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원 촬영
‘철부지’를 어원으로 보면 계절의 변화를 가리키는 말인 "철"은 사리를 헤아릴 줄 아는 힘, 곧 지혜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 뒤에 알지 못한다는 한자말인 "부지(不知)"가 붙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지 못하는 어린애 같은 사람을 일컬어 철부지라고 합니다.
음력은 달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만든 달력입니다. 우리가 보통 보름달을 보고 다음 보름달을 볼 때까지는 29.53일쯤 걸리는데, 음력은 이것을 한 달로 잡습니다. 그러므로 12달을 합치면 양력의 일년보다 10일 이상 짧아집니다. 어느 해의 양력과 음력이 같은 날을 1월 1일로 잡아 출발한다면 3년 뒤에 음력은 음력은 양력과 한 달 이상 차이가 나고, 16년쯤 지나면 음력 1워은 한여름이 됩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력에 24절기를 표시하여 태양의 움직임을 알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전통력인 태음 태양력입니다. 전통달력의 동지는 항상 12월 22일에 해당되고 청명은 식목일(4월 5일)과 겹칩니다.
우리선조들은 24절기를 모르면 ‘철부지’라고 했습니다. ‘철을 모른다’는 것은 지금이 어느 때인지, 무엇을 해야 할 때인지 모른다는 말입니다. 씨를 뿌려야할 때인지 추수를 해야 할 때인지 김장을 담가야할 때인지 모른다는 말입니다. 철을 모른다는 말은 때를 모른다는 의미에서 때와 장소를 모른다는 의미로 확장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름에 털옷을 입거나 겨울에 짧은 치마를 입으면 철부지가 되고 말을 조심해야할 자리에서 함부로 지껄이면 철부지 소리를 듣습니다.
철없는 아이에게 철좀 들라고 이야기하는건, 태어나면서 부터 장님인 사람에게 빨간색과 파란색의 차이점을 들려주는것과 다를바가 없는것 같습니다. 아무리 이야기 해도 이해를 할 수가 없죠.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철좀 들었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것은 장님이 '소방차는 빨간색이다'라고 말하는것 이외에는 별 의미가 없는것 같습니다. 사회 생활을 통하여 이렇게 하면 된다, 안된다를 알아갈 뿐입니다.
철이드는 가장 빠른 방법은 고난과 고생입니다. 아픔만큼 성숙해진다는 노랫말에 공감을 하게됩니다. 배고팠던 사람만이 음식의 감사함을 알수 있습니다. 아파본 사람만이 건강의 고마움을 압니다. 하지만 이 고생도 어두운 동굴을 비추는 성냥과 같습니다. 성냥이 타오를땐 길을 찾을 수 있지만, 꺼지고 나면 곧 잊어버립니다. 고난을 겪을 때에는 있는것의 고마움을 알지만, 고난이 없어지면 적응이 되서 곧 그 고마움을 잊어버립니다.
어떤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철이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어렸을때 부터 철이 듭니다. 법으로 정해진 성인의 나이는 단지 눈가리고 아웅일뿐입니다.
철이라는것도 종류가 참 여러가지가 있는것 같습니다.
건강관리에 관한 철이 들면 운동을 하고 먹는것을 조절합니다. 의사가 위험하다고 경고를 해도 생활습관을 못 바꾸는것은 건강에 대한 철이 덜 들었기 때문입니다.
돈관리에 대한 철도 있습니다.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고 적절히 준비하며, 씀씀이를 헤프게 가지지 않는것이 철이 든것 입니다. 버는대로 자신의 만족을 위해 족족 다 써버리는건 돈관리에 대한 철이 덜 들었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에도 철이 있습니다. 감정의 조절에도 철이 있습니다. 사회생활에도 철이 있습니다.
철이 든 사람은 학습 속도가 빨라서 계속 자기계발을 하면서 적응을 합니다. 철이 덜 든 사람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깨닫지 못하고 변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모든 분야에서 다 철이 들 수는 없습니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예수나 부처가 되었겠죠. 그리고 그런 다른점들로 인해 이 세상은 형형색색의 조화가 이루어집니다. 모두 다 똑같은 생각을 한다면 정말 따분하고 지루한 세상이 될것입니다.
삶의 가시가 심장을 찔러서 견디기 힘들때엔 이런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지나가고 나면 나는 더욱 성숙해져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