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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인 ]제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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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SIGN) 10부(0125-1)
씬/1 D, 시장일각
멍하니 터벅터벅 걷는 다경. 자기도 모르게 어느 새 저 앞쪽으로
강식의 생선가게가 보인다.
보면 강식, 손님과 흥정중이다.
강식 매운탕 끓이시게? 오늘은 우럭이 좋은데..
손님 우럭이 좀 물이 안 좋아 보이는데..
강식 물이 안 좋긴, 이거봐요. 완전 살았네, 살았어.
다경, 강식을 보면서 기운내자, 생생한 얼굴로 돌변해서 다가간다.
다경 어머, 정말 우럭 물 좋다. 완전 싱싱한데요.
손님 (뭔가 보는)
강식 너, 이 시간에 웬일이야?
다경 웬일은(손님보며)우럭이 이집에서 완전 최고에요. 한번 잡숴보면
안대니까요. 1000원 빼드릴께요.
손님 (피식 웃으며)아가씨가 장사를 더 잘하네.
다경 (웃으며 우럭 들고)매운탕 하실꺼라 그랬죠? 적당하니 손질해
드릴께요.
손님 알았어요. 한 마리 줘요.
다경, 밝은 얼굴로 우럭 들고, 안으로 들어가서 손질을 하려고 칼을 든다.
강식은 의아한 듯 보지만, 손님이 지갑 꺼내자, 계산을 시작하고..
다경, 칼 들고 우럭 손질을 하려는 순간,
자신의 손에 들린 생선 칼이 서서히 메스로 변한다.
-인서트 컷
-9부, 메스를 잡고 누워있는 김종호의 탄환자국이 있는 늑골밑을 절개하는
다경.
-늑골 밑부터 시작해서, 옆구리 부분까지 침착하게 절개한다.
순간, 이상한 느낌에 힐긋 김종호의 얼굴을 보는데.. 김종호가
눈을 뜬 채 다경을 바라보고 있다.
현실로 돌아오면 헉! 하면서 뒤로 물러서는 다경.
그 뒤에 서 있던 강식, 안색이 안 좋은 다경을 보면서
강식 왜 그래? 베었어?
다경 (아직도 가슴이 뛰고, 손은 떨리지만, 최대한 힘든 기색을 감추는) 아..아니..
강식 내가 할게 절루가. (칼 잡으면서)근데, 너 이 시간에 웬일이야?
다경 아.. 그게 어제 밤까지 일했잖아. 그랬더니, 오늘은 쉬래.
강식 진짜, 괜찮은 거야? 어디 아픈거 아냐?
다경 (힘들지만 최대한 밝은척) 건강하면 고다경인데..
아, 뒤쪽에 생선 박스 좀 정리할게.
하면서 가게 뒤쪽으로 걸어가는 다경.
강식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걸어오자.. 그제서야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다.
후... 김종호에 대한 생각을 떨치려는 듯, 기운 내자.. 심호흡을 한다.
씬/2 D, 국과수, 지훈의 사무실.
사무실에 앉아있는 지훈, 책상위에는 지하호프집 현장사진,
발혈점을 체크한 사진과 자료들, 양정수 부검사진들이 가득하다.
지금까지 계속 자료들을 검토해봤지만, 전혀 감이 안 서는 듯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다가.. 문득 생각에 잠기는 지훈의 얼굴위로
-인서트 컷
9부, 지훈을 신뢰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다경.
다경 선생님이 다시 찾아주실 꺼잖아요. /
유일한 증거였던 파라블럼탄은 검찰에 압수됐고..
부검할 시신도 남아있지 않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진실을
밝혀주실 꺼라고 믿어요.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 기운을 내서 자료들을 검토해 보려는 듯
고개를 드는 지훈, 그러다가 지훈의 시선,
정병도와 함께 찍은 사진에 머문다.
씬/3 D, 정병도의 한옥집
거실에서 의학서적을 읽고 있던 듯한 정병도. 전화를 받고 있다.
정병도 일은 안하고 왠 전화질이냐?
씬/4 D, 국과수, 지훈의 사무실.
지훈, 정병도의 농담에 엷게 웃지만, 김종호 사건에 대한 부담감때문인 듯
이내 얼굴 어두워진다.
지훈 바쁘세요?
정병도(소리) 뭔 일인지 얘기해봐.
지훈 ...
정병도(소리) 니가 연애 때문에 고민할 놈도 아니고, 부검 얘기냐?
지훈, 가만히 현장사진을 바라보다가
지훈 ...두 명이 총에 맞아 죽었어요. 그런데.. 한구는 화장되고.. 한구에선 탄환 증거를 발견했지만, 검찰에 압수당했어요.
더 이상 부검할 시신이 없습니다. 진실을 밝힐 방법이 없어요...
이하, 정병도와 지훈의 모습 교차되서 보여진다.
정병도 (자상한)언제나.. 넌 그게 문제야. 니 실력하나만 믿고 앞으로만
달려가지. 가끔은 뒤도 돌아봐야 된다.
지훈 ..
정병도 너 처음 부검 시작할 때,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냐?
지훈 지겹게 강조하셨잖아요. 기본을 잊지 말라고..
정병도 그래.. 막힐수록, 급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해.
부검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냐?
지훈 부검은 현장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번 현장은 조작됐어요.
씬/5 D, 지하호프집
반지하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호프집 안에서 지훈이 행한 발혈점
검사를 한 스텐드에서 서서히 카메라 팬하면, 호프집에 와서 서 있는
이명한과 장변호사.
이명한 (발혈점 조사한 흔적을 바라보면서)윤지훈선생이 왜 대단하다고
하는 줄 아십니까? 부검에만 능한 게 아니에요. 현장이면 현장,
이론이면 이론.. 막히는게 없는 사람입니다.
(장변호사를 바라본다)총기사고의 경우, 부검보다 현장이 훨씬더
중요합니다. 현장 조작 자신있으세요?
장변호사 이번 현장 조작은 완벽합니다. 미헌병대원과 관련된 혈흔은
모두 지웠고, 진짜 탄환증거들도 모두 폐기했습니다.
씬/6 D, 지훈의 사무실
정병도와 통화를 하고 있는 지훈.
한옥집의 정병도와 사무실의 지훈 모습 교차로 보여진다.
정병도 현장이 조작됐다.. 왜 조작했을까..
지훈 ....
정병도 진실을 가리기 위해서 조작됐을 꺼다.
하나하나, 인내심을 가지고 조작된 부분을 하나둘씩 지워봐라.
그러면.. 결국 가려진 진실이 보일게다.
지훈 ....(뭔가 잡히는 듯한)
정병도 대신, 조작된 것과 진실을 구별할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해.
너라면 할 수 있을 꺼야.
지훈의 눈빛, 가닥이 잡히기 시작한다.
씬/7 D, 지하호프집.
이명한, 장변호사를 바라본다.
이명한 아무리 완벽하다고 해도.. 대비를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서로를 바라보는 이명한과 장변호사.
이명한 윤지훈 선생은 여기서 절대 그 어떤 증거도 찾아내선 안됩니다.
장변호사를 바라보는 이명한의 눈빛에서
씬/8 D, 대검찰청 외경
오후
씬/9 D, 대검, 감찰부 사무실.
사무실에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는 사람들.
이한이 들어오자 직원 한명이 일어서서
직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한 최중섭 부장님 좀 뵈러 왔는데요.
직원 지금 손님이 와 계신데.. 선약이 있으세요?
이한 ..아뇨..
직원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이한 .. 아들이라고 전해주세요.
직원 아들.. (깜짝 놀라는)아들이요?
씬/10 D, 대검, 감찰부 최중섭의 사무실
예전, 중앙지검 시절의 부장검사실 보다 넓고, 고급스러운 사무실.
‘대검 감찰본부 과장 최중섭’ 이란 명패보여지고..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문 열린다. 테이블에 누군가와 마주앉아 있던
최중섭, 보면 들어서는 직원.
최중섭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을텐데..
직원 그게.. 아드님이 오셔서..
최중섭 아들?
보는데, 직원 뒤쪽으로 들어서는 이한.
반갑고 놀란 얼굴로 일어서서 이한에게 다가오는 최중섭.
이한과 함께 들어온 직원에게 눈짓하면, 직원 인사하고 문 닫고 나간다.
최중섭 아들이라구?
이한 그럼 내가 아들이지 딸이야?
최중섭 (흐뭇하게 보다가)아들로 온 거란 얘기지. 경찰이 아니라..
이한 부탁이 있어서 왔어요.
최중섭 경기북부 총기사고 얘기냐?
이한, 그걸 어떻게.. 하고 보는데, 최중섭의 등 뒤, 최중섭과 마주앉아
있던 누군가가 일어선다. 보면 우진이다.
이한, 의외라는 듯 놀란 눈빛으로 본다.
-시간경과되면
테이블에 함께 마주앉아 있는 최중섭과 이한, 우진.
최중섭 그러니까, 경기지방 검찰청, 박영준검사가 총기사고를 은폐하려고
한다.. 이건가?
우진 예.
최중섭, 우진이 작성해서 가지고 온, 사건조서를 생각에 빠져서 바라본다.
최중섭 반박증거가 김종호와 같은 파 조직원인 지동구의 증언밖에 없는데.. 여러모로 신빙성이 부족해.
일단, 죽은 용의자들과 친한 사이여서 위증을 할 가능성이 많고,
미군이 쐈다고 하지만, 어디 소속인지, 계급도 이름도 모르잖나.
이한 파라블럼탄은 어쩌구?
최중섭 증거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없어. 일단 무시해.
이한 아빠!
최중섭 그런데, 박영준검사측의 조서를 보면 현장에서 수거된 탄환, 탄피,
부검소견서. 모든 게 깔끔하군.
