)를 거듭할 것이란 의견이 대세다.

정필순 바우부동산 소장은 “그나마 리모델링이 분당 부동산 회생을 위한 고육책이라고 하지만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대형 평형을 제외하면 쉽게 리모델링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힌다.

　

■ 판교효과, 정자·서현동에 호재지만 나머지는? ■

분당 부동산 흐름을 살펴볼 때 가장 중요한 변수는 내년 말부터 시작될 판교신도시 입주다. 판교에서 가장 가까운 서현역을 중심으로 분당 상권에 수요가 몰리면서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아파트 역시 덩달아 기대 효과를 입을 수 있다.

박합수 팀장은 “판교 입주가 시작되면 분당의 가치가 동반상승할 수 있다. 판교신도시에 임대아파트 비중이 높아 고급 아파트 프리미엄을 유지하기 어려울 경우 분당 아파트가 반사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지역별로 봤을 때는 부촌으로 불리는 정자동이 적잖은 호재를 입을 전망이다. 신분당선을 통해 강남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데다 용인 남부지역 환승센터 역할을 하면서 자연스레 상권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 주민들은 대체로 판교 입주를 호재로 보고 있지만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필순 소장은 “분당 주민들이 판교로 대거 이동하면서 분당에 처분 대기 매물만 한꺼번에 늘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새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오랜만에 집값이 안정된 상황에서 규제를 확 풀진 않을 겁니다. 주식투자 열풍이 불고 대출 규제와 세금 부담이 지속되는 한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돌아오긴 힘들어요. 또한 판교가 입주한다 해도 분당 주민들이 판교 당첨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한꺼번에 수요가 옮겨갈 겁니다. 분당의 중심축이 정자동에서 판교로 이동한다는 얘기입니다. 처분해야 하는 대기 매물이 급격히 늘어 공급 물량이 풀리면 분당의 가치가 쉽게 꺼질 수 있죠. 제 생각엔 분당 입장에서 결코 호재로 보긴 힘들어요.”

판교 입주 효과가 분분한 가운데 주변 개발지역과의 역학구도 면에서 보면 분당이 수도권 개발 중심 축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많았다.

부동산 전문가인 한태욱 대신증권 부장은 “분당 부동산은 서울 강남권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판교를 시작으로 용인, 동탄 개발이 가속화되면 분당이 남쪽으로 이어지는 개발축의 시작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와 함께 강남권 중층 아파트 재건축 허용 여부도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태욱 부장은 “분당과 가까운 강남의 재건축이 허용되면 일시적으로 전세 수요가 늘어 분당 전세시장이 한동안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점친다.

　

■ 강남 재건축 허용되면 전세는 강세 예상 ■

이런 변수를 종합했을 때 당장 내년엔 안정세 기조 속에 소폭의 변화가 시작될 전망이다. 먼저 돌발변수가 없는 한 상반기엔 비교적 안정세를 보일 수 있다. 정책변수를 제외하고는 금리, 수급, 수요자 심리 면에서 특별한 상승, 하락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하반기에는 강보합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판교, 송파 등 인근 신도시 개발이 촉진되고 용인 광역개발계획과 맞물려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급등과 급락 현상이 한꺼번에 나타나기보다는 3~5% 정도의 약한 등락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하반기에는 참여정부 규제정책 약발이 부동산 가격에 이미 반영된 데다 경기회복, 구매심리 증가, 급매물 소화로 인한 매물 부족 현상이 분당 부동산시장을 강보합세로 돌아서게 할 것”이라고 밝힌다. 물론 아파트를 제외한 상권, 오피스텔 등은 여전히 탄탄한 입지를 유지할 전망이다. 실제 서현역 앞 매장들은 수요가 많고 오피스텔 역시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분위기다.

부동산 규제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자금들이 임대수익이 좋은 오피스텔로 몰렸기 때문. 오피스텔 임대료는 37.8㎡의 경우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 수준이다.

서현역 앞 성지하이츠텔에 위치한 성지공인 강종남 대표는 “새로 들어선 오피스텔의 경우 월 임대료가 최근 한 달 새 10만원 이상 오른 곳도 많다. 판교 입주가 시작되면 수요가 많아져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밝힌다.

분당 정자역 주변 아파트 단지들

상권 역시 마찬가지.

삼성플라자 매각으로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긴 했지만 매장마다 권리금이 최소 1억원 이상 붙어 있고 매매가 역시 목 좋은 곳은 40억원을 훌쩍 넘은 상황이다.

강종남 대표는 “분당 상권 중에는 서현역이 가장 위치가 좋고 판교로 통하는 길목에 있기 때문에 상권 기반이 취약한 판교 주민들이 이곳으로 대거 몰려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파트는 제쳐놓고라도 상권만큼은 판교 개발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 수도권 신도시의 미래는? 】

◆ 중소형 위주로 상승할 듯

= 지금 수도권 신도시 부동산시장은 정중동(正中動) 상태다. 대체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집값이 서서히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앞으로 집값이 폭등할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 추가 신도시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상당기간 수요보다 공급이 초과되기 때문. 게다가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되면서 기존보다 저렴한 물량이 봇물처럼 터지는 것도 한몫했다.

중요한 건 실수요자 심리.

한태욱 부장은 “실제 정책 효과보다 분양가가 낮아질 것이란 실수요자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향후 수도권 집값 안정세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다.

다만 시장이 대형·고가 아파트와 중소형·중저가 아파트로 철저히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고가 아파트는 매수세가 둔화되면서 보합 수준을 유지하고 반대로 중저가 아파트는 실수요자 매수세가 어느 정도 뒷받침될 것이란 얘기.

즉 중소형 아파트는 저가 메리트가 있는 지역 위주로 소폭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다. 이런 상황에서 실수요자가 보다 저렴한 지역을 찾아다니면서 수도권 전체적으로 ‘순환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분당, 평촌 등 다른 신도시에 비해 일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한태욱 부장은 “일산 지역은 주변 파주신도시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공급 물량이 수요를 크게 넘겨 상당기간 집값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