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의 특성에
대해 궁금해 하실 여러분들을 위해서, 제작 후기 비슷한 글을 조금 남겨 드려야 겠다 싶은 생각입니다.
그래서 먼저
이 얘기를 하고 글을 이어갈께요.
제가 처음
티바와 계약한 이후 롤랜드 사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제가 부탁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히노키 카본 소재의
블레이드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롤랜드가
매우 난색을 표하더군요.
실제적인
어려움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히노키
소재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본의 탁구
제조업체들은 조합을 구성해서 탁구용으로 가공 가능한 히노키 소재들을 독점 수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천적으로
양질의 히노키 소재를 유럽 업체가, 혹은 한국 업체가 가져 가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가능한 방법은
일본에 제작을 의뢰할 경우 한정적으로 그것을 열어 주는데요, 그렇게 되면 당연히 일본 업체들보다 실제 판매
가격이 많이 올라갈 수 밖에 없지요. 기본적으로는 히노키 소재 블레이드들은 일본에서만 만들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그들에게 담겨 있습니다.
어쨌거나
우여 곡절 속에서도 지금은 좋은 블레이드들을 만들만한 히노키 나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굳이 히노키 카본류의 블레이드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던 이유는 무엇이었겠습니까?
그것은 10mm 히노키 단판 문화라는 한국적 특수 상황이 관여된 문제였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탁구인들이 잘 모르고 계셔서 조금 의아하기도 한 부분인데요, 10mm 단판, 혹은 10mm 이상의 두께의 단판 펜홀더 블레이드는 한국에서만 유행하고 있습니다. 본래
펜홀더 그립이라는 것이 한국과 일본에서만 유독 유행했기도 했지만 특히 한국 탁구에서 10mm의 두께를 선호해
왔습니다. Cypress-S 라는 블레이드가 사실은 한국 탁구계를 수 십년간 지배해 온 대표적인 블레이드였지요. 그런데 그 S 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셨지요. 그 S 는 special 의 약자입니다. 즉 한국 시장을
위해서 특별히 제작한 Cypress 블레이드라는 뜻입니다.
그럼 펜홀더
제품을 많이 사용했던 또 다른 한 나라, 일본에서는 10mm 혹은 그
이상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예 그렇지요.
일본에서는
대부분 9mm 이하의 제품을 사용합니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거의 10mm 제품을 찾아볼 수 없어요.
그럼 1mm의 차이가 무엇을 의미할까요? 고작 1mm의
차이인데, 그것이 무슨 큰 차이가 있을까요?
예, 그런데 이 1mm의 차이가 사실은 어마어마한 차이를 낳았습니다.
과거 일본
탁구는 교과서적이고 아기자기한 탁구가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한동안 일본 탁구는 한국 탁구와 현저한 격차를
가지고 있었고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간극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1mm의 두께 차이가 어쩌면 상당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20년 전, 혹은 그 이전의 탁구에 대한 얘기이므로 여러분들에게는 많이 생소하실
수 있겠습니다. 한국 탁구는 김기택, 김완,
안재형의 시대로부터 유남규, 김택수로 넘어 오면서 10mm 단판이
가진 효과, 그리고 혜택을 누려 왔습니다. 즉 포핸드 드라이브 한방, 그리고 무조건 돌아서는 탁구가 바로 한국 탁구의 중요한 특징으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10mm
더 두꺼운 히노키 단판 블레이드는 울림이 적고 단단한 타구감을 가졌습니다. 9mm와 비교하면 매우 그 차이가 크지요. 9mm 블레이드가 조금 더 균형감이
있고 연결 위주의 플레이에 유리하다면 10mm는 모아니면 도의 탁구, 화끈한
한방 위주의 탁구에 더 적합합니다.
