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白樺, Birch)

참나무목 자작나무과의 큰키나무.
위도가 높은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시베리아나 북유럽, 동아시아 북부, 북아메리카 북부 숲의 대표적인 식물. 하얗고 벗기면 종이처럼 벗겨지는 수피, 목재는 아주 단단하고 곧기 때문에 많은 민족이 영험한 나무라고 하여 여러 곳에서 신성시 하였다.
한반도에는 함경북도에 만주자작나무(Betula platyphylla Siberian Silver Birch), 북부에서 중부지방에 걸쳐 자작나무(Betula platyphylla var. japonica, Japanese White Birch)의 두 아종이 분포한다. 자작나무의 근연종들은 영어로 birch, 러시아어로 Берёза로 불린다. 자작나무속에 속하는 것 중에서 한반도에 자생하는 종류로는 박달나무(B. schmidtii), 개박달나무(B. chinensis) 등등이 있다. 북유럽, 동유럽에서는 B. pendula와 B. pubscens종을 자주 볼 수 있고 툰드라 지대에서는 아예 관목 수준으로 자라는 B. nana종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 가수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인명으로도 자주 쓰이는 편이다.
대개 20m쯤 자라며 북부 지방의 깊은 숲에서 자란다. 잎은 어긋나게 붙고 세모에 가까운 달걀꼴로 끝이 뾰족하다. 암수한그루이고 꽃은 4~5월에 아래로 드리워지면서 핀다. 원통 모양의 열매도 아래로 드리우면서 달리고 9~10월에 여문다.
자작나무는 나무껍질로 아주 유명하다. 하얗고 윤이 나며 종이처럼 얇게 벗겨진다. 예전엔 이 자작나무 껍질에 불을 붙여 사용했다.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화촉(華燭)을 밝힌다고 하는데, 그 화촉이 자작나무 껍질이다. 또, 자작나무 껍질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도 썼다. 신라의 천마도도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것이다.
자작나무 목재는 박달나무와 마찬가지로 아주 단단하고 결이 고와서 가구도 만들고 조각도 한다. 게다가 벌레도 잘 먹지 않아서 오래간다.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의 일부도 자작나무가 재료이다.
또한, 자작나무 목재에는 다당체인 자일란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핀란드에서는 자작나무 속의 자일란을 자일로스로 변환시켜 추출한 뒤 정제 및 환원 과정을 거쳐 자일리톨을 만들기도 한다. 자일리톨을 자작나무 설탕이라고도 부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핀란드나 러시아에서는 사우나 속에서 이 나무의 가지를(잎이 달린 것)을 자기 몸에 툭툭 치는 것으로 술기운을 없앤다고 하며 20세기 후반 이후로 자일리톨성분을 추출하여 천연감미료로 사용하고 있다.
자작나무 타는 냄새와는 상관없지만 수피에 기름이 가득하기 때문에 습기에 강하고 불에 잘 탄다. 때문에 옛날 결혼식때 신방을 밝히는 촛불의 재료로 사용되었기에 흔히 결혼식 첫날밤을 '화촉(樺燭)을 밝히다.' 라고 한다. 베어 그릴스도 극찬하는 불쏘시개. 비온 다음 날의 숲에서 뜯어 와도 불이 붙는다.
또한 이 자작나무의 껍질은 기름기가 많고 튼튼해 북미 원주민들이 카누를 만들거나, 여진족들이 배를 비롯한 각종 생활 용구의 재료로 사용하였다. 과거 고구려나 신라에서 종이 대용으로 사용되었는데, 천마총의 천마도도 이 자작나무 수피로 만든 것이다. 이 자작나무의 국명도 불과 관련이 있는데 탈 때 '자작 자작'소리가 난다고 해서 자작나무라고 한다.
어느 새부터인가 서울 곳곳에서도 가로수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밤에 봐도 줄기가 온통 허옇고 이파리가 듬성듬성 달려있는 나무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마인크래프트에서도 나무 중 한 종류로 등장한다. 원목은 실제 자작나무처럼 하얀 껍질이 있고, 가공한 목재도 다른 나무의 목재에 비해 색이 밝은 편. 높이가 나무 중 가장 낮지만 성장 속도가 빠르고 묘목도 가장 많이 나오는지라 대량으로 나무를 증식할 경우 가장 유리하다.
해리포터에서 나오는 마법 빗자루 파이어볼트가 자작나무로 만들졌다고 한다.
《차고 건조한 유라시아 대륙 북부에 자생하며, 눈처럼 희고 광택이 도는 껍질과 훤칠하고 호리호리한 줄기를 뽐내어서 ‘숲속의 귀족’으로 불리는 자작나무는 북방문화권에서는 신성한 나무로 인식되었다. 우리 무속신앙에서도 굿판에서 제단 주변을 꾸밀 때 지화(紙花)로 장식을 하는데 이는 자작나무와 관련이 깊다. 지금도 개마고원 일대에서는 죽은 사람을 매장할 때 자작나무 껍질로 시신을 싸서 묻는 장례풍습이 전해오고 있다.
