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척盜跖’
‘도척盜跖’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전설적인 도적이다.
그는 무려 9000여 명의 부하를 이끌면서
제후를 공격하고 약탈할 정도로 기세가 막강했다고 한다.
심지어 사람의 간을 먹었다는 얘기가 전해질 정도로 무자비한 도적이었다.
사마천은 “인육 먹은 도척 같은 놈이 집에서 편안하게 죽고,
백이와 숙제 같은 선인은 굶어 죽었다”라면서,
‘악인은 천수를 누리고, 백이 숙제 같은 선인은 비참한 최후를 맞는 현실’을 꼬집었다.
악惡을 제대로 심판하지 못한 세상에 대한 탄식이었다.
무자비한 성격에다가 막강한 힘을 지닌 도척이
세상에 끼친 해악은 그만큼 컸을 것이다.
그런 도척이 도道를 논했다고 한다.
그는 도둑질을 할 때에 지켜야 할 원칙으로
‘성聖, 용勇, 의義, 지智, 인仁’의 5 가지 도道를 제시했는데,
이를 ‘도척지도盜跖之道’라고 한다.
‘성聖’은, 훔칠 집의 모든 물건을 파악하는 능력
‘용勇’은, 위험을 무릅쓰고 가장 먼저 집에 들어가는 용기
‘의義’는, 마지막까지 남아서 도둑질의 책임을 다하는 것
‘지智’는, 성공과 실패를 미리 예측하는 지혜
‘인仁’은, 훔친 것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
그러나 이는 도척이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이 혼탁할수록 이런 주장이 횡행하고 있다는 것은,
혼돈이 가중되고 미몽에 빠진 이들이 늘어나면,
도척이 강변했던 주장들이 현실처럼 받아들여지기 쉬워진다.
지금 우리 사회에 도처에 이런 ‘도척’이 판을 치고 있으니 큰일이 아닐 수 없다.