이한 그래서.. 그냥 넘기자구? 대한민국 검찰, 이 정도 밖에 안돼?
죽은 사람의 인권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거야?
최중섭 난 대검 감찰본부의 검사야. 모든 편견을 버리고 공정한 시선으로
사건을 처리해야할 책임이 있어.
우진 그래서 안된다는 겁니까?
최중섭 그래. 이 사건 그냥 덮게.
최중섭, 우진이 작성해온 서류를 탁 덮는다.
이한 아빠!
최중섭 여기까지가.. 내 공식적인 의견일세.
우진, 예상은 했다. 답답한 얼굴.
최중섭, 얘기 끝났다는 듯 두 사람을 말없이 보다가,
다시 천천히 입을 연다.
최중섭 이제부터... 비공식적인 의견을 얘기해 주지.
고개를 들어서 우진을 보는 최중섭.
최중섭 정우진, 이 상황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는 거야?
우진 ...
최중섭 넌 같은 동료검사를 고발하는 거야. 검찰조직이 어떤 조직인지
알고 있겠지? 니 양심은 지킬 수 있겠지만, 니 옆엔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거다. 평생 배신자로 낙인 찍혀서 한직으로 돌다가
검사복 벗을 수도 있어. 각오가 되 있나?
우진,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멈칫한다.. 그런 우진의 얼굴위로 스치는 생각
-인서트 컷
9부, 지하호프집 앞에서 우진을 다그치는 지훈.
-지훈 ‘너 이럴려고 검사됐어?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굽신거리면서
아무 죄도 없는 사람 기소해서 감방 쳐넣을려구 그 어려운 공부해 가면서
검사된거야?
-지훈 ‘내가 알던 넌, 적어도 이런 애 아니였어. 하루에 한시간도 못 자면 서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고, 이게 사람 사는 거냐, 힘들어 했지만,
그래도 그때 넌 니가 왜 검사가 되고 싶은지, 생각이 있고 꿈이 있었어. ‘
현실로 돌아오면, 이한도 최중섭도 우진의 대답을 기다린다.
우진, 결심을 굳힌 듯, 최중섭을 바라본다.
우진 (천천히 입을 연다)예... 꼭 이 사건 밝혀내고 싶습니다.
단호한 눈빛으로 최중섭을 보는 우진. 이한, 이런 면도 있었나? 우진을
힐긋 본다.
최중섭 좋아. 증거, 찾아와. 양정수와 김종호를 죽인 미군의 이름, 계급,
소속 알아오라구. 그럼, 박영준 대신 정우진 너한테 이 사건
넘겨주지.
우진과 이한, 얼굴이 밝아진다.
우진 알겠습니다.
최중섭 한가지 더.. 미군과 관련된 사건은 모두 몸을 사리기 마련이야.
윗선을 움직이려면, 언론을 움직여야 해.
여론이 들고 일어나면 게임은 그때부터 시작이야. 내 말뜻 알겠나?
우진 예.
이한 (씨익 웃으며)가끔은 멋있다니까..
이한, 일어나서 기운 차게 방을 나간다. 우진도 그 뒤를 따르다가
멈칫하고는 최중섭을 뒤돌아본다.
우진 근데.. 왠일이세요?
최중섭 (보다가)나도 비공식적으론 양심있는 놈이야.
씬/11 D, 문방구
오후, 동네, 한적한 문방구에서 팩스를 보내고 있는 우진.
들어가는 팩스 보면, 우진이 작성한 이 사건의 전반적인 개요가 적힌
서류다. 뒤쪽에서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이한.
이한 인터넷 매체들에만 돌리는 거에요?
우진 신문사는 데스크에서 짤릴 가능성이 커요.
여론을 움직이려면 인터넷 매체들이 더 적당해요.
마지막 팩스 용지를 집어넣는 우진.
우진 이제.. 총을 쏜 미군이 어디 소속의 누군지를 알아내는 일만
남았네요.
이한 외사과 쪽을 통하면 사건당일 인근 미군부대의 외출기록을
찾을 수 있을 수 있을 꺼에요.
씬/12 N, 국과수 외경
저녁
씬/13 N, 연구사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일들을 하고 있는 성진, 완태, 재영, 다른 연구사들.
그때, 자료들고 들어서는 숙주.
숙주 이거 부탁한 자료..
들어서다가 의자에 앉아있던 재영과 눈이 마주친다.
숙주도 시선을 외면하고, 재영도 움찔하면서
재영 (어색한)어, 맞다. 오늘 부검한 샘플들 좀 수거해야 겠네..
재영, 일어나려는데..
성진 아까, 다 했잖아.
재영 아.. 그랬나?
어색하게 자리에 앉는 재영, 숙주를 외면하고 컴퓨터화면을 바라보고
숙주도 어색한 듯 ‘그럼..’하고 나가려는데
완태 둘이 무슨 일 있었어?
재영 (괜히 발끈)무슨 일은! (하다가 숙주와 눈 마주친다. 다시 외면하며) 없었어..
완태 없긴.. 뭔가 있구만.
숙주 아, 됐으니까 일이나 해요. 일이나..
하려는데, 숙주 바로 옆의 전화기 울린다.
숙주 여보세요. 예, 국과순데요. 예? 그게 무슨 소리세요?
그때, 여기저기 하나둘씩 울리기 시작하는 전화벨.
성진 예, 국과숩니다. 뭐라구요? 그게.. 잘.. 무슨 소린지..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로 난리가 난 연구사 사무실.
어리둥절하게 주변을 둘러보는 완태,
그때, 컴퓨터 화면 바라보던 재영, 뭔가를 바라보고 눈빛이 굳는다.
재영 이거 뭐야..
완태 (재영 컴퓨터 화면으로 다가오며)왜?
(놀란다)경기북부 총기사고.. 미군개입 의혹.
국과수, 검찰 사건 은폐 조작?
그 소리에 전화받다가 놀라서 컴퓨터 화면으로 다가오는 성진과 숙주.
씬/14 N, 국과수 복도 일각
여기저기 시끌벅적하게 뛰어다니는 직원들 사이를 당황한 얼굴로
걸어오는 인혁.
씬/15 N, 국과수 원장실
미친 듯이 울려대는 원장실의 전화벨. 굳은 얼굴로 쇼파에 앉은 채,
생각에 빠진 이명한.
다급한 노크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인혁.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명한에게 뭐라고 얘기하려다가, 전화벨 소리가 시끄러운 듯,
전화선을 뽑아버리려는데
이명한 (고개 들지 않고)그냥 놔두게.
인혁 원장님...
이명한 당황하지마. 이 정도 일쯤은 당연히 예상했어야지.
인혁 하지만..
이명한, 일어나서 주인혁을 본다.
이명한 양정수를 부검한 집도의로써.. 자네는 한 점 부끄럼이 없어.
안 그런가?
인혁 ...원장님.
이명한 (강한 눈빛으로)자네 부검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나?
인혁 (보다가)아닙니다.
이명한 (그제서야 빙그레 웃는다)그래. 그 누가 물어봐도.. 그렇게
대답해야 해. 내일이면, 이 사건은 종결될꺼고..
진범인 미군은 미국으로 출발할거야. 그럼.. 모든 게 끝나.
인혁을 바라보는 이명한의 흔들림 없는 시선.
씬/16 N, 검찰청, 우진의 사무실
전씬에서 ‘CAMP HALLOWEEN 외출기록’이라고 적힌 종이로 오버랩되는
화면. 보면, 하나둘씩 볼펜으로 체크하면서 1차 용의자명단을 작성중인
이한과 우진. 몇 십장의 종이들을 붙잡고 몰두해 있다.
이한 권총을 자유자재로 쓰는 헌병이나 장교계급일 확률이 큽니다.
일단 그 계급을 가려내야 되요.
출입기록을 살피는 우진과 이한 시선으로 출입기록의 계급란,
헌병을 가리키는 MP와 장교를 가리키는 LT, CPT, MAJ들이 퀵줌된다.
그 중에서 MP JUSTIN COOPER 라는 외출기록을 발견하고 용의자 명단에
옮겨적는 이한.
씬/17 N, 다경의 방.
스텐드 하나 켜놓은 채 멍하니 앉아있는 다경.
가만히 손안에 든 서윤형 미세섬유가 담긴 키트를 보고 있다.
그때, 창밖에 바람이 부는 듯, 덜컹덜컹 움직이는 창문.
그 소리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드는데.. 순간, 다경 방안에
자기 말고 다른 사람이 있음을 느낀다.
섬뜩한 느낌에 고개를 들어 스텐드 불빛 너머 방 한켠 구석의 어둠을
바라보는데, 어둠속에 서있는 사람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발부터 천천히 틸업을 하면 어둠속에 서 있는 그림자,
가슴쪽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김종호다.
다경, 너무 놀라서 숨도 못 쉬고 바라보는데..천천히 고개를 들고
다경을 바라보는 김종호. 죽기엔 아직 젊은 해맑은 얼굴로 다경을
본다. 눈빛이 슬프다.
다경, 그 눈빛이 두려운 듯 떨리는 시선으로 본다. 겁나고, 두렵다.
그런데 천천히 손을 뻗는 김종호, 다경에게 점점 다가온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경의 시선, 으아악!! 비명을 지르는데..
화면 바뀌면, 스텐드 켜져 있는 상태에서 의자에 앉아 쪽잠을 자던
다경, 비명을 지르면서 일어선다.
식은땀 투성이에 벌벌 떨리는 손. 거친 숨소리..
꿈이었구나.. 그러나 꿈에서 현실로 돌아오긴 했지만, 이 모든 게
너무 버겁다.
그때 울리는 전화벨. 숨을 가다듬고.. 발신인을 본다. 지훈이다.
씬/18 N, 다경의 집 앞.
불안한 얼굴로 집을 나서는 다경.