사실 이
“모 아니면 도”의 특성이 한국 사람들의 성격과 잘 맞지요. 우리는 조금 극단적인 성향, 다혈질적인 기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급한지요… ^^
예전에 맥도날드에서
한국 시장에 입성한 후 fast food 라는 장점을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 고민한 적이 있지요. 왜냐하면 한국의 모든 식당들은 기본적으로 fast food 이기 때문입니다. 주문하면 2분이면 음식이 나오는데, 패스트
푸드라는 강점을 도저히 어필할 여지가 없었지요. 그래서 주문한 지 30초가
지나도 햄버거가 나오지 않으면 콜라 한 잔을 무료로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30초가 지나면 울리는 작은
벨을 주문대에 설치해 두었는데요, 그 당시 제가 음식을 주문해 보니 종업원이 무조건 벨부터 울리고 콜라를
한 잔 무료로 준 후 햄버거를 천천히 내 오더군요. ^^
그런데 이런
“모 아니면 도”라는 특성이 조금 단점도 있지요. 사실 윳놀이 해 보면 모나 도보다도 개, 걸이 더 많이 나오잖아요. (얼마 전 어느 목사님 설교에서 들은 얘기입니다.^^) 뭐든지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한국인들의 특성을 다룬 책에서 읽은 또 하나의 내용이 생각납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자기 편인지 아닌지를 자꾸 가르는 특성이 있다고 합니다. 자기
편이면 무조건 좋아하고 자기 편이 아니면 다 적을 삼는 것이지요. 인터넷 문화도 그래서 자꾸 극단적인 상황이
자주 일어 나는 것 같아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고 있는 것도 그렇구요….
조금 더
사회가 부드러워 지면 좋을 텐데 말이죠.
아무튼 우리
나라 사람들은 아주 아주 화끈합니다. 그래서 이 두꺼운 블레이드로 아무도 못 받는 한방을 만들어 내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한국 탁구는 무조건 백에서도 포핸드 쪽으로 돌아서는 탁구가 기본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매우 한국적 특성이지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백핸드 쪽에서 포핸드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을 유럽에서는 거의
가르치지 않지요.
상대적으로
한국 선수들은 전후로 움직이는 스텝이 매우 잘 갖춰져 있습니다. 돌아 서려면 조금 물러서야 공간과 시간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반면 유럽, 중국 선수들은 전후 스텝보다 좌우의
잔 움직임이 더 잘 하고 또 자주 사용됩니다. 한국 선수들은 큰 걸음, 전후
스텝이 보다 더 잘 사용되고 또 잘 하지요. 적어도 이런 방식의 스텝은 펜홀더의 마지막 세대에 이르기까지
계속 이어져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한방 드라이브 위주, 전후 스텝과 포백 전환 위주의 탁구가 쉐이크 핸드로 이어져 오면서 용품 선호에 있어
뚜렷한 하나의 줄기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그것은 카본이 들어간 빠른 히노키 표면 소재 블레이드에 대한 선호라는
결과물이었죠.
대부분의
코치들이 과거 10mm 이례적으로 두꺼운 펜홀더 제품으로 운동을 배웠던 터라, 쉐이크
핸드를 가르치면서도 카본이 들어간 히노키 표면 제품을 가지고 마구 마구 때려 대는 탁구를 지향하면서 지도했던 것이구요,
또 일반 동호인들도 그 이전의 감각을 쉐이크에 이어가기를 원해서 그런 제품들을 계속 구입해 왔습니다.
그러나 수십년간
쉐이크 핸드 제품들을 사용해 온 유럽 시장의 상황은 많이 달랐습니다. 우선 히노키 표면에 대한 이해도 적었고
카본이 들어간 두꺼운 제품은 너무 빠르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티바에도 그런 제품은 없었지요.
저는 그런
제품을 티바에서 꼭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구요, 2006년 여름, 롤랜드에게
그것을 강변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결국 그 제품을, 넥시에서 설계해
티바에서 제작하게 되네요.
그때 롤랜드가
장난 비슷하게 받아 들였지만 저는 나름 진지했던 또 하나의 주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손잡이에 보석을 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하면서 사실 서로 웃고 말았는데, 그런 것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것도 있었고, 블레이드에 대한 현저한 시각차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블레이드에
꼭 기능만 담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했고 롤랜드는 운동 용품에 무슨 보석을 단다는 생각이 또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던 탓입니다.
지금도 제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계실 수 있겠지요. 탁구채는 탁구채,… 그림이나
보석 같은 것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동호인으로서, 블레이드를 사면 가슴에 품고 잤던 기억이 있는 제 입장에서는 그것이 더 아름다웠으면, 더
감성적이었으면, 그리고 더 특별했으면 하는 바램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제 넥시를
이끌어 온지 5년쯤 되었나요?
바로 그 8년 전의 꿈이 이제는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 발상에서 실제의 제품으로 이어져 결실하게 되었습니다. 제 의견에 전혀 동조하지 않았던 롤랜드도 이제는 기꺼이 잉카를 받아 들였구요, 오히려
매우 매우… 격찬을 합니다.
