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 또는 우렁쉥이/정두리
‘우리 고향에서는 멍게가 아니라
우렁쉥인기라’
돌아가신 박재삼 선생님의 말씀 생각난다
선생께서는 우렁쉥이었던 멍게
한참 주체할 수 없어
여드름 같은, 열꽃 같은 게 돋아 난
빵빵하게 기운차 아랫배 그들먹한
녀석의 춘기
바다 기운을 양껏 먹고 붉디붉은
다글다글 얽혀있는 몸뚱이를 듣기 좋게
‘바다 기운을 양껏 먹고 붉디붉은
다글다글 얽혀 있는 몸뚱이를 듣기 좋게
‘바다의 꽃’이라고 한다는데
꽃이라? 그래 꽃이라 불러주자
칼을 대면 분수같이 솟구치는
네가 품었던 바다가 있고
내보내지 못한 부끄러운 똥 줄기까지
접시에 얹혀 온 보들보들한 네 살점을 씹으면
희한하다, 혀를 뒤돌게 하는 그 씁쓸함이
끝판에는 어찌하여 덜큰하게 느껴지는가?
덜 큰 삽싸래해서 입맛을 돋우게 한다는 그 맛
그걸 느낄 양이면
나잇살을 먼저 먹고 나서야 가능하다는 걸
어린 아들아 아는가?
《파랑주의보》, 인간과문학사
<시 읽기> 멍게 또는 우렁쉥이/정두리
어른들의 음식이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대로 아이들이 음식도 따로 있지요. 어릴 때 좋아했던 걸 지금까지 먹기도 하지만, 어른이 되면 식성과 입맛이 바뀌어서 덜 찾기도 합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식성마저 바뀌는 일인가 봅니다. 산다는 건 이렇게 변해가는 일입니다.
어렸을 때는 이해 불가였던 맛이 멍게입니다. 물컹하고 비릿한 걸 왜 먹는지 한마디로 ‘웩’이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멍게 또는 우렁쉥이라는 그것을 향이 지닌 그것의 향이 지닌 아름다움을 깨닫게 됐습니다. 나이 듦의 놀라운 변화겠지요. 이해할 수 없었던 맛까지 폭넓게 사랑하게 된 걸 보면 나이가 든다는 건 멋진 일입니다. 시를 읽으며 나이 듦을 좋아할 이유를 하나 더 찾아서 행복합니다.
―정진아 엮음, 『맛있는 시』, 나무생각,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