보면 저 앞쪽으로 지훈이 차를 정차시킨채 다경을 기다리고 있다.
다경 ...선생님.
지훈 (차문 열며)타. 같이 좀 가줘야 겠어.
씬/19 N, 지하호프집 앞.
밤, 호프집 앞에 와서 멈춰서는 자동차.
다경, 호프집을 보자, 눈빛이 굳는다.
지훈 (다경쪽 차문 열어주며)내려.
다경, 호프집 앞에 걸쳐진 폴리스라인을 본다.
다경 여기...
지훈 총기사고 사건현장이야.
다경을 일으키는 지훈. 차 밖에 내려서 함께 호프집쪽으로
걸어가는데.. 다경 멈칫한다.
다경의 시선으로 보이는 호프집 앞, 폴리스 라인 안쪽 어둠속에
김종호가 서서 다경을 바라보고 있다.
또 다시 나타난 김종호의 환영에 숨을 들이쉬며 뒷걸음질 친다.
지훈, 그런 다경을 이상한 듯 보며
지훈 뭐해? 시간없어. 내일이면 이 사건현장 철수될꺼야.
다경 안되겠어요.. 못 들어가겠어요..
지훈 (의아한)무슨 소리야?
다경 (겁나고 두렵다)...자꾸.. 보여요.
지훈, 멈칫해서 본다.
다경 죽은... 김종호가.. 자꾸 보여요.
지훈 (무슨 얘긴지 알겠다..눈빛 가라앉는다)
다경 눈을 감아도.. 생각을 안하려고 해도..자꾸 나타나요.
내가 뭔가 잘못한 거죠?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게
부검이라면서요.. 근데..뭔가 잘못했으니까 자꾸 나타나는 거죠?
선생님.. 저 무서워요.. 이렇게 끝이나면.. 왜 죽었는지 사인을
못 밝히면.. 내가 죽을때까지.. 나타날 것 같아요...
선생님도.. 이러셨어요? 서윤형 사건때.. 이러셨어요?
지훈, 말없이 다경을 보다가 다경의 팔을 잡고 호프집쪽으로 끌고간다.
다경 선생님!
지훈 시간이 없어. 진범인 미군을 놓치면, 이 사건은 끝이야.
다경 (절박하다)못 들어가겠어요! 무서워요! 싫어요!
지훈, 다경의 어깨를 잡고 자기를 보게 만든다.
지훈 ...진실을 밝히면.. 사라져.
다경 ....(본다)
지훈 나도 처음에 그랬어. 죽은 사람들이 자꾸 꿈에 나타나고,
어딜 가나 따라다녔어. 죄책감이 자꾸 환영을 만들어 내는 거야.
사인을 밝히면.. 다들 없어져. 그러니까, 들어가자.
다경 (떨리는 시선)
지훈 현장을 잘 아는 파트너가 필요해. 너 검시관 출신이잖아.
들어가자..
다경, 지훈을 본다. 이겨내야 한다는 것도 안다..
천천히 호프집쪽을 바라본다.
씬/20 N, 지하 호프집 밖 건물 복도.
호프집 문 앞에 가방과 드럼통을 내려놓는 지훈과 다경.
가방에서 장갑을 꺼내서 착용하는 지훈.
지훈 (다경에게)시작할까?
다경 ... (떨리고 무섭지만, 최대한 힘을 내는)예.
지훈 일단, 유일한 현장증인이였던 지동구의 증언에서부터 시작하자.
지하호프집 문을 여는 지훈.
씬/21 N, 지하호프집/거리일각/ 호프집 밖 복도(사건당시의 모습)
-거친 입자의 화면, 문이 열리면 마치 지훈과 다경이 들어설 것 같은데,
김종호와 양정수가 1차에 이어 2차를 온 듯 거나하게 취해서 시끌벅적
하게 들어선다. 그들을 반기는 술집주인.
호프집 안에는 올드팝이 흐르고 있고, 한 테이블에는 등을 돌린 채, 혼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미군. 그 위로 지훈의 목소리.
지훈(소리) 이 가게는 김종호, 양정수, 지동구가 자주 찾던 단골집이야.
그 날은 김종호와 양정수가 먼저 도착했지.
-술이 꽤 취한 김종호, 술 마시면서 동구에게 빨리 오라는 전화를
하고 있다.
김종호 지동구! 빨리 와. 여기? 나랑 정수형 있지.
그때, 김종호와 양정수, 뒤쪽으로 혼자 앉아있는 꽤 취기가 오른 듯
보이는 미군의 모습 보인다.
-호프집 인근 거리일각, 전화를 하면서 걸어오는 지동구.
동구 알았어. 빨리 갈게.
전화끊으면서 걸어오는 동구, 술집쪽에서 걸어오는 술집주인을 만난다.
동구 어, 형 어디가?
주인 난 오늘 약속있어서 먼저갈게. 마시다가 문 잠그고 가라.
거기 미군 한놈은 계산했으니까, 돈 안 받아도 돼.
멀어지는 주인. 동구, 그런 뒷모습 보다가 으~ 춥다.. 호프집쪽을
향해 걸어온다. 그 위로 이한의 목소리.
지훈(소리) 지동구가 호프집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두시경...
-호프집 앞 복도로 들어서는 동구, 뭔가 세게 부딪치는 쾅 소리.
무슨 소리지? 하는 얼굴.
호프집 문을 열려는 듯 잡는 동구, 그 순간 울리는 총성!
놀라는 동구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조금 열린 호프집 문 너머로 보이는
광경.
창문과 조금 떨어진 홀쪽에 한손에 칼을 든 양정수가 흉부에 총을 맞고
비틀거리고 있고, 양정수를 겨냥한 미군의 총구에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그때, 문 틈 사이로 창문쪽에서 튀어나오는 종호. 쓰러지는 양정수에게
달려가서 쓰러진 양정수의 상체를 일으켜 세우는데,
순간, 양정수의 미간을 꿰뚫는 총알.
즉사한 듯, 고개를 떨구는 양정수. 김종호 놀라서 미군쪽을 보는데,
미군, 또 다시 김종호의 흉부에 총을 쏜다. 아픔에 몸을 구부리는 김종호.
미군, 모두 죽여서 입막음을 하려는 듯, 다시 김종호에게 총을 쏘려는 듯
방아쇠를 당기려 하는데, 필사적으로 옆에 있는 의자를 미군에게
집어던지는 김종호, 미군 순간 균형을 잃고 비틀하고,
그 새를 틈타 호프집에서 뛰어나오는 김종호, 동구 겁에 질린 얼굴로
그런 종호를 부축해서 호프집 건물 밖으로 도망간다.
씬/22 N, 지하호프집
현재, 지하호프집안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지훈과 다경.
지훈 총성은 세발. 탄환과 탄피, 시신은 모두 없어졌지만
아직 남은 단서가 있어.
다경 (본다)
지훈 지동구가 복도에서 들었다는 둔탁한 소리..
분명히 그때 미군과 양정수 사이에 몸싸움이 있었을꺼야.
양정수의 부검사진을 봤는데, 양정수의 이마에 꽤 깊은 좌열창이
있었어.
다경 (감이 온다)하지만, 혈흔은 양정수가 입은 두 발의 총창으로 인한 비산혈흔 밖에 남지 않았다.. 누군가가 총기사고 이외의
혈흔을 지웠다는 얘기가 되겠네요.
지훈 혈흔을 지웠다면.. 거기에 증거가 남아있다는 거겠지.
지훈, 가지고 온 드럼통 뚜껑을 열고, 입구쪽부터 시작해서 사건현장
바닥, 이곳저곳에 사정없이 뿌려대기 시작한다.
다경 루미놀이에요?
지훈 M9베레타 탄환을 토카레프 탄환으로 완벽하게 조작해 놓은
솜씨를 보면.. 혈흔을 그냥 닦아 낼 사람들이 아냐.
분명히 락스를 썼을 꺼야. 락스로 피를 닦아내면, 루미놀로는
소용없어.
다경 그럼, 이건 뭔데요?
지훈 (계속해서 시약을 뿌리며)잔류염소측정시약 이야.
락스의 주성분은 염소야. 혈흔을 락스로 닦아냈다면,
이 용액에 반응할꺼야.
다경 현장에서 이런 용액을 사용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데요.
지훈 (드럼통을 한쪽으로 치우며)현장에선 한번도 해본적 없어.
예전에 정병도 원장님과 한번 이론적으로 실험을 해봤을 뿐이야.
성공하길 기대해 보자구.
지훈 그 말을 끝으로 달칵 호프집의 불을 하나씩 끈다.
어둠에 휩싸이는 호프집 안. 그러나 전혀 변함이 없다.
주변을 둘러보는 지훈과 다경의 눈빛, 서서히 초조해지는데..
계속 주변을 둘러보던 다경, 뭔가를 발견하고
다경 저기..
그 말에 돌아보는 지훈, 지훈이 처음 드럼통을 뿌린 입구쪽부터
서서히 하나둘씩 흐릿한 노란색 형광빛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락스를 뿌리고 혈흔을 걸레로 닦은 듯한 걸레질의 느낌들로)
천천히 입구쪽으로 향해 걸어가는 다경. 문쪽에서 들어오는 시선으로
무릎을 꿇고 앉아 서서히 입구쪽에서부터 나타나는 흔적들을 바라본다.
지훈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어두운 호프집 안으로 하나둘씩 나타나는
흔적들을 지우는 사내들의 모습들.
입구쪽, 락스를 뿌리고 대걸레로 혈흔을 닦는 모습들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다경 (입구쪽의 혈흔을 지운 흔적을 보고)이건, 총을 맞고 도망간
김종호의 혈흔을 지운 것 같네요. 김종호를 범인으로 몰려면,
김종호도 다쳤다는 사실을 없애야 할 테니까..
