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탐대실을 경계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 곳곳이 전쟁터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쌍용자동차 노사간 기싸움, 금호그룹 형제간의 재산다툼, 박태환과 코칭스태프 사이의 갈등들이 머리를 어지럽히더니 이번에는 가수 동방신기와 메니지먼트사인 SM프로덕션이 새로운 싸움의 주자로 나서 눈길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하기야 싸운다고 눈총을 줄 상황도 아니다. 국민의 대표기관이라고 하는 국회부터 싸움박질에 여념이 없으니 다른 싸움을 언급하는 자체가 민망한 일이다.
영역 다툼은 인간과 동물의 원초적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한 동물은 치열하게 싸우고 인간은 열심히 노력한다. 단 동물 끼리의 다툼은 제로섬 게임이 되기 쉽고 인간의 경쟁은 상생의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크다는 점에서 인간은 인간일 수 밖에 없고 동물을 동물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격투기에 환호하는 관중의 모습이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다.
격투기의 인기는 인간의 내재된 폭력성이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현장이기 때문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 무시무시한 사각의 정글도 링이 있고 규칙이 있으며 유사시 기권을 통해 스스로를 구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상당히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어 놓고 있다. 아무리 험악한 경쟁의 장이라 해도 격투기가 인간의 게임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경계선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근래의 싸움들은 시작하면 거의 사생결단 수준이 되기 일쑤다. 별 거 아닌 싸움의 빌미가 상대방에 대한 살의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상대방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배려가 실종된 탓이다.
법정 다툼으로 비화되면서 논란의 핵으로 떠오른 동방신기만 해도 그렇다.
그룹 동방신기 세명의 멤버 시아준수, 영웅재중, 믹키유천이 서울중앙지법에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 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연예계를 강타했다.
소속사 측 역시 반박 보도자료를 내는 등 완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사태가 쉽사리 호전될 것 같지는 않다.
가수로서의 이들의 현재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매우 잘 나가고 있다.
(지난 2003년 아카펠라를 댄스음악에 접목시도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들 그룹은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등 동남아시아 가요계를 석권하는 발군의 실력으로 한류 스타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는 정평을 얻고 있다. 한·일 양국에서 판매된 앨범만 503만장을 넘어섰고 ‘서머드림’ 등 히트곡들은 일본 인기가요 순위를 휩쓸어 외국가수로는 처음으로 오리콘 위클리차트 6회 연속 1위를 달성한 최초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이들의 기사를 실은 일본 유력 일간지는 품절사태까지 빚을 정도였다고. 게다가 사진이 가장 많이 찍힌 가수로, 거대 팬클럽(80만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팬클럽 카시오페아)이 세계 기네스 북에 등재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노예계약이니 아니니 당사자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으니 잘잘못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법원 판결 뒤로 밀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다툼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있다.
동방신기의 오늘 날이 오로지 가수의 기량 하나만의 성과는 아니라는 점이다.
소속사는 이익을 남겨야하는 회사고 동방신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션인, 각각의 위치와 역할이 다르다. 동방신기의 현재는 이 둘의 기량이 효율적으로 발휘된 공동의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동방신기는 아티스트에 관점을 둬야할지 아니면 비즈니스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지 자신들의 정체성부터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 견해를 밝힌다면 아티스트로서의 입장을 중시하고 예술적 관점에서의 문제점을 들고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노예계약서를 쟁점화 시키는 것 보다 훨씬 스스로의 격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뮤지션과 돈의 분리를 얘기하려는 고루한 의도는 아니다.
오늘 날 동방신기가 구축하고 있는 ‘현실의 무게’를 감안한다면 예술가로서의 정체성 확립에 주력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우선 당장의 개런티 다툼 보다는 자신들의 아티스트 적 기량을 담보로 소속사를 압박한다면 훨씬 승산있는 싸움이 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소탐대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불화로 인해 팀이 해체된다고 보면 자칫 일장춘몽이 되지 않는다고 아무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당장 HOT의 선례만 돌이켜봐도 그렇지 않은가.
동방신기보다 결코 덜하지 않은 인기를 누리던 선배 아이돌그룹의 전철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라 보장하지 못한다.
인간이기에 욕심이 있지만 소탐이 자칫 대실로 이어진다면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아직은 동방신기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대타의 소지가 많이 남아있다고 본다. 때문에 아무도 자신들을 대신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될 때까지는 조금 더 현명한 ‘속셈’이 있어야할 것이다.
재능있는 아이돌그룹이 자칫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자꾸 얘기가 길어지고 있는것 같다.
"....앞으로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분명히 나오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나는 그 사람보다 한 발 앞서서 그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생각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했다.
나는 여기서 지치지 않는다.
배고픈 고통을 알기에 다시는 배가 고프지 않기 위해서 한국에서의 편안한 삶을 다 포기하고 외로움과 설움에도 불구하고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심정으로 (세계무대를 정복하기 위해) 마음을 다 잡았다. "
언젠가 무릎팍 도사라는 방송에 출연해서 미국 허리우드에 진출해 월드스타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가수 비가 했던 말이다. 20대 청년의 생각이라기엔 울림의 깊이가 예사롭지 않은 경지를 느끼게 한다.
싸우는 배경엔 반드시 영역 다툼이 있기 마련이다. 형제간이든 노사간이든 결국은 뭔가를 더 얻어내기 위한 갈등임에 틀림없다.
갈등을 멈추게 하는 유일한 처방은 양보 밖에 없다.
성경에도 땅을 나눌 때 아브라함이 조카 롯에게 ‘먼저 선택하라’고 무조건 양보하는 장면이 있다. 결과는 아브라함이 번성하고 창성해서 예수의 혈통을 이었고 광할한 옥토를 먼저 선택했던 룻은 유황불로 망해버렸다.
그동안 인간이 욕심으로 망하는 경우는 수없이 봐왔다.
당장의 손해에 급급하기 보다 조금 더 먼 안목으로 문제를 바라보길 바란다.
일단은 양보하기.
가깝게는 동방신기부터 멀게는 국회의원들에게까지 싸움의 현장에 있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모범답안이 아닐까싶다. (2009.8.5)
....홍문종 생각
첫댓글 감사드림다..홍문종님!! 작금에 사태를..예리하고 정확하게..표현해 주셨네요..부끄러운 현실입니다...하루빨리..밝고..웃음 가득 넘치고..상생의 노력 함께 홧팅!하는 모습 그려봅니다..채(최)고마당에..풍덩 하심을.. 시지프스님..감사!드림다..더우에..건강 하시고...풍덩!하심을
글을 읽고 소탐대실 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봤습니다... 양보하고 잃어주는게 정말 크케 얻는것의 진리를 터득하면서.....
인간의 욕심은 끝이없기에 결국은 흥하거나망하거나 ~~불행길로가는 우리인간의 모습이아닐련지!!! 한발자국씩 물러서는 양보와 비움으로 살아가는 지혜가필요한데 그역시 힘든거같네요..좋은글 감사히보고갑니다...
소탐대실~~~마음을 비우면 많은 것이 채워지리라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