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테바의 비체는 경계선의 철학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개념이다. 이 개념은 주체도 객체도 아닌 것, 주체와 주체 사이에 일어나는 관계의 한 물질적 양상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그리고 크리스테바의 개념들이 그러하듯이 상징적이면서 동시에 물질적이다. 비체는 모성적 육체와 관련되며 기호계와 코라와 연관을 맺고 있다. 이 개념은 특히 크리스테바의 거부와 저항과 연결된 개념이다.
기호계적 공간, 원형적 모성의 공간은 비천함과 연결된다. 기호계가 상징계의 질서에 대한 거부로 읽혀지듯이, 이 비체는 오이디푸스화된 깨끗하고 고상한 몸에 대한 저항과 거부로 읽혀진다. 객체(object)가 아닌 비체(abject)는 눈물, 침, 똥, 오줌, 토사물, 질 분비물 등을 칭하는 말로서 주체와 객체의 경계선에서 주체도 객체도 아닌 어떤 것이다. 크리스테바는 「정신 분석과 폴리스」에서 비체는 “규범적(normative) 언어에서 주관과 객관 사이의 구분보다 앞선다”고 말한다.
크리스테바는 「정신분석과 폴리스」에서 비체인 분비물들을 여성적이고 모성적인 울림을 가진 것으로 본다(257). 그녀에 의하면 비체(abject)는 “금지된 욕망의 대상이 일어나는 원형적 모성의 비객관성, 욕구의 장소, 매력과 증오의 장소”가 된다(257) 매력과 증오의 장소가 되는 것은 “문화, 즉 ‘신성한’ 것이 정화시키고, 분리시키고, 추방하므로” 그 자체가 카타르시스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읽혀진다(257). 비체는 모성적인 것, 코라, 기호계와 함께 상징계적 주체, 초월적 주체에 의해 억압당한다. 상징계적 주체는 이러한 것들을 구조적으로 억압함으로써 기능한다. 크리스테바는 모성적 육체와의 동일시와 부정(negation)을 ‘모성적 기능’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라깡의 거울단계에 선행하는 것이다. 모성적 육체는 상징계를 위협하는 동시에 품어 주기도 한다. 이 말은 인간 주체성에 꼭 필요한 부정과 동일시 두 가지 모두가 주체가 언어에로 진입하기 전에 이미 모성적 기능 내에서 작용하고 있음을 뜻한다. 크리스테바는 모성적 기능의 복합적 요소를 분석하였고 이 분석이 전통적 정신 분석 이론에는 빠져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크리스테바의 이론은 기존의 정신 분석과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프로이트와 라깡의 정신분석에서는 유아를 궁극적으로 언어와 주체성에 밀어 넣는 부정과 동일시의 시작을 가져다주는 것은 부성적 기능이다. 크리스테바의 이론은 이 전통적인 부성적 기능의 개념에 도전장을 낸다. 그리고 크리스테바는 주체성에 관한 라깡의 이론에도 도전장을 낸다. 그녀는 아버지의 금지 이전의 어머니의 금지를 확인한다. 출산과 젖가슴의 금지는 어머니의 금지와 관련된다. 어머니는 전적으로 젖가슴을 거절하거나 금지시켜 유아에게 젖을 떼게 한다. 이것은 유아가 물질적 부정을 체험하는 것이 된다. 항문의 과잉으로 인한 파열에서 오는 결핍의 체험처럼 출산과 젖가슴의 금지는 상징적 거부에 앞서 물질적 단계에서 작용한다고 크리스테바는 주장한다. 출산도 한 육체가 다른 육체에서 추방되는 것으로 부정과 분리의 원형이 된다. 모성적 육체와의 동일화와 비체인 모성적 육체의 거부는 표리의 관계에 있다.
ꡔ공포의 힘들--아브젝션에 관한 에세이ꡕ(Powers of Horror: an Essay on Abjection)에서 크리스테바는 주체의 경계선과 과잉에 대한 탐색을 한다. 주체는 자신을 밀어낸다. 단어 abject는 여기서 밀어낸다라는 동사로 사용된다. 그리고 자신이 자신을 밀어냄으로써 자신을 발견한다. 밀어내진 비체는 주체(의 신체)에서 과잉의 존재로 여겨진 거부된 타자성이다. 이 밀려나고 거부당한 과잉의 존재로서의 타자성은 주체의 정체 즉 주체의 경계를 일시적으로 확인해 준다. ꡔ공포의 힘들ꡕ에서 크리스테바는 비체abject를 주체와 객체 양자 모두와 구분한다. 비체는 자아를 구성하기도 하면서 그것에 저항하기도 하는 것이다. 몸속에 있는 똥은 몸의 일부를 이루면서 동시에 몸에 의해 밀려난다. 그러나 비체는 단순히 밀어내짐을 당하는 존재만은 아니고 적극적으로 스스로 거부하는 행위체이기도 하다.
모체 속의 아이도 마찬가지다. 모체 안에서 모체를 구성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저항하기도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모체를 밀어내고 파열시키고 모체 밖으로 나온다. 자아, 주체의 경계선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이 비체다. 아브젝션에는 “존재의 폭력적이고 어두운 저항revolt”이 있다. 그것은 아주 가까이에 있지만 동화되지는 않는다(ꡔ공포의 힘들ꡕ 1). 비체는 이 전에 주체의 일부이였지만 주체의 통일된 경계를 세우기 위해 거부될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주체 안에 존재하는 친숙한 것이지만 어느 순간 주체의 정체성에 위협을 가하는 이방인적인 존재다. 자아 분열, 자아의 쪼개짐, 갈라짐은 자아의 아브젝션이다. 아브젝션은 위협이 된다. “나는 나 자신을 추방한다(expel), 나는 나 자신을 내뱉는다(spit out), 나는 ‘내가’ 나 자신을 세우려는 움직임내에서 나 자신을 내밀친다(abject)"(ꡔ공포의 힘들ꡕ 3) 아브젝션은 자아와 자아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는 타자 사이의 공간적 경계를 희미하게 흐려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