그때, 발혈점 근처, 미군이 서 있던 자리쯤에서 또 다른 노란빛 형광
물질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지훈 잠깐.. 또 있어.
미군이 서 있던 자리에서 서서히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혈흔자국들을
쫓아가는 지훈과 다경의 시선, 호프집 안에 딸린 화장실쪽이다.
씬/23 N, 지하호프집 안, 화장실
쾅 문 열리면서 호프집에 딸린 작은 화장실안으로 들어오는 지훈과 다경.
화장실안을 빠르게 둘러본다.
다경 총기사고로 두명이 죽었는데, 몸에 피가 묻었다면
현장을 빠져나가기 전에 핏자국을 지우려고 했을 꺼에요.
지훈, 들고 온 드럼통을 세면대위에 붓는다. 세면대위에 서서히 나타나는
노란색 형광빛.
다경 여기서 핏자국을 씻은 게 분명해요.
지훈 (주변을 빠르게 둘러본다)분명히 놓친 증거들이 있을 꺼야.
지훈, 화장실문을 나갔다가 스프레이통 두 개를 들고 들어온다.
드럼통 안에 있던 잔류염소측정시약을 스프레이통에 채우고, 다경에게
하나를 건넨다.
지훈 화장실 안에서 혈흔검사를 시작한다.
천장, 바닥의 타일, 틈 작은 부분도 놓쳐선 안돼.
검시관 시절에 배웠던 대로만 하면 돼.
고개 끄덕이는 다경.
씬/24 N, 국과수 원장실
스텐드 불빛 아래서 장변호사와 통화중인 이명한.
이명한 미헌병대원의 전역처리가 완료됐다구요?
장변호사(소리) 예, 내일 아침 비행기로 출국할 예정입니다.
이명한 이대로 조용히 사건종결만 되면 끝이겠군요.
장변호사(소리) 윤지훈 선생은 어떻게 됐죠?
이명한, 희미하게 미소짓는다.
씬/25 N, 지하호프집, 화장실
계속해서 스프레이로 뿌리면서 숨겨진 혈흔을 찾고 있는 다경과
변기를 완전히 분해하고 있는 지훈.
다경 (땀을 닦으며)선생님, 세면대 외에는 혈흔이 없어요.
말없이 변기를 분해하다가 변기에서 물 내려가는 파이프를
분해하던 지훈, 뭔가 발견한 듯 눈빛이 굳는다.
다경, 그런 지훈의 시선에 의아한 듯, 옆으로 오는데,
지훈, 핀셋으로 파이프 안에서 뭔가를 꺼낸다.
누군가 핏자국을 닦은 듯, 혈흔이 묻은 채, 파이프 안에 들어있던 수건이다.
놀라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다경과 지훈.
씬/26 N, 지하호프집 건물 밖.
증거용봉투 안에 든 수건을 들고 다급히 건물을 나서는 지훈과 다경.
다경 수돗물 때문에 유전자가 오염됐을 가능성도 있어요.
지훈 그래도 이게 유일한 증거야. 유전자가 검출되길 바래야지.
다급히 건물을 나서던 다경, 우편물 집배함을 지나다가, 툭 집배함에
끼워져 있던 반쯤 접힌 예고장을 치고 지나가고,
뒤따라 걷던 지훈의 발쪽으로 떨어지는 예고장.
지훈, 아무 생각없이 힐긋 바닥에 떨어진 예고장을 보고 지나가려다가
순간, 우뚝 멈춰선다.
먼저 걸어가던 다경, 왜? 하는 시선으로 보는데..
지훈, 얼굴이 하얗게 굳는다.
지훈, 땅바닥에 떨어진 예고장을 바라보다가 우편물 집배함에 반으로
접혀져서 끼워져 있는 찌라시 같아 보이는 예고장들을 하나씩 다급히
꺼내서 확인한다.
다경 왜 그래요?
다경도 우편함속의 예고장을 한 장 빼서 보다가 역시 얼굴 굳는다.
‘단수 예고장. 1월 19일부터 삼일간 단수 예정입니다.
미리 물을 받아놓으시고...‘
다경 1월 19일이면, 사고가 있던 날이에요..
단수가 됐다면.. 변기를 내려도 수건이 안 내려갔을 거고..
세면대에서 핏자국을 씻었을리도 없어요.
지훈, 서서히 뭔가 감이 온다. 눈빛이 분노로 타오른다.
씬/27 N, 지하호프집(과거)
7씬, 장변호사를 바라보면서 얘기하는 이명한.
이명한 윤지훈 선생은 여기서 절대 그 어떤 증거도 찾아내선 안됩니다.
장변호사를 보던 이명한, 한쪽에 가지고 온 현장감식용가방을 열고,
장갑을 끼고 혈액 샘플을 하나 꺼내서 화장실쪽으로
스포이트로 찍어 똑 똑 똑.. 찍는다.
-컷 튀면 작은 천에 락스를 묻혀 떨어뜨린 혈액을 말끔히 지워내면서
이명한 증거를 찾느라 혈안이 된 사람에겐 증거를 내주면 됩니다.
(장변호사를 보며) 대신, 진실이 아닌 거짓으로
이끌어 주는 증거 말입니다.
씬/28 N, 지하호프집 화장실
변기 파이프 안에 핀셋으로 피를 묻힌 손수건을 집어넣는 이명한.
모든 조작이 끝난 듯, 장갑을 벗고 현장감식용 가방을 닫는다.
그 옆에서 미소를 지으면서 바라보던 장변호사.
장변호사 윤지훈선생이, 거짓증거에 매달려서 시간을 보낼 동안,
우린 우리 계획을 마무리 지으면 되겠군요.
씬/29 N, 지하호프집 건물 외곽
지훈, 단수 안내장을 보면서 부들부들 떤다.
지훈 진범은 화장실에 간적도 없어..
화장실에서 발견된 증거는 모두 조작된 거야.
다경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해놓은 거죠?
지훈 시간을 벌려는 거야. 우리가 여기서 뭔가를 찾아내면 곤란한 사람..
지훈 이명한 교수야...
지훈, 한손에 들고 있던 수건이 든 증거물 샘플을 땅바닥에 집어던지면서
자기자신에게 화를 낸다.
지훈 진실을 밝혀야 할 법의학자가! 현장을 조작했어!
한시가 급한데! 엉뚱한 증거를 쫓게 만들었다구!
다경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요!
지훈 왜 이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 시간을 뺏으려는 거야!
사건 종결되고, 미군 출국하면 다 끝인 거 몰라?
다경 그러니까 서둘러야죠!
지훈, 다경의 말에 서서히 이성을 되찾는다.
다경 나한테.. 포기하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지훈을 계속 진정시키는 다경.
다경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지동구가 복도에서 들은 둔탁한 소리..
첫 번째 몸싸움이 있었던 곳. 거길 찾아내면 돼요.
간절한 눈빛의 다경을 바라보는 지훈.
씬/30 D, 지하호프집 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지하호프집 홀을 가만히 바라보는 지훈과
다경.
지훈 혈흔을 지운 흔적은 입구쪽 김종호가 도주할 때 흘린 피와
화장실로 향하는 거짓증거밖에 없어.
다경 (주변을 둘러본다)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검시관 시절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얘기에요. 분명히.. 어딘가.. 놓친
증거가 있을 꺼에요.
지훈 (둘러보다가)바닥은 다 검사해봤고.. 그럼 남은 건,
벽면과 천장이야. 난 벽을 맡는다.
다경 (시약이 든 스프레이통을 들면서)제가 천장 맡죠.
씬/31 몽타쥬
-흘러가는 시계. 어느 새 여섯시를 넘어가고 있다.
-검찰청 사무실, 우진과 이한, 피곤한 듯, 눈을 비벼가면서도 계속해서
명단을 작성중이다. 외출기록과 복귀기록들을 정리하면서 명단을
압축시키고 있다. 어느 새 꽤 줄어든 명단.
-지하호프집 홀. 벽면과 천장을 이잡듯이 샅샅이 검사하고 있는 다경과
지훈의 모습.
씬/32 D, 지하호프집
어느 새, 푸르른 미명이 새어들어오는 지하호프집.
땀을 닦으면서 벽면을 조사중인 지훈.
천장을 조사중인 다경. 다경, 창가쪽, 어느 한곳, 스프레이를 뿌리다가
눈빛이 변한다.
다경 선생님..
그 소리에 다경에게 다가오는 지훈, 다경의 시선을 따라 천장을 보면,
천장에 가느다랗게 일렬로 튄 비산혈흔을 지운 엷은 흔적이다.
다경 양정수는 이마에 좌열창을 입었다고 하지 않았어요?
이마에 상처를 입으면 바닥으로 떨어지지 천장으로 피가 튀진
않잖아요.
지훈 ...양정수한테 외상은 이마의 좌열창 밖에 없었어.
천장에 있는 혈흔을 혼란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다경과 지훈.
그러다가 다경, 뭔가 생각난 듯
다경 양정수의 이마의 상처가..여기서 입은 게 아니라면요..
호프집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이마를 다쳐서 들어온 거라면..
지훈, 다경을 본다.
지훈 미군과 몸싸움이 붙은 건 양정수가 아니라.. 김종호일수도 있어.
김종호 부검했을 때, 외상 살펴봤어?
다경 (잘 기억이 안난다)그게..워낙 정신이 없어서...
지훈 .. 생각해봐. 천천히.. 그럼 생각날꺼야.
처음 메스를 잡았을때부터..
다경, 계속 생각해내려 애쓴다.
그런 다경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부검시 김종호의 모습들.
-인서트 컷(다경의 시선으로 보여진, 흔들리고 거친)
-처음 하얀천을 걷었을 때의 김종호의 모습.
-김종호의 가슴부위에 있던 총창.
