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수 없었고, 아파서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듣고

[ERIC(김광석)]

아플 수 없었던 엄마, 데카르트적 세계관, 순수 불평 비판

어지간하면 휴일에 약속을 잡지 않는다.

꼭 참석해야 할 장례식이나 결혼식 같은 애경사(哀慶事)를 제외하고.

늘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할머니를 뵈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이동시간을 고려해 동선(動線)을 잡는다.

며칠 전 스마트폰 플래너를 검색했다.

그런데 어제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강연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도저히 기억나지 않아 귀가한 후 탁상 달력을 확인했다.

거의 모든 일정이 데스크 탑 옆 우측에 놓여 있는 그 달력에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란으로 남아 있었다.

보통 늦어도 하루 전이면 주최 측에서 연락을 해오는 것을 믿고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제(26일, 금) 17시 39분 ‘아트선재센터’에서 보내온 문자가 찍혀 있었다.

그 문자(‘인문학 토크: 아론 슈스터’)를 보면서 두뇌를 이리저리 굴렸다.

그 인문학 강연을 예약했고, ‘아론 슈스터’가 어떤 학자인지 생각해낼 수 없었다.

‘SK’ 쪽에서 이메일이나 문자로 제공한 신청서에 참석하겠다는 답신을 보냈을까?

아무튼 참석하기로 맘먹고 아트선재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 관련 공지사항을 찾아 읽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슈스터 박사, 썩 괜찮은 학자이고 좋은 강연일 것 같았다.

슬라보이 지젝 교수님께서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님께 소개하신 것으로 생각됐다.

아론 슈스터 박사님과 이택광 교수님께서 참여하시는 인문학 토크를 기대하며 집을 나섰다.

‘아트선재센터 지하 1층 아트홀’로 접근하는 동선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북촌 정독도서관 인근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태 ‘종로2가→북촌→한양도성→북한산 형제봉 능선→북한산성’,

‘서울역사박물관→서울시교육청→인왕산→북악산→삼청공원→북촌’,

또는 그 반대 코스로 산행을 많이 했다.

370번 버스를 타고 가다가 서울역사박물관 정류장에서 하차하니 10시 01분이 됐다.

그동안 참고 참았던 소변을 보기 위해 박물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배설의 기쁨을 만끽하고 보통 속도로 서울시교육청 쪽으로 향했다.

시원한 바람이 강하게 불어 더운 줄 모르고 묵묵히 걸었다.

사직공원에서 앞에 가는 청소년단체 산행객들을 만났다.

“어느 학교 학생들이냐?”라고 물으니 서울고등학교 학생들이라고 답했다.

머리를 식히는 3학년으로 추정하며 “3학년들이냐?”라고 하니 1, 2학년들이라고 말했다.

3 ~ 4명 지도교사님들이 함께하고 계셨다.

10시 53분 인왕산 정상에 올라섰고, 11시 21분 윤동주 문학관 앞에 내려섰다.

북악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급경사 계단 길, 쉬지 않고 서서히 올라갔다.

1968년 1·21사태(북한 124군 부대 청와대 기습), ‘紫北正道(자북정도)’ 비문 뜻을 되새기며.

11시 53분, 북악산 정상에 서서 정상석(백악산)을 찍은 후 곧장 목적지를 향해 이동했다.

12시 03분 청운대, 12시 15분 백악곡성, 12시 27분 숙정문(북대문)을 경유했다.

청운대 표지석, 백악곡성에서 바라본 북한산, 숙정문 모습을 전화기에 담았다.

12시 41분 말바위에 도착해 10여 분간 머물렀다.

말바위와 함께 그 아래 전망대에서 서울시 전경을 스마트폰에 남겼다.

점심을 대신해 빵을 먹으면서 삼청공원 쪽으로 내려갔다.

두 개 빵을 시나브로 씹다보니 어느새 공원 정문 앞에 서 있었다.

13시 19분 국무총리 공관 건너편을 지나갔고, 13시 30분경 선재아트센터에 도착했다.

등록을 마친 후 4층으로 올라가 지하로 내려가면서 전시작품들을 관람했다.

산행 중 이진실 선생께서 하신 말씀과 데카르트적 세계관에 대해 곱씹으면서 걸었다.

그제(26일) 원탁토론, 아빠가 속한 원탁에서 이 선생은 자녀를 셋 낳아 길렀다고 하셨다.

“아이들 돌보느라 아플 틈이 없었고, 애들 때문에 아파서도 안 됐다.

최소한 셋 이상을 낳는 정책을 시행하면 좋겠다.

그러면 아플 수 없기 때문에 의료복지비용도 줄어들 것이다.”라는 말씀에 감명을 받았다. 

지금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프리초프 카프라)>을 읽고 있다.

데카르트와 뉴턴의 기계론, 환원주의가 세상을 망치고 있다는 짧은 생각을 갖게 됐다.

너무나 무더웠던 여름과 하룻밤 사이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가을을 겪으며.

‘기후변화이상현상’을 우주 부속품이 고장 난 탓으로 돌려도 될까?

정치, 사회, 경제 등 자연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인간의 그릇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제 심야, 모든 창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거실에서 내의 차림으로 글쓰기에 몰두했다.

시원한 바람이 냉기로 변해 몸을 얼게 하는 줄도 모른 채.

어제 새벽 3시경에야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결국 두꺼운 겨울 이불을 덮었지만 허사였다.

아무리 늦은 시각에 잠들어도 아침 6시경이면 어김없이 눈이 떠지는 습관에 따라 기상했다.

아론 슈스터는 쾌락, 불평, ‘라캉’과의 관계, 정신병리학(정신철학) 4가지 주제를 강의하셨다.

통역을 열심히 메모하면서 졸지 않으려 애썼지만 순간적으로 깜박 졸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이렇게 메모한 내용은 9월 중순 이전에 정리하려 한다.

그 전에 읽어야 할 책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다 읽을 시간조차 부족하기 때문이다.

슈스터와 이택광 교수님 토크는 듣지 못하고 15시 30분경 할머니를 뵈러 가기 위해 자리를 떴다.

대한민국 모든 장병들과 함께하는 태풍부대 육군28사단 상병 김0, 오늘도 화이팅!!!

[로비스트(최용도)]

늘 바쁘신 일정을 소화하시는것
같습니다 ^^ 이선생님의 어머니
정말 대단하십시다. 배우고 갑니다

[ERIC(김광석)]

고맙습니다.
이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대가족제도를 생각했습니다.
편안한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홍봉자]

서시를 최고 좋아합니다
가을이 가기전에 윤동주 문학관에 함 가봐야 겠어요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ㅎㅎ

[ERIC(김광석)]

고맙습니다.
그러시군요.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탑모스트(노환상)]

이제 날씨가 광석님의 산행에 시원함을 제공해줄것이라 생각합니다
무더위 극복하시느라 수고 많이 했습니다
매일같이 올리시는 글에서 좋은구경 많은구경 하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태풍부대 김상병 화이팅입니다.

[ERIC(김광석)]

고맙습니다.
오늘은 우중 산행을 했습니다.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사랑41671(이인호)]

에릭님
참 멋지십니다.
글과 사진 너무도 고맙습니다.
멋진한주 되세요.

[ERIC(김광석)]

고맙습니다.
금주 한 주간도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가내 두루 무고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