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의 문화산책- 류승도 시집<세상의 모든 꽃들이 당신을 생각하는 이유가 된다>
세상의 모든 꽃들이 당신을 생각하는 이유가 된다
류승도
당신을 사랑하는 시를 쓰지 못했다
시를 쓰지 못한 편지를 쓴다
오랜 습관인 듯 생각하네
어느 날부터였는지 계절에 기대어
여섯 줄에 싣는 가득 빈 가슴일까
꽃이라도 다 담을 수 없네
허공에 잠시 울려 퍼지는 목소리
다가오는 듯 다가갈 수 있을 듯 거기
세상의 모든 꽃들이
당신을 생각하는
이유가 된다
◉ 지금 이 시를 읽고 있는 2024년 11월 27일 새벽 3시
서울에 첫 눈이 다정하게 내린다. 어제는 세종청사 주변에서 류승도 시인(61년생)과 점심을 먹고 입가심처럼 받은 시집이다. 시집 제목이 그대로 짧은 시 한편이다.
-세상의 모든 꽃들이 /당신을 생각하는 /이유가 된다-
-바라보는 동안/꽃이었네/ 아, 좋다/생각이 일자/아차,/날아갔네-<‘꽃이라 나비라, 아 좋다>전문
류시인은 소양호가 된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춘천고, 강원대 환경학과, 서울대 환경보건학 석, 박사로 환경전문가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보건, 건강분야를 담당하며 환경건강연구부장으로 공직을 마감했다.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공단 기후대기본부장으로 올 여름까지 근무하다 무탈하게 임기를 마쳤다.
환경분야에 종사하면서 ’당신을 생각하게 하는 이유‘가 되는 시인으로는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 박대문 전 청와대 환경비서관, 류승도 전 기후대기본부장이 눈꽃송이다.
-방송이 가끔 적막을 깬다/전생이 있다면 간이역이었겠다/함께 온 사람도 일 없이/모두 혼자다/열차를 타기까지-<’평창역에서‘ 부분>
-밥값은 하고 살아야지/했다 시간이 흘렀나/열심히/밥갔 비싸져/내게 다시 말하니/그 자리에 있는 것/살아 있는 것/다/밥값이네-<’밥값‘ 전문>
밥갔이 경쟁적으로 비싸지고 김밥도 김치찌개 한그릇 값이다.
우리들의 몸은, 마음은, 정신은 비싸졌는지 모르겠다. 몸값이 하염없이 싸져 어느 무인도에 버려지는 것은 아닌지. 첫 눈 오는 날 새벽 류승도 시인의 시집을 읽으며 ’당신을 생각하는 이유‘를 눈송이 속에 숨겨진 그 이유를 찾고 있다. 그것이 살아가는,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 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