-메스를 들고 갖다대려다가 떨려서 차마 못 갖다대던 때의 모습.
현재로 돌아오면 역시 혼란스러운 다경의 모습.
다경 (생각하면 할수록 혼란스러운)모르겠어요. 선생님..
지훈 조금만 더 생각해봐.. 조금만 더..
그러던 중, 순간, 다경 뭔가 생각난 듯, 눈빛 굳는다.
-인서트 컷
-다경, 김종호의 손을 잡고.. ‘왜 죽었는지 이유를 밝혀줄께요’
하고 내려놓는데, 손바닥이 깊게 찢어져서 피가 굳어있다.
다경 손.. 오른손이 찢어져 있었어요.
지훈 오른손? 베인거야?
다경 아뇨.. 절단면이 깨끗하지 않았어요. 칼이나 유리같이 날카로운 건
아니고.. 어떤 불규칙한 쇠붙이에 베인 것 같은 상처였어요.
지훈, 자신의 손을 들어서 다경에게 보여준다.
지훈 어느 부분이였어?
다경 (엄지손가락 밑 튀어나온 부분을 가르키며)여기였어요.
지훈 이 부분을 다쳤다면, 동맥까지 손상되긴 힘들어..
다쳤다고 해도 천장까지 혈흔이 튀진 않았을 꺼야.
지훈, 생각에 빠지고.. 다경도 생각에 빠져서 천장을 바라보는데,
서서히 강해지는 아침햇빛 때문에 형광불빛이 엷어진다.
지훈 햇빛 좀 가려봐.
다경, 알았다는 듯, 바로 창가로 가서 블라인드를 내리던,
다경의 눈빛 굳는다.
다경 선생님.. 이거...
지훈, 그 소리에 다가와서 블라인드를 보다가 놀라서 눈빛이 굳는다.
(아직 블라인드의 증거물 보여지지 않는)
다경 이게... 어떻게.. 여기에..
지훈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김종호는 자신도 모르게 현장에 증거를 남긴 거야..
블라인드를 바라보는 지훈과 다경의 눈빛에서
씬/33 D, 국과수 연구사 휴게실
출근하는 듯 들어서는 숙주와 완태.
재영과 성진, 밤을 샌 듯, 테이블위에서 피곤한 얼굴로 뭔가를 검토하고
있다.
완태 좋은 아침... (하다가)얼굴들이 왜 이래?
테이블위에 놓여진 둘이 검토하던 자료들을 보고 화들짝 놀라는 완태.
완태 뭐야.. 이거 양정수 부검사진 아냐! 니들이 이런 걸 왜 보고 있어?
재영 아무래도 사건이 수상해서 다시 검토해 보고 있었어.
성진 나두 좀 켕겨. 아무래도 이상한 거 같애.
완태 이것들이 쌍으로 미쳤나? 너네들도 고다경 선생꼴 나고 싶어?
재영 형! 우린 국과수 직원들이야! 진실을 밝히는 국과수 직원!
완태 어떻게 넌 시간이 갈수록 말투가 윤지훈스러워지냐.
숙주 장재영 선생님 말이 옳아요. 뭐, 혈흔이나 혈액샘플은 안 살펴봐도
되겠어요?
완태 얼씨구, 진짜 둘이 무슨 일 있었지? 장재영선생 말에 왜 이렇게
껌벅 죽는 거에요?
숙주 (찔리지만)장재영선생 말이 맞잖아요. 우린 진실을 밝히는
국과수 직원들 아닙니까!
숙주와 완태 말싸움하는데, 울리는 재영의 전화벨.
발신인, 지훈이다.
재영 예, 선생님.
지훈(소리) 지금, 메일로 사진 한 장 전송했습니다.
문서감정실로 넘겨서 확인해 주세요. 긴급입니다.
-시간경과되면
휴게실 컴퓨터로 메일을 확인하고 있는 재영과 숙주, 완태와 성진.
서서히 뜨기 시작하는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놀라서 커지는 눈동자.
완태 이게..뭐야?
씬/34 D, 경기지방검찰청 외경
씬/35 D, 차장검사실 밖 복도
정적이 감도는 복도를 걸어오는 박영준검사.
차장검사실 앞에 서서 옷 매무새를 확인하고 문을 연다.
씬/36 D, 차장검사실
들어서는 영준, 넓고 권위있어 보이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는 차장검사.
차장검사 무슨 일인가?
영준, 가지고 온 양정수 사건 관련 보고서를 차장검사 앞에 내려놓는다.
영준 차장님이 출장가신 동안, 발생한 사건입니다.
용의자가 사망해서, 사건이 종결됐습니다.
결재해 주십시오.
차장검사, 책상위에 놓여진 보고서를 쓱 훑어본다.
‘도현리 호프집 총기 살인사건’이라는 제목.
영준, 긴장된 얼굴로 차장검사를 바라본다.
씬/37 D, 경기지방 검찰청, 복도 일각
조용한 복도에 울리는 발자국 소리.
복도를 빠르게 걸어오고 있는 누군가의 다급한 걸음들.
씬/38 D, 차장검사실
보고서를 첫장을 훑어보는 차장검사.
영준, 최대한 빨리 결재를 받으려는 듯, 가지고 있던 만년펜 뚜껑을
열어서 보고서를 훑어보는 차장검사에게 준다.
차장검사, 시선은 보고서를 훑으면서 만년펜을 받는
차장검사 총기사고?
영준 (혹시라도 일이 그르칠까 긴장된)현장조사에서 발견된 증거물,
증인들의 증언, 국과수의 부검결과 모든 게 일치했습니다.
차장검사 그런데.. 도주중이던 용의자가 사망한채로 발견됐다...
영준 예.
보고서를 훑어보는 차장검사의 시선,
영준 (더욱 긴장되는 듯)부장검사님도 보고서를 모두 보시고 사건종결에
동의해 주셨습니다.
차장검사, 보고서를 보다가 금방이라도 싸인 할 듯, 펜을 들어서
싸인란에 갖다댄다. 영준, 이제 다 끝났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순간,
싸인을 하려던 차장검사. 펜을 멈추고...
차장검사 그런데.. 죽은 용의자는 왜 부검하지 않은 건가?
영준 발견된 증거들로 사건을 재구성해 본 결과, 용의자가 진범일 확률이
99프로 이상이었습니다. 또한 유가족들의 강력한 반대의사가
있었습니다.
차장검사 용의자가 진범일 가능성이 99프로 확실하다..
영준 (본다)
차장검사 ..우린, 99프로가 아니라.. 남은 1프로를 밝혀야 하는 사람들
아닌가?
영준의 얼굴, 굳는데 순간 문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들과 함께
쾅 문이 열리면, 우진과 지훈이다. 뒤쪽에서 말리는 실무관.
실무관 (당황한)선약도 없이 이러시면..
우진 서울지검, 정우진 검삽니다.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차장검사 (말없이 보고)
영준 (당황해서)이게 무슨 짓이야!
우진 도현리 총기사고와 관계된 일입니다.
영준 (더욱 당황해서)정우진!
이건 내 사건이야! 니가 왜 함부로 나서!
우진 차장님! 죽은 김종호는 이 사건의 용의자가 아니라,
또 다른 피해잡니다! 이 사건은 재수사해야 합니다.
영준 정우진!!
영준과 우진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지훈,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켠에 세워진 차트 걸이 스텐드로 다가가서 가지고 온 블라인드를
커다란 증거용 비닐봉투안에서 꺼내서 걸고 후루룩 내린다.
순간, 대화를 나누던 영준 말문이 막혀 놀라서 블라인드를 바라본다.
차장검사도 눈빛 굳어서 바라본다.
지훈 총기사고가 있었던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새로운 증거물입니다.
얘기를 마치고 천천히 옆으로 빠지면, 그제서야 드러나는 블라인드의
증거물. 블라인드에 선명하게 찍힌 혈흔이 묻은 손바닥자국.
놀라서 그 블라인드의 혈흔을 바라보는 차장검사와 영준의 눈빛.
영준 그게... 어떻게...
지훈 이 증거에 대해서 설명드리죠.
씬/39 N, 동장소/과거(지훈의 재구성)
거칠고 흔들리는 화면. (대사는 써놨지만, 꼭 안 살려도 됩니다.
전체적인 느낌이 중요합니다)
지동구와 전화 끊고 난 후의 상황.
양정수(이마, 좌열창 나 있는 모습으로)와 김종호, 맥주를 한잔씩
들이키는데, 김종호, 미군, 저스틴과 눈이 마주친다.
술 마시던 저스틴, 김종호와 눈 마주치자, 비웃듯 미소짓다가,
엄지손가락을 들어서 아래로 내린다. (검투장에서 죽이라는 신호같은)
김종호, 기분 나쁜 듯 저스틴을 본다.
김종호 저거 뭐냐? (저스틴에게 앉은 채로)야, 너 뭐라 그랬어?
저스틴 (영어로)쓰레기 같은 놈들.
김종호, 울컥해서 일어나서 저스틴에게 다가간다.
김종호 야! 너 뭐라 그랬어?
저스틴도 김종호가 다가오자, 일어서고, 서로 몸을 밀고 밀치는 실랑이가
벌어진다. ‘한국왔으면 한국말 쓰라고!’ 저스틴은 영어로 ‘버러지 같은 놈들’
등 험악한 말들이 오고가다가
김종호, 순간 미군을 밀치려는 듯 하다 군번을 낚아챈다.
순간, 약간 휘어진 군번줄 모서리에 손이 깊게 베이는 김종호의 손. (CG)
군번줄을 잡아채는 손의 움직임 때문에 천장으로 튀는 비산혈흔(CG)
지훈(소리)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들과 김종호의 시신 상태를 유추해 볼 때,
먼저 미군과 몸싸움이 붙은 건 김종홉니다.
