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매력이 많은 춘천... 당일치기 여행 코스 19.06.27 15:33l최종 업데이트 19.06.27 15:33l
'춘천'하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은 닭갈비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하게 닭갈비만 먹으러 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도시가 아닐까. 지루했던 차에 그리워서 애만 태우고 있는 한 처녀를 만나러 해가 저문 소양강으로 무작정 기차를 타고 떠났다.
"하늘 위를 걷는 착각이 들고 오금이 저리는 소양강스카이워크" 춘천시 영서로에 있는 소양강 스카이워크는 전체 길이는 174m, 이 중 바닥이 투명 유리로 된 구간은 156m. 국내에서 가장 긴 스카이워크 시설이라고 입구에 안내가 되어 있었다. 입구에 발을 딛자마자 수려하고 웅장한 모습에 압도되는 기분이 들었다.
바닥은 특수 강화유리 3장을 겹쳐서 깔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안전하게 되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유리가 부서지면 어쩌나, 너무 투명해서 물고기가 점프하다 닿으면 어쩌나,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어 살금살금 걸어갔다가 엉금엉금 기어나왔다.
겁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 곳에 들어가면 금방 나오기엔 어려울 것이다. 스카이워크를 걸어 가다 보니 발 아래로 보이는 투명한 유리때문인지 무섭다는 이유로 멈추는 사람들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신비한 매력에 빠져 끝까지 걸어 들어갔다가 나왔다.
스카이워크 입장권은 7세 부터 성인까지 2천원에 구입 가능했는데, 입장료는 춘천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니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리던 순정파 여인" 스카이워크 옆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니 드디어 정말 만나고 싶었던 그 처녀를 만날 수 있었다. 인사를 건넸지만 상대는 말이 없었다. 처녀상을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려고 하니 입고 있는 치마를 빤히 보는 것 같아 바로 앞 계단 끝 나무에서 바라보았다.
소양강처녀상은 춘천시가 5억 5천만원을 들여 춘천시 근화동 소양강변에 세운 높이 7m의 건축물 답게 그 기세가 등등해보였다. 처녀상을 바라보니 그동안 소심하고 움츠려 들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덕분에 당당하고 힘찬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우는 두견새야… 가사에 감성이 뚝뚝 묻어나있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바로 <소양강 처녀> 노래와 소양강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세워진 동상.
현대적인 감각의 동상과 맑고 깨끗한 소양강, 주변의 자연 경관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나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운영하던 카페를 아들이 리모델링 한 수제버거 맛집"
춘천에서 색다른 음식이 먹고 싶어서 지인들에게 물어보고,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나름 엄선해서 수제버거를 아주 잘한다는 라모스버거에 들러 보았다. 수변공원, 공지천 유원지 근처. 산좋고 물좋고 공기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내가 메뉴판을 한참 뚫어져라 바라보니 사장님은 100% 소고기로 된 패티와 직접 구워낸 버거 번을 사용한다며 믿고 주문해보라고 하셨다. 제일 잘 팔리는 메뉴인 나고야버거세트를 주문했다. 가격은 버거만 9900원, 6500원을 추가하면 감자튀김, 어니언링 중에 하나와 콜라와 사이다는 셀프바를 이용해서 리필도 가능한 세트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정통의 맛을 추구하는 빵집"
간판에서 보듯이 대원당은 1968년부터 맛있는 전통의 빵을 만들면서 그 자리를 뚝심있게 지켜오고 있다. 기왕 여행왔는데 빈 손으로 가기도 그렇고 빵이 떠올라서 빵집을 검색하니 대원당이 가장 많이 추천되어서 들러 보았다. 뭐 별거 있겠냐 했는데 버터크림빵을 사서 먹어보니 예상은 빗나갔다. "어디 한번 제대로 된 크림빵을 먹어봐"라는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느끼하지도 않고 부드러운데다가 너무나 맛있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함께 구매한 맘모스빵은 이름부터 느낄 수 있듯이 크기가 아주 거대했다. 단 것은 입에도 안대는 나여지만 맘모스 빵은 달랐다. 눈 깜짝할새 반 이상을 먹어 버리고 말았다. 인기메뉴인 빵들은 무게가 있어서 택배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 금액이나 구매 개수에 제한은 없고 택배비 5천원만 더 부담하면 매주 화,수,목에 택배로 발송을 해주니 편하게 맛있는 빵을 받아 볼 수 있다. 인기메뉴인 맘모스는 5천원이고 버터크림빵은 1400원, 푸짐한 양과 고급스러움에 비하면 가격이 결코 비싼 편은 아니다.
"의암호 뷰가 펼쳐지는 멋진 카페"
맛있는 수제버거세트도 맛보았고, 가족과 친구에게 전해줄 빵도 봉투 하나 꽉 채워 담았겠다, 시원한 곳에 가서 바람도 쐬고 커피도 한 잔하고 싶어졌다. 바로 앞에 의암호가 보인다는 댄싱카페인에 들렀다. 분위기를 잡고 테라스 자리에 앉고 싶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았다. 결국 카페 안쪽에서 남은 자리 중 그나마 바깥풍경이 잘 보이는 입구 근처에 앉았다. 무얼 마실까 하다가 인기메뉴인 카페라떼를 주문했다. 가격은 6천원이었는데 에스프레소 향과 쓴맛이 강하지 않았고, 부드러움와 진한 우유향을 느낄 수 있었다. 댄싱카페인, 그 이름대로 카페인이 내 이목구비에서 온전히 전해져왔다. 사람이 많았지만 시끄럽지 않은 편이어서 더없이 편한 공간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남춘천역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길에도 두 발이 떨어지지 않아 서울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정도였다. 춘천은 물이 맑고, 공기가 정말 깨끗했던 도시였고,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인위적이지 않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어서 여운이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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