자작나무를 떠올리면 얼핏 서양 귀족의 다섯 품계, 즉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을 떠올려 한자어일 거라고 여기기 십상이나 사실은 순우리말이다. 1614년 최세진이 쓴 ,사성통해(四聲通解)> 중간본에 ‘작나모’라는 기록이 있고, 1728년 김천택이 펴낸 <청구영언(靑丘永言)>에는 ‘자쟝남ㄱ'이라고 적혀있다. 아쉽게도 ’자작‘의 뜻풀이는 문헌상 찾아볼 수가 없으나 불이 탈 때 나는 “자작자작” 소리를 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추정된다.
한자어로 자작나무는 백단(白椴) 또는 백화(白樺)로 불린다. ‘화(樺)’는 자작나무를 뜻하며 나무의 얇은 껍질은 불을 밝히는 초로 쓰였다. 그래서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초를 화촉(樺燭)이라고 한다. 흔히 결혼식장에서 ‘화촉(華燭)을 밝힌다’고 하는데 화촉의 기원은 원래 자작나무로 만든 화촉(樺燭)이었다. 일본에서는 자작나무를 말 그대로 ‘흰 자작나무’라는 뜻으로 시라카바(シラカバ,白樺)라 읽는다.
우리나라 북쪽 지방 방언으로는 자작나무를 ‘보티나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산스크리트어 ‘브헤렉(bhereg)-'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이 말은 ’어스레한 빛‘ 또는 ’흰색‘을 의미한다. 유럽언어는 상당 부분 산스크리트어에 뿌리를 두는 바, 독일어의 비르케(Birke), 네덜란드어의 베르크(berk), 덴마크어의 비르크(BIRK), 스웨덴어의 비요크(bjok), 심지어 영어 화이트 버취(White birch)에 영향을 주었다.》
《태백의 자작나무 종류는 고지를 따라 올라가면서 물박달나무 박달나무 거제수나무 사스레나무 순으로 자생하고 있다 한다.
자작나무는 키가 하늘로 향해 곧게 쭉쭉 뻗었다면 사스레는 우리네 큰 감나무같은 가지형태로, 그 수피는 페인트를 칠한 것처럼 희다
군락지를 이루는 자작나무와 은사시 나무는 둘 다 수피가 희고 그 모양새가 비슷해서 사람들이 헷갈려하고 있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북쪽에는 자작나무가 많아 백두산에서 남하하여 태백으로 이어 생장한다는데, 남쪽지방에서도 간간이 만나지는 자작나무 군락은 수종이 아름다워 일부러 심은 것이라 한다. 러시아 문학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자작나무 숲이 정말 태백이 가까울수록 점차 눈에 띄었다. 설원과 흰 자작나무, 서정시적인 아름다움과 서사시적인 전개의 닥터지바고가 연상되어 산행중에 현재 내 눈 앞에 펼쳐진 설원과 자작나무가 서정적이면 긴 등허리로 묵묵히 엎디어 있는 土山 태백은 서사시적인 존재라 생각하며 한 발 한 발을 꾹꾹- 내딛었다.》
《5월의 산에서 가장 자지러지게 기뻐하는 숲은 자작나무숲이다. 하얀 나뭇가지에서 파스텔톤의 연두색 새잎들이 돋아날 때 온 산에 푸른 축복이 넘친다. 자작나무숲은 생명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작은 바람에도 늘 흔들린다. 자작나무숲이 흔들리는 모습은 잘 웃는 젊은 여자와도 같다. 자작나무 잎들은 겨울이 거의 다 가까이 왔을 때 땅에 떨어지는데, 그 잎들은 태어나서 땅에 떨어질 때까지 잠시도 쉬지않고 바람에 흔들리면서 반짝인다. 그 이파리들은 이파리 하나하나가 저마다 자기 방식대로 바람을 감지하는 모양이다. 그 이파리들은 사람이 느끼는 바람의 방향과는 무관하게 저마다 개별적으로 흔들리는 것이어서, 숲의 빛은 바다의 물비늘처럼 명멸한다. 사람이 바람을 전혀 느낄 수 없을 때도 그 잎들은 흔들리고 또 흔들린다. 그래서 자작나무숲은 멀리서 보면 빛들이 모여사는 숲처럼 보인다. 잎을 다 떨군 겨울에 자작나무숲은 흰 기둥만으로 빛난다. 그래서 자작나무숲의 기쁨과 평화는 죽은 자들의 영혼을 불러들일 만하다. 실제로 북방민족들은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자작나무숲에 깃들이는 것으로 믿고 있다. 자작나무숲으로 간 혼백들은 복도 많다.》 [김훈에세이... 자전거 여행]
첫댓글 팔만대장경판 일부(대략 5%이내)가 자작나무임이 밝혀졌습니다. 팔만대경경판 85% 이상은 산벗나무를 사용해서 각자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팔만대장경판은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때 소실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극적으로 살아남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남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