저스틴 (군번을 뺏기자 당황하는, 영어)내놔!
김종호 왜, 무섭냐? (군번보며 읽는) 이거 뭐라고 적힌 거야?
저스틴 (화가 머리끝까지 난, 영어)내놔!
김종호 (비아냥 거리듯 저스틴을 자극하는)갖고 가 보시지?
순간, 김종호를 힘차게 밀치는 저스틴.
거의 동시에,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들며 저스틴에게 다가오는 양정수.
저스틴에게 밀쳐진 김종호는 휘청하면서 쾅! 창문에 내려와 있던 블라인드
를 짚으며, 넘어진다. 저스틴, 양정수를 보느라 블라인드에 피가 묻은 걸
못 본다.
양정수가 달려들 듯, 일어나자 저스틴도 총을 꺼내든다.
김종호, 그 모습에 뭔가를 잡고 일어난다는게 (벽 짚은 손 말고
반대편 피가 없는 손)블라인드 줄을 잡고 일어선다. 휘리릭, 말려서
올라가는 블라인드. 김종호, 총을 꺼내든 저스틴에게 달려드려는데,
저스틴, 양정수에게 한발을 쏜다. 흉부에 맞고 비틀하며 의자 옆으로
쓰러지는 양정수.
놀라서 그런 양정수에게 다가가서 부축하는 김종호.
양정수 뒤로 넘어지는데, 미간에 확인사살을 하는 저스틴.
놀라서 일어서려는 김종호의 흉부에도 한발.
두 사람을 향해 권총을 발사한 저스틴의 모습
-시간경과되면,
다급히 들어와서 현장을 조작하는 장변호사가 부리는 검은 옷의 사내들.
바닥에 떨어진 M9베레타 탄환을 수거하고, 토카레프 탄환으로 바꿔놓는다.
락스를 뿌리고 혈흔을 지우는 모습들. 그런 사내들의 모습에서
카메라, 창문쪽을 비추면, 블라인드가 완전히 말려져서 올라가 있다.
사내들, 블라인드 앞을 전혀 눈치 못 채고 지나다니는 모습에서
블라인드로 서서히 다가가는 화면.
씬/40 D, 차장검사실
말없이 블라인드에 찍힌 혈흔을 바라보고 있는 차장검사와 영준,
우진. 지훈, 차장검사를 바라보며
지훈 사건현장은 조작됐습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증거까지 조작할 순 없었던 거죠.
영준 저 사람의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합니다.
총소리를 들은 뒤, 사건현장을 목격한 증인들 중 미군을
봤다는 증인은 없었습니다.
지훈 증인은 없어도, 증거는 있습니다.
차장검사의 앞에 사진을 한 장 내미는 지훈.
지훈 블라인드에 찍힌 혈흔사진을 국과수 문서감정실에서 정밀분석한
화면입니다.
사진을 보는 차장검사. 혈흔이 확대되고, 분석된 화면.
혈흔안에 미군의 군번자국이 음각으로 또렷이 찍혀져 있다.
(거울처럼 반대로 찍혀져 있는)
-인서트
김종호가 저스틴에게 밀릴 때, 군번을 잡고 있던 피묻은 손으로
블라인드에 찍히던 순간.
다시 사진으로 돌아오면, 군데군데 안 찍히긴 했지만, 그래도 글자들을
확인해 볼 수 있다.
‘CO...
JUSTIN..
123 4...
AB POS'
우진 이 사진의 인식표를 토대로 사건당일, 캠프 할로윈의 외출기록을
대조해 본 결과, 김종호와 양정수를 죽인 미군의 이름과 계급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지훈 (자료들이 담긴 가방안에서 또 다른 사진을 꺼내며)
군번의 주인공인 미군은 과거 폭행사건에 연루된 적이 있어서,
경찰청 외사과에 기록이 남아있었습니다.
차장검사 책상위에 사진을 내려놓는 지훈.
지훈 양정수와 김종호 두 명을 죽인 진범은 도현리에 주둔한
캠프 할로윈의 헌병대원, 져스틴 쿠퍼 상병입니다.
져스틴상병의 사진을 꺼내서 내미는 지훈.
차갑게 굳는 영준, 사진을 내려다보는 차장검사,
그런 차장검사를 바라보는 우진과 지훈.
영준 말도.. 안됩니다. 다시 한번 제가 직접 재조사하겠습니다.
이 증거들을 믿을 수 없습니다.
그때, 문 열리면서 들려오는 목소리.
최중섭(소리) 당연히 재조사해야죠.
사람들, 문쪽을 바라보면, 감찰과의 보좌관들과 함께 들어오는
최중섭.
최중섭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차장검사도 가벼운 목례로 최중섭을 본다.
최중섭 도현리 총기사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영준검사가 사건을
은폐하려는 의혹이 고발됐습니다. 이에 이 사건에 대한 감찰을
시작하겠습니다.
차장검사, 박영준을 본다. 박영준의 얼굴, 하얗게 질린다.
최중섭 (우진을 보면서 품에서 영장을 꺼내서 건넨다)
캠프 할로윈의 저스틴 쿠퍼 상병의 체포영장이다.
정우진, 이 사건은 이제부터 니 사건이야.
우진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져스틴 쿠퍼의 체포영장.
씬/41 D, 캠프 할로윈, 게이트.
요란하게 울리는 사이렌소리.
캠프 할로윈 밖으로 달려와서 끼이익! 하나둘씩 정차하는 경찰차들.
그런 경찰차들 중, 한 차량에서 내리는 우진.
게이트로 다가간다. 게이트를 지키고 있던 헌병대원에게
우진 (영어로)여기 책임자 누굽니까?
그때, 몰려온 경찰차들의 사이렌 소리를 들은 듯,
게이트 뒤쪽 헌병대 초소에서 걸어나오는 장교.
7부 69씬, 저스틴과 사격장에서 대화를 나눈 장교다.
장교 (영어)무슨 일입니까?
우진 (영어)서울지검의 정우진검삽니다.
(체포영장 보여주며)캠프 할로윈, 헌병대원 저스틴 쿠퍼 상병의
체포영장입니다.
장교, 체포영장을 보다가.. 우진을 본다.
장교 (영어)이 사람은 이제 캠프 할로윈의 군인이 아니다.
우진 (의아하게 보는, 영어)그게 무슨 소리죠?
장교 (영어)삼십분 전, 전역처리가 끝이 나서, 본국으로 돌아갔다.
놀라서 굳는 우진의 눈빛.
씬/42 D, 미군 공군 기지 인근, 군용도로 일각
지평선이 보이는 사방이 탁 트인 들판 사이에 난 군용도로를
달리는 짚차.
차 안 뒷좌석에는 군복을 벗고 사복을 입은 저스틴과 옆자리에는
장변호사가 타 있다. 비자와 여권 등 저스틴의 입국에 필요한
서류들을 건네는 장변호사.
장변호사 (영어)미국으로 돌아가도, 한국언론에서 연락을 할 수도 있지만,
이 사건에 대해선 절대 함구해야 해.
저스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한다.
운전병 (영어)이제 곧 공군기지에 도착합니다.
장변호사, 그 소리에 안도의 미소를 짓는 순간,
희미하게 들려오는 경찰차의 사이렌소리에 눈빛 굳는다.
뒤쪽을 확인한다. 저 멀리 희미하게 경찰차들의 경광등 불빛이
황토빛 먼지 사이로 보인다.
장변호사 (영어)(다급한 얼굴로 운전병에게)밟아! 어서!
속도를 높이는 짚차. 점점 크게 들려오는 경찰차의 사이렌소리.
당황하는 저스틴.
장변호사 (영어)기지안으로만 들어가면 돼! 더 밟아! 어서!
미친 듯이 속도를 높이는 짚차.
그 뒤를 맹렬하게 추격하는 경찰차들.
장변호사 (다급하다)더 밟아! 더 밟으라구!
하는 순간, 갑자기 미리 돌아온 듯, 양쪽 옆쪽에서 나타나서 짚차의
앞을 가로막는 경찰차들. 끼이익! 급 브레이크를 밟는 타이어 소리와
엔진굉음들.
급제동을 거는 짚차. 빙그르르 돌면서 가까스로, 충돌을 면하면서
멈춰서고... 타이어의 굉음들이 멈추고, 먼지들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서서히 고개를 드는 저스틴과 장변호사.
먼지 저쪽에서 뚜벅뚜벅 다가오는 우진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경찰들의 포위에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내려서는 장변호사.
장변호사 앞에 서는 우진.
장변호사 (마지막까지 막아보려는)난 저스틴 쿠퍼 상병의 변호삽니다.
내 의뢰인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요?
우진 범인은닉도피죄로 감방에 집어넣기 전에 비키세요.
장변호사, 우진을 노려본다. 우진 역시 지지않고 보는
어쩔 수 없다.. 장변호사 비켜선다.
차량쪽으로 다가가는 우진, 저스틴 상병 천천히 차에서 내려서는데..
우진 (영어로)저스틴 쿠퍼, 당신을 도현리 호프집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불리한 진술은 거부할 수 있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우진이 얘기하는 동안, 우진의 옆에 서 있던 경찰이 저스틴의 손에 수갑을
채운다.
우진 (한국말)(돌아서며)연행하세요.
경찰들, 수갑이 채워진 저스틴을 차에서 끌어내린다.
우진, 돌아서서 걸어가려는데..
저스틴 (영어)우리는 당신들을 지켜주기 위해 왔다. 하지만, 당신들은
우리에 대한 피해의식에 젖어있다.
우진, 다시 돌아와서 저스틴의 앞에서서
우진 (영어)당신이 미군이라서, 당신이 우리와 피부색깔이 달라서
체포하는 게 아니다. 당신을 체포하는 이유는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기 때문이다. 단지 그뿐이다.