아마 티바의
이후 제품들이 잉카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 히노키 소재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적어야 겠네요.
히노키 소재는
공이 달라 붙는 듯한 타구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손목에
힘을 주어 브로킹 각도를 잘 조절하면 원하는 곳에 매우 짧게 공을 떨어 뜨려 주는 성격도 가지고 있구요… 여러
모로 표면 소재로서는 참 이상적인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과거
펜홀더 단판으로만 십수년 탁구를 이어 온 한국인들에게 매우 친숙할 수 밖에 없는 소재이지요.
그래서 3세대로 넘어 오면서 저는 1세대 제품을 만들 때 가졌던 히노키 소재에 대한
애착을 다시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잉카와 아리랑이라는 두 개의 제품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네요.
잉카의 탄생기…. 아직도 한 두 편 정도의 글을 더 올려야 마무리 될 것 같습니다.
나름 감개
무량한 제품이라는 것, 여러분들도 이해하실 수 있을까요?
롤랜드와
참 좋은 친구이지만, 서로 간 현저한 격차를 가지고 있던 라켓에 대한 이해가, 이제 8년의 세월을 지나면서, 그리고 지난 5년간
넥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오면서 이제는 티바에서도 인정하는 하나의 트렌드로서 조금씩 무엇인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 말입니다.
아무튼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는 블레이드, 잉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첫댓글 일본산 히노끼 공급에 그런 어려움이 있었군요. ^^
예~^^ 아무래도 유럽 브랜드의 히노키 소재 제품 가격이 많이 높을 수 밖에 없어요~^^
대단한 열정으로 제작하신게 느껴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근데..잉카 한국 대상으로 국내에만 판매 계획인가요?
물론 아니지요~^^ 티바 제품이잖아요~^^
T.T 저만 첫 라켓을 샀을 때 끌어안고 잔 것이 아니군요. 그립이 적응 되어야한다 생각하며 늘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것을^^
글이 너무 감성을 자극합니다.
히노끼... 제가 참 좋아하는 소재이지만 버터사은 횡포... 때문이 가장 크죠. 쉐이크로 바꾼 이유가 같은 나무인데 가격이 금값 뛰듯이 날 뛰고 품질은 떨어지고... 쉐이크는 정말 많은 연구를 하여서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쉐이크를 못 따라가겠다는 판단에 쉐이크로 바꿨답니다.
저도 그랬답니다~^^
사실 전 요즘 좀 놀래는것이, 엑시옴 제품들 얘기인데..
유럽 사람들 인식이 버터사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러버로 생각하더군요.
마케팅과 제작 모든게 잘 이루어 졌겠지만, 좀 많이 놀랬어요.
근데 블레이드는 인기가 아직은 ^^
매장을 자주 방문하는데,, 엑시옴 블레이드는 다수제품군이 항상 중앙쪽에 배치가..
국내제품이 선전하는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답니다 ㅎ
한국제품인지 아냐고 물어보면 몰랐다는 대답이 대부분이긴 하네요 ㅠ
하야부사가 있죠 ㅎ
아리랑 마음에 듭니다. 어떤 공이던 유연하게 다 넘길것 같은 이름. 아리랑
이름에 걸맞는 제품이어야 할텐데요~^^
잘 읽었습니다
여러모로 그동안의 노고가 많으셨네요
그 험난했던 노고에 작게나다 댓글로라도
격려의 말을 전하고싶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지금에야 보았습니다. 찬찬히 읽었습니다. ^^
예, 감사~^^
달라붙는 느낌에 특수소재가 잡아주기까지하는 좋은 블레이드일것 같습니다
히노키를 사용하는데 티바와 수많은 인고의 시간이걸렸군요 정말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잉카 철학을 올리시니 점점더 궁금해지고 기다려집니다 이벤트글은 언제 올라올까요 1순으로 구입해야겠어요^^ 중펜입니다
마음에 드시길 바래요~^^
마치 연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입니다. 빠져드는대요. ^^
감사합니다~^^
잉카의 출시를 기대합니다 빨리 보고 싶네요^^
예, 이 글 연재를 마치고, 화욜 중으로 출시하려고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버플 고민하다 글 읽고 잉카로 최종결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