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을 해서 성공하는 사람이 적다는데요?” / 대원스님

[목탁]

“간화선을 해서 성공하는 사람이 적다는데요?” / 대원스님

김무공추천 0조회 3021.08.23 03:4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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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어제 저녁에 참선했어요? 화두 받은 게 있고?
[대중] 아뇨. 없습니다.
[스님] 그래 무슨 생각하며 앉아있었어요?
[대중] 그냥 호흡만 봤습니다.
[스님] 호흡을 했다? 어떻게 해 호흡을?
[대중] 그냥 들이마시고 내쉬고. 근데도 자꾸 딴 생각이 들어왔습니다.
[스님] 호흡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하는 걸 풀무질이라고 그래.
[대중]
처음에는 어느 선원에서 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에 나오는 대로 호흡이 들어올 때 들어오는 호흡을 확인하고, 나갈 때 나가는 호흡을 확인하고, 이것만 바라보라고 배워서 그것대로 여기 와 가지고 앉아서 호흡만 보고 있었어요.
[스님]
그건 수식관인데, 숨 쉬는 관법이라. 숨 쉬는 걸 보라는 것이거든. 지극히 보면 망상, 잡된 생각이 없어지고 보는데 생각이 하나로 모아지는 거거든. 생각이 쉬어진다 이거라. 잡된 어지러운 생각이 쉬어지는 거는 그게 가능해. 그 이상은 안 돼.
그건 치료법이라. 산란한 사람, 망상이 많은 사람이 그걸 잠재우기 위해서 하는 호흡법인데, 그건 그걸로서 한계가 있어. 그걸로 망상이 쉬어지고 안정이 되잖아? 그럼 그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화두법이 있어야 돼.
부처님은 중생들의 병에 따라서 처방을 주신 거라. 망상심이 많은 사람들은 호흡법을 가르쳐 병을 치료하고, 여자 생각이 많이 난다는 사람들은 부정관을 해서 여자에 관한 애착심을 떨어지게 만들어 병을 치료하고, 그 다음 단계가 있어. 부처님은 그 단계 단계를 끌어올려주는 거라. 마지막에 가서 ‘이 놈이 본래 무엇인가?’를 하는 거다.
[대중]
호흡을 하다가 자동적으로 이 호흡을 아는 놈이 뭔가 그러면, 그 궁금한 게 화두인 거예요?
[스님]
본래 이놈이 무엇인가 하는 거지. 응.
[대중]
어떤 때는 조용하고 호흡이 엄청 길어지고요, 호흡이 사라질 때고 있고.
[스님]
사라지면 사라진 줄 알고, 이어지면 이어진 줄 알고, 그렇게 아는 그 놈, 그 놈이 문제거든.
[대중]
근데 호흡이 사라졌을 때도 의식도 똑바로 깨어있고 그런데요.
[스님]
깨어있는 줄 알잖아?
[대중] 네.
[스님]
깨어있는 줄도 알고 또 안 깨어있고 흐리멍텅한 줄도 알잖아?
[대중] 네.
[스님] 그놈이 본래 뭐냐 이거야.
[대중] 그것이 그럼 의식인 거예요?
[스님]
그건 의식이라고 해도 안 맞고, 의식이 아니라 해도 안 맞고. 그게 뭐냐 이거라.
[대중]
저는 호흡을 하고 앉아있으면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지거든요.
[스님]
그러니까 경계가 삼백 몇 가지가 일어나요. 몸이 가려운 거도 일어나고, 기침이 나기도 하고, 없던 병이 나기도 하고, 심장이 답답하고 터질 것 같기도 하고…
그게 전부 다 일념으로 집중하고 모을라고 하는데서 그걸 못하게 하기 위해서 일어나는 장난(障難)이라.
그것이 나중에 일념 집중이 잘 돼 나가면 점차 수그러져요. 그걸 쉬어졌다 그래.