우진, 돌아서서 걸어간다. 그 뒤쪽으로 체포되서 경찰차로 끌려가는
저스틴. 차 안에서 그 모습을 굳은 얼굴로 바라보는 장변호사.
씬/43 N, 검찰청 앞
저녁, 리포팅하고 있는 기자들.
기자1 도현리 호프집 살인사건의 진범이 체포됐습니다.
검찰과 경찰은 오늘 오후, 도현리 인근 미 공군기지 앞에서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미 헌병대원을 체포했습니다.
기자2 검찰은 이 사건을 담당했던 경기지방검찰청, 박모검사를 조사하며
이 사건과 관련된 의혹들을 풀어낼 방침이지만,
네티즌들의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3 사건과 관련하여 피해자 양모씨를 부검했던 국과수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씬/44 N, 국과수, 주인혁의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좌절한 채,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인혁의 모습 위로
기자3 철저한 진상 공개요구가 거센 가운데 남은의문들이
어떤 방향으로 해결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씬/45 N, 국과수 원장실
클래식음악이 울려퍼지고 있는 원장실.
쇼파에 깊게 앉아있는 이명한, 휘몰아치는 음악에 이명한의 눈빛도
서서히 가라앉는다.
그때, 천천히 문 열리면서 들어서는 그림자. 지훈이다.
이명한, 문소리나 인기척에도 쳐다보지 않는다.
지훈, 천천히 들어와서 이명한의 맞은편에 앉는다.
지훈 주인혁 선생을 해임했다구요.
이명한 양정수를 부검한 집도의니, 그 결과를 책임져야 겠지.
지훈 ...그 결과는 그 부검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져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명한 ...(천천히 시선을 들어 지훈을 본다)국과수가 무너지길 바라나?
지훈 ....
이명한 이번 사건으로... 자네나 나나.. 잃은 게 있네.
자네, 그리고 내가 그토록 아끼는 국과수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어.
몇 십년동안 열악한 환경을 참아내며, 법의학에 종사하던 선배들이
피와 땀으로 일궈낸 가치가.. 한 순간에 사라졌다는 거야.
지훈 땅에 떨어진 신뢰는 다시 일으키면 됩니다.
이명한 여전히.. 자넨 허울만 좋은 이상주의자로군..
지훈 교수님과.. 말싸움하려고 온 거 아닙니다.
돌려주시죠.
이명한 ...(본다)
지훈 고다경 법의관, 이번 사건에서 마지막까지 국과수의 신뢰를
지켜낸 사람입니다. 들끓는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횝니다.
이명한, 지훈을 바라보다가 테이블 위에 있던 서랍함에서
다경의 신분증을 꺼내서 지훈 앞에 던진다.
지훈, 다경의 신분증을 들고 일어서서 나가려고 하는데
이명한 충고 하나 할까..
지훈 (돌아보면)
이명한 자네가 생각하는 이상은 현실과 너무 틀려..
다치기 전에.. 현실로 돌아오게.
지훈 교수님이야말로.. 돌아오세요.
교수님도 한때는 법의학자로서의 양심과 이상이 있었을 겁니다.
왜 부검을 시작하셨는지..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원장실 문을 열고 나서는 지훈.
씬/46 D, 시장 일각
강식의 생선가게. 한켠에 틀어진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기자 오늘 아침, 도현리 총기사고의 용의자로 체포된 전직 미 헌병대원의
기소가 결정됐습니다. 공판일정은 다음달 초로 예정되 있습니다.
강식, 리모콘으로 텔레비전을 다른 채널로 튼다.
강식 세상이 어떻게 될려구.. (고개 옆으로 돌리며)근데, 국과수도
난리라던데, 넌 출근안해도 괜찮은 거냐?
강식 시선 쫓아가면, 어느 새 예전의 밝은 모습으로 돌아온 다경,
생선 박스를 옮기고 있다.
다경 아빠, 지금 내 걱정할 때가 아니거든.
이거 봐봐. 내가 신경 좀 안 썼더니, 생선 물들이 영 안 좋네.
거래처를 옮겨야 되는 거 아냐?
강식 이게 포크레인 앞에서 삽질하고 있네. 야, 내가 생선장사만
30년이야. 뭐가 물이 안 좋아? (생선 들면서)이거봐봐. 딱봐도..
(다시 본다)안 좋네.. 이거이거 고강식을 뭘로 보고, 이딴 물건을!
(핸드폰 들어서 어딘가 통화하는)어이, 김사장, 자꾸 이런식으로
나올꺼야?
다경, 그런 강식 보고 피식 웃으면서 다른 생선박스를 옮기려는 듯,
가게옆쪽으로 걸어나오는데.. 누군가를 발견하고 멈춰선다.
다경의 앞쪽에 서 있는 지훈이다.
다경 선생님..
지훈, 다경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지훈 (앞치마 보며)잘 어울린다.
다경 에?
지훈 딱 생선가게 아줌만데.. 보기보다 나이도 좀 있어보이고..
다경 (어이없는)뭐요? 제가 나이가 얼만데 시집도 안간 처녀한테
아줌마라고..
발끈하는 다경에게 뭔가를 내미는 지훈.
다경, 내려다보면 다경의 국과수 신분증이다.
지훈 아줌마, 내일부터 출근이야.
다경, 자신의 신분증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엷게 미소짓는다.
천천히 신분증을 받아들려는데,
지훈, 마치 트럼프 카드 두장을 보여주는 듯, 신분증 밑의 무적의 카드를
펼쳐서 다경에게 보여준다. 무적의 카드를 보고 놀라는 다경.
지훈 갖고 있으면 좋은 일만 생기는 카드라면서?
다경 (무적의 카드를 보면서 미소짓는다)
지훈 사건사고의 주역인 니가 갖고 있어야 될 것 같아서..
다경, 미소지으면서 무적의 카드와 신분증을 받아들면서
다경 선생님도 사건사고 하면 빠지지 않거든요.
지훈 이게 어디 지 멘토한테 기어오르고..
다경 (보는)제.. 멘토 해주시는 거에요?
지훈 (보다가)기대해. 내가 사수로 있는 한, 넌 완전 죽은 목숨이니까..
몸을 돌려서 걸어가는 지훈,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다경의 입가에 미소가 내비친다.
씬/47 D, 국과수 외곽
쓸쓸한 얼굴로 가방을 들고 국과수를 떠나고 있는 인혁.
그런 뒷모습을 국과수 정문쪽에서 바라보는 재영, 완태, 성진, 숙주.
완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설치더니, 결국 저꼴이 나는 구만.
성진 이명한 원장, 완전 토사구팽 아냐. 자기 뒤치닥꺼리 다 시키더니
위험해지니까, 완전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잘라버리네..
숙주 그래서 세상이 무서운 거에요.
씬/48 D, 국과수 원장실
창밖으로 떠나는 인혁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이명한.
그 옆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장변호사.
장변호사 강중혁 의원님이 오늘 미국으로 떠나셨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흔들린 한미 공조체제를 다시 한번 확인하실
예정이랍니다.
이명한 ....
장변호사 위기는 넘기면 됩니다. 물러서면 안돼요.
원장님도 마찬가집니다. 주인혁선생은 어차피 장기판 위의
말이였습니다. 원장님을 위해서 잘 쳐내신 거에요.
이명한, 떠나는 인혁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명한 전 주인혁선생, 쳐낸 게 아닙니다.
장변호사 (보면)
이명한 다시.. 부르기 위해서 잠시 떠나보낼 뿐입니다.
장변호사 내 사람은 절대 외면하지 않겠다..
원장님한테.. 이런 약한 면이 있었습니까?
권력을 가지시려면 더 강해지셔야 합니다.
이명한 힘이 없어서.. 소중한 걸 잃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장변호사 ?
이명한 내가 권력을 가지고 싶은 건.. 다시는 그런 경우를 당하고
싶지 않아섭니다. 그.. 지독한 패배감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서에요.
창밖을 바라보는 이명한을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는 장변호사.
-시간경과되면
어느 새 장변호사는 사라지고, 책상에 홀로 앉아있는 이명한.
생각에 잠겨있다가 천천히 서랍을 연다.
서랍 가장 안쪽에서 오래된 마닐라 봉투를 하나 꺼낸다.
안에서 서류를 꺼내면, 빛바랜 부검소견서들이 나온다.
(안에 내용은 바래되지 않고, 그냥 부검소견서라는 걸 알 수 있는
제목만 바래되는걸로)
부검소견서 한켠에 클립으로 껴놓은 사진 한 장.
20년전의 빛바랜 사진이다.
젊은 날의 이명한, 그리고 역시 지금보다는 더 젊어 보이는 정병도,
그리고 이명한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강치현이 작업복을 걸친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지금의 이명한의 얼굴에선 절대 찾아볼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열정과 꿈이 가득한 사진.
그 사진을 말없이 내려다보는 이명한의 눈빛.
씬/49 D, 국과수 외곽
아침, 국과수 앞쪽으로 천천히 들어오는 다경의 발.
국과수를 바라보는 다경의 눈빛. 손안에 들린 국과수 신분증을 보다가
목에 건다. 다시 한번 시작해보자! 아싸! 하고는 국과수 안으로
당당히 걸어들어간다.
그 위로 경쾌한 음악 깔리며
씬/50 D, 국과수 부검실
아침을 맞은 국과수 부검실.
각 베드들마다 놓여지는 시신들. 그 옆에서 분주하게 부검준비를 하는
연구사들과 다경의 모습.
재영 (다경과 눈 마주치자)복귀 축하해요.
성진 저두요!
다경 예, 감사합니다.
완태 돌아온 건 다행인데.. 제발, 이제 조용히 좀 삽시다.
다경 원래.. 이렇게 생겨먹어서..
그때, 부검실 문 열리면서 들어서는 지훈.
다경, 재빨리 다가가서 장갑 갖다준다.
지훈, 무심하게 장갑받아들고, 착용하는데
다경 45세의 남잔데요. 자신의 방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는 주치의의 소견서가 있지만,
돌연사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답니다.
고인과 평소 부부싸움이 잦던 고인의 부인이 고인이 사망하기 전날,
다량의 수면제를 구입한 증거가 발견됐답니다.
지훈, 챠트를 보다가
지훈 절개 어시스트 장재영, 김완태 선생님이 도와주시구요.
부검사진은 안성진 선생님이 맡아주세요.
얘기하다가 기대에 가득찬 다경을 본다.
지훈 넌, 이번 부검에선 빠져.
다경 (기대가 사그라드는)예?
지훈 특수부검실 가봐. 니가 부검해야 할 케이스가 있으니까..
다경 부검.. 제가요? 정말 저 혼자요?
지훈 싫어?
다경 ...아..아뇨!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신이 나서 부검실을 뛰어나가는 다경.
씬/51 D, 특수부검실
특수부검실, 부검대 옆에 서서 기가막힌 얼굴로 부검대 위를
바라보는 다경의 얼굴에서 빠지면, 그 옆에서 설명을 해주고 있는
구성태.
구성태 식약청에서 넘어온건데, 지난 한달동안 계속해서 한 제과업체의
제품에서 연거푸 발견된 거야.
다경의 옆쪽으로 또 쑥 들어오는 숙주.
숙주 그러니까, 이게 제품 제조과정에서 들어간건지,
아니면 그 누군가가 일부러 집어넣은 건지를 알아보라는 거죠?
구성태 그렇지.
세명이 내려다보고 있는 부검대위를 바라보면
말라 비틀어진 지렁이들, 몇 십마리가 부검대위에 올려져 있다.
다경,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알아봐야 하는 건지..
막막하다. 그런 다경을 바라보는 숙주와 구성태.
숙주 근데, 자긴 어떻게 맡는 케이스마다 이모양이야.
구성태 팔자지, 팔자야.
다경 근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절개해야 되는 거죠?
숙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이거, 어디가 머리고, 어디가 꼬리야?
다경, 아..왜 자꾸 나에게 이런 시련을.. 하는 얼굴로 한숨을 내쉰다.
그때, 울리는 다경의 전화벨.
다경 예.
지훈(소리) 지렁이 분석 끝났어?
다경 예?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지훈(소리) 지금까지 뭐했어? 그거 30분 안에 마무리하고, 강용화 선생님
익사체 부검 좀 어시스트해.
다경 예? 아.. 예! 알겠습니다!
지훈(소리) 그리고 내일 부검 스케쥴 확인했지?
다경 내일 오전에 익사체 부검한껀, 오후에 급성 내인사
잡혀 있습니다.
지훈(소리) 오늘 밤 아홉시까지 익사와 급성 내인사에 대해서
케이스별로 리포트 써서 올려.
다경 예?
지훈(소리) 그리고 며칠 뒤에 서부분원 출장 잡혀 있는 거 알지?
어떤 케이슨 지 확인해서, 그것도 리포트 준비하고..
다경 아니..
뚝 끊기는 전화.
다경 아니, 선생님! 여보세요! 아니.. 그 많은 걸 어떻게 다 하라구..
구성태 (보다가)팔자려니 해.
다경, 기가막힌 얼굴.
씬/52 N, 도로일각.
전씬의 다경의 얼굴에서 컷 튀면,
머리는 헝클어지고, 한쪽 코에선 코피가 터진 듯, 코피막은 휴지쪼가리.
고생의 흔적이 역력한 다경이 운전중이다.
그 옆 조수석에는 현장사진들과 조서들을 확인하고 있는 지훈.
다경을 힐긋 보는데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 있다.
지훈 잠 안자고 뭐했어?
다경 과연 뭘 했을까요..
지훈 (보면)
다경 정말 너무하시는 거 아니에요? 지렁이 분석은 그렇다 쳐요.
저 지난 몇주동안 밥 먹을 시간도 없었어요. 익사에 내인사에
중독사에 추락사에 교통사고까지 부검케이스별로 계속 리포트를
시키시니까.. 게다가 오늘 출장 준비까지 얼마나 바빴는데요!
지훈 힘들면 포기하던가..
다경 ...(보다 오기가 생긴다)아뇨! 합니다! 해야죠!
다경, 다시 기운내고 운전을 하려는데,
다시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다. 그런 다경을 힐긋 보던 지훈.
유리창 밖을 본다.
지훈 눈도 올 것 같은데, 잠깐 쉬었다 가자.
다경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어디로요?
씬/53 N, 국과수 연구사 사무실.
완태와 성진, 함께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가
완태 척골이 (스펠링으로)ULLA가 뭐야. 울랄라냐? 스펠링이 틀렸잖아.
(스펠링으로 불러주는)ULNA아냐.
성진 아, 이거 맨날 헷갈려.
완태 헷갈리는 게 아니라, 맨날 틀리잖아. 지식이 부족한 거지.
영어공부좀 해라. 공부 좀.
성진, 아.. 헷갈리네 하는 시선으로 서류를 보는데..
그때, 문 열리면서 들어서는 숙주.
숙주 텔레비전 좀 틀어봐봐.
완태 왜?
하는데, 이미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을 트는 숙주.
성진 이게 뭐야?
텔레비전에는 ‘의문사의 진상’이란 다큐멘터리가 방영중이다.
국과수 외곽을 비추는 화면위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사법부검을 책임지는 국과수 관계자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
카페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테이블에 앉아있는 누군가의 옆모습을 비추는(다큐멘터리에서 익명성을 보여줄때의 앵글로)화면.
인터뷰를 하는 주인공, 손짓을 하면서 얘기를 하고 있는 모습,
옷 사이로 시계가 얼핏 보여진다. (시계 모양, 많이 튀진 않는 평범한)
그 위로 자막 ‘국과수 관계자 A모씨’
화면위로 변조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소리) 국과수에서도 의문사에 대한 얘기들은 많이 나돌긴 하죠.
겉으론 자연사나, 자살로 처리된 사건들 중에 의문사들이
꽤 많이 섞여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성진 뭐야? 진짜 국과수 직원이야?
하는데, 뒤쪽에서 들려오는 구성태의 목소리.
구성태(소리) 또 일 안하고 여기서 뭐해?
돌아보는 사람들.
숙주 아니, 그게 국과수 얘기가 나와서..
구성태 사람들 호기심 자극해서 시청률이나 낚아보려는 거 아냐.
이런 거 볼 시간 있으면 가서 일들 좀 해. 일들 좀..
성진 아닌데.. 이 프로 되게 믿을만 해요. 저번에도 여기서 나온
기업비리 걸려서 검찰조사 받았잖아요.
구성태, 그래도 이 사람들이.. 슷! 하고 노려본다.
그 기세에 하나둘씩 흩어지는 사람들.
씬/54 N, 정병도의 한옥집
굳은 얼굴로 텔레비전을 바라보고 있는 정병도.
(소리) 20년전 쯤에 있었던 사건이었어요.
H모 기업 중견간부들이 줄줄이 죽어나간 적이 있었죠.
겉으론 모두 자연사로 처리됐지만, 알고보면 뭐, 의문사였다.
그런 거죠.
정병도의 손에 들린 찻잔이 살짝 떨리고 있다.
씬/55 N, 국과수 원장실.
‘쾅!’ 책상을 내려치는 이명한. 앞에는 박태규가 서 있다.
이명한 도대체 누가 그따위 인터뷰를 한거야?
박태규 정말 그 사람이 국과수 관계자인지 아닌지도 모르잖아요.
이명한 국과수 관계자건 아니건이 중요한 게 아냐.
밝혀내. 그 사람이 누군지 밝혀내라구!
창밖을 바라보는 이명한의 눈빛, 이전에 한번도 볼 수 없었던,
당황함과 긴장감이 서려 있다.
‘예, 알겠습니다’ 인사하고 다급히 사무실을 나가는 박태규.
씬/56 N, 정병도의 집
아직도 굳은 얼굴로 텔레비전을 바라보고 있는 정병도.
그때 울리는 전화벨소리.
정병도 (천천히 전화를 받는다)여보세요.
이명한(소리) 접니다.
이하, 정병도의 집에서 통화하는 정병도와 원장실에서 굳은 얼굴로
통화를 하는 이명한의 모습 교차로 보여진다.
이명한 20년전 그 사건을 알고 있는 건, 원장님과 나 둘 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이 얘기가 새어나간 겁니까?
정병도 ....
이명한 막아야 합니다. 국과수의 존폐가 걸린 문제에요.
국과수는 내가 막겠습니다. 원장님은 윤지훈 선생을 막아주세요.
정병도 ...
이명한 윤지훈 선생이.. 이 사건이.. 자기 아버지의 죽음과 관계된 걸
알게되면 끝입니다. 내 말 명심하세요.
정병도 ....알겠네..
천천히 전화를 끊는 정병도. 고개를 드는데.. 비밀의 무게만큼
힘들고 가라앉은 눈빛이다.
그때, 순간 똑똑똑 문을 노크하는 소리.
흠칫 놀라서 문쪽을 바라보는 정병도.
천천히 문쪽으로 다가간다.
정병도 누굽니까?
하지만 대답이 없는 문 밖. 정병도, 끼이익 긴장된 얼굴로 문을 여는데,
문 밖에는 미소를 짓고 있는 지훈과 다경이다.
지훈 저에요.
정병도를 바라보며 미소짓는 지훈과 다경/
그런 지훈을 차마 웃지 못하고 바라보는 정병도의 모습/
원장실에서 생각에 빠진 이명한의 모습 빠르게 교차되면서
-10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