그런데 푹 쉬어졌다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고, 거기서 다시 끌어올려 주는 것이 부처님이 해줘. 다음 단계로 일러줘. 이건 부처님만이 할 수 있어.
이 지구상에는 그렇게 관법을 이끌어줄 사람이 없어요. 기초는 누가 알아가지고 하라고 하지. 부정관 하라 하고, 고골관 하라 하고, 수식관 하라 하고, 25유관법이 있는 걸 봐 가지고 자기들도 기초를 가르쳐 주지요. 그러나 그 다음 단계로 끌어올려주는 그런 스승이 없다니까. 없어. 부처님만이 그걸 했어. 병에 따라서 그걸 줘 가지고 이 사람이 거기서 해결이 되면 그 다음 단계로 끌어올려주고, 또 그 다음에 해결되면 그 다음 단계로 올려주는 걸 부처님만이 했다니까.
지구상에 그런 스승이 없는데, 관법을 가지고는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없어. 나중에 가면, 호흡을 집중해서 하는 그걸 계속해서 하면, 응집된 주시하는 거기에 천년만년 머물러요.
[대중] 그게 호흡이 길어져 편안한 상태랑 같은가요?
[스님] 그 편안한 상태에 응집된 데 빠져서 머물러 있다니까 그게.
[대중] 예.
[스님]
그게 그래되면, 그것도 하나의 큰 병이 된다 이거라. 부처님이 다 말해놨어. 그건 병이다. 거기서 다시 뛰쳐나오게끔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거라.
그게 뭐냐?
그걸 해결하려면 간화선에 와야 된다 이거라. 중국에서도 지관법 하던 사람들이 왜 간화선으로 다 오느냐? 지관법에서는 더 이상 해결할 수 없어. 해결이 안돼요. 그래서 간화선으로 들어온 거야. 간화선에 들어와야 해결이 돼.
[대중]
죄송합니다만, 간화선을 해서 성공하는 사람이 십만명에 한 명도 나올까 말까 하다고 하는데, 저희 재가불자들이 해서 될까요?
[스님]
안 그래. 그건 누가 잘못 알고 하는 소리지. 누가 관법 하는 사람이 자기한테 끌여들여서 묶어놓으려고 요술을 부리는 소리지, 그게 아니야. 허허.
[대중]
그럼 저도 이제 호흡에서 간화선으로 가야 되는 그런 겁니까?
[스님]
응. 그러니까, 보살님한테 누가 남자가 잘 생긴 사람이 와서 인사를 하잖아요? 백만장자 같은 남자가 “보살님 보니 걱정 근심이 있네요?” “예. 요새 어려운 일이 있어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걱정마십시오.” 하면 고맙고 좋지요? 그런데 그 사람이 사람 속이고 재산 탈취해가는 천하의 사기꾼이라. 그 사람이 사기꾼인 걸 알았을 때는 그 사람한테 속아요, 안 속아요? 안 속지? 그러나 몰랐을 땐 속잖아요?
[대중]
그런데 지금까지 그런 스승을 몇 분 거쳤던 것 같습니다.
[스님]
모르면 속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내가 하는 말은 바로 이 놈이 무엇인지를 깨달아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지, 오랫동안 깊은 선정에 침체해 있으라는 건 아니란 말이야. 왜 호흡을 해서 마음에 시끄러운 걸 가라앉히고 쉬게 하느냐? 마음이 시끄럽고 번잡하고 그럴 때는 학교 선생이 강의하는 게 머리에 하나도 안 들어와요. 생각이 고요히 쉬어져서 일념으로 집중이 된 사람은 강의하는 게 머리에 쏙 들어오잖아. 복잡한 생각이 많은 사람을 일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는 초석을 만들어 주는 게 수식관을 하는 거라. 그 다음에 참선문으로 들어온다. 그게 화두라. 화두만이 깨칠 수 있어. 화두가 아니면 깨닫지를 못하거든.
(학림사 대원큰스님 일요소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